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스페이스=이종화 기자] 8월 9일 ‘세계 원주민의 날(International Day of the World’s Indigenous Peoples)’을 맞아, 북극권 원주민의 삶과 문화, 그리고 생존의 역사에 깊이 맞닿아 있는 순록을 조명한다. 순록은 사미족·네네츠족 등 북극권 공동체에 식량과 의복, 이동수단을 제공해온 동물이자 자연과 인간, 현실과 영적 세계를 잇는 상징으로 자리해 왔다. 유엔이 매년 8월 9일을 세계 원주민의 날로 정한 것은 원주민의 권리와 문화, 전통 지식의 가치를 되새기기 위해서다. 최근 러시아 북서부 코라 반도와 무르만스크주 로보제로 인근에서 포착돼 화제가 된 이른바 ‘순록의 태풍(Reindeer Cyclone)’ 은 단순한 동물 영상이 아니다. 새끼와 암컷을 중심에 두고 무리가 거대한 원을 그리며 질주하는 이 장면에는 포식자와 외부 위협에 맞서는 생존 본능, 공동체를 지키는 집단의 질서, 그리고 오랜 세월 순록과 함께 살아온 북극 원주민들의 삶이 겹쳐 있다. 뉴스스페이스는 세계 원주민의 날을 계기로 순록이 던지는 생태·문화·공동체의 의미를 짚어본다. 영상 촬영 시점은 2021년 3월 말로, 사진작가 레프 페도세예프가 러시아 무르만스크주 로보제로 마을 외곽 한 농장의 사육 순록들을 드론으로 찍으면서 세상에 알려졌다. 수백 마리의 순록이 거의 완벽한 원을 이루며 시속 80km에 달하는 속도로 빙글빙글 회전하는 장면은 단순한 동물 행동을 넘어, 숫사슴의 방어 본능과 무리의 생존전략, 그리고 인간 사회의 부모·공동체 윤리까지 비추는 하나의 살아 있는 은유로 읽힌다. 북극의 소용돌이, 드론이 포착한 ‘순록의 태풍’ 영상 속에서 관찰된 핵심은 ‘태풍의 구조’ 그 자체다. 회전의 중심, 즉 태풍의 눈에는 생후 1년 미만의 새끼와 암컷이 자리하고, 바깥 고리는 성체 수컷들이 고속으로 달리며 원을 그리며 둘러싸고 있다. 당시 현장에선 곰이나 늑대가 아니라 탄저병 예방 접종을 위해 접근한 수의사의 존재가 위험 신호로 받아들여지면서, ‘인간’이 촉발한 방어 태풍이 만들어졌다는 점도 흥미롭다. 방어 전략으로서의 원형 무브먼트 순록의 태풍은 우발적 광란이 아니라 진화된 방어전략이다. 2000년대 초 야생 순록 무리에서도 20~25마리 규모의 원형 방어 진형이 관찰된 바 있으며, 특정 개체 보호보다는 무리 전체의 생존률을 높이는 방향으로 작동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학술적 논문으로 체계화된 ‘Reindeer Cyclone’ 연구는 아직 제한적이지만, 포식자에게 시각적 혼란을 주는 집단적 움직임은 얼룩말·들소·물고기 떼에서 보고된 ‘혼란 효과(confusion effect)’와 유사한 메커니즘으로 해석할 수 있다. 순록은 최고 시속 80km까지 달릴 수 있는 것으로 현장 관찰과 동물학 자료에서 반복적으로 인용되는데, 이는 북극권 포식자들에게 결코 만만치 않은 속도다. 포식자가 이 소용돌이 안으로 뛰어드는 순간, 고속으로 움직이는 수십·수백 개체와 충돌해 부상을 입을 위험이 커지므로, ‘위험 비용’을 높여 접근 자체를 억제하는 효과가 발생한다. 다시 말해, 순록의 태풍은 “특정 개체를 구체적으로 방어하는” 전술이면서 동시에 “포식자의 의사 결정을 망설이게 만드는” 심리전이기도 하다. 숫자로 보는 순록의 생태와 대이동 순록(Rangifer tarandus)는 유라시아와 북아메리카 북부에 걸쳐 분포하는 대표적 북극권 사슴으로, 자연 상태에서 평균 15년 정도를 산다. 어깨높이는 약 1.2~1.5m, 체중은 100~320kg까지 다양하며, 하루에 평균 5kg 정도의 식물을 섭취하는 초식동물이다. 북부산림순록은 국제적으로 멸종 위기종으로 분류되지만 전체 개체군은 지역별로 상당히 차이가 있으며, 일부 북극권에서는 여전히 대규모 무리가 유지되고 있다. 순록의 또 다른 숫자 놀이는 이동 거리에서 드러난다. 내셔널지오그래픽 키즈와 여러 동물생태 자료에 따르면, 일부 순록 개체군은 계절에 따라 연간 약 2,000km 이상을 왕복 이동하며, 이는 지구상에서 가장 긴 거리를 이동하는 포유류 중 하나로 꼽힌다. 봄철에는 최소 5만 마리에서 최대 50만 마리까지 거대한 무리를 이루기도 하고, 시베리아 북부 타이미르 반도에서는 약 100만 마리 규모의 야생 순록 무리가 관측된 사례도 보고된다. 이런 숫자들은, 태풍처럼 소용돌이치는 원형 방어가 단지 수십 마리 수준이 아니라 때로는 수십만·수백만 마리의 생존과 직결된 거대한 집단 전략임을 보여준다. 문화와 신화 속 순록, 뿔 달린 신에서 산타까지 순록은 단지 북극 생태계의 주민이 아니라, 오랜 시간 인간 문화와 신화에서 ‘뿔 달린 존재’, ‘길 인도자’로 등장해 왔다. 켈트와 북유럽 전통에서 뿔 달린 신(Horned God)은 풍요, 야생, 계절의 순환을 상징하는데, 사슴과 순록의 뿔은 자연과 인간 세계를 잇는 상징으로 해석되곤 한다. 현대 대중문화에서 순록은 산타클로스의 썰매를 끄는 조력자로 등장해, 크리스마스 시즌마다 어린이들의 상상력 속에서 ‘하늘을 나는 동물’로 재탄생한다. 북극권 원주민들에게 순록은 그 이상의 존재다. 일부 지역에서 순록은 주요 식량·의복·교통 수단을 제공하는 ‘토털 자원’이며, 샤머니즘 전통에서는 순록이 인간과 영적 세계를 오가는 매개자로 등장하기도 한다. 순록의 태풍은 이런 문화적 맥락 속에서, 단지 동물의 집단 행동이 아니라 공동체를 감싸는 수호신의 원형처럼 읽힐 여지를 제공한다. ‘부성애의 원형’인가, 생존 본능의 구조인가 순록의 태풍을 ‘부성애의 상징’으로 소개하며 독자의 감성에 호소해 왔다. 실제로 바깥 고리를 형성하는 존재가 성체 수컷이라는 현장 보고가 반복되는 만큼, 숫사슴이 암컷과 새끼를 둘러싸고 방패를 형성한다는 묘사는 완전히 근거 없는 과장은 아니다. 다만, 일부 칼럼과 해설은 성별·나이를 불문하고 위협에 대한 생존 본능이 우선한다는 관찰도 함께 전하고 있어, 태풍의 구조를 단순한 성 역할 도식으로 환원하는 해석에는 주의가 필요하다. 여기서 중요한 질문은 ‘이 행동을 어떻게 해석할 것인가’이다. 진화생물학의 관점에서는 개체별 이타적 헌신이라기보다, 친족선택과 집단선택의 결과로 나타난 집단 행동 패턴으로 보는 해석이 설득력을 얻는다. 그러나 인간 문화에서 순록의 태풍이 ‘아버지의 방패’, ‘부모의 희생’으로 재해석되는 과정은, 자연 현상을 통해 우리 스스로의 윤리·가족·공동체 관념을 투영하는 전형적인 상징화 과정으로 읽을 수 있다. 알고 보니 인간이 만든 위협, 순록이 보여준 경계심 재미있는 역설은, 언론에 널리 보도된 대표적인 순록의 태풍 사례에서 실제 위협은 자연의 포식자가 아니라 인간이었다는 점이다. 