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상 가장 큰 규모의 부의 이전이 시작되고 있다. 하버드의 젊은 졸업생들이 주목하는 것은 화려한 테크 스타트업이 아니다. 그들의 시선은 은퇴를 앞둔 베이비부머 세대가 운영하는 ‘지루하고 낡은’ 전통 산업을 향한다. 수천억 원대 매출을 올리는 이들 산업은 세대교체의 기로에 있다. 거대한 물결은 도시의 심장부, 상업용 부동산 시장에도 예기치 못한 변화를 몰고 온다. 한때 도시의 활력과 번영을 상징하던 화려한 오피스 빌딩은 ‘빈 둥지 증후군’을 앓고 있다. 코로나19 이후 재택근무 혹은, 하이브리드 근무가 일상에 스며 들었다. 도심의 오피스 빌딩은 정체성을 잃은 채 표류하고 있다. 그런데 최근 산업 지형도 변화는 빈 둥지에 뜻밖의 기회를 제시한다. 얼마전 원티드 HR 컨퍼런스에서 발표된 통계는 주목할 만하다. 우리나라의 스타트업 생태계가 IT 중심에서 제조업 기반으로 전환되는 양상이다. 우주, 항공, 로봇, 2차 전지 등 제조업 기반 스타트업들이 투자 시장의 중심축으로 부상하고 있다. 이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례가 있다. 얼마전 한 유망 스타트업이 도심 호텔이나 컨벤션 센터가 아닌, 공장 현장에서 주주총회를 열었다. 단순한 장소 선정의 문제가 아니다. 스타트업
지난해 여름, 한 지하 커피숍에 들어섰을 때의 경험이 생생하다. 들어서자마자 펼쳐진 초록빛 벽면의 수직정원, 자연광이 스며드는 창가의 나무 의자, 그리고 공간 곳곳에 배치된 자연 소재의 가구들. 그 순간 실내 지하에 있으면서도 숲 속에 있는 듯한 착각에 빠졌다. 2025년 상업용 시설 인테리어의 변화를 예고하는 징후다. 공간은 단순한 기능적 구조물이 아니다. 살아있는 유기체이자 사용자 감성을 자극하는 예술 작품이다. 알스퀘어디자인의 최근 연구는 이러한 변화의 핵심을 'NATURE+'라는 키워드로 집약한다. 여기서 'NATURE+'는 단순한 자연 모방을 넘어 기술과 자연의 융합, 지속가능성, 감성적 경험을 포괄하는 개념이다. 자연친화적 디자인과 첨단 기술의 결합을 통해 인간과 환경, 기술이 조화롭게 공존하는 공간 혁신을 의미한다. 현대백화점 여의도점의 '사운드포레스트'는 이러한 트렌드의 대표적 사례다. 실내 수직 정원과 자연광을 통해 도심 속 휴식 공간을 구현했다. SK디앤디 을지로 타워는 대형 그린 오피스로 업무 공간의 새로운 기준을 제시했다. 특히 이곳은 옥상 정원과 실내 정원을 연계해 직원들의 웰빙을 고려한 공간 설계를 선보였다. 주목할 변화는 기술과 자
"지난해 초만 해도 매수자 찾기가 힘들었죠. 요즘은 실데이터 분석을 토대로 투자를 결정하는 매수자가 제법 생겼어요." 서울 강남구의 한 중개업소 대표 A씨의 말이다. 불확실성이 큰 부동산 시장에서 객관적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의사결정이 트렌드로 자리 잡고 있다. 변화의 핵심에는 데이터 기반의 시장 분석이 있다. 과거 부동산 시장이 개인의 경험과 직관에 의존했다면, 객관적 데이터를 통한 의사결정이 표준이 되어 가고 있다. 국내에서도 상업용 부동산 데이터 솔루션이 도입된 것이 이러한 흐름을 반영한다. 주목할 만한 것은 데이터 기반 의사결정이 가져온 구체적인 성과다. 지난해 3분기 성수동 오피스 투자를 결정한 B자산운용사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IT 기업들의 확장 이전 수요와 인근 재개발 계획에 대한 빅데이터 분석이 투자 결정의 핵심이었다. 실제로 6개월 만에 시장 예상을 뛰어넘는 성과를 거뒀다. 시장 데이터는 상황을 정확히 짚어낸다. 알스퀘어 애널리틱스에 따르면 지난 3분기 지식산업센터 매매지수는 전분기 대비 3.1% 상승했다. 오피스 매매지수는 486.0포인트를 기록하며 2년 전 최고치에 근접했다. 이러한 객관적 지표는 시장 참여자의 합리적 판단을 돕는다. 프롭
