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스페이스=김혜주 기자, 이종화 기자]
<편집자주> 유튜브, 인스타 등에서 활동하는 인플루언서들이 '협찬을 받지 않았다', '광고가 아니다'라는 사실을 보이기 위해 "내 돈 주고 내가 샀다"라는 뜻의 '내돈내산'이라는 말이 생겼다. 비슷한 말로 "내가 궁금해서 결국 내가 정리했다"는 의미의 '내궁내정'이라고 이 기획코너를 명명한다. 우리 일상속에서 자주 접하고 소소한 얘기거리, 궁금증, 호기심, 용어 등에 대해 정리해보는 코너를 기획했다.
멀미는 왜 생기는 걸까. 어떤 사람들이 주로 멀미가 생기나. 요즘엔 왜 멀미환자가 없나. 멀미약의 성분과 원리는. 어릴때 차를 많이 타면 멀미가 안생기는 이유 등 멀미에 대한 모든 것을 알아봤다.
1. 멀미가 발생하는 이유
멀미는 주로 시각, 전정기관(내이의 평형 감각), 고유수용감각 등 신체의 여러 감각 기관이 전달하는 정보의 불일치로 인해 발생한다. 예를 들어, 차량 내부에서 책을 읽거나 스마트폰을 볼 때 눈은 정지 상태를 인식하지만, 전정기관은 움직임을 감지한다. 이러한 감각 정보의 불일치로 인해 뇌가 혼란을 겪으며 멀미 증상이 나타나는 것이다.
멀미에 대한 민감도는 개인마다 다르며, 유전적 요인이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미국의 유전체연구소가 8만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멀미에 취약한 사람들은 눈, 귀의 평형 감각, 뇌 신경계와 관련된 35개의 유전자에서 일반인과 차이를 보였다. 이로 인해 멀미는 약 70% 정도 유전될 수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2. 요즘 아이들은 멀미를 모른다?
현대에는 차량의 승차감 개선, 도로 환경의 향상, 에어컨 등 공조 시스템의 발달로 멀미를 경험하는 빈도가 급격히 줄었다. 또한 어릴 때부터 차량을 자주 이용하면 전정기관이 반복적인 자극에 적응해 멀미에 대한 저항력이 높아질 수 있다.
1960~1980년대 부모님 세대들은 차를 탈 기회가 많지 않았지만, 90년대 이후 출생한 요즘 애들은 태어나면서 자동차, 비행기, 배 등을 자주 이용한 경우가 많아 멀미 환자는 급격히 줄었다고 볼 수 있다.
3. 멀미약의 구성과 성분
멀미약은 주로 항히스타민제와 항콜린제로 구성돼 있다. 항히스타민제는 과도한 전정 자극을 억제하고, 아세틸콜린에 대한 신경 흥분을 감소시켜 구토 중추의 활성화를 억제한다. 대표적인 성분으로는 디멘히드리네이트와 메클리진이 있으며, 이들은 중추 신경계에 작용하여 멀미 증상을 완화한다.
항콜린제인 스코폴라민은 부교감신경을 차단해 전정기관에서 뇌로 전달되는 신경 흥분을 억제하고, 구토 반사 중추를 억제함으로써 멀미를 예방한다. 스코폴라민은 패치 형태로 제공되며, '키미테패취'가 대표적이다. 여행 최소 4시간 전에 귀 뒤쪽에 부착하며, 약물이 피부를 통해 흡수되도록 한다. 1매의 효과는 3일간 지속된다.
4. 멀미약의 판매량 변화
지난 30년간 교통수단의 발전과 여행 증가로 멀미를 경험하는 인구가 늘어나면서, 멀미약 시장도 큰 변화를 겪어왔다. 의약품 시장조사기관 아이큐비아(IQVIA)의 셀 아웃 데이터에 따르면, 국내 일반의약품 멀미약 시장 규모는 2021년 35억원, 2022년 58억원, 2023년 77억원으로 증가했다. 이는 2년 만에 약 121.3% 성장한 수치다. 특히 2023년 5월 코로나19 엔데믹 선언 이후 여행 수요가 급증하면서 멀미약 시장도 활기를 되찾아, 2024년에는 시장 규모가 100억원을 돌파할 것으로 전망된다.
