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11.07 (금)

  • 구름조금동두천 10.7℃
  • 구름많음강릉 13.4℃
  • 박무서울 13.2℃
  • 박무대전 11.8℃
  • 박무대구 12.0℃
  • 박무울산 15.2℃
  • 박무광주 14.8℃
  • 흐림부산 18.7℃
  • 맑음고창 12.7℃
  • 맑음제주 21.4℃
  • 맑음강화 12.9℃
  • 구름많음보은 9.4℃
  • 구름많음금산 7.7℃
  • 맑음강진군 15.7℃
  • 구름많음경주시 12.3℃
  • 구름많음거제 16.2℃
기상청 제공

Opinion

[지구칼럼] '상주 곶감' 관찰·성찰·통찰…삼백·경상감영·전국6위·햇곶감·점유율60%·호랑이

 

[뉴스스페이스=김시민 기자] '봄볕은 며느리를 쬐이고 가을볕은 딸을 쬐인다' '배 썩은 것은 딸을 주고 밤 썩은 것은 며느리 준다' '딸에게는 팥죽 주고 며느리에게는 콩죽 준다' '죽 먹은 설거지는 딸 시키고 비빔 그릇 설거지는 며느리 시킨다' 

 

이 속담들은 며느리도 자식이라지만 직접 낳은 피붙이인 제 딸과 같을 수는 없다. 아무래도 며느리보다 딸을 더 위하게 되는 인지상정을 표현한 것이다. 게다가 봄가을 날씨를 통해 그만큼 가을볕이 좋다는 의미도 담고있다.

 

하지만 곶감에서는 '겨울 곶감 보배, 가을 곶감 찬밥'이라는 말이 어울릴 듯하다. 그 이유를 알아보자. 

 

설날과 추석에는 보통 한우, 과일, 곶감 등 먹거리 선물이 세대와 시대를 불문하고 환영 받는 명절 선물의 스테디 셀러다.

 

명절 단골선물 곶감하면 생각나는 지역이 상주다. 전국 곶감 최대 생산지인 상주 곶감은 인지도가 가장 높아, 상주곶감의 전국 점유율이 60%에 이른다. 영동 곶감이나 동상 곶감 등의 라이벌도 있는데, 이런 곳을 비롯해 일부에서는 상주에서 감을 떼가서 만드는 경우가 많다.

 

상주는 삼백(三白)의 고장이다. 흰 쌀, 누에고치 그리고 곶감이 유명하기 때문이다. 예전의 명성 그대로 상주 쌀은 전국 최고급으로 인정받고 있다. 낮과 밤의 기온차가 심하고 토지 또한 편마암 지대로 형성된 사질양토에서 생산되어 옛부터 수라상에 올랐을 정도로 고품질을 자랑한다.

 

경북 내륙지역의 음식은 크게 내세울 게 없다. 척박한 산악지형이 대부분이어서 음식 재료가 많지 않다. 곡창지대도 적고 해산물이 나오는 바다와도 거리가 멀다. 자연히 산해진미가 다양한 다른 지역보다 음식문화가 발달하지 못했다.

 

 

그러나 상주는 사정이 조금 다르다. 낙동강 상류지만, 드넓은 평야를 보유하고 있다. 지형적으로 보면 동쪽 지역은 분지이며, 북서부는 산악지역이어서 겨울의 차가운 북서풍을 막아준다. 낙동강에 합류하는 지역에 비옥한 함창평야와 상주평야가 발달했다. 게다가 맑은 날이 연평균 156일에 달해 쌀은 물론 배, 사과, 포도, 복숭아등의 과일 작물 재배에 좋은 조건을 갖추고 있다.

 

곶감 역시 익으면서 하얗게 변하기 때문에 삼백에 포함됐다. 상주에서 나오는 특산물들은 대체로 이름과 실상이 들어맞는다는 뜻을 가진 '명실상부'(名實相符)라는 한자어에서 이름을 따온 것이 많다.

 

상주시는 1254.64㎢ 면적에 9만2778명의 인구를 가진 1읍 17면 6동으로 구성됐다. 상주시는 전국 시군구 중 6위, 경상북도에서도 안동시, 경주시 다음으로 3위일 정도로 면적이 넓다. 경상도란 이름도 당시 가장 큰 고장인 경주와 상주에서 따왔을 정도로 영남의 대표 중심지였다. 

