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스페이스=이종화 기자] 고속철도 SRT의 특실에서 제공된 간식 상자에 그려진 거북선 그림에 ‘일장기’로 보이는 깃발이 등장해 논란이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이순신 장군의 상징인 거북선에 일본의 국기인 일장기가 새겨졌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역사적 상징 훼손이라는 비판과 함께 SRT 운영사인 SR은 즉각 해당 간식박스를 전량 회수 및 폐기 조치했다.
논란의 발단: SNS 제보로 전국 확산
7월 9일, 서경덕 성신여대 교수는 자신의 SNS를 통해 “수서에서 출발하는 SRT 특실 간식 상자에 일장기가 등장했다”는 네티즌 제보와 함께 문제의 사진을 공개했다. 해당 간식박스에는 ‘SRT를 타고 떠나는 낭만여행 여수’라는 문구와 함께 여수의 해상 케이블카, 돌산공원, 그리고 거북선이 일러스트로 그려져 있었다.
문제는 거북선의 선미(船尾)에 꽂힌 깃발이 붉은 해 문양의 일장기로 보인다는 점이었다.
SRT 운영사, 즉각 사과 및 전량 회수
논란이 확산되자 SRT 운영사 SR 측은 “문제가 된 간식박스를 즉시 전량 회수해 폐기하고, 제작업체와의 계약을 재검토하겠다”며 공식 사과했다. 또한 내부 검수 절차 강화와 관련 부서 재교육 등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SR 측은 “이번 사안으로 상처받은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덧붙였다.
SRT 특실은 연간 약 150만명의 승객이 이용하며, 특실 간식박스는 매일 수천 개가 제공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정확한 일일 제공량은 공식 집계되지 않았으나, SRT 특실 일일 평균 승객 수는 약 4000명 수준이다.
간식박스 디자인에는 여수, 부산, 수서 등 SRT 주요 노선의 관광 명소가 일러스트로 포함되어 있다.
이번 논란이 된 디자인은 2025년 여름 시즌 한정판으로 제작된 것으로 추정되며, 정확한 제작 수량은 공개되지 않았다.
전문가 및 여론 반응
서경덕 교수는 “이순신 장군의 거북선에 일장기를 건다는 건 정말로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단순한 디자인 실수가 아니라 역사적 상징에 대한 무지와 무관심에서 비롯된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에서는 “감수 부재”, “탁상행정의 전형”, “역사 인식 부재” 등 비판이 쏟아졌다.
일부 네티즌은 “이런 일이 대한민국에서 반복된다는 게 참담하다”, “관리·감독 부서가 없는 것이냐”는 반응을 보였다.
해외 주요 매체에서는 아직 공식 보도가 나오지 않았으나, 과거에도 역사적 상징물에 대한 디자인 실수로 논란이 된 사례가 다수 존재한다.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당시에도 일본 전범기(욱일기) 문양이 등장해 국제적 논란이 된 바 있다.
중소벤처기업부도 2024년 11월 21일 오후 공식 유튜브 채널에 게시한 '아무튼 글로벌 in 사우디' 영상에 동해를 일본해(Sea of Japan)로 표기한 지도가 노출됐다. 당시 오영주 장관의 사우디 방문 성과를 알리는 홍보성 영상에서 동해를 일본해로 오기한 실수가 발생한 것이다.
SRT 운영사 SR은 디자인 검수 시스템을 전면 재점검하고, 향후 모든 홍보물과 서비스 상품에 대한 역사적·문화적 감수성을 강화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이번 사태는 단순한 실수 이상의 사회적 파장을 남기며, 공공기관과 기업의 역사 인식 및 디자인 관리 체계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는 계기가 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