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사랑은 같지만, 사랑의 방식은 매일 다르게 연습된다
저녁을 준비하는데, 쌍둥이 중 한 아이가 울면서 말했다.
“엄마는 연우만 좋아해.”
그 말이 낯설지 않다. 며칠 전, 다른 아이도 비슷한 말을 했었다. 표현만 다를 뿐, 둘의 마음의 결은 같다.
이란성 쌍둥이. 성별도 생일도 같지만, 모든 것이 정반대다.
한 명은 한식을 좋아하고, 다른 한 명은 빵을 좋아한다.
한 명은 책상에 앉아 집중하고, 다른 한 명은 바닥에 누워 공부한다.
한 명은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하고, 다른 한 명은 침묵 속에 감정을 쌓는다.
나는 때로는 통역사가 되고, 때로는 탐정이 되어 각자의 언어를 읽어내야 한다.
그래서 감정도 두 배, 해석도 두 배. 미안함도 두 배다.
이런 날, 엄마의 감정은 서랍 속 깊숙이 밀어 넣은 편지처럼 구겨져 있다.
꺼내면 더 어지러워질 것 같아 급하게 다시 닫아둔다.
그래서 누군가 나에게 “요즘 가장 자주 드는 감정이 뭐예요?”라고 묻는다면, 아마 나는 ‘미안함’이라고 대답할 것이다.
아이에게, 배우자에게, 그리고 오랫동안 뒤로 미뤄둔 나 자신에게도.
◆ 코칭에서는 ‘개별화’를 중요한 태도로 바라본다
모든 사람은 온전하고, 창의적이며, 스스로 답을 찾을 자원을 가진 존재로 본다.
그러므로 감정의 리듬도, 욕구의 언어도, 회복의 방식도 다를 수밖에 없다.
어떤 아이에겐 격려가 사랑이고, 다른 아이에겐 혼자 있게 해주는 것이 배려다.
그래서 우리는 그 개인의 존재(being)를 알아보고, 변화되는 감정(feeling)과 욕구(need)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그것은 단지 ‘다르다’를 아는 데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그 다름을 존중하며 함께 머무는 ‘태도’이기도 하다.
하지만 현실은 늘 이상과 다르다.
한 아이를 안아주면, 다른 아이의 눈빛이 어두워진다.
내 팔이 하나 모자라고, 마음은 늘 늦는다.
그래서 자주 미안하고, 그 미안함이 서랍에 쌓인다.
◆ 그래서 나는 상상한다. ‘엄마의 마음 서랍장’을
급히 닫아둔 감정, 꺼내지 못한 말, 말 대신 삼킨 미안함들이 켜켜이 쌓인 서랍장.
어떤 서랍은 너무 무거워서 열기 힘들고, 어떤 서랍은 열면 쏟아져 나올까 봐 무섭다.
그 안에 미안함이라는 감정도 있다.
이제는 그 감정을 외면하기보다, 그 감정이 나에게 전하려는 메시지를 들여다보려 한다.
회복은 아마도 그 서랍 하나를 조심스럽게 여는 데서 시작된다.
감정은 억지로 정리하는 것이 아니라, 함께 머무르며 직면하는 용기가 필요하다.
완벽한 엄마가 되기보다, 있는 그대로의 나의 방식으로 아이 곁에 다가가는 것이 더 중요할지도 모른다.
그래서 나는 요즘 아이들을 관찰하는 시간을 의도적으로 만든다.
각자가 언제 가장 편안해하는지, 어떤 말에 마음의 문이 열리는지 작은 노트에 적어둔다.
그것이 나만의 '개별화 사전'이 되고 있다.
나의 시선과 태도가 아이들에게 '너희의 다른 모습을 모두 사랑한다'는 신호가 될 수 있기를 바란다.
오늘도 하루가 끝난 밤.
아이들의 잠든 얼굴을 보며 나는 서랍을 하나 연다.
그 안에는 사랑도, 후회도, 미안함도, 용기도, 여백도 들어 있다.
그 감정들을 하나씩 꺼내어 바라본다. 그리고 다시 아이 곁에 앉아 혼자 회복의 시간을 갖는다.
그게 엄마로서의 나, 사람으로서의 내가 매일 하는 작은 연구다.
※칼럼니스트 ‘래비(LABi)’는 어릴 적 아이디 ‘빨래비누’에서 출발해, 사람과 조직, 관계를 조용히 탐구하는 코치이자 조직문화 전문가입니다. 20년의 실무 경험과 워킹맘으로서의 삶을 바탕으로, 상처받은 마음의 회복을 돕는 작은 연구실을 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