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스페이스=조일섭 기자] 태광산업의 3200억원 규모 교환사채(EB) 발행을 둘러싼 ‘경영 승계 편법’ 논란이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및 미수 혐의로 번지고 있다.
참여연대·금융정의연대·한국투명성기구 등 10개 노동·시민단체가 7월 16일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에 고발장을 제출,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이 불법행위를 직접 지시한 증거(녹취록 및 내부자료)까지 확보했다”며 강경 대응에 나섰다.
3200억 EB, 자사주·사모펀드 ‘승계 퍼즐’ 핵심
태광산업은 최근 보유 자사주 27만1769주(총 발행주식의 24.41%)를 담보로 3200억원 규모 EB(교환사채) 발행 계획을 공개했다. 공식 명분은 신사업 투자와 애경산업 인수 자금 조달이지만, 실상은 이호진 일가가 36.4% 지분을 보유한 신생 사모펀드(티투프라이빗에쿼티·티투PE)를 인수 주체로 앞세워 ‘총수일가 승계·지배구조 강화’에 EB 자금이 악용된다는 시민단체의 주장에 불이 붙었다.
애경산업 인수 숏리스트에 태광산업이 포함됐지만, 관계자에 따르면 “업계 예비입찰 후보 4곳 중 하나일 뿐, 우선협상대상도 아니다”는 입장이다.
태광산업은 현재 3조원에 육박하는 유동자산을 보유(작년 말 연결 기준 2조9800억원 추정)하고도, “신규 투자라는 미명하에 자사주를 활용한 교환사채를 발행해 경영권 승계에 동원한다”는 비판이 거세다.
검찰 ‘방치논란’ 속 시민단체 경찰 재고발
10여 단체가 문제 삼은 것은 검찰의 수사 태도다. 이미 지난 2022년 7월·2023년 4월 두 차례에 걸쳐 이호진 전 회장을 ‘수천억원대 횡령·배임’ 혐의로 고발했으나, 검찰은 고발인 조사조차 하지 않았다며 “태광-검찰 유착 의혹”까지 공개 비판하고 있다.
실제로 최근 대법원에서 ‘계열사 동원 김치·와인 강매’ 사건에서 이 전 회장의 직접 개입이 인정됐지만, 검찰은 불기소로 결론 냈다.
사면-복권 청탁 정황, 12조 투자약속 ‘공수표’ 논란
노동·시민단체들은 “이호진 전 회장이 특별사면 과정까지 실질적 의사결정권자로 직접 관여한 결정적 증거(녹취록)를 이번 고발에 포함했다”고 주장했다. 2022년 12월, “10년간 12조원 투자·7000명 신규채용 약속”은 사면 직전 급조된 계획이라는 내부 증언까지 제출됐다.
그러나 알려진 바로 실제 집행된 투자 규모는 거의 전무, “1조5000억원 신규 투자 계획”이 발표됐으나 아직 구체적 실행 사례는 확인되지 않는 실정이다.
EB 발행, 2대 주주·소액주주 ‘강력 반발’
트러스톤자산운용(지분 6% 보유) 등 주요 주주들은 ‘자사주 기반 EB’ 발행에 “주주가치 훼손 및 경영권 방어 꼼수”라고 문제 삼으며 법원에 가처분소송, 소액주주연대는 관련 이사들을 형사고발로 맞섰다.
일각에선 정부 상법 개정(자사주 소각 의무화 등) 전 경영권 방어 목적의 소위 ‘꼼수성 자금조달’이라는 지적도 잇달았다.
승계·편법 논란, “이호진 방지법” 입법 본격화
10개 단체는 “대기업-수사기관-사법기관 카르텔 구조를 끊기 위한 ‘이호진 방지법’ 제정운동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상법 자사주 소각 의무화’, 경영권 승계 투명성 강화와 함께, 배임·횡령 수사시 검찰의 수사기피/유착 방지를 위한 특별법 도입이 골자다.
태광산업 EB 발행 파동은 “총수 일가의 우회적인 경영권 승계 및 지배구조 강화”, 검찰과의 유착, 투자 미이행, 사면 청탁 정황 등 기업-수사기관-사법기관 카르텔의 총체적 민낯을 드러냈다.
경찰 고발 결과와 ‘이호진 방지법’ 국회 입법화가 향후 재벌/자본시장·거버넌스 투명성 논란에 중대한 분수령이 될지 주목된다. 첫 공식 수사와 법정 투쟁 결과에 업계와 투자자들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