탄저병 예방 접종을 위해 다가온 수의사의 존재를 순록들은 ‘천적’과 동일한 수준의 위협으로 받아들였고, 수백 마리의 집단이 한순간에 원형 방어 모드로 전환됐다. 인간이 ‘보호’를 목적으로 개입한 상황이 오히려 순록에게는 생존을 건 ‘위협’으로 체감된 셈이다. 이 장면은 야생 동물과 인간 사이의 관계를 다시 묻는다. 기후변화와 산업 개발, 감염병 관리라는 거시적 맥락 속에서 인간이 자연에 개입할수록, 야생 동물 입장에서는 ‘위험 신호’가 늘어날 수밖에 없다. 순록의 태풍은 우리에게 묻는다. “누가 누구를 보호하고 있는가, 그리고 우리는 정말 보호하려는 대상을 이해하고 있는가.” 부모와 아이, 세대의 순환이라는 은유 순록의 태풍을 인간 사회에 빗대어 읽는다면, 중심의 새끼와 암컷, 외곽을 도는 숫사슴의 구조는 세대를 잇는 보호의 원형처럼 보인다. 어린 시절 자신을 보호하던 어른들의 모습을 본 새끼 순록은, 성장 후 다른 새끼들을 지키기 위해 다시 원형 방어에 참여하는 ‘학습된 태풍’을 실천한다. 이는 사회학에서 말하는 ‘역할 모형(role model) 학습’과 크게 다르지 않다. 인간 사회에서도 부모는 완벽한 존재가 아니다. 두렵고 힘든 순간에도 자녀 앞에서는 태풍의 외곽처럼 흔들림 없는 방패를 자처해야 한다는 기대가 존재한다. 아이들은 그런 어른의 뒷모습을 보며, 다음 세대를 위해 자신도 외곽을 맡겠다는 결심을 키운다. 순록의 태풍은 이런 세대 간 윤리의 전승을 시각적으로 드러내는 강렬한 메타포다. 사랑과 자기희생, 톨스토이가 본 인간과 순록의 교차점 “사랑이란 자기희생이다. 이것은 우연에 의존하지 않는 유일한 행복이다”라는 톨스토이의 말은, 순록의 태풍을 바라보는 우리의 시선을 인간의 윤리 차원으로 끌어올린다. 순록의 행동을 엄밀한 과학 언어로는 ‘집단 방어전략’이라 부르겠지만, 인간은 거기서 ‘자기희생’이라는 윤리적 서사를 읽어낸다. 태풍의 외곽을 달리는 숫사슴은, 한 걸음만 잘못 디뎌도 포식자의 공격을 정면으로 맞을 위험을 감수한다. 그럼에도 무리를 향한 공격을 흡수하는 그들의 움직임은, 공동체를 위해 자신을 던지는 ‘사랑의 기술’로 해석될 수 있다. 하지만 순록에게 이러한 행동이 ‘의식적인 도덕적 선택’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진화적 적응과 본능의 결과를 인간의 가치 언어로 번역할 때, 우리는 언제나 일정 정도의 ‘의인화’를 수행한다. 그럼에도 톨스토이의 말처럼, 자기희생이 우연에 기대지 않는 사랑의 한 형태라면, 순록의 태풍은 인간이 지향해야 할 공동체 윤리를 상기시키는 직관적 이미지로서 충분한 힘을 지닌다.
[뉴스스페이스=이종화 기자] 8월 8일은 ‘섬의 날’이다. 2018년부터 법정기념일로 제정된 ‘섬의 날’은 바다의 날(5월 31일)과 달리, 섬 고유의 자원과 주민의 삶에 집중한다는 점에서 세계적인 흐름과 차별성을 가진다. 섬의 날을 국가행사로 지정한 나라는 대한민국이 유일하다. 한국 섬의 지리적 극값은 단순한 위치 정보를 넘어 국가적 서사를 담고 있다. 한반도를 펼쳐 놓고 동·서·남·북 사방의 가장 바깥 경계를 짚어보면, 그 끝자락에는 예외 없이 섬이 있다. 육지로 닿지 못하는 곳, 파도가 마지막 경계를 긋는 곳. 그 섬들은 단순한 지리적 좌표가 아니다. 분단의 비극, 주권의 선언, 고독의 미학, 외교의 전선이 모두 그 섬들 위에 겹쳐져 있다. [내궁내정] 섬의 날(8월 8일) 의미·흥미·재미…세계 4위·3348개·무인도 86%·전남 2000개 이상·섬 컨트롤타워 한국섬진흥원·88개섬 어디? 최동단 독도(獨島)…한반도에서 아침이 가장 먼저 오는 섬 독도의 총면적은 18만7,554㎡(18.7554ha)로, 동도(7만3,297㎡, 높이 98.6m)와 서도(8만8,740㎡, 높이 168.5m) 그리고 주변 암초 89개로 구성된다. 울릉도에서 동남쪽 87.4㎞ 지점(한반도 본토(경북 울진 죽변)에서는 동쪽 216.8㎞)의 이 바위섬은, 수면 위 면적만 놓고 보면 초라하다. 하지만 수중까지 포함하면 높이 2,068m, 직경 24㎞, 면적 412㎢의 거대한 해저산이다. 제주도의 한라산(해발 1,947m)보다 물속 독도가 오히려 더 높다는 사실은 우리가 보이는 것만을 '섬'이라 불렀다는 편견을 깨뜨린다. 독도의 행정주소는 '경상북도 울릉군 울릉읍 독도리 1-96번지'다. 대한민국 경찰(독도경비대)이 상주하고, 어민과 등대 관리원이 거주한다. 일본이 시마네현 오키군 소속이라고 주장하는 오키섬에서 독도까지의 거리는 157.5㎞로, 울릉도(87.4㎞)보다 훨씬 멀다. 독도는 한반도의 최동단이자, 매일 아침 가장 먼저 빛을 받는 땅이다. 그 빛 속에 역사와 주권이 함께 담겨 있다. 남한의 최서단 백령도…최서남단은 가거도 '중국이 더 가까운 섬' 남한 실효지배 기준 최서단은 백령도(인천 옹진군)이고, 가거도는 정확히 말하면 최서남단이다. 혼동이 생기는 이유는 경도(동서)를 따지지 않고 감각적으로 '가장 서쪽에 있는 섬'으로 착각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백령도는 동경 124°36′36″, 가거도는 동경 125°07′ 남한 최서남단이다. 또 비단섬(북한 평안북도) 동경 124°11′15″, 격렬비열도(서격렬비도, 충남) 동경 125°34′이다. 경도는 숫자가 작을수록 더 서쪽임을 의미하므로 백령도는 남한 공식 최서단, 비단섬은 한반도 전체 최서단이다. 백령도(124°36′)가 가거도(125°07′)보다 약 31분(분/minute) 더 서쪽에 위치한다. 직선거리로 약 46㎞ 차이다. 격렬비열도(서격렬비도)는 충남 최서단 섬이다. 남한 최서단·최북단 섬 2관왕의 백령도는 즉 남한에서 최서단이면서 동시에 최북단 유인도라는 이중의 지리적 극점을 보유한 섬이다. 백령도는 평양에서 146㎞, 북한 장산곶에서는 14㎞도 채 되지 않는다. 맑은 날이면 백령도에서 북한 땅이 육안으로 선명히 보인다. 면적은 약 51㎢ (남한 섬 면적 15위), 해안선은 52.4㎞에 달한다. 3100가구, 인구 4,817명(2026년 기준), 인천항에서 서북쪽 191.4㎞ 떨어져 있다. 조선시대 이대기(李大期, 1551~1628)는 이 섬으로 귀양 와 백령도를 '늙은 신의 손 끝에서 나온 마지막 작품'이라 극찬했. 백령도 두무진의 기암절벽은 '서해의 해금강'이라 불린다. 그 아름다움과 달리, 이 섬은 1998년 천안함 피격, 연평도 포격 등 서해 긴장의 역사를 가장 가까이에서 목도한 최전선이기도 하다. 섬 면적의 상당 부분이 군사시설 보안구역이어서 내비게이션 서비스도 제약된다. 고구려 때 '곡도(鵠島)'였던 백령도는 고려 태조 때 '백령'이라는 이름을 얻었다. 1898년 중화동 교회가 세워졌는데, 이는 한국의 두 번째 장로교회다. 