[뉴스스페이스=이종화 기자] 서울과 제주의 특급호텔 야외 수영장이 객실 뒤편의 ‘부대시설’에서, 오히려 호텔의 세계관을 전면에서 대변하는 브랜드 무대로 격상되고 있다. 반얀트리 ‘오아시스’, 서울신라 ‘어번 아일랜드’, 워커힐 ‘리버파크’ 같은 이름 붙은 수영장은 이제 도심 한복판에 띄운 리조트의 세계관을 파는 전면 간판이다. 도시 속 럭셔리 공간 '호텔'에서의 물과 뷰, 그리고 인스타그램 피드를 둘러싼 치열한 ‘수영장 네이밍 전쟁’은, 공공 수변과 호텔 수공간 사이의 새로운 계급 지형을 조용히 그려 넣고 있다. 1. 이름 붙은 수영장, 호텔의 ‘두 번째 간판’이 되다 서울과 제주의 특급호텔 야외 수영장은 이제 객실·라운지와 나란히 호텔을 대표하는 ‘두 번째 간판’으로 기능한다. 과거에는 '어느 호텔 수영장' 정도로만 불리던 공간이, 지금은 오아시스(Oasis), 어번 아일랜드(Urban Island), 리버파크(Riverpark), 스카이 비치(Sky Beach)처럼 고유명사를 가진 독립 브랜드로 성장했다. 여행·숙박 플랫폼과 라이프스타일 매체들은 여름 특집에서 “서울·제주 수영장 호텔 TOP 10”을 따로 묶어 소개하면서, 객실보다 수영장 브랜드를 먼저 전면에 내세운다. 실제로 올스테이·트립닷컴·각종 블로그들이 선정한 ‘뷰 맛집 수영장 호텔’ 리스트에서도 호텔명이 아니라 “오아시스가 있는 반얀트리, 어번 아일랜드가 있는 신라, 리버파크가 있는 워커힐” 식의 언급이 반복된다. 2. 왜 호텔 수영장은 고유명사로 진화하는가…세 가지 구조적 배경 2-1. ‘뷰(View)+풀(Pool)’이 객실보다 강한 구매 요인으로 국내 호캉스 수요가 급증한 2010년대 후반 이후, 호텔 선택 기준은 “위치·조식·가격”에서 “뷰+풀+인스타용 사진”으로 빠르게 이동했다. 실제로 여름 휴가 시즌을 앞두고 야외 수영장이 있는 특급호텔의 경우 성수기 예약은 일찌감치 마감된다. 이후 인스타그램·유튜브 중심의 ‘인생샷 호캉스’ 트렌드가 더해지면서, 각종 여행 플랫폼은 '야외풀·루프톱풀 보유 여부'를 필터로 제공하기 시작했다. 올스테이의 2024·2025년 수영장 호텔 기획만 봐도 서울·제주·인천을 묶어 “루프톱 수영장, 인피니티풀, 온수풀”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으며, 기사 제목 자체가 '수영장 호텔 TOP'으로 구성될 정도다. 즉, 수영장이 객실을 ‘끌어주는 앵커 상품’으로 기능하는 구조가 만들어진 셈이다. 2-2. SNS 이미지 경제…수영장은 ‘인스타그래머블’ 최고의 콘텐츠 국내외 여행 블로그·유튜브 채널들도 호텔 수영장 영상을 “각양각색 수영장 10곳 비교” 같은 포맷으로 제작하며, 특정 풀의 이름과 뷰를 계속 반복 노출한다. 제주 수영장만 모은 한 유튜브 영상은 해비치, 그랜드조선 제주, 신라 제주, 롯데 제주, 파르나스, 그랜드하얏트 제주 등 11곳을 나란히 비교하면서, 각 수영장 브랜드명(윈터 가든, 가든 풀, 피크 풀, 스카이 풀 등)을 자연스럽게 각인시킨다. 2-3. ‘도시 수변 인프라’의 사적 버전…계급·차별화된 접근성 서울대 환경대학원의 호텔·리조트 수공간 연구는, 호텔이 단순 숙박시설을 넘어 도시민의 여가·문화 인프라 역할을 수행하면서 “호텔 수공간이 도시 공공 수변을 보완하거나 대체하는 기능을 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한편 서울시는 2026년 청계천·홍제천 등 23개 수변 활력 거점을 하나의 통합 브랜드로 묶는 네이밍 공모를 진행하며, 공공 차원에서도 ‘물 공간=브랜드 자산’이라는 원칙을 분명히 했다. 같은 도시에서 공공은 수변을 ‘시민 활력 거점’으로, 호텔은 수영장을 ‘고객 전용 사적 수변’으로 브랜딩하는 구조가 평행선을 그리는 셈이다. 호텔 수영장의 고유명사는 이 사적 수변 인프라에 붙는 라벨이자, 공공 수변과 다른 계급·차별화된 접근성을 드러내는 상징으로 작동한다. 3. 