 

조선시대에는 임진왜란 때까지 오늘날의 도청에 해당되는 경상감영이 있었던 경상도의 중심지였다. 1789년 전국 도시 호구조사에 따르면 상주의 인구수는 1만8296명으로 전국 도시들 중 네번째로 많았다. 1593년(선조 26) 임진왜란 중에 경상도의 감영이 대구로 옮겨갔다. 

 

 

택리지(이중환 저)에서는 "상주의 다른 이름은 낙양이며, 조령 밑에 있는 하나의 큰 도회지로서 산이 웅장하고 들이 넓다. 북쪽으로 조령과 가까워 충청도·경기도와 통하고, 동쪽으로는 낙동강과 임해서 김해·동래와 통한다. 운반하는 말과 짐 실은 배가 남쪽과 북쪽에서 물길과 육로로 모여드는데, 이것은 무역하기에 편리하기 때문이다. 이 지방에는 부유한 자가 많고 또 이름난 선비와 높은 벼슬을 지낸 사람도 많다. 우복 정경세와 창석 이준 모두 이 고을 사람이다"라는 내용이 나온다.

 

감은 상주에서 가장 보기 쉬운 과목(果木) 중 하나다. 감은 상주시민이라면 누구나 친숙한 과일로서 상주 어디에서든 볼 수 있다. 시내만 벗어나면 그냥 길에 굴러다닌다. 가로수를 아예 감나무로 심어 놨을 정도.

 

곶감은 생감을 가공해 만드는 말린 과일(乾果), 즉 수분이 많아 잘 썩는 감을 오랫동안 두고두고 먹기 위해 만들어진 보존식품이다. 건시(乾柿)라고도 한다. 곶감의 흰 가루는 과당, 포도당, 만니톨 등 당류로 이루어져 있다. 모르는 사람은 겉이 허옇게 변한 걸 보고 곰팡이가 피었다고 하는데 감의 당분이 빠져나와 굳은 것이다. 

 

곶감을 많이 먹으면 변비 걸릴 수 있다거나 변비 잘 걸리는 사람에게 좋지 않다는 속설이 퍼져 있는데 곶감 속의 탄닌은 활성이 없어 변비를 일으키지 않는다. 곶감보다는 홍시가 배변활동에 그리 좋지 않다.

곶감의 유래는 꼬챙이에 꽂아서 말린 감이라는 어원이 유력하다. '꽂-' 어간의 한국어 어형은 '곶-'이며 옛말에선 용언의 어간이 관형사형 어미 없이 곧바로 체언을 꾸밈으로써 합성어를 이루는 경우가 빈번했다. 한국은 곶감에 대한 문헌상 구체적인 기록은 조선 시대인 17세기 기록이 있으며 고려 시대에는 감을 먹었다는 기록만 있다.

 

 

감은 가을에 수확해 말리는 과정을 거쳐 설날 즈음에 상품으로 나온다. 이른바 '진짜 좋고 신선한 곶감'인 햇곶감이 설명절 전후에 나오는 셈. 이때부터 냉동시켜 잘 보관해 추석때도 판매하는 것이다. 그래서 아는 사람들은 설날엔 곶감이 귀품이지만, 가을에는 다소 선물로 피하는 경우도 있다.


덜 익은 생감의 껍질을 얇게 벗겨낸 뒤 대꼬챙이나 싸리꼬챙이 같은 것에 꿰어 햇볕이 잘 들고 통풍이 잘 되는 곳에 매달아 건조시킨다. 수분이 1/3 정도로 건조되었을 때 속의 씨를 빼내고 손질해 다시 건조시킨다.


여기서 완전히 건조시키지 않고 수분을 충분히 남겨두면 반건시가 된다. 수분이 많아 맛이 더 차지고 부드러워서 씹기도 편하며 표면에 포도당 결정 - '하얀 가루'가 맺히지 않아 빛깔도 곱고 모양도 보기 좋아 건시보다 상품가치가 높다. 명절에 선물용으로 기획된 상품을 보면 대부분 반건시로 구성돼 있다.

