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스페이스=최동현 기자] 중흥건설이 총수 2세 소유 회사에 3조원이 넘는 ‘공짜’ 신용보강을 제공해 경영권 승계를 뒷받침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180억원대 과징금과 함께 검찰 고발 조치를 받았다.
이번 사안은 국내 대형 건설사에서 총수일가 사익편취와 부당지원이 대규모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신용보강을 통해 이뤄진 첫 사례로, 시장의 공정경쟁 질서 훼손과 중소사업자 진입장벽 강화라는 심각한 부작용을 남겼다는 비판이 쏟아진다.
10년간 3.2조 ‘무상 신용보강’…정원주 2세 회사에 ‘돈줄’ 터줬다
공정위에 따르면, 중흥건설은 2015년 7월부터 2025년 2월까지 총수 2세 정원주 부회장이 지분 100%를 보유한 중흥토건과 그 계열 6개사가 시행하는 12개 주택건설 및 산업단지 개발사업의 24건 PF·유동화대출에 총 3조2096억원 규모의 신용보강(연대보증, 자금보충약정 등)을 무상 제공했다.
이 과정에서 중흥건설은 시공지분도 없이, 업계 관행인 신용보강 대가(최소 181억원 추산)조차 받지 않았다.

이 덕분에 신용등급이 낮아 자체 대출이 불가능했던 중흥토건 등은 손쉽게 2조9000억원의 사업자금을 조달, 6조6780억원의 매출과 1조731억원의 이익(2023년 기준)을 올렸다. 중흥토건의 시공능력평가 순위는 2014년 82위에서 2024년 16위로 급상승했고, 대우건설 인수(2021년)로 40여 개 계열사를 거느린 그룹 핵심회사로 도약했다.
경영권 승계 ‘로드맵’…사익은 2세 정원주에게 집중
공정위 조사 결과, 이 같은 지원은 그룹 지배구조를 정원주 부회장이 100% 소유한 중흥토건 중심으로 개편하는 경영권 승계 계획의 일환이었다. 실제로 정 부회장은 조세심판원에 “그룹 사업조직·경영구조를 중흥토건 중심으로 개편했다”고 인정한 바 있다.
이 과정에서 정 부회장은 지분가치 상승, 배당금(650억원), 급여(51억원) 등 막대한 사익을 챙겼다. 중흥토건은 내부거래 비중이 90%를 넘을 정도로 그룹의 ‘일감 몰아주기’ 수혜를 입었고, 신용보강 없이는 불가능했던 대규모 사업을 연이어 따내며 급성장했다.
시장 질서 훼손·중소사업자 진입장벽 높여
공정위는 “무상 신용보강 지원으로 중흥토건 등은 경쟁사보다 월등히 유리한 조건에서 자금을 조달, 시장지위를 비정상적으로 강화했다”며 “중소사업자들의 시장 진입과 경쟁 가능성을 심각하게 저해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신용보강은 본질적으로 신용위험을 떠안는 행위로, 정상적 거래에서는 반드시 대가가 지급된다. 그러나 중흥건설은 아무런 대가도 받지 않고 그룹 2세 회사를 위해 리스크를 떠안았다.

처벌은 ‘솜방망이’…법 개정 필요성도 제기
공정위는 중흥건설에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180억2100만원을 부과하고, 지원주체인 중흥건설 법인을 검찰에 고발했다. 다만, 신용보강 무상 제공을 총수(정창선 회장)가 직접 보고받은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개인 고발은 하지 않았다.
최장관 공정위 기업집단감시국장은 “이번 사건은 부동산 PF 신용보강을 통한 사익편취·부당지원 첫 제재 사례”라며 “신용보강이 정상적 거래관행에서 벗어나 계열사 지원 수단으로 악용될 경우 법 위반임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업계와 전문가들은 “위법행위로 얻은 이익에 비해 처벌 수위가 약하다”며 법 개정과 부당이득 환수 등 실효적 제재 필요성을 강하게 제기하고 있다.
중흥건설 “소명 불수용…향후 대응”
중흥건설 측은 “충분히 소명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은 것 같다”며 “의결서 접수 후 대응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