한국의 상업용 부동산 시장은 광산 깊숙이 묻힌 원석이다. 세계 10위권의 경제 대국이라는 찬란한 빛을 품고 있다. 그러나 진가를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홍콩, 일본, 싱가포르 등 아시아 선진국들의 부동산 시장이 세계 투자자들의 눈길을 사로잡는 동안, 우리나라의 상업용 부동산은 그림자 속에 가려져 있다. 이러한 '디스카운트'의 주된 원인은 '시장 투명성 부족'이다. 안개 속을 걷는 듯한 불투명한 거래 정보와 체계적인 데이터 집계 시스템의 부재로 인해 글로벌 투자자들은 우리 시장을 들여다보지 못하고 있다. 결국 시장 이해와 리스크 평가를 어렵게 만들어 투자 결정을 망설이게 하는 요인이 된다. '복잡한 규제 환경' 역시 투자자의 발목을 잡는 걸림돌이다. 외국인 투자에 대한 규제가 미로와 같이 복잡하고 불명확하다. 그래서 길을 잃기 쉽다. 최근 만난 한 외국계 투자사 관계자는 "한국의 부동산 정책은 변화무쌍한 날씨와 같다. 장기적인 투자 계획을 세우기가 어렵다"고 토로했다. 이는 우리 시장의 예측 가능성과 안정성에 대한 우려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다. 급격한 가격 상승으로 인한 '수익률 압박'도 글로벌 투자자들의 관심을 저해하는 요인이다. 거친 파도를 넘어야
글로벌 시장에 눈 돌린 K-스타트업들이 휘청인다. 사업 대폭 축소 및 지사 철수 소식이 이어진다. 이들의 잰걸음은 현금 유동성이 풍성한 시기였다. 내수 성공에서 온 자신감이 충만했다. 투자사의 믿음과 지원도 든든했다. 그런데 고금리와 이스라엘-하마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로 안갯속에서 허우적대는 곳이 늘어나고 있다. 해외 시장은 무딘 뿔을 지닌 유니콘을 허락하지 않았다. 뚫리기는커녕 튕겨내기 일쑤였다. 배부른 유니콘은 주저앉기 십상이다. 비슷한 시기에 알스퀘어는 베트남을 향했다. 이때 사람들이 생각한 방식이 있다. ‘정보수집 인력을 현지 채용해 건물 데이터를 수집한 뒤, 중개사와 설계 및 개발 인력을 채용하고, 투자받은 자금력으로 마케팅을 돌리겠구나’ 하고. 당연히 정보 쌓기부터 시작했다. 그런데 그 방식이 사람들의 예상과 조금 달랐다. 알스퀘어는 다수의 정보수집 인력을 직접 베트남으로 내보냈다. 현지 인력 교육과 지휘는 '목적'이 아니었다. 하노이·호찌민 등 주요 지역을 누비고, 직접 '건물을 탔다'. 항공료 및 체류비 부담이 상당했다. 그러나 냉철한 시장 조사와 분석이 정보 쌓기 단계에서 자연스레 이뤄졌다. 많은 기업이 글로벌 진출 시 '현지의 전
골망을 흔드는 안정환의 헤딩슛을 보며, '대한민국'을 외칠 때만 해도 상상도 못 한 일이다. 연락 수단을 넘어선 '손전화'는 지갑과 내비게이션, 엔터테인먼트 등 역할을 수행하며 우리 신체의 일부가 됐다. 이 같은 변화가 건물에도 스며들고 있다. 4차 산업혁명 기술이 집약된 스마트빌딩이 '일상'에 자리 잡는 중이다. 2024년 상반기 글로벌 프롭테크 시장은 예상을 뛰어넘는 혁신적 변화를 보였다. 미국과 유럽 등 기술 선진국의 사례를 분석하며, 주목할 만한 프롭테크 트렌드를 조명해 본다. 첫째로, '인공지능(AI) 기반 부동산 설계 및 관리'다. AI 기술은 도시 설계의 선구자적 역할을 할 것이다. 미국의 '오토데스크'가 내놓은 'Autodesk AEC Collection'은 건축 설계를 자동화한 AI 프로그램이다. 하반기에는 도시 계획 단계부터 개입할 것으로 보인다. 구글의 자회사 '사이드워크 랩스'가 토론토에서 진행 중인 스마트시티 프로젝트도 비슷하다. 유럽에서는 네덜란드 AI 건물관리 시스템 기업 '스페이스웰'이 두각을 보인다. 건물의 에너지 사용량을 실시간 최적화하고, 예측 유지보수를 구현한다. 벨기에 브뤼셀과 스웨덴 스톡홀름의 오피스들이 스마트빌딩 솔루
연말을 맞아 건설 업계가 새해계획을 세우며 안전보건경영 전문가 모시기에 분주하다. 과거, 스타트업이 앞다퉈 우수 IT 개발자 채용에 나섰던 현상과 비견될 만하다. 중대재해처벌법 골자 중 하나가 안전 보건 업무를 총괄하는 전담 조직 설치. 법령에 따르면, 사업장 규모와 유형에 따라 안전관리, 보건관리, 안전보건관리자를 선임해야 한다. 문제는 관련 학과를 졸업하고, 자격증을 취득한 인원의 수가 사업장 수에 비해 턱없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건설 업계에서는 안전이 '경쟁력'을 넘어 '생명력'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대규모 프로젝트나 공공 입찰 시 하청 기업을 선정할 때, 신용평가와 더불어 공인된 안전 경영 평가 점수(등급)를 따진다. 대표적인 지표가 신용평가사 나이스디앤비의 건설안전관리 평가다. 나이스디앤비는 기업의 건설안전관리를 평가해 총 7단계 등급으로 나눈다. 안전관리 시스템, 리스크 관리, 안전 교육 및 훈련, 안전 성과, 외부 인증 등 다양한 분야를 평가한다. 가장 높은 등급 SA1 등급은 국내 기업 중 취득한 경우가 드물다. SA1 등급은 건설 현장의 안전 관리 수준이 최고 수준임을 인증한다. 체계적이고, 효과적인 안전 보건 경영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음