 

그러나 본래 곶감을 만드는 이유가 오랜 보관을 위한 것이므로 반건시는 수분이 많은 만큼 변질되기 쉬워 유통기한이 짧다. 물론 현대에는 냉장고 등 저장기술의 발달로 웬만한 보존식품들은 사실상 기호식품이 되었고 보존능력보다는 그 특유의 맛에 의의가 있는 경우가 많으므로 큰 문제는 아니다.

 

 

한국에서는 전래동화 '곶감과 호랑이' 이미지 때문에 호랑이의 천적으로 인식된다. 90년대 SBS 호기심 천국에서 '호랑이는 정말 곶감을 무서워할까?'라는 주제로 호랑이들에게 곶감을 주는 실험을 했다. 먼저 그냥 곶감을 집게로 집어 우리에 넣었을 때 호랑이들이 냄새를 맡다가 곧바로 관심을 접었다.

 

두 번째는 사육사 손을 통해 먹이려고 했지만 질색하면서 곶감에서 고개를 돌렸다. 세 번째는 호랑이 먹이인 생닭 뱃속에 곶감을 넣어서 먹였을 때 닭을 잘 먹던 호랑이가 곶감을 씹자마자 잘 먹던 닭도 토해냈다. 

 

아무래도 고양이과 동물들은 단 맛을 못 느끼는 만큼 단 맛이 나는 과일 자체를 선호하지 않는다. 게다가 곶감은 동물들 입장에선 신선하다고 느낄 수 없는 음식이니 토해낼 만큼 기피하는 듯 하다. 반면 단 맛을 좋아하는 개과 동물들은 무척 좋아한다.

배너
배너
배너

관련기사

93건의 관련기사 더보기


[마음 회복 연구실] 상처는 흉터가 아닌, 성장의 나이테

◆ 설악산의 기억, 그때 나는 나를 이겼다 지금도 '산'하면 15년 전 회사 팀워크숍으로 갔던 설악산이 생각난다. 그때 우리 팀은 무려 1년을 준비했다. 각자 주말마다 작은 산을 오르며 체력을 다졌고 함께 회사 계단을 오르내렸다. 드디어 결전의 날이 다가오고, 새벽에 한계령에서 본격적인 도전이 시작됐다. 초반엔 웃으며 사진을 찍었지만, 얼마 가지 않아 숨이 턱 밑까지 차올랐다. 허벅지는 천근만근, 머릿속에는 조직장에 대한 원망과 함께 '왜 사서 고생하지?'라는 생각만 맴돌았다. 정상까지 가야 한다는 목표보다 지금의 고통을 그만 멈추고 싶은 마음이 더 컸다. 지금도 선명하게 남은 것들이 있다. 설레는 마음으로 새로 장만했던 등산복이 땀에 흠뻑 젖은 느낌, 얼굴에 엉긴 소금기, 그리고 대청봉 정상에서 찍은 한 장의 사진. 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사실은 그날이 내 인생에서 분명한 이정표가 되었다는 것이다. 죽을 만큼 힘들었지만, 결국 해냈다는 사실. 그 이후로 나는 가끔 마음속에서 되뇌곤 한다. "그때 내가 설악산을 올랐잖아. 그러니 이번에도 할 수 있겠지." ◆ 상처는 흉터가 아닌, 나이테가 된다 삶도 산을 오르는 일과 닮았다. 정상에 오르기 전, 누구나 몇

[눈치코치] 스페셜리스트와 제네럴리스트…당신의 선택은?

