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스페이스=김시민 기자] 미국, 캐나다 등 북미 전역에서 오는 8일 펼쳐지는 화려한 우주쇼를 보기 위한 열기가 고조되고 있다.
2일 한국천문연구원과 보이스오브아메리카(VOA) 등 외신에 따르면 8일 북미 지역에서 최대 4분28초에 달하는 개기일식 현상이 관측될 예정이다. 북미 지역에서 개기일식이 나타나는 것은 지난 2017년 이후 7년 만이다.
이번 개기일식은 태평양-북미 대륙-대서양을 가로지르는 형태로 나타난다. 일식 현상은 남태평양 상공에서 시작돼 대륙에서는 8일 오전 8시42분부터 멕시코 서해안에서 볼 수 있으며, 이후 미국 텍사스주부터 북동쪽 끝 메인주를 지나쳐 캐나다 동부 지역을 통과한 뒤 대서양으로 떠나가게 된다. 북미 대륙에서 태양이 다시 완전한 모습으로 돌아오는 것은 오후 5시16분께로 예상된다.
다음 개기일식은 2026년 8월 12일아이슬란드와 스페인을 통과할 예정이다.
다만 이같은 개기일식 현상을 우리나라에서는 관측할 수 없고, 한반도에서 관측 가능한 개기일식은 2035년 9월 2일 오전 9시40분경 북한 평양 지역, 강원도 고성 등 일부 지역에서 볼 수 있으며 서울의 경우 부분일식으로 관측 가능하다.
개기일식은 태양-달-지구 순서로 천체들이 배열되며 달이 태양을 완전히 가리는 현상이다. 달이 태양의 전체를 가리면 개기일식이라고 지칭한다. 천문연 등에 따르면 개기일식 자체는 2년에 한번 나타날 정도로 그리 드문 현상은 아니다. 2021~2030년 사이에만 6번의 개기일식이 예정돼 있다.
개기일식은 지상에서 태양 대기 가장 바깥을 둘러싼 태양 코로나를 연구할 수 있는 유일한 기회다. 평소 태양의 밝은 광구 때문에 관측이 불가능한 대기층을 선명하게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이번 개기일식이 유난히 관심을 받는 것은 미국을 비롯한 북미 국가의 대도시들을 관통하면서 나타나기 때문이다. 개기일식은 태평양 해상이나 남극처럼 아무도 살지 않는 곳에서 나타나는 경우도 많다. VOA에 따르면 이번 개기일식이 관통하는 지역의 길이는 약 185㎞ 수준인데, 여기에 미국인 3200만명을 비롯해 총 4400만명이 개기일식을 관측할 수 있다.
또한 이번 개기일식이 최대 4분28초 동안 지속된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통상적인 개기일식은 최대 2~3분 동안만 관측할 수 있다. 지난 2017년 미국에서 관측됐던 개기일식도 약 2분 정도만 관측된 바 있다. 학계에 따르면 개기일식이 4분을 넘길 정도로 길게 나타나는 것은 북미 지역 기준 수백년에 한번 나타날 정도로 희귀한 현상이다.
미국, 캐나다 등에서는 개기일식 관람을 위한 준비가 한창이다. 미국 주 정부에서는 특수안경을 시민들에게 무료 배포하고 있고, 개기일식 관측 명소로 선정된 캐나다 나이아가라폴스시는 관광객이 100만명 이상 몰릴 것으로 예상하며 비상사태까지 선포했다.
희귀한 개기일식이 예고되면서 학계도 들썩이고 있다. 이에 NASA는 지상에서 1만5000m 떨어진 상공에 카메라와 광학 장비를 탑재한 WB-57 연구용 비행기를 띄워 코로나 중하부 구조에 대한 새로운 정보를 탐색할 예정이다. 특히 이번 연구는 플라즈마라고 불리는 코로나의 하전 입자 흐름과 코로나로 인한 태양 물질 증가 여부 등을 찾아내는 것이 목표다.
미국 레이더 기지에서는 개기일식 현상으로 인해 한낮에 하늘이 어두워질 때 대기 상층부의 변화 측정에 나설 방침이다. NASA도 개기일식 기간 동안 로켓 3대를 발사해 햇빛의 갑작스러운 감소 현상이 대기 상층부에 미치는 변화를 조사한다.
이외에도 한낮에 태양빛이 사라짐에 따라 나타나는 조류 등 동물의 행동 변화 관찰, 태양빛 감소로 인한 기온 하락 정도, 개기일식으로 인해 나타나는 구름의 이동 변화, 개기일식 기간 동안의 국제 통신 신호 테스트 등의 실험도 이뤄질 예정이다. NASA와 시민 과학자의 협력을 통해 개기일식 경로 전체를 연속 촬영하는 작업도 준비되고 있다.
우리나라의 천문연 또한 이번 개기일식을 기회로 태양 연구를 진행한다. 일반적인 태양 코로나 관측은 물론, NASA와 함께 공동 개발해 올 하반기 발사 예정인 태양 코로나그래프(CODEX) 제작을 위한 코로나 데이터 수집에 나선다.
태양의 비밀을 밝히기 위해 천문연은 이번 일식 때 텍사스주 람파사스시와 리키시에 두 팀의 관측단을 파견해 개기일식 때 관측이 가능한 태양의 바깥 대기 부분인 코로나를 연구할 예정이다. 또한 미 항공우주국(NASA)와 공동 개발한 국제우주정거장용 코로나그래프(CODEX)의 핵심 연구를 위한 마지막 지상 관측을 수행할 예정이다.
CODEX 한국측 개발 책임자인 천문연 김연한 박사는 "이번에 NASA와 공동으로 개발한 CODEX는 태양 연구의 난제로 꼽히는 코로나 가열과 태양풍 가속 비밀의 실마리를 푸는 데 큰 기여를 할 것"이라며 "개기일식 동안 새로운 관측기법과 새로운 관측기를 시험하는 것은 우주에 관측기를 올리기 전에 시험하는 필수 과정이다. 우리나라에 우주항공청이 설립돼 본격적으로 우주탐사를 대비하는 데 있어 과학 기술적 의미가 크다"고 강조했다.
새로운 편분광 관측을 시도하는 관측단을 이끄는 천문연 양희수 박사는 "이번 개기일식에서 두 대의 편분광 관측장비를 이용한 관측은 지금까지 수십년 간 한국 개기일식 원정관측단이 수행한 코로나 연구의 새로운 이정표가 될 시도로 새로운 연구 주제를 발굴하고 새로운 기술을 시험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