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스페이스=김희선 기자] 경제개혁연대와 하이트진로 소액주주들이 6월 30일 서울중앙지법에 하이트진로 이사들을 상대로 총 390억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주주대표소송을 제기했다. 이번 소송은 부당 내부거래로 인한 회사 손해와 박문덕 회장에 대한 과도한 보수 지급을 문제 삼아, 회사에 끼친 피해를 책임지라는 취지다.
1. 소송 배경 및 청구 취지
경제개혁연대(소장 김우찬 고려대 교수) 등 소액주주들은 “하이트진로그룹의 부당 내부거래에 따른 과징금, 부당지원금액, 그리고 박문덕 회장 고액보수 지급으로 인한 회사 손해를 회복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상법상 절차에 따라 5월 12일 하이트진로 감사위원회에 소송 제기를 요청했으나 회사 측이 거부해 직접 소송에 나섰다.
2. 하이트진로 ‘통행세·우회지원’ 10년간 총수일가에 134억 손해…공정위·법원 “경영권 승계 목적” 인정
공정거래위원회는 2018년 3월, 하이트진로가 총수일가 소유회사 서영이앤티(서영)를 직접 또는 삼광글라스를 통해 2008년 4월부터 2017년 9월까지 장기간 부당지원한 사실을 적발했다. 공정위 조사 결과, 하이트진로는 서영이앤티에 ▲맥주 캔 등 포장자재 ‘통행세 거래’ ▲전문인력 파견 및 급여 지원 ▲알루미늄 코일·글라스락캡 구매 시 중간거래 삽입 ▲자회사 주식 우회지원 등 다양한 방식으로 이익을 몰아줬다.
이 과정에서 서영이앤티는 하이트진로와의 내부거래를 통해 매출이 4배 이상 급증했고, 하이트진로그룹의 지배구조 최상위 회사로 부상했다. 박문덕 회장 장남 박태영 사장이 2007년 말 서영이앤티 지분 100%를 인수한 뒤, 그룹 경영권 승계의 핵심 고리로 활용된 것이다.
공정위는 하이트진로와 서영이앤티에 총 107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으며, 행정소송과 형사소송이 이어졌다. 행정소송에서는 1·2심 모두 공정위 손을 들어줬고, 2023년 10월 대법원이 상고를 기각하며 최종 확정 과징금은 약 70억6000만원으로 결정됐다. 형사재판에서도 박태영 사장에게 징역 1년 3개월에 집행유예 2년, 사회봉사 80시간이 확정됐고, 하이트진로 법인에는 벌금 1억5000만원이, 김인규 대표이사 등 경영진에도 유죄가 선고됐다.
이외에도 부당 이익 제공액 62억2000만원, 금융위 과태료 5000만원 등까지 합산하면, 총 134억원 상당의 손해가 회사에 발생한 것으로 집계된다.
서울고법은 “하이트진로 그룹 총수인 박문덕 회장은 아들 박태영이 서영을 통해 하이트진로를 지배하는 것으로 지배구조를 변경, 경영권 승계의 토대를 마련하고자 했다”고 명확히 판시했다. 대법원 역시 올해 3월 박태영 사장에게 징역 1년 3개월, 집행유예 2년을 확정하며 “국민경제에 미치는 폐해가 심대하다”며 엄중한 책임을 강조했다.
경제개혁연대는 "공정위와 법원, 형사재판부 모두 이번 부당지원이 단순한 법규 위반이 아니라, 박태영 사장의 경영권 승계 구도를 구축하기 위한 의도적 행위임을 인정했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공정위는 “10년에 걸친 부당지원행위로 사업경험이 없던 서영이앤티가 유력 사업자 지위에 올랐고, 이는 재벌 3세의 경영권 승계 토대를 마련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경제개혁연대측은 이 사건은 총수일가의 사익편취와 경영권 승계 목적의 내부거래가 10년간 체계적으로 이뤄졌음을 공정위와 법원이 모두 공식적으로 확인한 대표적 사례로 기록됐다고 주장했다.
