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스페이스=김문균 기자] 하나금융지주가 25일 주주총회를 열고 함영주 회장을 선출한 가운데 경제민주화시민연대·금융정의연대·민생경제연구소·참여연대(이하 금융연대)와 글로벌 의결권 자문사인 ISS(Institutional Shareholder Services)까지 반대의 목소리를 내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심지어 이복현 금융감독원 원장까지 연임에 대한 반대의견을 개진했지만, 이런 금융업계의 의견에 관계없이 연임을 강행했다는 점도 또 하나의 불편한 대목이다.
앞서 회장추천위원회(회추위)는 지난해 12월 23일 “창사 이래 최대 경영실적 달성과 역대 최고 주가를 경신하는 데 기여했다"며 함영주 회장을 차기 회장 후보로 단독 추천했고, 이번 주총에서 연임을 결정했다.
금융연대측은 "채용비리 사건 관련 사법리스크와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 사태 등 금융소비자의 신뢰를 훼손한 함영주 회장의 연임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들이 반대하는 주장의 핵심 중 첫째는 함영주 회장이 중대한 ‘사법 리스크’를 안고 있다는 점이다.
함영주 회장은 2015~2016년 하나은행장 시절 서류 및 면접 전형에서 특정 지원자들을 합격시키게끔 하고 ‘남자를 더 많이 뽑으라’고 지시한 혐의(업무방해와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 위반), 이른바 ‘채용비리’ 혐의로 2심에서 징역 6개월, 집행유예 2년의 유죄 판결을 받았다.
관련해 현재 대법원의 최종 판결을 앞두고 있으며, 임기 중 유죄(금고 이상의 실형이나 집행유예) 판결이 확정되면 함 회장은 금융사지배구조법에 따라 회장직을 잃게 된다.
금융연대측은 "채용비리로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데에 더해, 관련 사건으로 인한 사법리스크까지 안고 있는 함 회장의 연임 결정은 납득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강하게 피력했다.
특히 채용비리는 금융사의 도덕적 책무를 고려했을 때도 결코 가볍게 넘길 사안이 아니기 때문이다.
아울러 함 회장의 리스크는 사법리스크에 그치지 않는다. 함 회장은 하나은행 대표이사 시절 발생한 DLF 불완전판매로 인해 금융당국으로부터 ‘문책경고’의 중징계를 받은 바 있다. 지난해 대법원 판단으로 ‘주의적 경고’로 징계 수위가 낮아졌다 해도 하나은행에서 DLF 등 대규모 불완전판매가 발생했음은 결코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금융연대측은 "당시 함 회장을 비롯한 경영진의 내부통제가 매우 미흡했음이 드러났고 단기적인 이익을 위해 대규모 불완전판매가 구조적으로 발생하고 있음에도 이를 의도적으로 외면했다는 비판이 제기된 바도 있다"고주장했다.
특히 "글로벌 의결권 자문사인 ISS(Institutional Shareholder Services) 또한 경미한 제재를 받아 직무가 정지되진 않았으나 함 회장은 부실 감독에 주요 책임이 있으며, 소비자들의 피해가 심각한 점도 고려해야 한다”며 "DLF 사태를 이유로 함 회장의 연임에 반대한다"고 밝혔다.
이는 글로벌 투자자들 역시 하나금융의 이번 연임 결정이 신뢰성을 훼손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더욱이 함 회장은 자신의 연임을 위해 내부 규정을 셀프 개정하는 후안무치한 행위까지 벌였다고 연대측은 강조했다.
하나금융은 지난해 12월 1일 지배구조 내부 규정을 개정하면서 함 회장이 연임 시 임기 3년을 모두 채울 수 있도록 했다. 기존 규정에 따르면, 현재 만 68세인 함 회장은 연임하더라도 만 70세 이후 첫 주총이 개최될 2027년 3월까지 2년만 재임할 수 있지만, 이번 개정으로 연임 시 2028년 3월까지 임기를 다 마칠 수 있게 된 것.
앞서 이복현 금융감독원 원장은 “함영주 회장은 셀프 개정 등이란 비판을 받을 형태로는 연임을 안하실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함 회장의 ‘셀프 개정’ 시도를 우회적으로 비판한 것인데, 그럼에도 하나금융은 회추위원 무기명 투표라는 요식 행위까지 벌이며 함 회장의 임기를 보장하고 나섰다.
금융연대측은 "하나금융은 사법 리스크가 명확히 존재하는 함 회장의 연임을 강행하는 것이 과연 정당한지 심각하게 재고해야 한다"면서 "채용비리로 인한 대법원 유죄 판결 가능성과 금융소비자 보호 실패라는 오점을 가진 인사가 금융사의 수장으로 계속 남아야 할 이유는 없다"고 강조했다.
특히 "그런 인사가 연임을 하는 것은 금융사의 신뢰 회복과 지속 가능한 경영을 위협하고, 채용비리 피해자를 두 번 울리는 후안무치한 일"이라며 "금융소비자의 신뢰를 저버리는 선택이 결국 어떤 결과를 초래할 것인지 깊이 숙고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