특급호텔 ‘이름 있는 POOl 지도'…오아시스·어번 아일랜드·리버파크·스카이 비치·알티튜드 서울 반얀트리 클럽 앤 스파 '오아시스(Oasis)' 남산 숲 배경 리조트형 야외풀, 카바나·온수풀, ‘도심 속 오아시스’ 서울 신라호텔 '어번 아일랜드(Urban Island)' 남산·N서울타워 야경, 성인전용·패밀리 풀 분리, 자정까지 나이트 스윔 서울 워커힐 호텔 '리버파크(Riverpark)' 한강 조망 국제 규격 풀+유수풀, 시즌별 풀파티·뷔페, 워터파크형 구성 서울 몬드리안 이태원 '알티튜드 풀 & 라운지(Altitude Pool & Lounge)' 루프톱 풀과 라운지 결합, 파티·칵테일 중심 어덜트 풀 롯데호텔 제주 ‘해온(He:on)’ 수영장 넘어 F&B와 스파까지 묶은 복합 네이밍 파라다이스시티 인천 '씨메르' 사계절 온수 인피니티 풀, 활주로·비행기 뷰와 리조트형 풀데크를 내세운 대형 야외 수영장 서울 서울드래곤시티 '스카이 비치(Sky Beach)' 34층 루프톱 비치 클럽, 모래+풀+음악으로 ‘공중 해변’ 구현 노보텔 앰배서더 동대문 '루프톱 풀' 루프톱+투명 아크릴 바닥, 도심 뷰 스윔 메종 글래드 제주 '더 파티오 풀(The Patio Pool)' 패밀리 풀+인피니티 풀, 정원 속 야외 풀
[뉴스스페이스=이종화 기자] <편집자주> 유튜브, 인스타 등에서 활동하는 인플루언서들이 '협찬을 받지 않았다', '광고가 아니다'라는 사실을 보이기 위해 "내 돈 주고 내가 샀다"라는 뜻의 '내돈내산'이라는 말이 생겼다. 비슷한 말로 "내가 궁금해서 결국 내가 정리했다"는 의미의 '내궁내정'이라고 이 기획코너를 명명한다. 우리 일상속에서 자주 접하는 소소한 얘기거리, 궁금증, 호기심, 용어 등에 대해 정리해보는 코너를 기획했다. "나는 천체의 움직임은 계산할 수 있지만, 사람들의 광기는 계산할 수 없다." (I can calculate the motion of heavenly bodies, but not the madness of people.) 1720년, 역사상 가장 위대한 과학자 중 한 명인 아이작 뉴턴(Isaac Newton)이 '남해회사(South Sea Company) 버블' 사태로 전 재산의 3분의 1에 달하는 거액(현재 가치 약 4000만 파운드, 한화 수백억원 이상 추정)을 잃고 난 후 남긴 것으로 알려진 탄식이다. 뉴턴은 우주를 지배하는 중력의 법칙을 수학적으로 완벽하게 증명해 냈지만, 탐욕과 공포가 뒤엉킨 인간의 마음, 즉 '금융 시장의 무작위성' 앞에서는 철저히 무너지고 말았다. 그러나 뉴턴의 실패 이후 약 300년이 흐른 지금, 현대의 과학자들은 뉴턴이 불가능하다고 여겼던 바로 그 작업, 즉 '시장의 광기'를 수학과 물리학의 언어로 길들이는 데 성공했다.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 탈레스부터 블랙-숄즈 방정식을 거쳐 짐 사이먼스의 르네상스 테크놀로지에 이르기까지, 과학은 어떻게 월스트리트를 점령했을까? 뉴스스페이스는 국내외 학술 논문, 시장 통계, 그리고 최신 AI 트렌드를 바탕으로 과학과 금융이 융합해 온 역사적 궤적과 그 이면에 숨겨진 철학적, 문화적 의미를 심층 분석한다. 1. 예측 불가능성과의 싸움…탈레스에서 바슐리에까지 금융 시장에서 미래의 불확실성을 통제하려는 시도는 고대부터 존재했다. 기록상 최초의 '옵션(Option)' 거래자는 만물의 근원을 물이라 주장했던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 탈레스(Thales of Miletus)다. 기원전 600년경, 그는 별들의 움직임을 관찰하여 이듬해 올리브가 대풍작을 이룰 것을 예측했다. 탈레스는 이 예측을 바탕으로 겨울철에 미리 적은 돈을 지불하고 올리브 압착기를 독점적으로 빌릴 '권리(콜옵션)'를 사두었고, 실제로 풍년이 들자 막대한 부를 거머쥐었다. 이는 시장의 불확실성 속에서 '권리'를 매매하여 리스크를 제한하고 이익을 극대화하는 파생상품의 본질을 보여주는 역사적 사건이다. 그러나 시장의 가격 변동을 본격적으로 수학적 무대에 올린 인물은 1900년, 프랑스의 수학자 루이 바슐리에(Louis Bachelier)였다. 그의 박사 학위 논문 «투기 이론(Theory of Speculation)»은 주식 시장의 가격 움직임이 마치 액체 속 입자가 무작위로 움직이는 '브라운 운동(Brownian Motion)'과 같다고 가정했다. 