경제개혁연대측은 "총 134억원 상당의 손해가 회사에 발생한 것으로 집계됐다"면서 "이 부당지원은 단순한 법규 위반이 아니라 2008년 4월부터 2017년 9월까지 박태영(박문덕 회장 장남)의 경영권 승계 구도 구축을 위한 의도로 진행됐다는 점이 공정위와 법원, 형사재판에서 모두 인정됐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3. 박문덕 회장 고액보수 지급 논란
경제개혁연대는 “부당 내부거래에 가장 큰 책임이 있는 박문덕 회장이 2018년 3월 공정위 처분 이후에도 아무런 보수 감액 조치 없이 고액보수를 계속 지급받았다”고 지적했다. 2019~2023년 지급된 총보수 중, 전문경영인 중 보수 최다수령자인 김인규 대표이사의 보수를 초과하는 256억원이 부당하게 지급됐다고 주장했다. 이는 회사의 손해로 간주된다는 설명이다.
실제 법원 판례에 따르면, 이사가 직무 내용이나 회사의 재무상황에 비해 지나치게 과다한 보수를 지급받는 것은 충실의무 위반이자 배임행위에 해당할 수 있다(대법원 2016.1.28. 선고 2014다11888 판결).
상법상 이사는 회사와 주주 전체의 이익을 위해 충실의무를 다해야 하며, 이를 위반할 경우 손해배상책임과 업무상 배임죄가 성립할 수 있다. 다만, 경영판단의 원칙에 따라 이사의 재량이 인정되지만, 사익 추구와 회사 손해가 명백할 경우 책임이 무거워진다.
4. 소송 대상 및 향후 전망
이번 소송에서 경제개혁연대와 소액주주들은 박문덕 회장, 박태영 사장, 김인규 대표이사를 상대로 총 390억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이 중 134억원은 부당 내부거래로 인한 손해, 256억원은 과도한 보수 지급분이다.
경제개혁연대는 “지배주주 일가의 사익편취 행위에 대해 엄중히 책임을 물어 회사의 손해를 모두 회복하고, 유사한 위법행위가 재발하지 않도록 선례를 남길 것”이라고 강조했다.
5. “10년간 경영권 승계 위한 내부거래, 이사회 감시 부재"
하이트진로의 장기적 내부거래와 경영권 승계 과정에서의 사익편취, 그리고 이사회·감시기능의 부재가 다시 한 번 대기업 지배구조 투명성 문제를 사회적 쟁점으로 부각시키고 있다.
경제개혁연대는 “하이트진로의 법 위반행위는 단순한 행정법규 위반이 아니라, 지배주주의 이익을 위해 장기간 진행된 사익편취 행위였다”며 “회사에서 지배주주의 사익편취 행위를 견제할 어떠한 장치도 작동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실제 하이트진로 이사회는 사외이사 중심, 윤리감사팀 운영 등 명목상 감시체계를 갖췄으나, 총수일가의 장기적 내부거래와 경영권 승계 과정에서 실질적 견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전문가들은 “내부거래 자체가 아니라 총수일가 회사가 내부거래를 했다는 점, 그리고 이사회가 이를 제대로 감시하지 못했다는 점이 문제”라고 지적한다.
6. 대기업 지배구조 투명성·이사회 책임론 불거져…하이트진로 사익편취 책임론 사회적 이슈로 '재점화'
이번 하이트진로 사태는 대기업 지배구조의 투명성, 이사회와 내부감시기구의 실질적 역할, 경영진의 충실의무 및 배임책임 등 한국 기업지배구조의 근본적 문제를 다시 한 번 수면 위로 끌어올렸다.
경제개혁연대는 “하이트진로의 법 위반행위는 단순한 행정법규 위반이 아니라, 지배주주의 이익을 위해 장기간 진행된 사익편취 행위였다. 회사 손해에 대한 책임을 엄중히 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소송 결과는 향후 국내 대기업의 지배구조 개선과 이사회 책임 강화 논의에 중대한 선례로 작용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