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5.14 (수)

  • 구름많음동두천 17.6℃
  • 맑음강릉 20.3℃
  • 구름많음서울 18.2℃
  • 맑음대전 18.5℃
  • 맑음대구 19.0℃
  • 맑음울산 20.0℃
  • 맑음광주 18.4℃
  • 맑음부산 19.1℃
  • 맑음고창 18.4℃
  • 맑음제주 21.3℃
  • 구름많음강화 15.3℃
  • 구름조금보은 17.3℃
  • 맑음금산 18.1℃
  • 맑음강진군 18.7℃
  • 구름조금경주시 20.7℃
  • 맑음거제 19.7℃
기상청 제공

Opinion

[방구석은 우주] 아직 살아있지 못한 자 '미생', 직장인으로 산다는 것

AZ 임부장의 방구석 문화 체험기 (2)

 

아재의 회사 생활이란 게 쉽지 않습니다. 남이 주는 돈을 받고 일하는 곳이어서 그런 걸까요? 언제나 주인보다는 머슴의 입장인 것 같습니다. 부장이 되어도 여전히 눈치 볼 윗분은 많고, 후배들 대하는 것도 편하지 않습니다.

 

환경은 또 왜 이리 빨리 변하는지 바뀐 트렌드며 기술 용어 따라가기 벅찹니다. 시간도 마찬가지지요. 분주하게 움직이다 주위를 둘러보면 팀원들은 모두 퇴근하고 저만 혼자 남아 있을 때도 있습니다. 그러면 왠지 마음이 무겁고 외로워집니다. 이 같은 기분으로 돌아왔을 때 방구석에서 만나는 만화책 <미생>은 제게 좋은 친구가 되어줍니다.

 

<미생>에는 직장인의 고민과 삶이 그려져 있습니다. 회사 전경과 사무실 모습처럼, 그 안에서 일하는 사람들을 잘 그려냈습니다. 직장인 이야기이지만, 확연한 계급 구조 속 분리·차별의 사회를 힘겹게 버텨내는 이들을 말하려는 듯하기도 합니다. 이런 차원에서 보면 바둑에서 따왔다는, ‘아직 살아있지 못한 자’란 뜻인 ‘미생’은 더할 나위 없이 잘 지은 제목입니다.

 

프로바둑기사를 준비하다 포기하고 원 인터내셔널에 입사한 장그래. 인턴 및 계약직으로, 또 중소기업 사원으로 배우고 성장하는 그의 주변으로 이 사회가 지닌 갈등이 나타납니다. 대졸자와 고졸자, 낙하산과 공채, 정규직과 계약직, 남성과 여성, 영업과 스태프, 꼰대와 신입, 선배와 후배, 대기업과 중소기업, 근로자와 퇴직자 등으로 사람을 가르는 모습이 계속 이어지지요. 우리가 사는 사회가 이렇습니다.

 

대부분 관계에서 ‘을’인 장그래는 늘 어려움을 겪는 당사자입니다. 대기업 계약직일 때도 그렇고, 중소기업 ‘온길’의 정직원일때도 그랬지요. 일은 물론 사람과의 관계도 자기 힘으로 풀 수 있는 부분은 없어 보입니다. 그래도 장그래는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고, 바둑 뒀던 경험을 떠올리며, 새로운 방법으로 문제의 답을 찾아 나갑니다.

 

저는 그런 모습에 박수를 칩니다. 원 인터내셔널을 떠나며 ‘내 인프라는 내 자신이었다’고 깨닫거나, 여러 역경을 이겨내고 온길의 대표가 된 후 ‘결국 최선의 바둑이란 나에게 최선을 이끌어 낸 상대의 몫’이라 되뇌는 감동하기도 합니다.

 

이는 어쩌면 장그래의 모습 속에 저 자신이 겹쳐 보이기 때문일지 모릅니다. 수많은 이분법 가운데 소외되는 게 두려워서 하나라도 기득권 쪽에 있고자 안간힘을 쓰고 있기에, 스스로의 힘으로 장벽을 깨는 장그래를 통해 대리만족을 느끼는 것이지요.

