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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pinion

[방구석은 우주] ‘눈물의 여왕’, 눈물을 닦으며 '메멘토 모리'

AZ 임부장의 방구석 문화 체험기 (5)

 

하염없이 비가 내립니다. 제대로 장마철을 맞이한 것 같습니다. 뿌려대는 비로 뿌옇게 된 창을 바라보며 일하고, 젖은 바지와 축축해진 신발 차림으로 이동하는 기분이 참 찝찝합니다. 퇴근하고 집으로 돌아가는 발걸음도 더 쳐지지요.

 

하지만 이렇게 움직이기 귀찮고 우울한 날은 소파에 등 기대고 앉아 TV 보기 좋은 날이기도 합니다. 저만의 영화관인 것처럼 에어컨을 시원하게 틀어 놓아도 되고, 가끔은 거실과 베란다 사이 문을 열고 내리는 빗소리를 들으며 운치를 즐길 수도 있습니다. 비가 오는 주말이라면 때를 놓쳤던 드라마를 몰아보기에 제격이지요. 그래서! 지난 토요일과 일요일은 중년 아재가 ‘눈물의 여왕’을 정주행하는 시간으로 보냈습니다.

 

능력 뛰어나고 외모도 출중한 남녀가 회사에서 만나 사랑에 빠져 결혼했습니다. 재벌가 3세인 여자는 가족들과 다툼이 잦았고, 화목한 가정에서 자라온 남자는 상대적으로 돈이 적었지요. 데릴사위처럼 지내며 처갓집 싸움에 심신이 소모되던 남편은 아내에 대한 애정도 사라져 이혼을 결심합니다. 그 순간 아내가 3개월 시한부 판정을 받게됐다는 소식을 듣게 됩니다. 이혼이 아닌 사별로 관계를 마무리하려는 남편, 생의 마지막 순간 자기에게 중요한 것을 깨닫는 아내, 그리고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가 드라마틱하게 펼쳐집니다.

 

영화와 드라마에서 자주 등장하는 시한부 질병, 의문사, 기억상실증, 권력가의 음모, 출생의 비밀, 기연 등 호기심을 자극하는 소재를 기반으로 한 작품이지요. 여성호르몬이 부쩍 증가한 중년 아재이기 때문일까요? 저는 눈물 콧물 흘리며 무척 빠져들어 시청했습니다.

 

사실 원래부터 로맨틱 코미디를 좋아했지요! 본방을 사수했던 분들은 전개가 느리고 속 터져서 ‘고구마의 여왕’이라고도 했다는데, 몰아보기를 해서 그런지 제겐 짜임새 좋은 드라마로 여겨졌습니다. 뿌려놓은 떡밥을 끝내 회수하지 않은 몇몇 사안도 있었지만, 드라마의 스토리를 크게 깨지는 않았던 것 같습니다.

 

감독, 작가와 인연이 있는 스타들의 카메오 출연에는 웃음을 터뜨렸지요. 특히 ‘별에서 온 그대’에 출연했던 홍진경 배우의 과거 사업 소개는 압권이었습니다! 정말 밥 먹고 잠 자는 시간 빼놓고는 이틀 동안 ‘눈물의 여왕’과 함께 살았던 것 같습니다. 16회를 보는 시간이 눈 깜짝할 새 지나간 것 같습니다.

 

 

아직 인생을 오래 살지 않았지만 그래도 중년이라서 그런 걸까요? 저는 마지막 장면이 참 인상적이었습니다. 다시 사랑하게 된 둘의 해피엔딩만으로도 부족하지 않았겠지만, 카메라는 시간을 더 멀리까지 잡아 2074년의 풍경을 비춥니다. 형사 수사극에 함께 출연했던 동료 배우들을 추억하며 마무리했던 ‘수사반장 1958’의 장면이 겹쳐지는 듯 여겨졌습니다. ‘메멘토 모리(Memento Mori)’를 깨닫게 해줬지요. 

 

사실 여주인공이 시한부 판정을 받았던 순간부터 드라마엔 이 같은 메시지가 시종일관 흐르고 있었습니다. ‘살면서 뭣이 중한디?’ 물음에 대해 가족, 친구, 동료, 건강, 사랑, 신뢰 등의 의미를 진지하게 생각하게 해주는 사례가 드라마 곳곳에서 툭툭 튀어나왔지요. 그래서 저에겐 보는 재미가 더 컸던 것 같습니다. 마지막에 나오는 김수현의 노래도 영상과 잘 어울려서 엔딩의 여운이 특히 더 오래 가슴에 남을 수 있었습니다. 곧 출시된다는 OST 레코드판을 구매해야 할 것 같습니다.