6·25전쟁 때 북한군에 3개월간 점령됐다가 수복됐고, 정전 후 인천 옹진군에 편입되어 오늘에 이른다. 백령도 인근에는 천연기념물 점박이 물범 약 400마리가 서식한다. 또 세계에서 세 곳뿐인 천연 비행장 모래해변(사곶해안)이 있다. 주요 4극 외에 주목해야 할 '준(準)극단' 섬이 하나 더 있다. 가거도는 '가히 살 만한 섬'이라는 이름처럼 사람이 산다. 그러나 한국보다 중국이 더 가까운 이 섬은 지정학적으로 동아시아 해상 경계선의 민감한 지점이기도 하다. 즉 목포에서 가거도까지보다 가거도에서 중국 해안까지가 더 가깝다. 대륙 국가 중국과 반도국 한국의 해상 경계에 서 있는 섬이라는 지정학적 의미는, 가거도가 단순한 행정 구역을 넘어 동아시아 해양 문명 교류의 전초지였음을 시사한다. 전라남도 신안군 흑산면(북위 34°02′49″)에 위치한 가거도는 남한 실효지배 기준 최서남단, 그리고 NLL 이남 기준 최서단이기도 하다. 면적 9.09㎢, 해안선 22㎞에 달한다. 한반도 최남단 마라도(馬羅島)…대한민국의 마지막 땅 제주특별자치도 서귀포시 대정읍 마라리 (북위 33°06′43″ 동경 126°16′07″)에 위치한 마라도는 북위 33도. 중국 상하이(북위 31도)보다 위도가 높고, 스페인 마드리드(북위 40도)보다는 훨씬 낮다. 아열대 기후가 시작되는 이 섬에서 남쪽으로 149㎞를 더 내려가면 수중암초 이어도(파랑도)가 있다. 이어도는 2003년 대한민국이 해양과학기지를 완공한 곳이지만, 법적으로는 섬이 아닌 수중암초이므로 영토가 아니다. 따라서 마라도가 대한민국 최남단 영토의 마지막이다. 면적 0.3㎢(30만㎡), 해안선 4.2㎞, 최고점 해발 39m다. 모슬포항에서 남쪽 11㎞ 떨어져 있다. 1884년 이전까지 마라도는 무인도였다. 제주도 법화사의 중이 뱀을 잡아 버려 쓸모없는 땅으로 여겨졌다는 전설이 전해진다. 1884년 제주 대정읍 사람들이 처음 입주하면서 오늘에 이른다. 짜장면의 섬, 최남단의 섬으로 관광객에게 알려졌지만, 행정적으로는 제주도 서귀포시 소속의 가장 외진 마을이다. 인구 70~80명이 전부인 이 섬에 연간 수십만명의 관광객이 찾는다. '끝'이 주는 낭만과 호기심이 그만큼 강하다. 그 아래 마라도 본섬 바로 남쪽에 이름 없는 작은 바위섬 하나가 더 있다. 나무위키의 기록에 따르면 "마라도 지도를 자세히 보면 본섬 아래에 작은 섬이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기술적으로는 이 무명의 바위섬이 최남단이지만, 사람이 살 수 없고 정식 지명도 없다. 한반도 전체 최서단 비단섬(緋緞島·Bidan Island) 비단섬은 평안북도 신도군 비단섬로동자구 (북위 39°48′18″ 동경 124°11′15″)에 위치한 한반도 전체에서 가장 서쪽에 있는 땅이다. 백령도(동경 124도 36분)보다 약 25분 더 서쪽에 있다. 압록강 어귀에 위치한 비단섬은 원래 신도·마안도·양도·말도 등 여러 개의 작은 섬들을 1958년 대규모 간척사업으로 제방으로 연결해 만든 인공섬이다. 한반도 극서를 이루는 마안도(馬鞍島, 동경 124°11′, 면적 0.3㎢, 해안선 2.3㎞)도 비단섬의 일부다. 비단섬 전체 면적 64.368㎢ (북한 최대 섬), 동서 길이 5.76㎞, 남북 길이 13.76㎞, 둘레 49.07㎞, 최고점 89m이다. 비단섬의 이름은 북한이 갈(葛) 재배로 직물 원료를 생산하는 섬이라는 의미에서 붙였다. 마안도 남쪽 간석지에는 '비단섬 코끼리바위'가 있는데, 이는 북한 천연기념물 제63호로 지정된 지형이다. 압록강 너머로 중국 단둥(丹東)이 마주 보이는 이 섬은 북중 국경의 최서단 해상 관문이기도 하다. 한반도 전체 최북단 하중도(河中島) 한반도의 가장 북쪽 끝 두만강 하중도는 함경북도 온성군 남양면 풍서동 유원진 (북위 43°00′39″)에 위치해 있다. 이 지점은 두만강이 중국과 북한의 국경을 이루며 흐르는 곳이다. 두만강 상에 형성된 하중도(강 가운데 모래섬)가 지리적 최북단을 이룬다. 중국 투먼(圖們)시에서 훈춘으로 가는 길에 두만강 건너로 풍서리를 바라볼 수 있다. 북위 43도는 어느 정도의 위치인가. 중국에서 이보다 위도가 높은 대도시는 창춘(長春)과 하얼빈(哈爾濱)뿐이다.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와 거의 같은 위도다. 한반도 최북단과 최남단(마라도, 북위 33도 06분)의 위도 차는 약 10도로, 직선거리로 약 1100㎞에 달한다. 한반도는 북위 33도에서 43도까지 뻗은, 생각보다 훨씬 큰 땅이다. 남한 최북단 육지(고성군)와의 위도 차 약 4.5도 (약 500㎞)이다. 서울에서 하중도까지의 직선거리는 약 650㎞로 이는 중국 상하이, 일본 오사카보다 더 멀다. 사방 극단 섬들의 공통 분모…국가가 선을 긋는 곳 한반도 사방의 극단 섬들에는 공통된 서사가 흐른다. 첫째, 모두 분쟁·긴장의 현장이다. 독도는 한일 간 영유권 분쟁의 최전선이며, 백령도는 서해 NLL의 핵심 거점이고, 비단섬은 북중 국경의 해상 기점이다. 극단에 있는 섬은 그 자체가 국가 주권의 물리적 경계선이다. 둘째, 모두 유배와 고독의 역사를 품었다. 백령도에는 조선시대 귀양지 기록이 남아 있고, 독도는 오랫동안 무인의 절해고도였다. 극단의 섬은 권력이 위험인물을 격리하는 공간이기도 했다. 그러나 그 고독 속에서 인간은 세계를 더 선명하게 본다. 셋째, 모두 이름이 있다. 마라도·독도·백령도·비단섬·가거도. 이름이 있다는 것은 그곳에 사람의 역사가 깃들었다는 뜻이다. 이름 없는 최남단 바위섬만이 유일하게 이름이 없다. 이름 없는 땅이 국토의 실제 끝이라는 사실은, 국가가 스스로를 얼마나 정밀하게 인식하는지 물어보게 만든다. 넷째, 모두 자연이 아름답다. 마라도의 절벽, 독도의 해조류 군락, 백령도 두무진의 기암, 비단섬의 갈대밭과 코끼리바위. 극단의 자리에서 자연은 언제나 가장 원초적인 얼굴을 드러낸다. 국토의 끝, 경계에 서야 전체가 보인다 지도 위의 숫자는 냉정하다. 북위 33도 06분의 마라도에서 북위 43도 00분의 온성군 하중도까지, 동경 124도 11분의 비단섬에서 동경 131도 52분의 독도까지. 한반도는 그 좌표들이 이루는 거대한 직사각형 안에 존재한다. 그러나 그 안에는 단순한 수치 이상의 것들이 있다. 분단이 있고, 전쟁이 있고, 생존이 있고, 귀양이 있고, 해녀가 있고, 어부가 있고, 점박이 물범이 있고, 이름 없는 바위 하나가 있다. 한반도의 '끝'을 안다는 것은 결국 한반도 전체를 이해하는 것이다. 극단의 섬들이 서 있는 그 좌표들은 한반도가 얼마나 넓고, 얼마나 복잡하고, 얼마나 오랫동안 이 바다와 함께 살아왔는지를 조용히 증언한다. 그래서 끝에 서야 비로소 전체가 보인다.