 

장그래와 같은 이가 주변에 있으면 흔적이 남습니다. 이야기 나눴던 이의 마음에 자국도 새겨지지요. 그런 영향이 더해져 조금씩 세상이 바뀝니다. 장그래가 나가고 새로운 인턴이 들어오고 또 그러고... 원 인터내셔널은 그대로인 것 같습니다만, 많이 변했습니다. 최선을 다한 장그래로 인해 동기인 장백기∙안영이∙한석율의 사고와 태도가 바뀌었고, 김동식 대리의 발걸음을 새로운 직장으로 옮기게 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온길의 경영진도 그를 믿고 의지하게 만들었습니다. 덕분에 “이런 게 회사였지. 그런데 왜… 외롭냐…”는 김동식 대리의 말처럼 쓸쓸함이 묻어났던 1부의 끝은 2부 결말에 이르러 (여전히 완전히 살아있지 않은 상태일 지 몰라도) 희망과 감사로 변할 수 있었습니다.

 

지난해 인기 높았던 OTT 드라마 <소년시대>와 비슷한 느낌이랄까요? 실제로 윤태호 작가가 2012년부터 12년 동안 <미생>을 연재하는 동안 우리가 생활하는 사회나 기업문화는 상당히 달라졌습니다. 장그래 같은 인물이 등장하고, 함께 목소리를 내는 이들이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요? 

 

청년 장그래와는 달리 아재인 저는 찌질이로 오늘의 직장생활을 하는 미생입니다. 글로벌 경제 상황은 좋지 않고 기업마다 위기를 겪고 있는 지금, 전쟁터보다 더한 지옥에 가지 않기 위해 몸 사리며 ‘복지부동’ 하는 게 최고의 생존 방법인 것도 같습니다.

 

그런 게 직장인의 일상이겠죠. 하지만 아무런 자국도 흔적도 남길 수 없는 삶이 행복할 수 있을까요? 어차피 살아있지 못하다면, 무엇이라도 해 보는 게 더 재미있지 않을까 싶은데… 판타지 속 장그래와 같은 용기를 낼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우선 이 참에 바둑이라도 배워볼까요?

 

*‘AZ 임부장’은 빠르게 변하는 세상에 적응 못한 채 자기 멋에 빠져 있는 아재로, 공대 졸업 후 전공을 바꿔 20년차 기업 홍보맨으로 근근이 밥벌이 중이다. 책과 음악, 영화, 드라마 등에 파묻혀 한량처럼 사는 삶을 꿈꾸고 있다.

배너
배너
배너



[마음공간] 세상에서 가장 귀한 금은 시세급등중인 황금?…화려한 과거보다 ‘하찮은 지금’이 더 소중

몇해 전인가 “가장 비싼 금(gold)‘이 뭔지 알아?”란 질문에 “지금이야“라고 답했던 것이 유행한 적이 있던 걸로 기억합니다. 그만큼 지나간 과거와 다가올 미래도 의미가 있겠으나 처해 있는 현실인 now가 중요하단 말이었죠. 모든 유행어가 그렇듯 이 말도 반짝 유행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식상해진 그저 오래된 격언 정도로 희미해졌습니다. 돌반지 하나 5~10만원 하던 시절도 있었는데 그게 이젠 50만원이 됐으니 환장할 노릇이죠. 골드바 쟁여놓고 사놓은 부자들이 더욱 부자가 됐으니 그들은 시간이 흘러도 가치가 상승하는 ’지금‘을 계속계속 수집하나 봅니다. <쇼펜하우어 인생수업>(쇼펜하우어 저 / 김지민 엮음, 주식회사 하이스트그로우) 그 40번째 주제는 ‘하찮은 지금일지라도 가장 찬란했던 과거보다는 우월하다’ 입니다. 그래서 저도 모르게 서두에 언급한 ’지금‘에 대한 에피소드를 떠올렸네요. 책은 말합니다. ’우리들은 보통 과거의 무용담을 늘어놓는 이들을 그다지 놀라워하지 않는다고 말이죠. 설령 그 사람이 과거에 아무리 대단한 사람이었다고 해도 지금은 그다지 대단해 보이지 않으니 그냥 나랑 상관없는 이야기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말입니다. 참 간만