ESG(Environmental(환경), Social(사회), Governance(지배구조))는 호화로운 연회장에서 울려 퍼지는 우아한 왈츠 음악 같았다. 거대 기업들의 독무대였다. 그런데 이 멜로디는 열정적인 살사(Salsa) 리듬에 얹어져 새로운 곡조를 뽑아내고 있다. 스타트업들이 박자에 맞춰 혁신의 춤을 추기 시작했다. 무대에서 흥미로운 것은, 각 기업이나 단체가 고유한 춤 동작을 ESG라는 음악에 맞춰 재해석하는 모습이다. 알스퀘어라는 작은 무용수를 보라. 'UN 글로벌 콤팩트' 무대에 첫 발을 내디딘 이 프롭테크 기업은 ESG라는 춤의 동작 하나하나를 자기 스타일로 해석하며 상업용 부동산 무대를 재창조하고 있다. 데이터 기반의 안무는 건물들을 양질의 임차인으로 채우고, 탄소 배출이라는 거친 동작을 부드럽게 다듬어낸다. 안전보건경영 시스템이라는 의상을 걸친 알스퀘어는 '사회'라는 넓은 무대로 발을 넓힌다. 중대재해처벌법이라는 까다로운 심사위원 앞에서도, 독특한 퍼포먼스로 갈채를 받는다. 한국소프트웨어산업협회의 'ESG 위원회'는 새로운 안무를 가르치는 댄스 스쿨과 같다. 그리고 판교 테크노밸리 소재 기업들이 결성한 '판교ESG얼라이언스'는 무용수들이
서울의 오피스 지도가 변화의 조짐을 보인다. 한때 강남, 여의도, 도심(CBD)의 3대 권역으로 불리던 서울의 오피스 시장에 새로운 별이 떠오르고 있다. 마곡이다. 알스퀘어의 최신 데이터 분석 결과, 이러한 변화의 실체가 드러나고 있다. 알스퀘어의 R.A(Rsquare Analytics)에 따르면, 2024년 2분기 마곡 지역의 오피스 임대료는 전년 동기 대비 7.2% 상승했다. 이는 서울 3대 권역의 평균 상승률 5.1%를 크게 웃돈다. 마곡 지역의 수요가 급격히 증가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최근 마곡에서는 흥미로운 ‘대형 입주’ 현상이 관찰된다. 여의도 IFC와 맞먹는 규모의 복합 업무시설 ‘원그로브’가 준공되면서, 대기업 계열사들과 대형마트 등이 속속 입주를 예고하고 있다. 마곡이 단순한 배후 주거지를 넘어 독립적인 비즈니스 중심지로 진화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변화는 우연이 아니다. R.A의 임대차 거래 데이터 분석 결과, 2024년 상반기 마곡 지역 신규 임차 기업 중 IT 및 바이오 기업의 비중이 45%로, 전년 동기 30%에서 크게 증가했다. LG사이언스파크를 중심으로 한 R&D 클러스터가 형성되면서, 관련 기업들이 앞다퉈 마곡으로 ‘서식지’
한때 정보기술(IT)와 게임 기업의 낙원으로 불리던 판교 테크노밸리가 변신을 꾀하고 있다. 마치 자연 생태계가 시간 흐름에 따라 변화하듯, 판교의 기업 생태계도 끊임없이 진화 중이다. 데이터 전문 상업용 부동산 기업 알스퀘어의 최신 분석 결과, 이러한 변화의 실체가 뚜렷이 드러나고 있다. 알스퀘어의 R.A에 따르면, 2024년 2분기 판교 테크노밸리의 오피스 임대료는 전년 동기 대비 5.3% 상승했다. 이는 서울 강남권의 4.1% 상승률을 웃도는 수치다. 판교 지역의 수요가 여전히 강세임을 보여준다. 그러나 이 수요의 주체가 변화하고 있다는 점이 주목할 만하다. 최근 판교에서는 흥미로운 ‘서식지 이동’이 관찰되고 있다. 게임 회사 스마일게이트가 떠난 자리에 제조업의 강자 한화정밀기계가 둥지를 틀었다. 알스퀘어는 생태계의 중재자처럼 두 기업 간의 공간 이동을 원활하게 연결했다. 이러한 변화는 우연이 아니다. R.A 임대차 거래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2024년 상반기 판교 지역 신규 임차 기업 중 제조업 비중이 27%로, 전년 동기 18%에서 크게 증가했다. 현대제철, HD현대, 현대차 등 대형 제조업체들이 앞다퉈 판교로 ‘서식지’를 옮기고 있다. JLL의 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