[뉴스스페이스=이종화 기자] 깜깜한 어둠 속에서 수천 마리 자연의 불빛이 한번에 반짝이는 순간, 관람객들의 탄성과 감탄이 쏟아진다. 7월 24일 문을 연 삼성물산 에버랜드 '한여름밤의 반딧불이 축제'에는 열흘간 2만명 이상의 방문객이 몰리며 올여름 최고의 핫플레이스로 떠올랐다. 도심 속 일상에서는 좀처럼 만나기 힘든 청정 환경 지표 곤충, 반딧불이를 지척에서 관찰할 수 있다는 점이 입소문을 타면서 'N차 관람' 재방문객까지 잇따르는 추세다. SNS와 커뮤니티에는 "눈앞에서 별빛 은하수가 쏟아지는 것처럼 아름다웠다", "아이에게 쉽게 보여주기 힘든 자연의 모습을 선물한 것 같다"는 후기가 올라오고 있으며, 에버랜드 고객의 소리(VOC)에는 "도시 생활에서는 볼 수 없었던 반딧불이의 빛을 보니 감격해 눈물이 찔끔 났다"는 사연까지 접수됐을 정도. 어린이에게는 생명 성장의 신비를, 어른에게는 여름밤의 낭만을 선사하는 콘텐츠로 진화하고 있다 여름밤의 낭만을 상징하는 반딧불이(개똥벌레)는 그저 아름다운 불빛을 내는 곤충에 머물지 않는다. 반딧불이의 깜빡임 이면에는 진화의 신비, 치열한 생존 투쟁, 그리고 기후위기가 보내는 엄중한 경고가 숨어 있다. 전 세계적으로 약 2,200여 종이 서식하는 반딧불이는 남극을 제외한 모든 대륙에서 발견되며, 인류의 역사와 과학 기술, 나아가 생태관광에까지 지대한 영향을 미쳐왔다. 우리가 미처 몰랐던 반딧불이의 특별하고 경이로운 세계를 들여다본다. 1. 생체발광의 마법과 100% 효율의 '차가운 빛' 반딧불이가 내는 빛은 자연계에서 가장 경이로운 현상 중 하나인 생체발광(Bioluminescence)이다. 이 빛은 체내의 루시페린(Luciferin)이라는 발광 물질이 루시페라제(Luciferase)라는 효소의 촉매 작용을 통해 산소 및 ATP(아데노신삼인산)와 반응하면서 생성된다.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빛의 가장 놀라운 점은 에너지 효율이다. 인류가 발명한 백열전구의 에너지 효율이 약 10%에 불과하고 나머지 90%가 열로 손실되는 반면, 반딧불이의 발광은 에너지의 거의 100%를 열없이 온전히 빛으로 전환하는 '차가운 빛(Cold light)'이다. 이러한 고효율 발광 메커니즘은 현대 과학자들에게 큰 영감을 주었다. 2. OLED 발광효율 61% 끌어올린 반딧불이 나노구조 반딧불이의 발광기관 표면에는 비늘 모양의 각피(cuticle)가 비스듬히 겹쳐 있는 계층적 나노구조가 존재하는데, KAIST 정기훈 교수 연구팀은 이 구조가 발광층에서 생성된 빛을 효율적으로 외부로 추출하는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규명해 국제학술지 '나노 레터스(Nano Letters)'에 발표했다. 반딧불이 발광 기관의 나노 구조를 생체모방(Biomimicry)해 OLED(유기발광다이오드)에 적용한 결과 기존 OLED보다 발광효율이 61% 향상되는 원천 기술을 개발했다. 또 종마다 빛의 색상과 파장도 다르다. 일반적으로 노란색이나 황록색(파장 550~570nm) 빛을 내지만, 미국 애팔래치아산맥 일대에 서식하는 '블루 고스트(Blue Ghost)' 반딧불이 암컷은 독특하게도 깜빡이지 않고 지속적으로 청록색 빛을 발산하며 숲의 바닥을 떠돈다. 3. 모스부호 같은 구애 신호…'페름파탈'의 배신과 독성 방어기제 반딧불이가 내는 점멸 패턴은 종마다 고유한 '모스부호'와 같아서, 수컷이 특정 리듬으로 신호를 보내면 암컷이 정해진 시간 간격으로 응답하며 짝짓기 상대를 확인한다. 이처럼 반딧불이의 빛은 흔히 짝을 찾기 위한 낭만적인 사랑의 신호로 알려져 있지만, 때로는 잔혹한 살육의 도구가 되기도 한다. 북미에 서식하는 포투리스(Photuris)속 암컷은 이 신호체계를 악용한다. 다른 속인 포티누스(Photinus) 수컷의 구애 점멸을 정교하게 모방해 유인한 뒤 잡아먹는 '공격적 모방(aggressive mimicry)' 행동이 학계에 '반딧불이 페름파탈(firefly femmes fatales)'이라는 이름으로 보고돼 있다. 연구에 따르면 포투리스 암컷은 짝짓기를 마친 뒤에야 이런 공격적 모방 행동으로 전환하며, 열 마리 넘는 수컷에게 응답하지 않고도 대부분 한 마리를 포획하는 데 성공할 만큼 효율이 높다는 관찰 결과가 나왔다. 이 포식 행동의 목적은 단순한 포식이 아니라 포티누스 수컷의 혈액에 있는 루시부파긴(lucibufagin)이라는 방어용 스테로이드 화합물을 흡수해 자신을 새와 같은 포식자로부터 지키기 위한 화학적 전략이라는 점이 PNAS 논문에서 규명됐다. 루시부파긴은 두꺼비 독과 유사한 성분으로, 새나 거미, 심지어 도마뱀조차 단 한 마리의 반딧불이를 먹고 즉사할 수 있을 만큼 치명적이다. 포투리스 암컷은 이 독소를 자신의 몸과 알에 축적하여 천적으로부터 스스로와 자손을 완벽하게 보호하는 방어기제로 활용한다. 4. 1억 년 전 공룡과 함께 빛났던 기원 최근 미얀마에서 발견된 백악기 중기(약 1억 년 전) 호박 화석은 반딧불이의 조상이 공룡 시대부터 이미 완전한 형태의 발광 기관을 갖추고 밤하늘을 수놓았음을 증명했다. 흥미로운 점은 진화 생물학자들의 연구에 따르면, 반딧불이의 발광은 처음부터 짝짓기를 위한 것이 아니었다는 것이다. 초기에는 포식자에게 자신이 맛이 없고 독이 있음을 경고하는 '경계색(Aposematism)'의 목적으로 진화했으며, 훗날 이것이 짝짓기 신호로 전용된 것으로 추정된다. 5. 