바슐리에는 주가가 상승할 확률과 하락할 확률이 동일한 '랜덤 워크(Random Walk)'를 따른다고 보았으며, 이를 열전도 방정식(Heat Equation)과 같은 물리학적 확산(Diffusion) 모델을 통해 설명하려 했다.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이 브라운 운동을 물리적으로 규명하기 무려 5년 전의 일이었다. 당시 바슐리에의 논문은 너무 시대를 앞서간 탓에 학계의 큰 주목을 받지 못했다. 그러나 1950년대 폴 사무엘슨(Paul Samuelson) 등에 의해 재발견되면서, 바슐리에의 '랜덤 워크' 개념은 현대 금융 수학의 초석이 되었다. 시장의 움직임은 근본적으로 무작위적이라는 이 통찰은 훗날 '효율적 시장 가설(Efficient Market Hypothesis)'로 발전하며, 시장을 예측하려는 모든 시도가 부질없다는 비관론과 동시에 그 무작위성 속에서 리스크의 '가격'을 정확히 매기려는 새로운 도전을 낳았다. 2. 물리학, 월스트리트의 언어가 되다…블랙-숄즈 방정식의 탄생 1960년대, 에드 소프(Ed Thorp)라는 물리학자가 등장하며 상황은 급변한다. 그는 확률론을 이용해 블랙잭 게임에서 카드를 카운팅하여 카지노를 이기는 방법을 수학적으로 증명한 «딜러를 이겨라(Beat the Dealer)»를 출간했다. 이후 소프는 이 원리를 금융 시장에 적용, 주식과 옵션을 적절한 비율로 조합해 주가 등락에 관계없이 안정적인 수익을 내는 '동적 헤지(Dynamic Hedging)' 기법을 선구적으로 고안해 냈다. 소프의 실전적 성공은 1973년, 피셔 블랙(Fischer Black), 마이런 숄즈(Myron Scholes), 그리고 로버트 머튼(Robert Merton)에 의해 완벽한 수학적 모델로 집대성된다. 이들이 발표한 '블랙-숄즈-머튼 방정식(Black-Scholes-Merton Equation)'은 주가, 변동성, 이자율, 만기 등의 변수를 입력하면 옵션의 적정 가격을 산출해 내는 편미분 방정식이다. 이 방정식의 구조는 열이 물체 속으로 퍼져나가는 과정을 설명하는 물리학의 '열전도 방정식'과 수학적으로 동일하다. 즉, 입자의 무작위적 확산(Diffusion)을 다루는 물리학의 법칙이, 불확실성이라는 리스크가 금융 시장으로 퍼져나가는 과정을 정확히 계산해 낸 것이다. 블랙-숄즈 모델의 등장은 단순한 학술적 성취를 넘어 자본주의의 패러다임을 바꾼 '혁명'이었다. 눈에 보이지 않는 '위험(Risk)'을 수학적으로 계량화하고 가격을 매겨 사고팔 수 있게 됨으로써, 파생상품 시장은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국제결제은행(BIS)에 따르면, 2025년 6월 기준 전 세계 장외파생상품(OTC)의 명목 잔액은 무려 846조 달러(현재 기준 한화 약 125경원)에 달한다. 1997년, 마이런 숄즈와 로버트 머튼은 이 공로로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했다. (피셔 블랙은 1995년 작고하여 수상하지 못했다.) 3. 효율적 시장을 넘어서…짐 사이먼스와 퀀트(Quant)의 지배 블랙-숄즈 모델이 '시장은 무작위적이고 효율적'이라는 전제하에 위험을 헤지(Hedge)하는 데 집중했다면, 수학자이자 암호 해독가였던 짐 사이먼스(Jim Simons)는 정반대의 접근을 택했다. 그는 시장이 완벽하게 효율적이지 않으며, 방대한 데이터 속에 인간의 눈에는 보이지 않는 미세한 '패턴'이 숨어 있다고 믿었다. 사이먼스는 1988년 헤지펀드 '르네상스 테크놀로지(Renaissance Technologies)'를 설립하고, 경제학자나 금융 전문가 대신 물리학자, 수학자, 컴퓨터 과학자들을 대거 채용했다. 이들은 '은닉 마르코프 모델(Hidden Markov Model, HMM)'과 같은 고도화된 머신러닝 기법을 활용해 시장의 숨겨진 규칙성을 찾아내는 알고리즘을 구축했다. 그 결과는 금융 역사상 전무후무한 기적이었다. 르네상스의 시그니처인 '메달리온 펀드(Medallion Fund)'는 1988년부터 2018년까지 30년간 수수료 차감 전 연평균 66%, 차감 후 39%라는 경이로운 수익률을 기록했다. 1988년에 100달러를 투자했다면 2018년에는 약 210만 달러(약 29억원)로 불어났을 수치다. 