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스페이스=김혜주 기자]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장남 최인근(30)씨가 SK E&S를 퇴사하고 세계적 컨설팅사 맥킨지앤드컴퍼니 서울 오피스에 합류한다.
이는 재계 3~4세 경영자들이 글로벌 컨설팅을 통한 경영수업을 거쳐 그룹 핵심 임원으로 복귀하는 전형적 경로라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최인근씨는 최태원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 사이의 1남2녀 가운데 막내다.
학력 및 성장 배경
최인근 씨는 1995년생이다. 서울에서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중학교를 정규 과정이 아닌 대안학교인 이우학교로 진학해 화제를 모았다. 어린 시절 소아당뇨를 앓은 경험이 있으며, 이는 본인과 가족의 교육 및 성장 환경 선택에 영향을 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우학교는 입시 위주 교육 대신 학생 개개인의 자율성과 인격을 중시하는 교육철학을 지닌 특성화 대안학교로, 교복·두발 규제 없이 학생이 원하는 수업을 선택할 수 있다. 이우학교 진학이유는 어머니 노소영 관장이 “대안적인 사고를 하는 분위기에서 배울 점이 많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전해졌다. 이우학교 재학 시절 최인근 씨가 가장 좋아했던 과목은 ‘농사짓기’였다고 알려져 있다.
이우학교(중·고 통합 대안학교) 졸업 후 서울의 한 사립고등학교에 잠시 재학했으나, 곧 중국 상하이로 어학연수를 떠났다. 중국에서 어학연수를 마친 뒤, 미국 하와이 프리퍼러토리 아카데미(Hawaii Preparatory Academy)에 진학해 졸업했다. 하와이 프리퍼러토리 아카데미는 미국 하와이에 위치한 명문 사립 보딩스쿨이다.
최인근 씨는 전통적인 재벌가의 ‘명문고-서울대(혹은 유학)-경영참여’ 루트와 달리, 대안학교(이우학교)와 해외 유학(중국, 미국)을 거치는 비정형적·글로벌 성장 경로를 밟았다.
이우학교에서의 경험은 자율적 학습과 비판적 사고, 다양한 관점 포용 등 독립적 태도를 키우는 데 영향을 미쳤고, 이후 글로벌 환경 적응력과 융합적 사고를 키우는 데 밑거름이 되었다고 볼 수 있다.
이는 SK그룹 차세대 오너로서의 다각적 시각과 실용적 리더십을 키우는 데 긍정적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대학교 진학 및 전공
최인근 씨는 미국 브라운 대학교(Brown University)에서 물리학(Physics)을 전공했다. 브라운 대학교는 미국 로드아일랜드주 프로비던스에 위치한 아이비리그(Ivy League) 소속 명문 사립대학으로, 1764년 설립된 미국에서 일곱 번째로 오래된 고등교육기관이다.
브라운 대학교는 자유로운 학풍과 혁신적 교육과정(Open Curriculum)으로 유명하다. 학생들은 필수 교양과목의 제한 없이 자신만의 학업 로드맵을 설계할 수 있으며, 이는 창의적 사고와 자기주도적 학습을 장려하는 학교의 전통과도 맞닿아 있다.
또한 브라운 대학교 동문으로는 존 F. 케네디 주니어, CNN 창립자 테드 터너, 배우 엠마 왓슨, 노벨상 수상자 크레이그 멜로 등이 있다. 이러한 국제적 네트워크와 학문적 자유는 브라운 대학교 출신 인재들이 다양한 분야에서 리더십을 발휘하는 데 큰 자산이 되고 있다.
대학 졸업 후 커리어 경로
2014년 대학을 졸업한 후 보스턴컨설팅그룹(BCG) 인턴십을 거쳐 2020년 SK이노베이션 E&S 전략기획팀 신입사원으로 입사, 그룹 내 에너지 및 신사업 전략을 담당하며 경영 실무를 익혔다.
최근까지 SK E&S 북미사업총괄 조직 ‘패스키(Passkey)’에서 근무하며 에너지솔루션 사업에 직접 참여, 글로벌 사업 경험을 쌓았다. 2021년 11월 설립된 패스키는 SK E&S 미국 법인이 100%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데 최태원 회장의 동생인 최재원 SK온 수석부회장이 이사회 의장 겸 최고투자책임자(CIO)를 맡고 있다.
2025년 7월 맥킨지앤드컴퍼니 서울 오피스 입사 예정이다. 이는 다양한 산업과 경영전략, 조직 운영, 글로벌 시장 분석 등 컨설팅 업무를 통해 경영자로서의 역량을 압축적으로 키우기 위한 행보로 해석된다.
경영수업과 재계 관행
재계에서는 글로벌 컨설팅사 근무 경험이 차세대 경영자들의 ‘필수 코스’로 자리잡고 있다.