 

예상하지 못했던 질병이나 갑작스런 사고 등 사람의 운명은 알 수 없습니다. 그런 게 없더라도 우리는 길어야 100년 시한부 인생을 살고 있지요. 언젠가 죽음의 때가 온다는 것을 기억한다면 오늘을 어떻게 살아야 하는 것일까요?

 

중년 아재의 눈에 ‘눈물의 여왕’ 속 묘비에 새겨진 문구가 들어옵니다.

‘당신과 함께 한 시간이 내 인생의 기적이었습니다.’

 

* ‘AZ 임부장’은 빠르게 변하는 세상에 적응 못한 채 자기 멋에 빠져 있는 아재로, 공대 졸업 후 전공을 바꿔 20년차 기업 홍보맨으로 근근이 밥벌이 중이다. 책과 음악, 영화, 드라마 등에 파묻혀 한량처럼 사는 삶을 꿈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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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래비의 커리어 블렌딩] 회의실의 침묵을 깨는 힘, '퍼실리테이터'가 되다

리더 혼자 이야기하고, 나머지는 노트북만 두드리는 회의. 뒷자리에 앉아 속으로 되뇌던 말. '이럴 거면 그냥 메일로 보내시지.' 그 불만이 문제의식으로 바뀐 건, 내가 직접 그 회의를 이끌어야 하는 프로젝트 리더의 자리에 앉게 되면서였다. 육아휴직을 마치고 복직하던 날, 나를 기다리고 있는 것은 익숙한 책상과 묵직한 과제들이었다. '회사의 가치체계 재정립 프로젝트' 머리로는 할 수 있다고 생각했지만, 손은 생각만큼 움직이지 않았다. 실무를 떠나 있던 시간만큼의 공백감이 매일 아침 출근길을 조금 무겁게 했다. 그 무게감보다 더 버거웠던 건, 회의실에서 마주하는 침묵이었다. 대부분 리더가 말을 주도 했는데 어딘가 텅 빈 느낌이 들었다. 내가 원하는 건 그들의 진짜 생각이었지만, 직급과 분위기라는 보이지 않는 벽 앞에서 그건 좀처럼 꺼내지지 않았다. '어떻게 하면 저 침묵을 깰 수 있을까?' 그때 만난 것이 퍼실리테이션이었다. 배우는 과정에서 가장 어려웠던 건 기술보다 태도였다. 답을 알고 있어도, 먼저 꺼내지 않고 사람들이 스스로 생각을 펼칠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는 점이다. 나는 배운 것을 회사 밖에서 먼저 써보기로 했다. 비영리 단체를 대상으로 미션과 비전을

[콘텐츠인사이트] 홍상수 감독 필모의 보고가 여기였네…<탑>을 보고

영화 외적인 부분을 떠나, 순수하게 작품 자체로만 놓고 볼 때 유독 좋아했던, 아니 강렬하게 애정했던 두 감독이 있다. 홍상수와 김기덕. 이렇게 쓰고 보니 마치 마니아처럼 느껴질 수도 있겠다. 하지만 그저 작품관과 연출 방식,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배우들, 그리고 카메라의 시선까지도 즐겼을 뿐이다. 한동안 바쁘다는 핑계, 개봉관을 찾기 어렵다는 이유로 홍상수 감독의 영화를 놓치고 있었다. (*故 김기덕 감독님의 작품은 가끔 다시 보곤 한다.) 주일 아침 교회에 가기 전, 큰아이 학원 라이딩을 앞둔 시간보다도 일찍 눈이 떠졌다. 그 틈을 타 간만에 넷플릭스가 아닌 쿠팡플레이를 뒤적였다. 고요한 일요일 새벽은 QT를 하기에도 좋지만, 한편으로는 온전히 나만을 위한 콘텐츠 몰입의 시간이기도 하다. 웬만한 작품은 이미 섭렵했다고 생각했는데, 홍 감독의 비교적 최근작들이 눈에 들어왔다. 반가웠다. 광화문 씨네큐브에서 혼자 영화를 보고, 묘한 충만함을 안은 채 버스를 타고 돌아오던 시절도 자연스레 떠올랐다. 다만 ‘역시 홍상수지~’라고 단정하기엔 망설여졌다. 특유의 현실을 비트는 위트와 대사에서 터져 나오는 실소는 다소 옅었다. 대신 시나리오인지 독백인지 경계가 모호한