워런 버핏이나 피터 린치조차 범접할 수 없는 이 성과는, 고도의 수학적 모델링과 데이터 분석 능력을 갖춘 이른바 '퀀트(Quant)'들이 전통적인 가치 투자자들을 밀어내고 월스트리트의 새로운 지배자로 등극했음을 알리는 신호탄이었다. 4. 과학과 금융의 융합이 남긴 그림자…결정론과 무작위성의 끝없는 변증법 금융 시장을 향한 과학의 도전은 본질적으로 철학적 논쟁을 내포하고 있다. 시장은 바슐리에나 파마(Eugene Fama)의 주장처럼 완벽한 무작위(Randomness)의 세계인가, 아니면 짐 사이먼스가 증명했듯 고도의 알고리즘으로 해석 가능한 숨겨진 질서(Determinism)의 세계인가? 흥미롭게도, 최근 인공지능 분야에서 혁명을 일으키고 있는 이미지 생성 AI의 핵심 기술인 '디퓨전 모델(Diffusion Model)'은 블랙-숄즈 방정식의 근간이 된 브라운 운동과 열전도 방정식(확산)의 수학적 원리를 그대로 차용하고 있다. 데이터를 완전한 노이즈(무작위성)로 붕괴시킨 뒤, 이를 역산하여 정교한 이미지(질서)를 복원해 내는 AI의 작동 방식은, 혼돈의 시장 속에서 패턴을 찾아내어 수익을 창출하는 퀀트 펀드의 철학과 놀랍도록 맞닿아 있다. 5. '로켓 사이언티스트'의 오만과 꼬리 위험(Fat Tail) 그러나 수학적 모델에 대한 맹신은 종종 파국을 부른다. 블랙-숄즈 모델은 주가 수익률이 정규분포(종 모양)를 따른다고 가정하지만, 실제 금융 시장은 극단적인 이례적 사건이 예상보다 훨씬 자주 발생하는 '두터운 꼬리(Fat Tail)' 현상을 띤다. 1998년, 마이런 숄즈와 로버트 머튼 등 노벨상 수상자들이 직접 참여했던 천재들의 펀드 '롱텀캐피털매니지먼트(LTCM)'는 러시아 모라토리엄이라는 극단적 변수를 모델이 예측하지 못하면서 순식간에 파산 위기에 처했고, 글로벌 금융 시스템 전체를 뒤흔들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역시 복잡한 파생상품을 통제할 수 있다고 믿었던 월스트리트 '로켓 사이언티스트(Rocket Scientists)'들의 오만이 빚어낸 참사였다. 완벽해 보이는 수학 공식도 결국 '인간의 광기'와 시장의 구조적 비이성성을 완전히 통제할 수는 없음을 보여주는 뼈아픈 사례다. 6. 게임스톱 사태와 문화적 저항 금융 공학의 고도화는 자본의 집중과 불평등을 심화시켰다는 비판에서도 자유롭지 못하다. 2021년 1월 발생한 '게임스톱(GameStop) 숏 스퀴즈 사태'는 거대 자본과 알고리즘으로 무장한 헤지펀드에 대한 개인 투자자들의 반란이었다. 레딧(Reddit)의 r/wallstreetbets 게시판에 모인 개인 투자자들은 옵션의 레버리지를 역이용하여 게임스톱 주가를 단기간에 1,500% 이상 폭등시켰고, 공매도를 쳤던 헤지펀드(멜빈 캐피털 등)에 막대한 손실을 안겼다. 이 사건은 파생상품이라는 수학적 도구가 더 이상 소수 엘리트만의 전유물이 아니며, 소셜 미디어로 연대하는 군중의 힘이 정교한 퀀트 모델을 붕괴시킬 수 있음을 보여준 문화적 충격이었다. 7. 뉴턴의 탄식은 여전히 유효한가 물리학과 수학은 지난 한 세기 동안 월스트리트를 근본적으로 개조했다. 위험을 가격으로 환산하는 블랙-숄즈 방정식은 파생상품 시장을 폭발시켰고, 짐 사이먼스의 머신러닝 알고리즘은 무작위성 속에 숨겨진 부의 지도를 그려냈다. 오늘날 퀀트 금융은 AI 디퓨전 모델과 같은 최첨단 과학 기술과 교감하며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그러나 LTCM(롱텀캐피털매니지먼트)의 몰락과 2008년 금융위기, 그리고 게임스톱 사태가 증명하듯, 금융 시장의 기저에는 여전히 수식으로 환원되지 않는 '인간의 본성'이 자리 잡고 있다. 모델이 아무리 정교해지더라도, 시장은 끊임없이 진화하며 새로운 형태의 무작위성과 광기를 만들어낸다. 우주의 법칙으로 돈의 흐름을 풀려는 과학자들의 도전은 경이로운 성취를 이루었지만, 시장을 완벽히 지배하겠다는 꿈은 어쩌면 영원히 닿을 수 없는 신기루일지 모른다. "사람들의 광기는 계산할 수 없다"던 뉴턴의 탄식은, 알고리즘과 AI가 지배하는 21세기의 월스트리트에서도 여전히 가장 무거운 경고로 남아 있다.