어느덧 여섯 번째 회사를 다니고 있는 제 자신을 문득 살포시 돌아봅니다. 대학을 졸업하고 육군 중위로 전역한 바로 다음 날, 저는 말년 군인에서 다시금 ‘군기 팍 든’ 신입사원이 되었습니다. 고심 끝에 들어간 첫 직장은 건설회사였습니다. 23년 전 공채로 입사해 4년 남짓 다니며 대리로 특진도 했지만, 결국 제 선택은 ‘이직’이었습니다. 많이 고민했습니다. 그리고 또 고심했습니다. 그때 불현듯 마음속에서 이런 질문이 떠올랐습니다. “너는 스페셜리스트(Specialist)가 될래, 아니면 조직 안에서 제네럴리스트(Generalist)로 성장할래?” 제 선택은 ‘스페셜’이었습니다. 그래서 홍보라는 본래의 신호를 벗어나진 않았지만, 과감히 업종을 바꾸며 새로운 길을 택했습니다. ◆ 이직을 해야만 스페셜리스트가 될까요? 제 대답은 단호히 “그렇다!”입니다. 한 회사에서 같은 팀, 같은 본부에 수십 년을 머무는 건 - 자의든 타의든 - 거의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물론 예외적으로 정년까지 한 조직에서 근속하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은 내 의지나 조직장과의 관계, 회사 시스템의 변화, 사업 구조 개편 등 다양한 변수로 인해 언젠가 자리를 옮기게 됩니다. 결국 나만의 커리

[플라이미투더문] 노력도 가끔 배신한다…방향성 있는 노력이 중요

딸아이에게 종종 동화책을 읽어줄 때면, 필자는 아이의 비판적 사고를 강화해 주겠다는 명목 하에 여러 질문을 던지곤 한다. 물론 어깨 너머로 느껴지는 아이엄마의 불편한 시선은 마치 세금과도 같다. “백설공주가 주인 없는 난쟁이 집에 들어가서 음식을 먹고 침대에서 자는 것이 도덕적으로 올바른 것인가?” “신데렐라의 구두는 왜 12시가 지나도 변하지 않으며, 발사이즈로 특정인물을 가늠하는 것이 논리적인 접근인가?” 이러한 괴짜스러운 접근방식이 ‘토끼와 거북이’의 한 구절에 닿았다. “노력은 배신하지 않는다.” ◆ 노력도 가끔은 배신한다 얼마 전 매니저와의 관계로 어려움을 겪는 직원과 코칭을 진행 한 적이 있다. 그는 관계 개선을 위해 지금껏 다양한 시도를 해왔으며, 매니저에게 맞추려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나아지는 것이 없음을 느껴 정신적으로 위축이 되고 스스로에게 많이 실망한 상태였다. 심지어 내면에 매니저에 대한 미움과 원망도 커진 상태였다. “제가 얼마나 더 노력해야 하는 걸까요?” 힘겹게 꺼낸 그의 말에 나는 질문했다. “지금처럼 꾸준히 노력한 5년 후의 나를 상상한다면 어떠한 모습일까요?” 한참을 생각하던 그는 입을 열었다.

[Moonshot-thinking] 서울 오피스 시장의 조용한 이동…"큰 숲 아닌 다핵적 도시 생태계로 재편될 것"

도시는 숲과 같다. 거대한 나무가 뿌리를 내린 자리에는 그늘이 드리우고, 작은 풀과 꽃은 늘 주변부를 향해 흩어진다. 요즘 서울의 오피스 시장 또한 다르지 않다. 한때 기업들은 ‘큰 나무’의 상징인 대형 빌딩과 전통적 핵심 권역에 뿌리를 내리려 했다. 이제는 작은 숲을 이루며 점진적으로 흩어지고 있다. 이는 거대한 소용돌이가 아니라, 가늘고 지속적인 흐름이다. ◆ 경기 불확실성과 비용 절감의 명령 알스퀘어 리서치센터가 얼마전 발간한 ‘2025 오피스 임차시장 트랜드 리포트’는 이러한 변화를 수치로 확인해준다. 자료에 따르면 2023년 하반기부터 경기 동행지수가 하락세로 돌아서면서 기업의 재정 부담이 뚜렷해졌다. 이 과정에서 임차인들의 이전 수요는 서울 기타 지역으로 점진적으로 증가했다. 우연한 현상이 아니다. 기업들은 임대차 비용을 줄이고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공간 전략을 재조정하고 있다. 과거에는 ‘큰 빌딩에 입주해야 기업이 성장한다’는 믿음이 강했다면, 지금은 “얼마나 합리적”인가가 기준이 되고 있다. 단순한 비용 절감의 차원을 넘어, 불확실한 경기 환경 속에서 기업 생존을 위한 전략적 선택으로 읽힌다. ◆ 공실률, 안정과 불안 사이 서울 핵심 권역의 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