[콘텐츠인사이트] 호기심을 자극하다 놓쳤던 영화를 만나다…<신명>을 보고

<신명> 개봉 당시 김규리 배우의 열연, 그리고 대통령 내외를 둘러싼 뒷이야기를 정조준했다는 점에서 화제가 됐던 작품이다. 다큐멘터리에 가까운 픽션으로 기억한다. 아니나 다를까 넷플릭스 신작으로 올라오면 거의 1위를 하는 듯하다. 여느 때처럼 심신은 피곤했지만, 그래도 잘 버텨낸 한 주를 마무리하며 금요일 퇴근 후 이 영화를 꺼내 들었다. 접하기 전 문득 이런 생각이 스쳤다. “비나이다, 비나이다, 천지신명께 비나이다.” 여기서 말하는 ‘신명’이겠지 싶었다. 돌이켜보니 그 정확한 의미를 알고 있지는 못했던 것 같다. 찾아보니 ‘신명’은 세상의 이치를 밝히 아는 영적인 존재들, 즉 하늘과 땅의 모든 신령하고 깨어 있는 존재를 뜻한다고 한다. ‘아하, 그렇구나.’ 그래서 ‘천지신명께 빈다’는 말이 생겨났나 보다. 한마디로 <신명>은 그럭저럭 볼 만했다. 무엇보다 지나치게 사실적이었다. (그땐 몰랐지만 이미 탄핵된 전 대통령 부부의 행적이 이 정도였을 줄이야…) 영화적 상상력이 가미됐겠지만, 소름이 돋을 정도였다. 그럼에도 한 가지 생각이 남는다. 어쨌든 그들은 그것이 ‘맞다’고 믿었을 것이고, 검찰총장을 거쳐 대통령에 이르기까지의 과정 속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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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신이 한계까지 소진된 2026년 3월이다. 단순히 업무량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이직에 가까운 재취업 이후 반년. 긴장으로 버텨온 시간의 대가는 이제 서서히 몸과 마음의 균열로 드러나는 듯하다. 사람에게 여유가 사라지면 그 존재는 어딘가 고장 난 채 살아가는 느낌이 된다. 숨은 쉬고 있지만, 온전히 살아 있는 감각은 희미해진다. 문득 나는 아직 완성되지 않은 존재, ‘미생(未生)’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 미생이지. 요즘의 나를 굳이 설명하자면 이렇다. 스스로를 돌볼 여유 없이 하루를 통과하고, 그저 버티듯 살아낸다. 어쩌면 이런 고백이 우울하게 들릴 수도 있겠다. 그러나 분위기를 만들기 위한 장치는 아니다. 그저 지금의 상태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과정일 뿐이다. 이제는 ‘지천명’의 나이다. 하늘의 뜻을 안다는 그 나이. 순응과 수용이 삶의 방식이 되는 시기다. 그렇게 쉰 살에 다다랐다. 그런 점에서 이 드라마와의 만남은 작은 행운이었다. 단 한 회를 봤을 뿐인데, 가슴은 따뜻해지고 머리는 맑아지며 감정은 잔잔하게 정리됐다. 우연히 접한 작품이었지만, 이 드라마는 분명 ‘테라피(therapy)’에 가까웠다. ◆ 요즘 아이돌은, 정말 ‘idol’이다 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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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노멀(New Normal)’ 언젠가 칼럼을 쓰며 최근 시사 용어들을 들춰보다 접했던 단어다. 한때는 비정상이었던 것이 어느 순간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는 상태. 다르게 말하면, 이전의 기준으로는 비정상이던 상황이 새로운 정상으로 자리 잡는 현상이다. 그래서일까. ‘불확실성’이라는 말이 너무 많이 들려서인지, 오히려 확실한 것이 더 낯설게 느껴지는 시대다. 이런 단어를 제목으로 내건 영화라니. 넷플릭스 신작이었고, 거기에 최지우 배우까지 등장한다니 궁금하지 않을 수 없었다. 영화는 옴니버스 형식의 챕터 구성이다. 서로 다른 이야기들이 시간의 흐름 속에서 교차하며 연결되고, 각 에피소드에는 나름의 반전이 숨겨져 있다. 독립영화적인 기운과 상업영화의 장르적 장치가 적절히 섞여 있는 작품. 두 시간이 채 되지 않는 러닝타임이니, 머리를 비우고 콘텐츠를 탐색하는 입장에서는 한 번쯤 볼 만하다. 그것이 <뉴노멀>이었다. ◆ 예상을 깬 역할, 그녀의 반전 이문식 배우가 등장한다. 얼굴만 봐도 웃음이 먼저 떠오르는 배우. 극 중 그는 검침원이다. 겉으로 보면 허술하고 어딘가 어수룩한 인물이다. 하지만 그가 슬쩍 짓는 미소에는 묘한 섬뜩함이 스친다. 마치 방금