[마음공간] ‘상실’의 미학…‘아보하’가 소중한 이유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이란 말이 있죠~ 출처도 어떤 상황에서 나온 건지 아님 영화 속 명대사였는지 사실 가물하긴 합니다. 하지만 언제 들어도 명언같고, 짧지만 저 문장이 주는 강렬함 때문에 자주 속으로 되새김질하곤 합니다. 아주 건강하던 사람이 자신도 모르게 어느 한 순간 병에 걸려 어찌할 바를 모르고… 잘 다니던 회사에서 밀려나 직장을 잃고 방황과 후회속에 시간을 보내기도 하고… 현재 자신의 상태에서 지니고 있는 다양한 것들이 그저 당연하거나 원래 있던 것처럼 여기다 막상 없어지면 그제서야 한탄함을 많이 보곤 했습니다. 고백건대 필자 역시 잠시 멈춘 상태인데 애써 ‘정지(그만)’가 아닌 ‘잠시멈춤(pause)’이라 여기며 흔들리는 마음을 다잡기 위해 노력중입니다. 그렇습니다. 오죽하면 올해의 화두가 ’아보하(아주 보통의 하루)’가 아닌가 합니다. 특별하지 않고 별 것 없어도 그저 똑같은 일상의 한 날이 소중하다는 사실이 그 어느 때보다 중하게 여겨지니 말입니다. <쇼펜하우어 인생수업>(쇼펜하우어 저 / 김지민 엮음, 주식회사 하이스트그로우) 39번째 주제는 ‘자신에게 자주 이렇게 묻자. 이것이 내 것이 아니라면 어떨까?’ 입니다. 책은 말

[Moonshot-thinking] '등기 정보의 숲에서 레이더를 켜다' 부동산 데이터 접근의 패러다임

부동산 등기 조회 업무가 변하고 있다. 위치 기반 검색 기능으로 원하는 건물의 등기정보를 클릭 한 번에 확인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복잡한 주소 입력 과정이 필요했던 기존 방식을 뛰어넘는 혁신이다. 업무 시간을 대폭 줄이고, 효율성을 높이는 계기가 되고 있다. "종로 사직로에 있는 건물 10개의 등기를 조회하려면 보통 30분은 걸립니다. 일일이 주소를 확인하고 입력해야 하거든요. 그런데 새로운 위치 기반 서비스는 클릭만 하면 돼요. 5분이면 충분하죠." 종로구의 한 법무법인 실무자 A씨는 매일 수십 건의 등기부등본을 열람하며 부동산 권리관계를 확인하는 업무를 맡고 있다. 그에게 이 새로운 서비스는 드라마 '파친코'에서 선자와 고한수가 일본에서 매일 같은 시간, 같은 작업을 반복하며 견뎌내던 인고의 시간에서 벗어나게 해준 현대적 해결책과 같다." 위치 기반 검색은 마우스 클릭 한 번으로 원하는 건물의 소유주, 담보권 설정 여부, 권리관계 등을 즉시 확인할 수 있어 업무 효율성이 획기적으로 높아졌다. 금융권, 법조계도 변화에 주목한다. 시중은행 여신심사역 B씨는 "담보 평가를 위해 하루 수십 건의 등기를 확인하는데, 대량 검색 기능은 업무 시간을 크게 줄여줄 것