애벌레는 육식성 포식자, 성충 수명은 단 2주 반딧불이의 생애는 인내와 찰나의 연속이다. 반딧불이는 알-애벌레-번데기-성충의 완전변태를 거치는데 이 전체 생활사에 약 1년이 걸린다. 알에서 깨어난 애벌레는 종류에 따라 육지의 달팽이나 지렁이, 혹은 물속의 다슬기 등 연체동물을 잡아먹는 육식성 포식자로 1년에서 길게는 3년까지 오랜 시간을 보낸다. 하지만 힘든 인고의 시간을 거쳐 성충이 되면 입 부분이 퇴화해 유충 시절 축적한 영양분에만 의지하기 때문에 수명이 극히 짧다. 애반딧불이 성충의 경우 수명이 약 2주에 불과하다는 관찰 보고가 있다. 이 짧은 기간 동안 성충은 물과 이슬만 먹으며 오직 짝을 찾고 번식하는 데 모든 에너지를 쏟아붓고 생을 마감한다. 수컷은 교미 시 암컷에게 정자와 함께 고단백질 패키지인 '결혼 선물(Nuptial gift)'을 전달하여 암컷의 수명 연장과 알 생산을 돕는다. 6. 기후위기와 빛 공해가 부른 '곤충 아포칼립스'…전 세계 2200여종, 일부는 멸종위기 한때 흔했던 반딧불이는 이제 전 세계적으로 멸종 위기에 처해 있다. 세계자연보전연맹(IUCN) 반딧불이 전문가그룹에 따르면 전 세계에 보고된 반딧불이는 2200종 이상이며, 이 중 동남아시아에만 400종 이상이 서식한다. IUCN 적색목록에는 최근 동남아시아의 '백작부인의 반딧불이', '동기식 굽은 날개 반딧불이' 등 4종이 처음 취약(VU) 등급으로 등재됐다. 조사된 반딧불이 종의 약 20%가 멸종 위협을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다른 집계에 따르면 IUCN 적색목록에 오른 반딧불이 종의 11%가 심각한 멸종위기, 2%가 준위협종으로 분류됐고, 절반 이상은 아직 데이터가 부족한 것으로 표기됐다. 반딧불이는 맑은 물과 깨끗한 토양에서만 살 수 있는 대표적인 '환경 지표종'이다. 터프츠대 새라 루이스 교수팀의 조사에 따르면, 개체수 감소의 가장 큰 원인은 서식지 파괴와 살충제 남용(네오니코티노이드 계열 농약), 그리고 '빛 공해(Light pollution)'다. 가로등과 자동차 불빛, 화려한 네온사인은 반딧불이의 미세한 짝짓기 발광 신호를 교란시켜 번식을 원천적으로 차단한다. 7. 빛 공해에 무너지는 '사랑의 신호', 유사종 글로우웜도 75% 감소 미국 환경전문매체 몽가베이(Mongabay)는 반딧불이가 서식지 파괴, 살충제, 과도한 빛 공해, 열악한 수질, 침입종, 과다 채집, 기후위기 등 복합적 요인으로 생존 위협을 받고 있다고 보도했다. 특히 인공조명은 암수가 서로의 점멸 신호를 인식하지 못하게 방해해 짝짓기 성공률을 떨어뜨리는 치명적 요소로 지목된다. 반딧불이와 유사한 무날개 발광곤충 '글로우웜(glow-worm)'의 경우 2001년 이후 개체수가 75% 감소했다는 연구 결과도 나왔으며, 이는 습지 파괴와 불필요한 살충제 사용이 원인으로 분석됐다. 전 세계 곤충 감소율은 평균적으로 연간 1~2%, 10년 단위로는 10~20%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는 점에서 반딧불이의 위기는 곤충 전반의 생태 위기와 궤를 같이한다. 더욱 심각한 위협은 기후변화다. 전 지구적 온난화로 인한 폭염과 잦은 '가뭄(Flash droughts)', 폭우 등 이상 기후는 습도에 민감한 반딧불이 유충의 생존율을 급격히 떨어뜨린다. 실제로 한국의 무주 지역 관찰 결과, 고온 현상으로 인해 반딧불이 유충이 성충으로 우화하는 시기가 과거에 비해 일주일 이상 지연되는 등 생태 주기에 심각한 교란이 발생하고 있다. 지난 30년간 전 세계 곤충 생물량이 75% 이상 감소했다는 '곤충 아포칼립스(파멸, 대재앙)'의 징후를 반딧불이의 소멸이 가장 명확하게 보여주고 있는 셈이다. 8. 분자생물학의 혁명과 연 100만명의 생태관광 반딧불이는 사라져가고 있지만, 그들이 남긴 과학적 유산은 인류의 의학과 생명공학을 혁신했다. 1985년 반딧불이의 루시페라제 유전자가 최초로 복제된 이후, 이 발광 효소는 유전자 발현을 추적하는 '리포터 유전자(Reporter gene)'로 널리 쓰이고 있다. 암세포에 루시페라제를 주입해 종양의 증식과 전이를 시각적으로 관찰하거나, 새로운 신약의 효능을 테스트하는 등 현대 분자생물학과 질병 진단에 있어 반딧불이는 없어서는 안 될 핵심 도구가 되었다. 과거에는 이 효소를 얻기 위해 연간 수천만 마리의 반딧불이가 포획되어 희생되기도 했으나, 인공 합성 기술의 발달로 무분별한 채집은 중단되었다. 한편, 반딧불이는 막대한 경제적 가치를 창출하는 생태관광의 핵심 자원이기도 하다. 동남아시아의 맹그로브 숲, 대만의 산악 지대, 미국의 그레이트 스모키 산맥 등 전 세계 12개국 이상에서 연간 100만명 이상의 관광객이 반딧불이 군무를 보기 위해 몰려든다. 한국 역시 전북 무주군의 '무주 일원 반딧불이와 그 먹이 서식지'가 천연기념물 제322호로 지정되어 엄격히 보호받고 있으며, 매년 열리는 무주반딧불축제에는 40만명 이상이 방문해 약 150억원에 달하는 경제적 파급 효과를 거두고 있다. 9. 동양문화권 영혼의 불빛…형설지공과 반딧불이의 묘 동양 문화권에서 반딧불이는 끈기와 영혼을 상징한다. 중국 진나라 시대 차윤이 가난 속에서도 반딧불이를 주머니에 모아 그 빛으로 밤새 책을 읽어 출세했다는 '형설지공(螢雪之功)'의 고사는 오늘날까지도 학업에 정진하는 자세를 일컫는 사자성어로 쓰인다. 일본에서는 반딧불이(호타루)를 덧없는 생명과 전쟁에서 희생된 이들의 영혼으로 여기는 전통이 있다. 