[콘텐츠인사이트] 웃음도 감동도 놓쳤지만…<매드 댄스 오피스> 리뷰

그녀를 처음 인지한 시점이 언제인지는 정확히 기억나지 않는다. 처음에는 그저 연기 잘하는 조연 배우, 외모를 뛰어넘는 연기력을 가진 배우 정도로 생각했던 것 같다. 하지만 이제는 분명히 기억한다. 염.혜.란. 세 글자만으로도 존재감을 설명할 수 있는 배우다. 그 배우가 주인공으로 나온다는 소식을 들었다. 제목도 심상치 않았고, 예고편과 소개 글만 봐도 웃음과 감동이 적절히 버무려진 작품일 것 같았다. 주말, 생일 주간을 마무리하는 의미로 와이프와 함께 극장을 찾았다. (*아내 역시 염혜란 배우를 좋아하기에 기꺼이 동행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말하자면 표현하기가 조금 난감하다. 이도 저도 아닌 작품이었다. 함께 본 아내의 한마디가 가장 정확한 평가였을지도 모른다. “그냥… 뭐… 음….” 굳이 정리하자면 죽도 밥도 아니었다는 표현이 가까울 것 같다. 그나마 위안이라면 따뜻한 결말 정도. 그 한 가지를 제외하면 특별히 기억에 남는 장면을 찾기 어려웠다. ◆ 현실감도, 유머 코드도, 감동 포인트도 부족 공무원 조직을 묘사하는 장면부터 다소 진부했다. 어린 시절 보던 드라마 <TV 손자병법>이 떠오를 정도로 과장된 장면들이 이어졌다. 과장님(5급)의 호통

[래비의 커리어 블렌딩] 엄마에서 '나'로 출근하는 아침, 불안을 무기로 바꾸다

월요일 아침, 무거운 몸을 이끌고 출근하는 길은 누구에게나 괴롭다. 나 역시 지독한 월요병을 겪는 평범한 직장인이지만, 역설적으로 출근이 기다려지는 순간이 있다. 바로 회사 내 자리에 앉아, 따뜻한 모닝커피 한 잔을 마시며 아침 메일함을 여는 그 짧은 시간이다. 주말 내내 젖병을 씻고 아이들을 안고 재우며 쌍둥이 엄마로 살다가 마침내 나만의 책상, 나만의 고요한 시간 속에 앉는 그 순간 누구의 엄마나 아내가 아닌 온전한 '나'로 다시 출근하는 기분이 들기 때문이다. 이 작은 의식이 나에게 중요한 이유는 단순히 커피 맛 때문이 아니다. 하루에도 수십 번 역할을 전환하며 사는 직장인에게 의도적으로 '나'를 켜는 스위치가 없으면 어느 순간 어떤 역할도 제대로 해내지 못하는 상태가 된다는 걸 몸으로 배웠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아침 의식은 오늘도 나를 버티게 하는 소중한 동력이다. 그래서 8개월에 가까운 육아 휴직을 마치고 복직해서 모니터 앞에 앉았을 때의 기분이 아직도 생생하게 남아있다. 회사에서는 나를 믿어주고 곧바로 굵직하고 큰 프로젝트들을 맡겨 주었고, 난 전속력으로 달려들 준비가 되어 있었다. 하지만 의욕과 달리 마음 한구석에서 낯선 감정이 올라왔다. 바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