[마음공간] "‘너무’라는 두 글자에 너무 빠지지 마세요"…안분지족과 대충대충의 균형사이

여러분은 마음 속 어떤 공간을 갖고 계신지 궁금해집니다. 풍요롭나요? 아님 빈약한가요? 실질적 물질적 공간도 아닌데 측정할 수 있냐고 반문하실 수도 있고 나름의 주관적 잣대로 상대적 계량을 충분히 하실 수도 있다고 봅니다. 음… 저는 시시각각 유동적인 것 같은데 그래도 여전히 광활해지고 싶은 그 공간이 한동안은 풍성하진 않아도 윤택했으나 지금은 좀 줄어들어 허한 느낌입니다. 다시 차곡차곡 또 저만의 노하우와 마음가짐으로 여길 채워야겠죠. <쇼펜하우어 인생수업>(쇼펜하우어 저 / 김지민 엮음, 주식회사 하이스트그로우) 그 38번째 주제는 ‘더 많은 부를 얻으려 너무 노력할 필요는 없다’ 입니다. 전광석화의 속도는 아니나 쓱 눈을 흘겨본 첫 느낌은 ‘오늘은 사서삼경 맹자공자인가~ 이게 뭐야’였습니다. 하지만 다시 호흡을 가다듬고, 정독의 속도로 시선을 집중해보니 ‘너무’라는 두 글자가 확 와닿긴 했습니다. 그렇습니다. 책은 말합니다. ‘아리스토텔레스에 따르면 인간의 자산은 세 등급인데 첫째는 건강, 도덕, 인경 등 둘째는 재산과 소유물 그리고 셋째는 명예, 명성같은 타인에게 주는 인상‘으로 정의했습니다. 이 세가지가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고 상호 조

[마음공간] 소유가 주는 행복의 척도…비교가 잉태한 불행의 씨앗

이제는 다시 올 수 없는 대학교 학창 시절, 유행했던 노래 중 유독 좋아했던 가요 제목은 바로 ‘소유하지 않은 사랑’ 이었습니다. 김성면의 애절한 목소리에 더 애절한 음정은 정말 취하지 않아도 취하게 만들 정도로 제 심금을 울렸었죠. 보통 사랑을 한다고 하면 당연한 말이지만 그 상대가 있을테고 그 둘이 알콩달콩 이러쿵저러쿵 옥신각신하며 애정을 키워가기 마련이죠. 그렇기에 내가 좋아하는 상대를 더 원하고 더 소유하고 싶을텐데 이 노래의 제목은 이와 반대인 소유하지 않은 사랑이니 어찌보면 정말 위대하다 볼 수도 있고 또 너무 슬픈 나머지 반어적으로 썼다고 해석도 되긴 합니다. 신이 인간에게 무조건 주는 절대적 사랑인 아가페, 그리고 남녀의 육체적 사랑인 에로스, 또한 상호 교감하며 정신적 애정을 나누는 플라토닉까지 ‘사랑(love)’을 ’소유‘ 관점에서 놓고 본다면 여러 상황이 나옵니다. <쇼펜하우어 인생수업>(쇼펜하우어 저 / 김지민 엮음, 주식회사 하이스트그로우) 그 37 번째 주제는 ‘소유에 대한 만족은 모두에게 상대적이다’ 입니다. 최근의 풍토는 ’급‘을 나누길 즐기고, 사람이건 사물이건 ’계급‘을 부여하며 이를 당연시 한다고 책은 우선 꼬집습

[Moonshot-thinking] 데이터 없이 '오징어 부동산'에 달려든 당신, 탈락, 탈락입니다

"이 시장, 제가 다 알고 있어요. 난 이 게임을 해봤다고요." 서울 논현동 한 카페에서 만난 15년차 글로벌 투자사 한국법인 김모 씨는 우리나라 상업용 부동산 투자를 표현하다가 실없는 농담을 던졌다. 그의 말마따나 한국 상업용 부동산 시장은 오랫동안 '블랙박스'로 불려왔다. 영화 '월스트리트'에서 고든 게코가 "정보가 곧 돈이다"라고 했듯, 부동산 시장에서 정보의 힘은 절대적이다. 그러나 한국 시장은 제한된 정보와 비표준화된 데이터, 불투명한 거래 관행으로 인해 투자자들이 마치 안개 속을 걷는 듯한 경험을 해왔다. 최근 데이터 기반 분석 플랫폼의 등장으로 불투명한 상자에 밝은 빛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투자 의사결정 시간이 단축되고 수익률이 향상되는 성과가 나타난 뒤, 데이터는 한국 상업용 부동산 투자의 필수 요소로 자리 잡고 있다. 글로벌 부동산 투자 시장에서 한국은 국격 대비 '정보의 사각지대'였다. 미국이나 유럽의 투자자들은 RCA, 블룸버그, 코스타 같은 플랫폼을 통해 풍부한 데이터를 얻는 반면, 한국 시장은 이런 글로벌 플랫폼에서도 커버리지가 제한적이었다. 이는 해외 투자자들에게 큰 장벽으로 작용했다.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주요 원인 중 하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