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스페이스=조일섭 기자] 청년 실업 문제가 새 정부의 주요 정책 과제가 되고 있는 가운데 국내 주요 대기업의 청년 고용이 해마다 크게 감소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주요 대기업 67곳 중 절반 이상이 최근 2년 새 20대 청년 고용을 약 5만명 줄이면서 사회 진출을 준비 중인 20대 청년들의 대기업 취업문이 점점 더 좁아지는 모양새다.
특히 재계 맏형격인 4대 그룹 대표 기업의 20대 청년 고용을 조사한 결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매년 큰 폭으로 줄어든 반면, 현대자동차와 LG전자는 계속 증가해 업체별로 온도차가 큰 것으로 파악됐다. 주요 기업 대부분이 신입 공채보다는 경력직 채용으로 전환하고 있는 데다, 경기 둔화로 기업들이 인력 채용을 줄이면서 20대 사회 초년생의 취업 기회가 갈수록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16일 기업데이터연구소 CEO스코어(대표 조원만)가 매출액 기준 국내 100대 기업 중 2025년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공시한 67곳을 대상으로 2022~2024년 연령대별 임직원 수 및 비중을 조사한 결과, 사회 초년생인 20대 임직원 수는 2022년 29만1235명, 2023년 26만4091명, 지난해 24만3737명으로 매년 감소해 지난 2년 새 4만7498명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 반면 같은 기간 30대 이상은 3만5232명 늘어, 전체 임직원수는 1만2266명 감소에 그쳤다.
그 결과 대기업 임직원 중 20대가 차지하는 비중이 2022년 24.8%에서 이듬해 22.7%, 지난해 21.0%로 내리 감소했다. 동시에 조사대상 대기업의 절반이 넘는 56.7%(38곳)에서 청년 고용이 줄었다.
업체별로는 삼성디스플레이의 20대 고용 감소가 특히 눈에 띄었다. 2022년 43.8%였던 삼성디스플레이의 20대 비중은 지난해 28.4%로, 무려 15.4%p나 축소됐다. 이어 △SK온(12.3%p↓) △LG이노텍(8.9%p↓) △SK하이닉스(8.8%p↓) △삼성SDI(7.9%p↓) △NAVER(7.1%p↓) △삼성전자(6.6%p↓) △한화솔루션(6.4%p↓) △삼성전기(5.9%p↓) △LG디스플레이(5.6%p↓) 순으로 감소폭이 컸다.
반면 최근 K-방산 수혜주로 급부상하고 있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20대 고용이 가장 크게 늘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20대 고용 비중은 지난 2022년 7.5%에서 지난해 15.8%로 8.3%p나 급증했다.
이어 △LX인터내셔널(6.7%p↑) △SK에너지(5.3%p↑) △삼성E&A(5.2%p↑) △S-Oil(4.7%p↑) △현대제철(4.6%p↑) △현대글로비스(4.2%p↑) △SK지오센트릭(3.7%p↑) △두산에너빌리티(3.7%p↑) △한온시스템(3.4%p↑) 등도 20대 고용을 늘렸다.
삼성·SK·현대차·LG 등 국내 4대 그룹 대표 기업의 20대 청년 고용은 업체별로 엇갈렸다. 4대 그룹 주요 계열사 중 매출액이 가장 큰 대표 기업의 고용 변화를 조사한 결과, 삼성전자의 20대 고용 규모는 지난 2022년 8만3155명(30.8%)에서 2023년 7만2525명(27.1%), 지난해에는 6만3531명(24.2%)으로 해마다 1만여 명씩 줄어든 것으로 확인됐다. 최근 3년 간 축소된 20대 고용 인원만 1만9624명에 달했다.
AI(인공지능) 반도체 특수로 고속 성장을 지속하고 있는 SK하이닉스의 20대 고용 인원도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SK하이닉스의 20대 고용은 지난 2022년 1만1889명(29.6%)에서 2023년 9833명(24.7%), 지난해 8357명(20.8%)으로, 2년 새 8.8%p(3532명)나 줄었다.
이와 달리 현대차는 청년 고용을 꾸준히 늘렸다. 현대차의 20대 청년 고용은 지난 2022년 2만6249명(20.8%)에서 2023년 2만6979명(21.6%), 지난해는 2만7564명(21.8%)으로 매년 조금씩 늘었다.
LG그룹 대표 주자인 LG전자 역시 2022년 1만2187명(17.0%)에서 2023년 1만2421명(17.4%), 지난해 1만3295명(18.0%)으로 20대 청년 고용을 꾸준히 늘려 왔다.조원만 CEO스코어 대표는 “경제적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에서 기업들이 신입 공채를 전면 폐지 또는 축소하거나 수시 채용으로 전환하고, 경력직을 선호하는 경향이 크게 영향을 미친 것 같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