스튜디오 지브리의 애니메이션 명작 '반딧불이의 묘(Grave of the Fireflies)'는 제2차 세계대전의 참상 속에서 스러져간 어린 남매의 비극적 운명을 반딧불이의 짧고 처연한 불빛에 빗대어 묘사하며 전 세계인에게 깊은 울림을 주었다. 10. 한국 서식종은 8종에서 4종으로 줄어…광주 대촌천의 10년 관찰기록, 시민과학의 힘 한때 국내에는 8종의 반딧불이가 보고됐지만, 최근 연구에서는 애반딧불이·운문산반딧불이·파파리반딧불이·늦반딧불이 4종만 실제 서식이 확인된 것으로 알려졌다. 애반딧불이는 6월 초순부터 7월 하순까지 논·습지·소규모 농수로 등 유속이 느린 담수 지역에서 출현하며, 늦반딧불이는 계곡 주변 산기슭이나 논밭둑처럼 음습한 곳을 주 서식지로 삼는다. 흥미로운 점은 운문산반딧불이의 경우 암컷의 속날개가 퇴화돼 비행이 불가능하고 수컷만 날 수 있다는 점, 그리고 발광 마디 수가 암컷은 1개, 수컷은 2개로 다르다는 성별 구분 특징이다. 광주 남구 대촌천에서는 '대촌천반딧불이보존회'가 2016년부터 매년 7월부터 10월까지 주 1회, 일몰 후 7시부터 9시까지 총 13.97km 수계 전역에서 늦반딧불이 모니터링을 이어오고 있다. 이 10년간의 시민 관찰 활동은 2023년 광주광역시 남구청의 '반딧불이 서식지 보호조례' 제정을 견인한 사례로 기록됐다. 반딧불이의 깜빡임은 단순한 곤충의 날갯짓이 아니다. 한 여름밤의 정취로 끝낼 것이 아니라 화학적 발광 메커니즘부터 진화생물학적 기만 전략, 첨단 광학 소재 공학, 그리고 전 지구적 생물다양성 위기까지 관통하는 살아있는 연구 대상이다. 게다가 수억 년을 이어온 생명의 경이로움이자, 자연이 우리에게 보내는 절실한 구조 요청이다. 우리가 반딧불이의 춤을 영원히 잃지 않으려면, 어둠을 온전히 어둠으로 남겨두는 지혜와 기후위기에 맞서는 즉각적인 행동이 필요하다. 작은 개똥벌레가 뿜어내는 그 찬란하고 서늘한 불빛이 언제까지나 우리의 여름밤을 밝혀주기를 기대해 본다.
[뉴스스페이스=이종화 기자] <편집자주> 유튜브, 인스타 등에서 활동하는 인플루언서들이 '협찬을 받지 않았다', '광고가 아니다'라는 사실을 보이기 위해 "내 돈 주고 내가 샀다"라는 뜻의 '내돈내산'이라는 말이 생겼다. 비슷한 말로 "내가 궁금해서 결국 내가 정리했다"는 의미의 '내궁내정'이라고 이 기획코너를 명명한다. 우리 일상속에서 자주 접하는 소소한 얘기거리, 궁금증, 호기심, 용어 등에 대해 정리해보는 코너를 기획했다. 조선 연산군이 만든 '채홍사(採紅使)' 제도는 절대 권력이 개인의 욕망을 국가 시스템으로 전환시킨 대표적 사례다. 이후 500여 년이 지난 오늘날 북한의 '기쁨조'와 비교되며 여전히 논쟁의 중심에 서 있다. 당연히 채홍사는 영화와 드라마 제작자들에게도 매력적인 소재였다. 왕의 광기와 신하의 권력욕, 그리고 강제로 끌려간 여성들의 비극이 응축된 이 역사적 사건은 대표적으로 2015년 영화 '간신'과 2025년 tvN 드라마 '폭군의 셰프'를 통해 대중 앞에 재현됐다. 영화 '간신'…채홍사를 정면으로 조명한 첫 작품 민규동 감독이 연출하고 주지훈, 김강우, 천호진이 출연한 영화 '간신'은 채홍사라는 소재를 정면으로 다룬 최초의 상업영화로 평가된다. 영화는 연산군 11년(1505년)을 배경으로, 왕의 환심을 사기 위해 조선 팔도에서 미녀 1만명을 강제로 징집한 채홍사 임숭재(주지훈 분)와 그의 아버지 임사홍(천호진 분)의 권모술수를 중심으로 전개된다. 실제로 당시 장악원 제조였던 임숭재가 경상도·충청도 채홍준사로, 임사홍이 그 배후 실세로 활동했다는 사실이 조선왕조실록에 기록돼 있어, 영화는 상당 부분 역사적 사실에 기반했다. 장악원은 조선시대 예조(禮曹) 소속의 정3품 관청으로, 왕실의 제례와 연례 등 국가 공식 행사에서 음악과 춤을 공급하는 역할을 맡았다. 제조라는 직책은 '장악원'의 최고 책임자로, 왕실의 각종 의례에 필요한 음악과 무용 전반을 총괄 관장한 고위 겸직 관료다. 영화 속에서 채홍사가 징발한 여인들은 '운평(運平)'으로 불렸으며, 이 중 왕에게 직접 간택돼 최고 등급에 오른 여성들이 '흥청'으로 구분됐다는 실제 조선의 등급 체계가 그대로 재현됐다. 흥미로운 지점은 임숭재가 사대부가의 여식부터 부녀자, 천민까지 신분을 가리지 않고 미녀를 색출했다는 설정인데, 이는 채홍사가 계급을 초월해 왕권 앞에 모든 여성을 동등한 '자원'으로 취급했던 폭력성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민규동 감독은 이 사건을 "조선시대 미녀 홀로코스트"로 규정하며, "채홍이 단순한 향락이 아니라 국가 시스템 차원의 인권 유린이었음"을 강조했다. 당시 채록된 실록 원문 "임숭재와 임사홍을 전국 각지에 보내고 채홍사라 칭하여 아름다운 계집을 간택해 오게 하라"(연산군일기 연산 11년 6월 16일)는 영화의 핵심 대사로도 활용됐으며, 이는 영화가 픽션이 아닌 정사에 기반한 작품임을 뒷받침한다. 배우 주지훈은 이 배역을 두고 "왕 전문 배우에서 간신이 됐다"고 소감을 밝혔는데, 그가 그간 드라마 '궁'과 영화 '나는 왕이로소이다'에서 왕을 연기했던 이력과 대비돼 화제를 모았다. 드라마 '폭군의 셰프'…타임슬립 사극 속 채홍 서사 2025년 방영된 tvN 드라마 '폭군의 셰프'는 현대의 셰프가 조선시대로 타임슬립하는 허구적 설정이지만, 극 초반 채홍 모티프를 적극 차용해 시청자들의 역사적 관심을 재점화시켰다. 드라마는 1~2회에서 여성들이 강제로 궁으로 끌려가는 장면을 통해 '채홍사'라는 인물을 등장시켰다. 