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스페이스=김희선 기자] 최근 HY(전 한국야쿠르트) 천안공장에서 신입 여성 직원이 직속 상사와 남성 동료로부터 반복적 성추행 및 성희롱을 당해 고소를 제기하는 일이 발생했다.
대전MBC의 15일 보도에 따르면, 피해자는 건강 이상으로 상사에게 도움을 요청했다가 ‘마사지’ 빙자로 온몸을 주무름당했으며, 회식 후에는 술에 취한 상태에서 차량에서 강제추행까지 겪었다고 진술했다. 또 다른 남성 직원 역시 근무 공간과 복도에서 피해자를 추행한 사실이 드러나 충격을 더했다.
피해자는 생계 문제와 고용불안으로 9개월 간 신고를 망설였고, 어렵게 내부 고발에 나섰으나 회사 측으로부터 “외부에 발설 말라”는 ‘비밀유지 각서’ 서명을 강요받는 2차 가해를 경험했다.
HY 측은 “공장 질서와 2차 피해 방지”를 위해 조치였다고 해명했지만, 실제론 오히려 피해자에 침묵을 강요하고, 가해자는 징계 없이 자진 퇴사하거나 타 공장 전보로 사실상 책임을 면하게 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전문가 “비밀유지 각서 요구는 명백한 2차 가해”
여성노동법률지원센터 등 전문가들은 "비밀유지 각서 자체가 피해자에게 침묵을 강요하며, 이를 기업이 요구하는 것은 2차 가해"라고 단언한다. 특히 “문제 해결이나 고발 여부는 피해자 권한”임에도 기업 이미지 보호에 급급한 조직문화가 피해자를 보호 장치 없이 고립시킨다는 비판이 높다.
성폭력 피해자 87건 가운데 무려 34.9%가 회사나 동료로부터 2차 피해를 입었으며, 주요 2차 가해 유형은 ‘사건 미조치 또는 은폐’(34.2%), ‘불이익 조치’(26.6%), ‘비난·모욕·따돌림’ 등이었다.
고용노동부에 접수된 직장 내 성희롱 신고는 2024년 1875건으로 최근 5년 새 최다지만, 실제 검찰 송치 등 현실 제재로 이어진 비율은 4.76%에 불과하다. 신고 중 30%는 취하, 36%는 ‘법 위반 없음’ 등으로 종결된다.
국내 직장 내 성범죄 상당수가 상사, 임원 등 권력관계 하에서 발생(61.8%)한다는 연구결과도 있으며, 선진국 대비 피해자 보호·기업 책임 규정 현실화 요구가 높아지고 있다. 일부 사업체와 공공기관에선 78% 이상이 재발방지대책을 수립한 바 있지만, 실효성은 여전히 부족한 실정이다.
이런 상황의 피해자 10명 중 7명이 경력 단절을 경험하며, 50인 미만 기업에서는 더욱 피해가 방치되기 쉽다.
여성인권 전문가는 "HY 천안공장의 사건은 일부 후진적인 기업문화를 가진 기업의 일탈 뿐만 아니라 한국 직장문화와 대응 시스템 전반의 문제를 드러낸 상징적 사건"이라며 "피해자 침묵 강요와 사실상 은폐, 기업 책임의 실효성 부재는 수치로도 여실히 증명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기업·정부·사회 모두가 실질적 피해자 보호와 가해자 처벌, 피해 공개의 자유 보장이란 근본적 개선에 나설 때라는 점이 다시 한번 확인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