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스페이스=윤슬 기자, 이종화 기자] 삼성전자 이재용 회장이 7월 9일(현지시간)부터 미국 아이다호주 선밸리에서 열리는 ‘앨런&코 콘퍼런스’(일명 ‘선밸리 콘퍼런스’)에 참석한다.
이 행사는 1983년부터 미국 투자은행 앨런앤컴퍼니가 주최해온 초청제 네트워킹 행사로, ‘억만장자들의 여름 캠프’로 불린다. 올해도 60여 명의 글로벌 IT, 미디어, 금융계 리더들이 사적 전용기를 타고 모인다. 이 회장은 사실상 유일한 한국인 초청자다.
선밸리 콘퍼런스가 뭐길래?
'미국 억만장자들의 여름 캠프'로 통하는 선밸리 콘퍼런스는 미국 부티크 투자 자문사 앨런앤컴퍼니가 1983년부터 미국 아이다호 휴양지 선밸리에서 매해 주최하는 비공개 행사다. 이들은 행사 기간 중 테니스나 골프를 치며 함께 스포츠를 즐기기도 하고 각종 주제로 토론 세션을 진행하면서 자유롭게 서로의 생각을 나누곤 한다.
이 행사는 언론사들의 접근이 제한될 뿐만 아니라 회의 및 강연 일정 등도 비공개로 유지된다. 이로 인해 참석자 명단조차 확실치 않다. 다만, 미국 매체 버라이어티에 따르면 60명이 넘는 미디어 거물, 빅테크 최고경영자(CEO), 정치인들이 올해 행사에 초대 받았다.
세계 IT·미디어 업계 거물들이 한자리에 모임에 따라 이들이 나눌 대화 내용에도 관심이 쏠린다. 글로벌 기업 수장들이 모이는 만큼 인수·합병(M&A), 경제 현안 논의가 단골 주제다.

선밸리 콘퍼런스의 위상과 영향력
2025년에는 마크 저커버그(메타), 팀 쿡(애플), 순다르 피차이(알파벳), 제프 베이조스(아마존), 빌 게이츠(MS), 샘 올트먼(오픈AI), 알렉스 카프(팔란티어) 등 빅테크 창업자와 CEO들이 대거 참석한다.
선밸리 행사에서 대화를 나누던 중 역사적인 M&A가 실제 성사되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1996년 디즈니의 ABC방송 인수, 2013년 베이조스 창업자의 워싱턴포스트(WP) 인수 등이 대표 사례다. 베이조스 창업자는 당시 도널드 그레이엄 워싱턴포스트(WP) 회장을 만나 3시간가량 대화를 나눈 뒤 별도 협상 없이 인수를 결정 내렸다. 이외에 컴캐스트의 NBC유니버설 인수, 버라이즌의 AOL 인수 등도 선밸리에서 이뤄졌다.
행사 기간 5일간 휴양과 함께 비공개 세미나, 1대1 미팅, 사교 활동이 진행된다.
한편, 선밸리 콘퍼런스가 글로벌 기업 수장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만큼 행사 직전 인근 프리드먼 메모리얼 공항에는 글로벌 기업의 수장들이 탄 전세기들 수백대가 잇따라 도착하는 진풍경이 벌어진다.
삼성, AI·반도체 위기 속 글로벌 전략 모색
글로벌 산업계가 AI 대전환기에 진입한 가운데, 삼성은 HBM(고대역폭 메모리) 등에서 경쟁사에 비해 뒤처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재용 회장은 선밸리에서 글로벌 빅테크 리더들과 직접 교류하며 삼성의 미래 전략을 모색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재용 회장은 2002년 상무보 시절 첫 초청 이후 거의 매년 참석해온 선밸리의 단골손님(?)이다.
선밸리 콘퍼런스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1년 중 가장 신경 쓰는 출장"이라고 표현해 유명해지기도 했다. 이 회장은 2002년부터 2016년까지 거의 매해 이 행사에 참석했다. 2022년에는 최경식 삼성전자 북미 총괄 사장과 이원진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 사장 등이 참석했다. 김범석 쿠팡 창업자도 2021~2022년 행사에 참석해 주목받았다.
이 회장은, 2017년 법정에서 “1년 중 가장 바쁜 출장이고, 20~30개 글로벌 고객사와 만난다”고 증언했다. 실제 2014년 선밸리에서 팀 쿡(애플)과의 만남 직후, 삼성과 애플은 미국을 제외한 모든 국가에서 특허 소송을 전격 취하했다.
올해는 쿠팡 김범석 창업자도 참석, 한국계 기업인의 글로벌 네트워크가 한층 확대될 전망이다.

이재용 회장, 대법 판결 이후 글로벌 경영 본격화 전망
이재용 회장은 7월 17일 예정된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대법원 판결을 앞두고 있다. 1·2심 무죄가 대법에서 확정될 경우, 글로벌 경영 행보가 더욱 속도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
이 회장은 선밸리 콘퍼런스 외에도 7월 말~8월 초 ‘구글 캠프’ 참석도 검토 중이다. 삼성은 최근 M&A 등 글로벌 사업 확장에 속도를 내고 있으며, 이 회장의 ‘최상위 네트워크’와 정보력이 삼성의 미래 경쟁력에 중요한 자산이 될 전망이다.
‘선밸리’에서 읽는 삼성의 미래
선밸리 콘퍼런스는 단순한 휴양이 아닌, 세계 경제와 기술 트렌드를 주도하는 ‘최상위 네트워크’의 현장이다. 이재용 회장은 이 무대에서 글로벌 리더들과의 교류를 통해 AI·반도체 위기 극복과 삼성의 미래 성장동력을 모색하고 있다.
실제로 이 콘퍼런스에서 논의된 전략과 협력이 수십억 달러 규모의 글로벌 M&A와 산업 지형 변화를 이끌어낸 전례가 많다. 올해 선밸리에서 이 회장이 어떤 글로벌 행보와 전략적 파트너십을 만들어낼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