이는 순수 창작물임에도 실제 연산군 시대의 향락 제도를 배경으로 삼았다는 점에서 주목받았다. 특히 연산군 10년(1504년) 갑자사화 이후 왕이 사치와 향락에 빠져들면서 채홍사 제도가 본격화됐다는 시대적 배경을 상세히 설명했다. '간신'은 채홍사 임숭재라는 실존 간신을 통해 권력의 사유화와 몰락을 정통 사극의 문법으로 무겁게 다뤘고, '폭군의 셰프'는 채홍이라는 소재를 판타지적 설정 속에 녹여내 오히려 대중이 역사적 사실을 자발적으로 검색하고 재발견하도록 유도하는 새로운 방식의 역사 콘텐츠 소비를 만들어냈다. 채홍사의 탄생과 유래 채홍사는 1504년 갑자사화 이후 연산군이 미녀를 뽑기 위해 전국에 파견한 임시 관원으로, 정식 명칭은 '채홍준사(採紅駿使)'였다. 여기서 '홍(紅)'은 아름다운 여성을, '준(駿)'은 좋은 말을 의미하는데, 이는 연산군이 여색과 명마 모두를 탐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 표현이다. 1505년 6월 이계동을 전라도, 임숭재를 경상도·충청도 채홍준사로 임명한 것이 최초 기록이며, 이후 채청여사·채홍준체찰사·채홍준종사관·채홍준순찰사 등 세부 직책으로 전국에 확산됐다. 특히 흥미로운 대목은 성과 보상 체계다. 미녀를 많이 바친 채홍사에게는 작위와 토지, 노비까지 하사했다는 기록이 있어, 오늘날 기업의 성과급 인센티브 시스템과 유사한 구조로 해석될 수 있다. 이 때문에 지방 곳곳에서 채홍사들의 횡포가 극심했고, 양가의 미혼 처녀들조차 강제 징발을 피하지 못했다. 숫자로 본 채홍사의 규모와 폐지 계기 역사 기록에 따르면 당시 채홍사에 의해 징발된 처녀의 수는 거의 1만명에 이르렀다고 전해진다. 뽑혀온 여성들은 나이와 용모에 따라 등급이 나뉘었고, 최상위 등급인 '흥청(興淸)'은 왕이 직접 간택했다는 점에서 일종의 국가 주도 '캐스팅 시스템'이었다는 평가도 나온다. 오늘날 흔히 쓰이는 '흥청망청'이라는 표현이 바로 이 흥청에서 유래했다는 사실은 대중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언어사적 이면이다. 가장 채홍사 활동이 왕성했던, 즉 가장 '밝혔던' 왕은 두말할 것 없이 연산군이다. 이 제도는 조선왕조실록에서 연산군 이전이나 이후 어느 왕대에도 등장하지 않는 이례적이고 비정상적인 관직이었으며, 폭정과 황음이 극에 달했던 1504~1506년에 한정 운영됐다. 역사학자들도 이제도를 권력 사유화의 상징으로 규정하고, 채홍사로 망한 연산이라 표현했다. 중종반정으로 연산군이 폐위되면서 채홍사 역시 역사속으로 사라졌다. 다른 나라의 유사 제도…후궁 선발 시스템의 세계사 채홍사와 유사한 국가 주도 여성 징발·선발 제도는 동아시아 곳곳에서 확인된다. 중국 명나라는 후궁 선발을 위해 '해선(海選)'부터 '흠정(欽定)'까지 8단계에 걸친 정교한 심사 절차를 운영했으며, 전국에서 5000명의 후보를 모아 최종 3명으로 줄이는 방식이었다. 청나라는 3년마다 '선수녀(選秀女)' 제도를 시행했는데, 대상은 만주족 팔기 출신 소녀로 한정했으며 자태, 목소리, 피부, 체취까지 세밀하게 심사했다는 점에서 채홍사보다 훨씬 체계적이고 관료화된 시스템이었다. 당 현종 시기 후궁 규모는 무려 4만명에 달했다는 기록도 남아 있어, 규모 면에서는 조선의 채홍사를 압도한다. 이러한 사례들을 종합하면 채홍사는 동아시아 전통 왕조에서 반복적으로 나타난 '국가 권력의 여성 징발' 현상의 한 갈래이며, 다만 조선의 경우 제도화 기간이 극히 짧고 즉흥적·폭력적 성격이 두드러졌다는 점에서 차별화된다. '현대판 채홍사' 북한 김정은 시대 기쁨조 북한의 '기쁨조'는 1970년대 김정일의 지시로 만들어진 조직으로, 오늘날까지 이어지고 있다는 탈북자들의 증언이 이어지고 있다. 기쁨조는 세부적으로 만족조(성적 만족을 담당), 행복조(안마 등 신체 서비스), 가무조(춤·노래 담당)로 나뉜다는 것이 탈북 방송인 김정원씨와 전 조선중앙TV 기자 장해성씨의 증언으로 알려져 있다. 다만 위키백과는 "기쁨조라는 실체와 용어가 북한 내부에서 실제로 존재하는지 공식적으로 증명된 바 없으며, 일부 언론인과 탈북자의 주장에 근거한다"고 명시해 신뢰도에 대한 유보적 입장도 병존한다.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따르면, 북한 노동당 중앙당 5과가 각 도별로 신체조건과 외모를 기준으로 여성을 선발하는 실무를 담당하며, 선발된 여성들은 애초 기대와 달리 강제노동과 성 착취를 당한다는 인신매매적 성격이 지적된다. 탈북자 한모씨의 증언에 따르면 "키는 최소 160cm 이상에 피부와 치아는 하얗고, 계란형 얼굴에 옅은 쌍꺼풀까지 있어야 합격할 만큼 기준이 높은데, 출신 성분까지 좋아야 선발이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왜 권력은 몸을 욕망하는가 채홍사와 기쁨조는 시대와 체제를 초월해 '절대 권력이 타자의 신체를 자원화하는 방식'을 상징한다. 연산군의 채홍사가 개인의 광기와 폭정이 낳은 일시적 일탈이었다면, 북한의 기쁨조는 국가기구가 반세기 넘게 체계적으로 운영해온 제도라는 점에서 권력의 '제도화된 사유화'가 얼마나 지속가능한 형태로 진화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결국 흥청망청이라는 일상어 속에 새겨진 채홍사의 기억은, 권력이 통제받지 않을 때 국가 시스템 전체가 개인의 욕망을 위한 도구로 전락할 수 있다는 역사적 경고를 오늘날까지 전하고 있다.