멀미약 수요 증가는 교통수단의 다양화와 이용 증가, 여행 및 이동의 증가, 생활 수준 향상 등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자동차, 버스, 비행기 등 다양한 교통수단의 이용이 증가하면서 멀미를 경험하는 인구도 늘어났고, 국내외 여행의 증가로 장시간 이동이 많아지면서 멀미약의 수요가 증가했다. 또한 생활 수준의 향상으로 여가 활동이 다양해지면서 멀미약의 필요성이 높아졌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이후 억눌렸던 여행 수요가 폭발하면서 멀미약 시장도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며 "특히 어린이용 멀미약의 수요 증가가 두드러진다"고 전했다.
5. 멀미약의 대표주자…소보민시럽과 노랑캡슐
삼익제약(대표 이충환, 권영이)의 어린이 멀미약 소보민시럽이 최근 2년간(2022~2023년) 약국에서 가장 많이 팔린 멀미약에 이름을 올렸다. 특히 소보민 2023년 매출은 2021년 대비 167% 성장했다. 삼익제약 성인용 멀미약 노보민을 포함하면 2021년 대비 2023년 매출이 226%로 증가했다. 소보민은 멘히드리네이트, 니코틴산아미드, 피리독신 등의 성분으로 구성돼 있다.
또한, 태전그룹 에이오케이(AOK, 대표 강오순)의 '노랑캡슐'은 2023년 6월 출시 이후 4개월새 40% 가까이 증가하며 시장에서 주목받고 있다. 일본의 국민 멀미약으로 통하는 아네론캡슐과 동일한 효능효과로 유명해졌으며, 클로르페니라민말레산염(진정작용), 스코폴라민브롬화수소산염수화물(구토억제), 피리독신염산염(대사촉진), 카페인무수물(각성효과), 아미노벤조산에틸(구토억제) 등 국내에서는 유일하게 5가지 작용기전을 모두 충족한다.
에이오케이 관계자는 "출시 이후 배낚시꾼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아 재생산 문의를 끊임없이 받았다"면서 "코로나 엔데믹 시대로 접어들며 여행객 수가 증가하는 만큼 앞으로도 멀미약이 필요한 소비자에게 인기를 끌 것"이라고 전했다.
6. 멀미 분야 新연구…"뇌 전정피질이 감각기관 불일치를 적절히 통합하지 못할 때"
멀미 예방과 관련된 신경 과학 연구에서도 새로운 연구동향이 떠오르고 있다. 그동안 멀미는 시각, 전정기관, 고유 수용 감각기관간 불일치로 발생한다는 이론이 메인흐름이었으나, 최근 신경망의 적응 실패로 더 세분화됐다. 즉 뇌의 전정 피질이 불일치를 적절히 통합하지 못할 때 멀미가 발생한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현재는 GABA(감마-아미노뷰티르산)가 멀미를 억제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연구가 진행 중이다.
또 멀미 연구와 VR 기술이 밀접한 관련을 맺으면서 연구가 이뤄지고 있다. VR 기기를 사용한 연구에서 멀미를 유발하는 특정 움직임 패턴(예: 회전, 상승)이 밝혀졌다. 이러한 패턴을 기반으로 멀미를 예방하는 알고리즘 개발이 이루어지고 있다.
7. 멀미와 AI…VR 및 웨어러블 디바이스와 함께 발전
최근 멀미분야에도 AI기술이 적용되는 추세다. AI는 사용자 데이터를 기반으로 멀미 발생 가능성을 실시간으로 예측할 수 있다. 즉 여행 경로, 차량의 흔들림 데이터, 개인의 전정 민감도를 분석해 멀미 가능성과 대응방안을 진단해준다. 또 AI는 사용자의 연령, 건강 상태, 과거 복용 이력을 기반으로 가장 적합한 멀미약을 추천할 수 있다.
최근엔 VR기기 및 웨어러블 디바이스와 연결된 AI 시스템을 통해 사용자의 생체 데이터를 분석해 실시간 피드백 시스템으로 멀미 발생 전 조기 경고를 제공한다.
이러한 기술은 여행, 운송업계 뿐만 아니라 의료 및 VR 산업에서도 활용도가 높다. 현재 연구는 아직 초기단계이지만, VR시장이 급격히 성장하고 웨어러블 디바이스도 속속 나오면서 멀미약 시장도 함께 성장할 것이란 점에는 이견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