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스페이스=이종화 기자] 세네갈 정부가 미국-세네갈 출신 팝스타 에이콘(Akon)의 60억 달러(약 8조원) 규모 '와칸다 스타일' 미래도시 프로젝트를 공식적으로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BBC, Le Monde, Newsweek, Times of India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세네갈 관광개발공사(Sapco)의 세린 마마두 음부프(Sérigne Mamadou Mboup) 대표는 "에이콘 시티 프로젝트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며, "이제는 훨씬 현실적인 대안을 에이콘과 함께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6년간의 지연, 남은 것은 미완성 건물 하나
2018년 야심차게 발표된 '에이콘 시티'는 세네갈 수도 다카르 남쪽 100km, 대서양 연안 800헥타르(약 240만평) 부지에 병원, 쇼핑몰, 학교, 태양광 발전소, 첨단 곡선형 마천루 등으로 구성된 친환경 스마트시티를 건설한다는 계획이었다. 1단계만 해도 60억 달러가 투입될 예정이었으며, 이는 세네갈 2020년 국가 예산(약 75억 달러)에 맞먹는 규모였다.
하지만 2024년까지 현장에 남은 것은 미완성 웰컴센터 건물 한 채뿐이다. 도로, 주택, 전력망 등 핵심 인프라는 전혀 착공되지 않았다. 지역 주민들은 "일자리와 발전을 약속받았지만, 아무것도 변하지 않았다"고 BBC에 토로했다.
자금난과 암호화폐 붕괴, 그리고 정부의 최후통첩
프로젝트 좌초의 가장 큰 원인은 만성적인 자금 부족이었다. 에이콘은 투자금 조달을 위해 자체 암호화폐 '아코인(Akoin)'을 출시했으나, 2020년 1코인당 0.15달러로 시작했던 가격이 2024년 8월 기준 0.003달러로 98% 이상 폭락했다. 에이콘은 BBC와의 인터뷰에서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았다. 전적으로 내 책임"이라고 인정했다.
정부의 인내심도 한계에 다다랐다. Sapco는 2024년 6월, 에이콘 측이 약속한 대금을 여러 차례 미납하자 "공사가 시작되지 않으면 할당 토지의 90%를 회수하겠다"는 최후통첩을 보냈다. 실제로 에이콘이 소유권을 확보하지 못한 50헥타르를 포함, 대부분의 부지가 회수될 전망이다.

법적 논란과 '폰지 사기' 의혹
프로젝트는 자금난 외에도 각종 법적 논란에 휘말렸다. 2021년에는 에이콘의 전 비즈니스 파트너가 400만 달러 규모의 소송을 제기했고, 변호인단은 "폰지 사기와 유사한 전형적 특징이 있다"고 주장했다. 에이콘은 일부 소송을 법정 밖에서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실과 이상의 괴리'…세네갈 정부, "더 현실적인 개발로 선회"
에이콘 시티는 마블 영화 '블랙 팬서'의 가상국가 와칸다에서 영감을 받아 "현실 속 와칸다"를 표방했다. 하지만, 아프리카의 첨단 미래도시라는 비전은 자금, 기술, 행정, 사회적 합의 등 복합적 현실의 벽에 가로막혔다. 세네갈 정부는 "같은 부지에서 에이콘과 함께 보다 현실적인 개발을 추진하겠다"고 밝혔으나, 구체적 대안은 공개하지 않았다.
국제적 파장과 교훈
이번 세네갈 사례는 우간다 등 아프리카 타국에서 추진 중이던 유사 프로젝트에도 의구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실제로 우간다 무코노 지역 645에이커 부지에 추진 중이던 '에이콘 시티'도 현지 반발과 토지소유권 분쟁, 자금난 등으로 답보 상태에 놓였다.
전문가들은 "첨단기술, 암호화폐, 글로벌 셀럽 마케팅 등 화려한 비전만으로는 지속가능한 도시개발이 불가능하다"며, "현실적 자금조달, 인프라 구축, 지역사회와의 신뢰 형성 등 기본에 충실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