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스페이스=이종화 기자]
<편집자주> 유튜브, 인스타 등에서 활동하는 인플루언서들이 '협찬을 받지 않았다', '광고가 아니다'라는 사실을 보이기 위해 "내 돈 주고 내가 샀다"라는 뜻의 '내돈내산'이라는 말이 생겼다. 비슷한 말로 "내가 궁금해서 결국 내가 정리했다"는 의미의 '내궁내정'이라고 이 기획코너를 명명한다. 우리 일상속에서 자주 접하고 소소한 얘기거리, 궁금증, 호기심, 용어 등에 대해 정리해보는 코너를 기획했다.
2024년 6월, 유엔 사무총장 안토니오 구테흐스는 기후변화 대응의 시급함을 강조하며 “지금이 바로 기후 행동의 Moment of Truth(결정적 순간, MOT)”라고 언급하며 전 지구적 행동과 정책 전환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이처럼 MOT(Moment of Truth)는 사회적 위기, 미디어에서의 엑센트, 마케팅의 변곡점, 엔터테인먼트의 기로 등 다양한 분야에서 ‘결정적 순간’의 의미로 널리 활용되고 있다. 기후위기와 같은 글로벌 이슈에서부터, 예능·드라마·영화의 극적 전개, 그리고 소비자 행동분석까지 그 적용 범위가 확대되고 있다.
마케팅 전문가들은 “MOT는 개인과 사회, 조직 모두에게 진실과 변화, 선택의 순간을 상징한다”고 강조한다. 현실과 미디어를 아우르는 MOT의 힘은 앞으로도 다양한 분야에서 중요한 화두로 남을 전망이다.
Moment of Truth(MOT)란 무엇인가?
Moment of Truth(이하 MOT)는 고객이 브랜드, 제품 또는 서비스와 상호작용하며 인상을 형성하거나 바꾸는 결정적 순간을 의미한다. 이 개념은 1980년대 스칸디나비아항공(SAS) CEO 얀 칼슨이 처음 도입했으며, 이후 2005년 P&G(프록터 앤 갬블)의 A.G. 라플리 회장이 마케팅 세계에 본격적으로 확산시켰다.
MOT는 고객 경험의 핵심 터치포인트로, 브랜드 인상, 충성도, 구매 결정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MOT의 주요 유형…FMOT, SMOT, TMOT, ZMOT, AMOT 5개
첫째는 First Moment of Truth(FMOT)로 고객이 제품이나 서비스를 처음 접하는 순간(3~7초 이내), 일종의 첫인상 효과로, 이때 마케터가 '브라우저(관심자)'를 '구매자'로 전환할 수 있다. 주로 매장 진열대, 온라인 쇼핑몰 등에서 발생한다.
둘째는 Second Moment of Truth(SMOT)인데, 제품을 실제로 사용하거나 서비스를 경험하는 순간을 말한다. 이때 브랜드의 약속이 실현되는지 여부가 고객의 재구매와 충성도에 결정적 영향을 준다.
셋째는 Third Moment of Truth(TMOT)로 고객이 제품과 브랜드를 경험한 후 그 경험을 공유하거나 피드백을 제공하는 순간을 말한다. 온라인 리뷰, SNS, 입소문 등으로 브랜드의 평판이 확산된다.
넷째는 Zero Moment of Truth(ZMOT)로 구매 전 온라인에서 정보를 탐색하는 단계다. 구글에 의해 2011년 도입된 개념으로, 미국 소비자의 88%가 실제 구매 전 온라인 리서치를 한다는 조사가 있다.
다섯째는 Actual Moment of Truth(AMOT)인데, 온라인 쇼핑 환경에서 구매 후, 상품을 받기 전까지의 경험을 의미한다. 이 시기 고객은 기대와 불안이 공존한다.
이처럼 브랜드를 소비하고 경험하는 고객들은 모든 단계에서 MOT가 존재한다. 예를 들어, 피자 배달 서비스에서 메뉴 선택, 주문, 배달, 첫 맛보기, 고객센터 문의 등 모든 단계가 MOT가 될 수 있다. 이 중 하나라도 실망스러우면 고객은 이탈할 수 있다.
