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스페이스=김혜주 기자] 매년 증시 폐장의 단골손님인 '올빼미 공시'가 지난해 연말에도 기승을 부렸다.
대체로 공급계약 해지, 수주 금액 축소, 설비투자 지연 등 각종 악재성 공시를 12월 30일부터 이틀간, 연말 휴장일을 틈타 쏟아낸 것이다. 직전 2거래일과 비교하면 공시 빈도가 두 배 증가했다. 연말 주식시장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이 상대적으로 적어진 틈을 타 슬그머니 주가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는 악재 공시를 냈다는 비판이 나온다.
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31일 총 269건(기타법인·5% 공시 제외)의 공시가 이뤄졌다. 코스피에서 125건, 코스닥 135건, 코넥스 9건의 공시가 이뤄졌다. 면면을 살펴보면 악재성 공시가 상당수였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12월 30~31일 ‘단일판매 공급계약 체결’ 정정 공시를 통해 계약금을 수정한 상장사 32개사 중 10곳(31%)이 계약 규모를 축소했다. 나머지 22곳은 계약금이 소폭 증가했는데, 원재료 가격이 오르면서 판매가가 상승하거나 계약 기간을 연장한 사유가 대부분이었다.
계약금이 가장 크게 줄어든 상장사는 이차전지용 엑스레이 검사 설루션 전문기업 이노메트리였다. 계약금이 기존 105억원에서 42억원으로 60% 급감했다. 이노메트리는 스웨덴 노스볼트의 자회사(Northvolt Ett Expansion)에 2022년 12월 21일부터 지난해까지 이차전지용 엑스레이 검사장비를 공급하기로 했다. 하지만 이 회사가 지난해 10월 파산하면서 추가 계약을 이행하지 못했다.
이 공시는 주가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중요정보이지만, 투자자들의 관심을 끌지 못했다. 주식시장이 열리지 않는 지난해 12월 31일 나온 공시였기 때문이다.
지난해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일차전지 기업 비츠로셀도 계약 규모가 반토막났다. 앞서 비츠로셀은 2023년부터 작년까지 스마트미터용 리튬 일차전지를 이탈리아 가스·수도미터 제조업체 피에트로에 161억원 규모로 제공한다고 했으나, 계약 종료에 따른 최종 계약금은 83억원에 불과했다. CNT85 역시 2차전지 시설물 공사 도급 계약이 기존 112억원 규모에서 74억원 규모로 축소됐다고 공시했다.
코스닥 상장사 바이오텍의 계약 규모도 기존 61억원에서 26억원(-57.8%)으로 줄었고, 진시스템은 19억5500만원에서 10억원(-48.4%)으로 감소했다. 10곳 중 4곳은 계약금이 절반 안팎으로 줄었다고 정정 공시했다. 하이즈항공, 남해화학, 오르비텍도 계약금을 축소 공시했다.
설비투자 지연 소식도 잇따랐다. 코스닥 상장사 나노팀은 지난해 말까지 완료될 예정이었던 열폭주차단패드 생산 등 신규 시설투자가 올해 4월30일로 정정됐다고 공시했다. 그외 바이오플러스, 금양, 일양약품, 동화약품, 태양금속, 태광산업 등 역시 신규 시설투자가 지연됐다고 각각 공시했다.
공급계약 해지 소식도 있었다. 유가증권시장 상장기업 효성중공업은 910억원 규모의 청담동 고급 주상복합 신축공사 도급계약이 해지됐다고 공시했다. 최초 계약 체결 이후 시행사 간 사업조건 협상을 진행했으나, 시행사가 계약 조건 충족이 불가능함에 따라 해당 공사도급 계약을 해지했다는 설명이 뒤따랐다.
오버행 이슈도 불거졌다. 메디콕스는 50억원 규모의 전환청구권이 행사됐다고 공시했다. 1000만주가 오는 17일 상장할 예정으로 이는 발행주식총수 대비 16.98%에 해당하는 규모다.
연말 악재성 공시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레인보우로보틱스는 지난해 12월31일 최대주주 오준호 등이 삼성전자와 최대주주 변경을 수반하는 주식양수도 계약을 체결했다고 공시했다. 이에 따라 레인보우로보틱스의 최대주주는 다음 달 17일 삼성전자로 변경된다.
이밖에 현대글로비스는 현대차·기아와 총 6조6995억원 규모의 완성차 해상운송계약을 체결했다고 공시했다. 이는 지난 2023년 매출액 대비 26.1%에 해당하는 규모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올빼미 공시는 투자자 혼란을 초래하고 시장 신뢰도를 훼손하는 행태”라며 “규제 당국의 적극적인 대처와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