[뉴스스페이스=이종화 기자]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이 7월 17일(현지시간) 전 세계 극장에 선보인 신작 '오디세이'가 트로이 전쟁의 원인을 헬레네 납치가 아닌 무역로 지배권 다툼으로 재해석하면서, 개봉과 동시에 고전학계와 지정학 전문가들의 이목을 동시에 사로잡고 있다. washingtonpost, rogerebert, The University of Queensland news에 따르면, 놀란의 '오디세이'는 호메로스 서사시 각색 영화로 헬레네의 납치로 촉발된 트로이 전쟁이라는 기존의 설정 대신, 영화는 이 전쟁을 핵심 해상 무역로의 지배권을 놓고 벌이는 무역 전쟁으로 그려낸다. 물론 전쟁의 경제적 동기는 호메로스 원작에는 등장하지 않지만, 실제 고대 역사는 물론 현대 지정학과도 맞닿아 있다는 이유에서다. 5600억원 짜리 '반전(反戰) 서사시' 맷 데이먼이 오디세우스, 톰 홀랜드가 텔레마코스, 앤 해서웨이가 페넬로페, 젠데이아가 아테나, 로버트 패틴슨이 안티노오스를 각각 연기한 이 작품은 제작비 2억 5000만 달러(약 3700억원), 마케팅비 1억 2500만 달러를 더해 총 투입 비용이 3억 7500만 달러(약 5580억원)에 달해 R등급 영화 사상 최고 제작비를 기록했다. 손익분기점은 6억 2500만~7억 5000만 달러 수준으로 추산되며, 개봉 전야 프리뷰 매출만으로 1760만 달러를 벌어들여 개봉 주말 흥행은 8000만~1억 3200만 달러, 전 세계 기준 2억 달러 이상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는 놀란 감독의 전작 '다크 나이트 라이즈'(2012년, 1억 6000만 달러) 이후 최대 오프닝 성적으로, 데드라인은 이를 "강렬한 반전 메시지를 담은 작품"으로, 로저 에버트 사이트는 "동종 장르 대부분의 영화보다 정교한 인간 본성에 대한 시각"이라고 평가했다. 헬레네가 아닌 '무역로'가 부른 전쟁 영화는 아가멤논(베니 사프디)이 트로이 원정을 벌이는 이유를 다르다넬스 해협을 낀 핵심 무역로 확보 문제로 그려내며, 오디세우스에게는 트로이 함락 이후 "이타카로 돌아가는 알려진 무역로"라는 선택지가 제시된다는 점에서 호메로스 원작과 뚜렷이 갈라선다. 퀸즐랜드 대학교의 그리스사 부교수 데이비드 프리처드는 영화 개봉 당일 발표한 분석에서, 트로이가 위치했던 다르다넬스 해협이 실제로 수 세대에 걸쳐 아테네 패권의 핵심 요충지였음을 지적했다. 기원전 431년경 아테네는 식량의 3분의 2를 이 해협을 통해 수입했으며, 기원전 405년 스파르타가 이 보급로를 차단하자 아테네 제국이 붕괴했다는 것이 그의 핵심 논거다. 트로이의 해협과 호르무즈, 3200년의 데자뷔 프리처드는 이 고대사의 교훈이 현재 미국과 이란 간 갈등을 이해하는 데 그대로 적용된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호르무즈 해협은 전 세계 해상 원유 교역량의 약 20~27%(하루 약 1300만~2000만 배럴)가 통과하는 세계 최대 원유 수송 관문으로, 2026년 초 미국·이란 간 긴장이 격화되면서 실제로 위기 상황을 맞았다. 2026년 3월 실제로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한 원유·가스 수출을 대폭 중단했고, 최소 4척의 유조선이 드론 공격을 받으면서 해상 통행량이 80% 급감했던 전례가 있다. 프리처드는 "그러한 수로를 통한 자유로운 무역을 위태롭게 하거나 이를 둘러싸고 무모하게 행동하는 것은 엄청난 대가를 치를 수 있다"고 결론지으며, 3200년 전 트로이 전쟁의 경제적 함의가 오늘날 세계 에너지 안보 논의와 정확히 겹친다는 점을 시사했다. 오디세이가 주목받는 이유 한편 영화가 개봉전부터 화제를 몰고 다니며 주목받는 이유는 바로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에 있다. 놀란은 1998년 데뷔작 ‘미행’이후, 기억을 잃은 남자의 복수극을 역순으로 구성한 ‘메멘토’(2000)를 통해 천재성을 인정받았다. 히어로 영화의 패러다임을 바꾼 ‘다크 나이트 3부작’(‘배트맨 비긴즈’, ‘다크 나이트’, ‘다크 나이트 라이즈’), 이후 꿈속의 꿈을 다룬 ‘인셉션’(2010), 우주와 시공간의 상대성을 그린 ‘인터스텔라’(2014), 실화 바탕의 전쟁 영화 ‘덩케르크’(2017), 시간의 역행을 소재로 한 ‘테넷’(2020)까지 물리, 우주, 심리 등 과학기술 분야 전문감독으로도 명성을 알렸다. 특히 2023년에는 원자폭탄 개발주역 ‘오펜하이머’ 일대기를 다룬 전기 영화로 아카데미 시상식을 휩쓸며 거장임을 재확인시켰다. [지구칼럼] 오펜하이머 누구?···원자폭탄·맨해튼 프로젝트·아인슈타인·노벨상·프로메테우스·공산당