MOT는 긍정적(모멘트 오브 글로리) 또는 부정적(모멘트 오브 페인)으로 나타난다. 긍정적 MOT는 고객 충성도를 높이고, 부정적 MOT는 이탈과 평판 저하로 이어진다. MOT는 B2B, B2C 모두에 적용된다.

MOT가 투우에서 유래된 용어?…브랜딩 전문가의 조언
원래 MOT는 투우에서 투우사가 황소를 해치우는 순간을 뜻했다. 현대에는 고객 경험의 결정적 순간으로 확장됐다.
스웨덴 얀 칼슨 스칸디나비아항공 전 CEO는 “고객이 브랜드와 접촉하는 모든 순간이 인상을 형성하는 MOT다. 이 순간을 관리하는 것이 브랜드 성공의 핵심이다”고 말했다.
A.G. 라플리 P&G 전 CEO는 “브랜드는 두 가지 MOT에서 승리해야 한다"며 "첫 번째는 매장 진열대에서, 두 번째는 집에서 실제로 사용할 때다. 세 번째는 고객이 경험을 공유할 때다”라고 MOT를 설명했다.
마케팅 전문가들 역시 “고객이 실제로 느끼는 경험, 즉 MOT를 관리하는 것이 브랜드 충성도와 매출 향상의 핵심이다"면서 "모든 터치포인트를 점검하고, 고객의 감정과 니즈에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업계 홍보대행사 고객경험 전문가는 “MOT는 단순한 일회성 이벤트가 아니라, 고객의 기대와 실제 경험의 격차를 줄이는 지속적 과정이다"면서 "MOT에 집중하면 고객이 느끼는 진짜 니즈를 파악할 수 있으며, 핵심가치에 더욱 다가설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긍정적 MOT는 고객 충성도와 평판을 높이고, 부정적 MOT는 이탈과 평판 저하로 이어진다. 전문가들은 “고객 경험의 모든 순간을 점검하고, 고객의 진짜 니즈에 집중하는 것이 브랜드의 미래를 좌우한다”고 강조한다. MOT는 브랜드와 고객의 ‘진실의 순간’이자, 브랜드의 미래를 결정짓는 결정적 순간이다.

경영학에서 MOT는 기술경영…스탠퍼드대 윌리엄 밀러 교수가 효시
한편 마케팅과 광고홍보학에서의 MOT 외에 다른 분야에서도 MOT는 다양하게 쓰인다.
우선 경영학에서 MOT(Management of Technology, 기술경영)는 공학, 과학, 경영의 원리를 융합해 조직의 목표 달성을 위한 기술적 역량을 기획, 개발, 실행하는 학문을 말한다. 즉, 기술의 개발과 활용, 그리고 이를 경영 전략과 연계하는 통합적 접근이 핵심이다. MOT는 단순 기술관리를 넘어, 새로운 사업 기회 창출과 혁신적 제품 개발을 이끌어내는 전략적 경영 도구로 자리잡았다.
MOT는 1970년대 스탠퍼드대 윌리엄 밀러 교수가 ‘Technology Management’ 강좌를 개설한 것이 효시로 꼽힌다. 이후 1990년대 MIT 슬로안 스쿨에서 MOT 프로그램이 본격 도입되며 전 세계적으로 확산됐다. 국내에서는 1995년 KAIST 테크노경영대학원 설립이 중요한 이정표다.
윌리엄 밀러 교수는 “기술은 조직의 경쟁 우위 및 부의 창출을 가능하게 하는 핵심 요소이며, 기술경영은 이를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것이다”고 설명했다.
MBA(경영학 석사)가 사업화 이후의 경영에 초점을 맞춘다면, MOT는 기술 개발 단계부터 사업화까지, 즉 기술혁신 전 과정을 관리한다. MOT는 엔지니어링과 경영을 연결하는 ‘브릿지’ 역할을 하며, 실무적 기술사업화 전문가 양성을 목표로 한다.
인공지능, 빅데이터,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등 신기술 확산에 따라 MOT의 중요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최근 학술대회와 연구에서는 인공지능 시대의 기술경영, 지속가능성과 기술경영 등이 핵심 이슈로 부상하고 있다.
기술경영 전문가 제레미 하웰스 맨체스터대학 교수는 “기술에서 출발해 경영을 다루는 MOT적 사고와 방법론이 총체적인 사회 혁신과 발전을 이끌어 올 수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