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스페이스=조일섭 기자] 현대위아 창원공장의 불법파견 문제를 둘러싸고 노사 갈등이 장기화되는 가운데, 중재 역할을 맡아야 할 경남도청 등 지자체 공무원들이 현대위아 사측으로부터 선물 꾸러미를 받은 정황이 드러나 논란이 커지고 있다.
현장 포착된 ‘선물 수령’과 몰래 채증
금속노조 현대위아창원비정규직지회(이하 지회)는 지난 5월 21일 오후, 경남도청을 비롯한 관계 공무원 10여명이 현대위아 창원 본사에서 간담회를 마치고 공장을 빠져나오는 장면을 목격했다. 이들은 현대위아 로고가 찍힌 종이가방을 손에 들고 있었으며, 이 가방은 회사 방문객에게 제공되는 선물용이었다.
특히 한 공무원이 노조원들을 몰래 촬영하는 모습도 확인됐다. 지회 측은 공무원이 촬영한 사진에 현수막, 깃발, 노조원 얼굴 등이 담긴 것을 확인하고, 신분 확인을 요구했으나 공무원은 촬영 자료 삭제만을 반복적으로 요구했다.
지회는 “현장에서 목격하지 않았다면 선물을 돌려줬을지 의문”이라며, “지자체가 노동 탄압을 방조하거나 대행해서는 안된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실제로 경남도청 측은 “기념품인 줄 알고 받았으나, 노조의 지적이 있어 모두 반납했다”고 해명했으나, 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노사 갈등 장기화…‘본사 이전’ 카드까지 등장
현대위아 창원공장에서는 2024년 1월부터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불법파견 인정과 직접고용을 요구하며 1년 넘게 집회를 이어왔다. 이에 대해 현대위아 사측은 법적 판단만을 기다리겠다며 대화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여왔다. 최근에는 장기 집회로 인한 업무 피해를 이유로 ‘본사 이전’까지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내놓으며 갈등이 더욱 격화되고 있다.
김진형 현대위아창원비정규직지회장은 “우리는 대화를 요구하고 있지만 현대위아 측은 법 판단만 기다리고 있다"면서 "사측의 본사 이전 검토는 정당한 집회를 탄압하려는 목적이다. 노동자와 시민, 1만8000 금속노조 경남지부 조합원이 지자체의 행동을 주의 깊게 지켜보고 있다”고 경고했다.
노조 “공무원 처신 부적절…중립성 훼손”
김진형 지회장은 “선물의 액수 문제가 아니라 공무원이 노사 갈등이 있는 회사를 방문해 사측에서 제공하는 물품을 받았다는 자체가 부적절한 처신”이라며, “특히 자신들이 당당했다면 노조원을 피하지 말고 당당히 대응했어야 한다”고 비판했다.
지회는 경남도 등 지자체가 현대위아의 불법파견 문제에 대해 중립을 지키지 못하고, 오히려 기업 편에 선 듯한 행위로 노조 탄압을 방조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갈등의 본질은 ‘불법파견’
현대위아 평택공장에서는 이미 법원이 불법파견을 인정하는 판결이 잇따라 나왔고, 창원공장 역시 유사한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어 결과에 관심이 쏠린다. 그러나 현대위아는 자회사 전환 등으로 대응하며 직접고용 요구를 거부하고 있다. 지회는 “사측이 지역을 볼모 삼아 노동자를 적으로 돌리려 한다”고 비판했다.
이번 논란은 불법파견 문제를 둘러싼 노사 갈등이 지역 사회와 행정기관의 신뢰 문제로까지 번지고 있음을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