[뉴스스페이스=이종화 기자] 전남 해남 북평면 남창리의 낡은 정육점 간판과 텅 빈 고속도로, 그리고 CGI(Computer-Generated Imagery)로 재현된 외계 공간이 하나의 영화 안에서 충돌한다. 나홍진 감독의 신작 '호프'는 실존하는 어촌 마을과 상상된 우주를 나란히 배치하며, 관객에게 '공간이 곧 서사'라는 메시지를 던진다. 실제 촬영지, 해남 남창마을 '호프'의 주 무대인 비무장지대 인근 가상의 포구 '호포항'은 실제로는 전남 해남군 북평면 남창리에서 촬영됐다. 제작진은 2023년 10월부터 약 3개월간 이 마을에 머물며 황정민을 비롯한 주연 배우들과 함께 촬영을 진행했고, 골목과 상점을 1970~80년대 모습으로 손질해 시대적 질감을 입혔다. 정육점·식당·전당포 간판이 나란히 붙은 옛 버스터미널 건물은 세월의 흔적이 그대로 카메라에 담겨 영화적 배경이 됐다. 해남군 북평면 남창마을이 낙점된 이유에 대해 제작진은 "지금까지 볼 수 없었던 완전히 새로운 SF를 표방하는 이번 영화와 가장 흡사한 분위기를 가지고 있어서"라고 밝혔다. 영화가 칸 국제영화제 경쟁 부문에 오르며 화제를 모으자 해남군은 남창리 일원을 영화와 연계한 1970~80년대 감성의 문화 거리로 조성하는 사업에 착수했고, 기존 버스터미널 공간은 영화 속 '파출소' 콘셉트로 개조될 예정이다. 숲속 장면 역시 마을과 마찬가지로 전남 해남군 북평면 남창리 일대에서 촬영됐으며, 특히 달마산 자락이 보이는 들판과 산기슭이 실제 배경으로 쓰였다. 영화의 약 70%가 해남에서 촬영됐다. 북평 남창거리와 화산면사무소 맞은편, 현산 월송, 송지 산정 등 4곳에 세트가 조성됐고, 여기에 고천암과 화산 어촌마을 등을 포함해 총 9개소에서 촬영이 이뤄졌다. 고속도로 추격 장면 역시 이들 지역을 연결하는 도로망 어딘가에서 촬영됐을 가능성이 크다. 지역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이곳이 '왕과 사는 남자' 강원도 영월처럼 영화 팬들의 방문 성지가 될 것이라는 기대도 나온다. 마을과 숲, 인간과 타자의 경계 나홍진 감독은 인터뷰에서 공간 배치가 철저히 계획된 상징 체계라고 밝혔다. 그는 "숲은 그들(외계인)의 공간, 읍내는 인간의 공간"이라며 "읍내에서 시작된 일은 결국 숲속에서 원인을 찾을 수밖에 없고, 이야기의 끝은 그 숲에서 다시 마을로 향하게 했다"고 설명했다. 중심인물인 파출소장 범석(황정민)이 마을을 중심으로 움직이는 동안, 성기(조인성)는 숲을 무대로 괴생명체와 맞선다는 이원적 구도가 영화 전체를 관통한다. 감독은 이 구조를 "핑퐁"이라 표현하며 "저들의 공간과 이들의 공간을 번갈아 보여주려고 했다. 진실을 향해 계속 미스터리를 해결해나가면서 인물들은 읍내에서 숲으로, 다시 숲에서 읍내로 향한다. 두 공간을 대비시켰다"고 밝혔다. 이는 문명과 자연, 질서와 미지의 대립을 지형학적으로 시각화한 연출 전략으로 읽힌다. 텅 빈 고속도로, 침묵의 미학 영화 속 고속도로 추격 장면은 할리우드식 스펙터클의 문법을 정면으로 거스른다. 일반적인 카체이싱은 도심속에서 다수의 차량이 충돌하며 화려한 볼거리를 만들지만, '호프'는 차 한 대 다니지 않는 텅 빈 도로 위에서 추격전을 펼친다. 나홍진 감독은 이 선택의 근거로 스티븐 스필버그의 '라이언 일병 구하기'를 언급하며 "텅 빈 공간에서 소수가 뛰어다니는 장면이 굉장히 인상적이지 않나. 우리 영화도 그런 느낌으로 실체를 찾아가게 하고 싶었다"고 밝혔다. 공간사회학적으로 보면 이는 '비어 있음'을 통해 인물의 고립감과 무력함을 극대화하는 전략이며, 채워진 공간이 아닌 결핍된 공간이 오히려 긴장을 증폭시킨다는 역설을 보여준다. 우주선 내부, 700억원이 빚어낸 미지의 공간 우주선 및 외계 존재의 CG 구현에는 영화 전체 제작비 약 700억원 중 상당 부분이 투입됐다. 이는 한국 영화 사상 최대 규모의 제작비로 알려져 있으며, 그중 CG 비중이 여느 작품보다 높다. 나홍진 감독은 외계인 CG 작업의 어려움을 토로하며 "죽을 만큼 힘들었다. 봉준호 감독님 마음이 이해된다"고 말했다. 이는 '옥자'와 '설국열차' 등에서 봉준호 감독이 겪었던 비주얼 이펙트의 고충에 공감을 표한 발언이다. 부산영화촬영스튜디오는 버추얼프로덕션 구현을 지원하며 3D 스캔 데이터를 제공, CG 제작의 기반을 마련했다. 다만 칸 영화제 공개 이후 미국 매체 인디와이어는 "끔찍한 각본과 조악한 특수효과"라며 VFX 완성도를 문제 삼는 혹평을 내놓았고, 이에 나홍진 감독은 "국내 개봉 전까지 계속 손볼 것"이라며 CG 수정 작업을 이어갔다. 절망의 지형 위에 세운 희망 나홍진 감독은 제목을 '호프(HOPE)'로 정한 이유를 "희망과 희망이 충돌하는 영화이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는 "절망을 제거함으로써 희망이 찾아오리라는 기대는 지속적으로 무너진다"며, "극중 인물도 외계 존재도 모두 절망 속에서 사투를 벌이지만 물러서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영화의 시작점은 "우리가 사는 세계가 불길함으로 채워져 있다"는 감독의 세계 인식이었으며, 전쟁과 폭력에 대한 불안이 우주적 상상력으로 확장된 결과가 곧 '호프'의 공간 설계라 할 수 있다. 결국 남창마을의 낡은 골목, 텅 빈 고속도로, CG로 빚어진 우주선 내부는 물리적으로 전혀 다른 세 개의 좌표이지만, 서사적으로는 인간과 타자, 질서와 미지, 절망과 희망이라는 하나의 이야기를 완성하기 위한 유기적 무대장치로 기능한다. 지역 소멸 위기의 어촌마을이 700억원 규모의 SF 블록버스터 배경으로 재탄생하고, 다시 관광 콘텐츠로 순환하는 과정 자체가 이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희망'의 또 다른 실사판이라 할 만하다.
