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스페이스=김혜주 기자] 대원제약이 한때 국산신약의 자존심으로 불렸던 ‘펠루비’의 특허 소송에서 1심부터 대법원까지 4연속 패소하며, 경영 무능과 구조적 리스크가 한꺼번에 드러나고 있다.
최근 수년간 식약처, 국세청의 반복적 조사와 더불어, 법원에서도 번번이 패배한 대원제약의 민낯은 ‘나쁜 기업’의 전형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 특허 소송 4연패…펠루비 신화의 몰락
대원제약이 개발한 국산신약 ‘펠루비’는 2028년 11월까지 특허 만료가 남아 있었지만, 2019년부터 시작된 영진약품·휴온스·종근당 등 제네릭 업체와의 특허 소송에서 1심, 2심, 특허법원, 대법원까지 모두 패소했다. 이로 인해 제네릭 출시가 정당화됐고, 복지부는 펠루비와 펠루비서방정의 약가를 각각 180원에서 96원, 304원에서 179원으로 대폭 인하하도록 지시했다.
약가 인하가 현실화될 경우, 지난해 기준 620억원에 달하는 펠루비 시리즈 매출의 200~300억원이 공중분해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대원제약은 약가인하 취소 소송으로 시간 끌기에 나섰지만, 이미 특허가 무력화된 상황에서 승산은 거의 없다는 것이 업계 중론이다.
◆ 반복되는 품질·법적 리스크…식약처·국세청 ‘단골’ 기업
대원제약은 최근 몇 년간 식약처로부터 품질불량, 마약류 관리법 위반 등으로 반복적인 행정처분을 받았다. 2024년에는 설사약 ‘포타겔현탁액’에서 미생물 기준치 초과가 적발돼 과징금 1억3440만원을 부과받았고, 어린이 감기약 ‘콜대원키즈’ 6종도 품질 문제로 과징금 처분을 받았다.
마약류 주사제와 진통제 등에서도 제조정지 처분을 받았으며, GMP(의약품 제조 및 품질관리기준) 위반, 자사 기준서 미준수 등 관리 부실이 반복적으로 드러났다.
국세청 역시 2017년에 이어 2025년 3월 대원제약과 계열사를 대상으로 고강도 세무조사에 착수했다. 업계에서는 리베이트 제공, 내부거래, 비자금 조성 의혹이 조사 배경으로 지목된다. 실제로 일부 영업직원의 비자금 조성 및 불법 리베이트 의혹이 꾸준히 제기됐고, 검찰 수사에서는 일부 직원이 기소유예 처분을 받았다. 이처럼 대원제약의 윤리경영은 공염불에 그치고 있다는 비판이 거세다.

◆ 3세 승계와 가족경영의 한계…지배구조·ESG 최하위권
대원제약은 창업주 일가 중심의 가족경영이 고착화된 대표적 사례다.
2세 경영진인 백승호 회장, 백승열 부회장에 이어, 3세인 백인환 사장(미국 시민권자)과 백인영 상무 등이 경영을 승계 중이다. 고(故) 백부현 창업주 부인은 2021년까지 8차례나 이사직을 연임했고, 사외이사는 최근 5년간 단 한 번도 반대표를 던진 적이 없다. 주요 이사회 안건이 일사천리로 통과되는 등 견제 기능이 사실상 무력화된 상태다.
자회사 대원헬스케어, 대원메디테크 등은 오너 일가가 임원직을 겸직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자본잠식 상태에 빠져 있다. 경영진의 과도한 겸직과 자회사 경영 부실, 그리고 낮은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점수는 주주가치 제고와 경영 투명성 측면에서 구조적 한계로 지적된다.
실제로 대원제약의 ESG 점수는 43.4점으로, 종근당(51.7), 동아에스티(50.3), HK이노엔(53.2) 등 경쟁사 대비 크게 뒤처진다.
◆ 실적 부진과 재무 불안…경영 무능의 결과
대원제약은 2024년 매출 5981억원으로 전년 대비 13.5% 증가했으나, 영업이익(282억원)과 순이익(90억원)은 3년 연속 감소했다.
영업이익률도 4.7%로 전년(6.1%) 대비 하락했다. 판관비, 인건비, 광고선전비 등 고정비가 급증했고, 원자재 가격 상승, 내수 경쟁 심화, 자회사 연결 편입에 따른 손실, 단기차입금 및 부채비율(105%) 증가 등 재무 구조도 악화일로다. 단기차입금(779억원)은 현금성 자산(170억원)의 4.6배에 달해 단기 유동성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여기에 자회사 경영 악화, 매출채권 회수 위험, 제품 안전성 논란 등 구조적 페인포인트가 중장기 성장성과 기업가치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처럼 대원제약은 신약 특허 방어 실패, 비현실적 소송 전략, 반복되는 품질·법적 리스크, 후진적 가족경영, 낮은 ESG 점수, 실적 부진과 재무 불안 등 ‘나쁜 기업’의 전형적 문제를 모두 안고 있다. 업계와 투자자, 소비자 모두 대원제약의 변화와 혁신을 요구하지만, 현재로선 뚜렷한 개선 조짐은 보이지 않는다.
국산신약의 자존심에서 ‘나쁜 기업’의 대명사로 전락한 대원제약, 변화와 혁신 없이는 미래도 없다는 경고가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