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스페이스=이종화 기자] 세계 항공사의 가장 큰 미스터리 중 하나였던 아멜리아 이어하트의 실종 사건이 88년 만에 새로운 전기를 맞았다.
퍼듀 리서치 재단과 고고학 유산 연구소(ALI) 발표는 물론 NBC, USA Today, Popular Mechanics 등 주요 외신 보도에 따르면, 최근 위성 사진에서 포착된 ‘타라이아 오브젝트’가 이어하트의 록히드 일렉트라 10E 항공기일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2025년 11월 니쿠마로로섬 탐사계획을 공식 발표했다.
“타라이아 오브젝트”의 정체, 2015년 위성사진에서 드러나다
니쿠마로로섬(키리바시 공화국 소속)은 호주와 하와이 중간에 위치한 외딴 태평양의 작은 섬이다. 2015년 사이클론 이후 섬의 석호에 잠긴 비행기 모양의 물체가 위성사진에 포착됐고, 연구진은 이를 ‘타라이아 오브젝트’라 명명했다.
해당 물체는 1938년 이후 같은 위치에 머물러 있었으며, 이어하트가 1937년 7월 2일 실종 당시 비행한 경로와 정확히 일치한다는 분석이 나왔다.

니쿠마로로 가설, 점점 쌓이는 과학적·물리적 증거
니쿠마로로 가설은 이어하트와 항해사 프레드 누난이 바다에 추락한 것이 아니라, 이 무인도에 불시착해 한동안 생존하다 사망했을 가능성을 제기한다. 이 가설을 뒷받침하는 주요 증거는 다음과 같다.
우선 1940년 발견된 뼈는 2017년 최신 법의학 분석에서 이어하트의 신체 치수와 99% 일치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다만, 뼈 자체는 분실되어 DNA 분석은 불가능하지만, 현대적 통계 분석 결과 “이어하트일 확률이 99% 이상”으로 평가됐다.
여성용 신발, 콤팩트 케이스, 약병, 주근깨 크림 병 등 1930년대 유물도 입증하는 증거로 작용한다. 모두 이어하트의 소지품과 일치하며, 특히 주근깨 크림 병은 이어하트가 평소 주근깨를 가리기 위해 사용한 제품과 동일한 것으로 확인됐다.
게다가 실종 직후 미 해군, 해안경비대, 팬아메리칸 월드 항공이 기록한 무선 송신 방향이 니쿠마로로섬 위치와 일치한다는 점도 결정적 근거로 제시된다.
또한 실종 3개월 후 촬영된 사진에서 니쿠마로로 산호초 위에 록히드 일렉트라 착륙장치로 추정되는 물체가 포착된 바 있다.

2025년 11월, 대규모 탐사로 ‘결정적 증거’ 확보 나선다
퍼듀 리서치 재단과 ALI가 이끄는 탐사팀은 2025년 11월 5일 마셜제도 마주로에서 출발, 니쿠마로로섬에 5일간 머물며 타라이아 오브젝트를 집중 조사할 예정이다. 소나 매핑, 자기계측기 등 비침습적 장비를 우선 투입한 뒤, 흡입 준설기로 퇴적물을 제거해 항공기 잔해를 직접 확인하는 방식이다.
만약 이 탐사에서 록히드 일렉트라 10E의 일부라도 확인된다면, 2026년에는 대규모 발굴 및 회수 작업이 이어질 계획이다.
퍼듀대와의 인연, ‘플라잉 래버러토리’의 귀환 꿈꾸다
이어하트는 1935년부터 실종까지 퍼듀대학교에서 여성 경력 상담가이자 항공공학 자문으로 재직했다. 그녀의 세계일주 비행도 퍼듀의 지원으로 이뤄졌으며, 이어하트와 남편은 성공 시 ‘플라잉 래버러토리’를 퍼듀에 반환하겠다는 의사를 밝혔었다.
퍼듀대 총장은 “보일러 메이커의 탐험정신은 살아있다”며 이번 탐사의 상징성을 강조했다.
미스터리 종결의 ‘마지막 퍼즐’ 될까
아멜리아 이어하트의 항공기 발견은 21세기 최대의 역사적 발견 중 하나로 평가받을 전망이다.
1937년 실종 이후 미 정부는 16일간 9척의 함정, 4000명, 66대의 항공기를 동원해 400만 달러(2025년 가치 약 8800만 달러 상당)를 투입했으나 흔적을 찾지 못했다. 이번 탐사가 성공한다면, 20세기 최대 미스터리의 한 장이 마침내 닫히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