[뉴스스페이스=이종화 기자] 덴마크 프리미엄 매트리스 브랜드 ‘템퍼(TEMPUR)’는 템퍼코리아 신임 대표이사로 박성희 대표를 선임했다고 밝혔다. 박성희 대표는 글로벌 소비재와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분야에서 풍부한 경험을 쌓아온 전문가로, 디아지오, 월트디즈니컴퍼니, 테일러메이드, 리복, 아디다스 등 유수의 기업을 거쳤다. 특히 아디다스 아시아 태평양 지역 스포츠 사업부를 담당하며 성과를 이끌었으며, 혼마골프 코리아 대표이사를 역임하는 등 다양한 리더십 경험을 보유하고 있다. 박성희 대표는 "템퍼의 철학은 좋은 제품을 넘어 최고의 수면 환경을 제안하고 삶의 질을 높이는 것"이라며 "앞으로 한국 소비자들이 템퍼를 통해 진정한 휴식의 가치를 경험할 수 있도록 브랜드 경쟁력을 더욱 강화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뉴스스페이스=김희선 기자] 동원그룹∙한국투자금융지주 창업자인 김재철 명예회장의 사재 출연으로 비롯된 ‘KAIST 김재철AI대학원’ 판교 연구동이 26일 착공했다. ‘KAIST 김재철AI대학원’ 판교 연구동은 KAIST(총장 이광형)가 총 예산 542억원을 투입해 성남시 분당구 판교동에 건립하는 AI 대학원이다. 대지 6,000㎡에 연면적 1만8,185㎡ 규모로 지어지는 ‘KAIST 김재철AI대학원’은 지하 1층·지상 8층으로 구성된 연구동에 AI 분야 융합연구실과 강의실 등을 갖추게 된다. 오는 2028년 2월에 준공될 예정이다. 이번 ‘KAIST 김재철AI대학원’에는 10MW(메가와트)급의 도심형 AI데이터센터가 설치된다. 이와 함께 피지컬 AI, 휴머노이드 등을 연구할 수 있는 로봇 실험실도 갖출 계획이다. 각 층에 마련된 개방형 공간에서는 기상예측, 신약개발 등 과학 AI와 헬스케어 AI, 제조 AI 등 ‘KAIST 김재철AI대학원’의 다양한 프로젝트를 연구한다. 시민 참여를 위한 체험공간도 마련된다. AI의 역사를 한 눈에 아우르는 AI 전시관과 갤러리, 시네마 공간을 기획해 신기술에 대한 진입장벽을 낮추고 공감대를 강화할 계획이다. 이번 대학원 건
[뉴스스페이스=이승원 기자] 오태석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 원장이 2026년 2월 2일 이재명 대통령에 의해 신임 우주항공청장으로 임명되며, 한국 우주산업의 행정·정책 전문가가 새 수장 자리에 앉았다. 30년 공직 경력의 정통 관료인 오 청장은 누리호 2·3차 발사 성공을 주도한 경험을 바탕으로 민간 중심 뉴스페이스 생태계 육성을 앞당길 전망이다. 경력과 업적 요약 오태석 청장은 1991년 행정고시 35회 합격 후 과학기술 분야에서 장관 비서관, 미래창조과학부 창조경제기획국장, 과기정통부 과학기술혁신조정관 및 제1차관을 두루 역임했다. 서울대 경제학과와 영국 서섹스대 기술경영 석사 출신으로, 2022년 과기정통부 1차관 재임 시 누리호 발사 관리위원장으로 2차·3차 발사를 성공적으로 이끌며 우주 개발 정책을 총괄했다. 지난해 4월부터 KISTEP 원장으로 국가 R&D 예산 효율화와 미래 기술 발굴에 주력, 민간 R&D 투자(국가 전체 R&D의 76.4%) 상위 5개사 편중 문제를 지적하며 산업 스케일업을 강조했다. 우주항공청 예산 확대 배경 우주항공청의 2026년 총 예산은 1조1201억원으로, 2025년 9649억원 대비
[뉴스스페이스=이종화 기자] 종합홍보대행사 ㈜피알런(대표 이회석)은 5일 김준현 전 JTBC 대외협력총괄 부사장을 브랜드커뮤니케이션 사장으로 영입했다고 밝혔다. 김준현 사장은 언론사 기자 및 경영임원과 대기업 홍보임원(한샘 기업문화실장-전무)의 풍부한 경력을 바탕으로 피알런의 고객사 PR전략수립, 리스크 매니지먼트 등 브랜드커뮤니케이션을 총괄할 예정이다. [김준현 브랜드커뮤니케이션 사장 약력] - 1967년 生 - 1993년 중앙일보 입사 - 2020년 한샘 기업문화실장(전무) - 2023년~2025년 12월 JTBC 대외협력총괄 부사장, JTBC미디어컴 대외협력총괄 - 2026년1월 ㈜피알런 브랜드커뮤니케이션 사장