[뉴스스페이스=이종화 기자] 덴마크 프리미엄 매트리스 브랜드 ‘템퍼(TEMPUR)’는 템퍼코리아 신임 대표이사로 박성희 대표를 선임했다고 밝혔다. 박성희 대표는 글로벌 소비재와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분야에서 풍부한 경험을 쌓아온 전문가로, 디아지오, 월트디즈니컴퍼니, 테일러메이드, 리복, 아디다스 등 유수의 기업을 거쳤다. 특히 아디다스 아시아 태평양 지역 스포츠 사업부를 담당하며 성과를 이끌었으며, 혼마골프 코리아 대표이사를 역임하는 등 다양한 리더십 경험을 보유하고 있다. 박성희 대표는 "템퍼의 철학은 좋은 제품을 넘어 최고의 수면 환경을 제안하고 삶의 질을 높이는 것"이라며 "앞으로 한국 소비자들이 템퍼를 통해 진정한 휴식의 가치를 경험할 수 있도록 브랜드 경쟁력을 더욱 강화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뉴스스페이스=김희선 기자] 동원그룹∙한국투자금융지주 창업자인 김재철 명예회장의 사재 출연으로 비롯된 ‘KAIST 김재철AI대학원’ 판교 연구동이 26일 착공했다. ‘KAIST 김재철AI대학원’ 판교 연구동은 KAIST(총장 이광형)가 총 예산 542억원을 투입해 성남시 분당구 판교동에 건립하는 AI 대학원이다. 대지 6,000㎡에 연면적 1만8,185㎡ 규모로 지어지는 ‘KAIST 김재철AI대학원’은 지하 1층·지상 8층으로 구성된 연구동에 AI 분야 융합연구실과 강의실 등을 갖추게 된다. 오는 2028년 2월에 준공될 예정이다. 이번 ‘KAIST 김재철AI대학원’에는 10MW(메가와트)급의 도심형 AI데이터센터가 설치된다. 이와 함께 피지컬 AI, 휴머노이드 등을 연구할 수 있는 로봇 실험실도 갖출 계획이다. 각 층에 마련된 개방형 공간에서는 기상예측, 신약개발 등 과학 AI와 헬스케어 AI, 제조 AI 등 ‘KAIST 김재철AI대학원’의 다양한 프로젝트를 연구한다. 시민 참여를 위한 체험공간도 마련된다. AI의 역사를 한 눈에 아우르는 AI 전시관과 갤러리, 시네마 공간을 기획해 신기술에 대한 진입장벽을 낮추고 공감대를 강화할 계획이다. 이번 대학원 건
[뉴스스페이스=이승원 기자] 오태석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 원장이 2026년 2월 2일 이재명 대통령에 의해 신임 우주항공청장으로 임명되며, 한국 우주산업의 행정·정책 전문가가 새 수장 자리에 앉았다. 30년 공직 경력의 정통 관료인 오 청장은 누리호 2·3차 발사 성공을 주도한 경험을 바탕으로 민간 중심 뉴스페이스 생태계 육성을 앞당길 전망이다. 경력과 업적 요약 오태석 청장은 1991년 행정고시 35회 합격 후 과학기술 분야에서 장관 비서관, 미래창조과학부 창조경제기획국장, 과기정통부 과학기술혁신조정관 및 제1차관을 두루 역임했다. 서울대 경제학과와 영국 서섹스대 기술경영 석사 출신으로, 2022년 과기정통부 1차관 재임 시 누리호 발사 관리위원장으로 2차·3차 발사를 성공적으로 이끌며 우주 개발 정책을 총괄했다. 지난해 4월부터 KISTEP 원장으로 국가 R&D 예산 효율화와 미래 기술 발굴에 주력, 민간 R&D 투자(국가 전체 R&D의 76.4%) 상위 5개사 편중 문제를 지적하며 산업 스케일업을 강조했다. 우주항공청 예산 확대 배경 우주항공청의 2026년 총 예산은 1조1201억원으로, 2025년 9649억원 대비
[뉴스스페이스=이종화 기자] 종합홍보대행사 ㈜피알런(대표 이회석)은 5일 김준현 전 JTBC 대외협력총괄 부사장을 브랜드커뮤니케이션 사장으로 영입했다고 밝혔다. 김준현 사장은 언론사 기자 및 경영임원과 대기업 홍보임원(한샘 기업문화실장-전무)의 풍부한 경력을 바탕으로 피알런의 고객사 PR전략수립, 리스크 매니지먼트 등 브랜드커뮤니케이션을 총괄할 예정이다. [김준현 브랜드커뮤니케이션 사장 약력] - 1967년 生 - 1993년 중앙일보 입사 - 2020년 한샘 기업문화실장(전무) - 2023년~2025년 12월 JTBC 대외협력총괄 부사장, JTBC미디어컴 대외협력총괄 - 2026년1월 ㈜피알런 브랜드커뮤니케이션 사장
[뉴스스페이스=이종화 기자] 도심 골목과 지방 소도시를 가리지 않고, 간판은 오늘도 묵묵히 장사를 돕는다. 그러나 조금만 눈을 좁혀보면, 그 간판들이야말로 한국 사회의 유머 감각과 언어 감수성, 그리고 생존 본능을 드러내는 ‘거리의 텍스트’라는 사실이 드러난다. 정직하게 웃긴 상호부터 아슬아슬한 언어유희, 저작권 의식을 비껴간 캐릭터 활용까지, 2020년대 한국 골목 상권의 초상을 생생하게 포착하고 있다. 고기집·닭발집·샤브샤브…말장난이 곧 마케팅 먼저 눈에 들어오는 건 식당 간판들이다. “내동 생고기”라는 고깃집은 동네 지명을 정직하게 차용했을 뿐인데, 자칫 “내 동생 고기”로 읽히는 중의성을 품고 있어, 지나가는 이들의 발길을 두 번 잡아끈다. 비슷한 결의 장난기는 “이런 씨 볼닭발”에서 극대화된다. 속으로만 중얼거리던 욕설의 리듬을 비켜가며, ‘씨’와 ‘볼’ 사이에 닭발을 끼워 넣어 합법적 언어유희로 승화시킨 셈이다. 샤브샤브 집 “쿵따리 샤브샤브”는 1990년대 인기 트로트 ‘쿵따리 샤바라’를 연상시키며, 세대 공감형 상호의 전형을 보여준다. 음악적 기억을 호출하는 이름 하나로, 가게는 단순 외식 공간을 넘어 ‘향수의 장소’가 된다. “계돼지”라는 닭
[뉴스스페이스=이종화 기자] 한 카페의 내부, 한쪽에서는 누군가 페인트칠을 하고 있고, 맞은편에서는 평범하게 커피와 담소를 나누는 손님들의 모습이 펼쳐진다. 언뜻 엉뚱해 보이지만, 이 풍경은 바쁜 일상 속 유쾌한 단면을 생생히 보여준다. 카페 한켠에서는 작업복을 입은 남성이 바닥에 페인트 도구를 늘어놓은 채 묵묵히 벽을 손질한다. 그의 주변은 정돈되지 않은 채, 의자와 탁자들도 이리저리 치워진 모습이다. 반대로 맞은편에서는 비즈니스 미팅으로 보이는 중년 남성 네 명이 모여 앉아, 진지하게 서류를 확인하며 차를 마시고 있다. 공간은 하나이지만, ‘일’과 ‘쉼’이 물리적으로 동시에 얽혀 있다. 우리는 흔히 작업장과 휴식 공간을 철저히 분리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이 카페는 두 영역의 경계를 의외로 부드럽게 허무는 모습이다. 한편에서는 리모델링을 위한 페인트칠이 진행되는 동안에도, 다른 한편에서는 평소처럼 삶의 대화와 만남이 이어진다. ‘불편’과 ‘평온’, ‘새로움’과 ‘익숙함’이 한 프레임에 담긴 셈이다. 이런 장면은 일상적 공간에서 예상치 못한 다층적 의미를 던진다. 누군가에겐 급박한 손길이 필요했던 페인트칠이, 다른 이에겐 일상과 비즈니스의 아늑한 쉼터로 기
[뉴스스페이스=이종화 기자] 서울 용산 골목의 한 조개구이집 창문에 “쪼 개? 아니… 조 개!”, “조개 제일”, “JUST DO EAT”이라는 손글씨 플래카드가 붙어 있다. 이 B급 감성 간판은 맞춤법과 디자인을 과감히 포기한 대신, 한글 말장난과 글로벌 슬로건 패러디로 행인을 붙잡는 ‘호객 문학’의 새로운 형식이다. “조개(貝)”와 “쪼개다”를 겹쳐 놓은 언어유희는, 힘든 시대에 지갑은 쪼개지 말고 조개나 굽자는 유머러스한 메시지로 읽힌다. JUST DO EAT, MZ 세대가 웃는 이유 “JUST DO EAT”은 글로벌 스포츠 브랜드 나이키의 유명 카피를 비틀어, 행동 촉구 대신 “먹는 행위”를 삶의 전략으로 끌어올린다. 한국 외식 소비에서 MZ세대가 차지하는 비중은 2023년 기준 전체 외식 지출의 약 36%로 추정되며, 이들 세대는 ‘웃긴 가게’, ‘인증샷 맛집’을 고르는 비율이 타 세대보다 1.5배 이상 높게 나타난다. 사진 속 가게처럼 간판 자체가 콘텐츠가 되면, 손님은 메뉴보다 먼저 카메라를 꺼내 들고 SNS에 올리며 자발적인 홍보 요원이 된다. 음식은 배를 채우고, 간판은 타임라인을 채우는 구조다. 숫자로 보는 ‘골목 B급 간판’의 힘 한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