실제로 최인근 씨의 누나인 최윤정 SK바이오팜 사업개발본부장(부사장) 역시 베인앤드컴퍼니에서 2년간 컨설턴트로 근무한 뒤 SK바이오팜에 합류했다. 정기선 HD현대 수석부회장, 홍정국 BGF 부회장, 서민정 아모레퍼시픽 담당 등도 글로벌 컨설팅사 경험을 거쳐 그룹 경영에 참여한 바 있다.
가족과의 관계, 향후 전망
최태원 회장은 평소 자녀들과 진로 상담을 자주 하며, 특히 인근 씨와는 테니스를 함께 치는 등 각별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이번 맥킨지 이직 역시 최 회장의 권유가 있었던 것으로 재계는 보고 있다.
인근 씨는 지난해 SK 관련 재단 행사, 한국고등교육재단 50주년 기념식 등 공식 석상에 아버지와 함께 모습을 드러내며 경영 승계 준비에 나서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인근 씨가 경영전략, 조직운영, 글로벌 시장 분석 등 핵심 역량을 단기간 내 익힐 수 있는 맥킨지에서 본격적인 경영수업을 받게 됐다”며 “향후 SK그룹 임원으로 복귀할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했다.

SK자녀들의 유학경로…중국에서 중고등 졸업, 미국에서 시카고대학?
최 회장의 자녀 3명들은 모두 중국에서 중고교를 반드시 경험하고, 미국에서 대학을 졸업하는 코스를 거쳐왔다.
장녀, 차녀 모두 중국 베이징국제학교를 졸업했으며, 장남 인근씨도 중국 상해에서 중국문화와 네크워킹을 경험한 후 미국으로 건너갔다.
최태원 회장의 장녀인 최윤정 본부장은 1989년생으로 2008년 중국 북경의 최고 국제학교로 불리는 베이징국제학교(ISB)를 졸업한 뒤 미국 시카고대학 경제학과에 입학했다. 2017년 SK바이오팜에 입사했다가 2019년 휴직 후 미국 스탠퍼드대에서 바이오인포매틱스(생명정보학) 석사 과정을 밟았다.
2021년 7월 복직해 2023년 말 SK바이오팜에서 임원으로 승진했다. 입사 후 7년 만의 임원 입성이자 그룹 내 최연소 임원이다. SK바이오팜은 사업개발본부 산하로 사업개발팀과 전략투자팀을 통합 편성했다. 최 본부장은 SK라이프사이언스랩스 인수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하는 등 신규 투자와 사업 개발 분야에서 성과를 드러냈다는 평가를 받으며 전략투자팀을 이끌고 있다.
차녀 민정 씨(1991년생)도 중국 베이징국제학교(ISB)를 졸업한 뒤 2010년 베이징대 경영대에 해당하는 광화관리학원(光華管理學院)에 입학했다. 졸업한 후 2014년 9월 재벌가의 딸로는 처음으로 해군 사관후보생으로 자원입대해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모범을 보였다는 평가를 받았다. 해군장교 시절 청해부대와 서해 2함대에서 근무하는 모습이 공개되기도 했다.
2017년 11월 해군 중위로 전역하고 2018년부터는 중국 상위 10위권 투자회사인 홍이투자에 입사해 글로벌 M&A 관련 업무를 했다. 이후 2019년 SK하이닉스에 대리급으로 입사했다가 2022년 초 휴직했다.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있는 원격 의료 스타트업 '던'에서 무보수 자문역을 맡고, 지역 비정부기구(NGO) '스마트'(SMART)에서 교육 봉사를 했다.
최씨는 2024년 3월 미국에서 인공지능(AI) 기반 헬스케어 스타트업 기업 인테그랄 헬스(Integral Health)를 공동 설립했다. 인테그랄 헬스는 헬스케어 기관, 건강보험 회사 등과 파트너십을 맺고 심리 건강을 관리하는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업체이다.
인근 씨의 대학 진학과 관련해 SK그룹 안팎에서는 브라운대학보다는 장녀 윤정 씨처럼 시카고대학으로 진학할 것으로 예상했다. 인근 씨의 조부인 고(故) 최종현 선대회장은 시카고대학 경제학 석사 출신이다. 또 부친인 최태원 회장도 시카고대학 경제학 석박사 통합과정을 수료했다. 게다가 할머니 고(故) 박계희 여사도 시카고 미술대학에서 응용미술을 공부했다.
심지어 최종현 선대회장은 물론 최태원 회장 역시 배우자를 시카고대학 유학시절 만났다. 최 회장의 장녀인 윤정 씨가 시카고대학을 선택하게 된 것 역시 부친인 최 회장의 권유에 따른 것이다.
SK그룹 및 재계 관계자는 “시카고대학은 물론 시카고는 최태원 회장 가족과 집안에 각별한 의미가 있는 곳”이라며 "비록 인근 씨가 브라운대학으로 진학을 했지만 장녀 윤정 씨로 인해 3대가 시카고대학 출신이라는 점에서 SK그룹과는 특별한 인연"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