[뉴스스페이스=이종화 기자] 도심 골목과 지방 소도시를 가리지 않고, 간판은 오늘도 묵묵히 장사를 돕는다. 그러나 조금만 눈을 좁혀보면, 그 간판들이야말로 한국 사회의 유머 감각과 언어 감수성, 그리고 생존 본능을 드러내는 ‘거리의 텍스트’라는 사실이 드러난다. 정직하게 웃긴 상호부터 아슬아슬한 언어유희, 저작권 의식을 비껴간 캐릭터 활용까지, 2020년대 한국 골목 상권의 초상을 생생하게 포착하고 있다. 고기집·닭발집·샤브샤브…말장난이 곧 마케팅 먼저 눈에 들어오는 건 식당 간판들이다. “내동 생고기”라는 고깃집은 동네 지명을 정직하게 차용했을 뿐인데, 자칫 “내 동생 고기”로 읽히는 중의성을 품고 있어, 지나가는 이들의 발길을 두 번 잡아끈다. 비슷한 결의 장난기는 “이런 씨 볼닭발”에서 극대화된다. 속으로만 중얼거리던 욕설의 리듬을 비켜가며, ‘씨’와 ‘볼’ 사이에 닭발을 끼워 넣어 합법적 언어유희로 승화시킨 셈이다. 샤브샤브 집 “쿵따리 샤브샤브”는 1990년대 인기 트로트 ‘쿵따리 샤바라’를 연상시키며, 세대 공감형 상호의 전형을 보여준다. 음악적 기억을 호출하는 이름 하나로, 가게는 단순 외식 공간을 넘어 ‘향수의 장소’가 된다. “계돼지”라는 닭
[뉴스스페이스=이종화 기자] 한 카페의 내부, 한쪽에서는 누군가 페인트칠을 하고 있고, 맞은편에서는 평범하게 커피와 담소를 나누는 손님들의 모습이 펼쳐진다. 언뜻 엉뚱해 보이지만, 이 풍경은 바쁜 일상 속 유쾌한 단면을 생생히 보여준다. 카페 한켠에서는 작업복을 입은 남성이 바닥에 페인트 도구를 늘어놓은 채 묵묵히 벽을 손질한다. 그의 주변은 정돈되지 않은 채, 의자와 탁자들도 이리저리 치워진 모습이다. 반대로 맞은편에서는 비즈니스 미팅으로 보이는 중년 남성 네 명이 모여 앉아, 진지하게 서류를 확인하며 차를 마시고 있다. 공간은 하나이지만, ‘일’과 ‘쉼’이 물리적으로 동시에 얽혀 있다. 우리는 흔히 작업장과 휴식 공간을 철저히 분리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이 카페는 두 영역의 경계를 의외로 부드럽게 허무는 모습이다. 한편에서는 리모델링을 위한 페인트칠이 진행되는 동안에도, 다른 한편에서는 평소처럼 삶의 대화와 만남이 이어진다. ‘불편’과 ‘평온’, ‘새로움’과 ‘익숙함’이 한 프레임에 담긴 셈이다. 이런 장면은 일상적 공간에서 예상치 못한 다층적 의미를 던진다. 누군가에겐 급박한 손길이 필요했던 페인트칠이, 다른 이에겐 일상과 비즈니스의 아늑한 쉼터로 기
[뉴스스페이스=이종화 기자] 서울 용산 골목의 한 조개구이집 창문에 “쪼 개? 아니… 조 개!”, “조개 제일”, “JUST DO EAT”이라는 손글씨 플래카드가 붙어 있다. 이 B급 감성 간판은 맞춤법과 디자인을 과감히 포기한 대신, 한글 말장난과 글로벌 슬로건 패러디로 행인을 붙잡는 ‘호객 문학’의 새로운 형식이다. “조개(貝)”와 “쪼개다”를 겹쳐 놓은 언어유희는, 힘든 시대에 지갑은 쪼개지 말고 조개나 굽자는 유머러스한 메시지로 읽힌다. JUST DO EAT, MZ 세대가 웃는 이유 “JUST DO EAT”은 글로벌 스포츠 브랜드 나이키의 유명 카피를 비틀어, 행동 촉구 대신 “먹는 행위”를 삶의 전략으로 끌어올린다. 한국 외식 소비에서 MZ세대가 차지하는 비중은 2023년 기준 전체 외식 지출의 약 36%로 추정되며, 이들 세대는 ‘웃긴 가게’, ‘인증샷 맛집’을 고르는 비율이 타 세대보다 1.5배 이상 높게 나타난다. 사진 속 가게처럼 간판 자체가 콘텐츠가 되면, 손님은 메뉴보다 먼저 카메라를 꺼내 들고 SNS에 올리며 자발적인 홍보 요원이 된다. 음식은 배를 채우고, 간판은 타임라인을 채우는 구조다. 숫자로 보는 ‘골목 B급 간판’의 힘 한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