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3.12 (목)

  • 맑음동두천 10.5℃
  • 구름많음강릉 5.3℃
  • 맑음서울 10.0℃
  • 연무대전 8.7℃
  • 맑음대구 10.1℃
  • 흐림울산 10.5℃
  • 연무광주 9.6℃
  • 맑음부산 13.3℃
  • 맑음고창 8.4℃
  • 맑음제주 10.7℃
  • 맑음강화 8.0℃
  • 맑음보은 6.3℃
  • 맑음금산 7.6℃
  • 맑음강진군 10.3℃
  • 구름많음경주시 10.2℃
  • 맑음거제 10.4℃
기상청 제공

공간·건축

[공간사회학] 경주 문무대왕릉은 왜 무속촌이 됐을까

'왕릉이 ‘굿판'으로 변질된 곳 '세계 유일'…문무왕 노하실듯
10년 전부터 ‘기도발’ 센 장소 소문에 무속인들 우후죽순
횟집이 기도방, 방생집으로 변질

 

[뉴스스페이스=이종화 기자] 경북 경주시 문무대왕면에 위치한 문무대왕릉은 국가 지정 사적(158호)이자 세계 유일 바다 위 수중왕릉으로 유명한 곳이다. 대왕암이라고도 불리는 문무대왕릉은 통일신라 제30대 문무왕의 능으로 해변에서 약 200m 떨어진 바다에 있다. 당시 문무왕은 불교 법식에 따라 화장한 뒤 동해에 묻힌 것으로 알려졌다. 문무왕은 “내가 죽거들랑 동해 바다에 장사를 지내라. 나는 용이 되어 나라를 지키겠다”고 유언을 남긴 것으로 전해진다.

 

문무왕(文武王·재위 661~681)은 신라의 삼국통일을 완성한 왕이다. 김유신, 김춘추가 당나라와 함께 백제, 고구려를 멸망시켰지만 문무왕은 최종적으로 이 땅에서 당나라 군대까지 몰아내는 데 성공해 통일신라를 완성한 왕으로 평가받는다. 삼국통일 후에도 경계를 늦출 수 없다고 생각했고, 왜(일본)가 통일신라에 가장 큰 위협이 될 존재라고 예언한 것이다. 그래서 자신이 죽으면 화장해 간소하게 장례를 치르고, 대왕암에서 뿌려 달라고 유언한 것. 결국 죽어서도 나라를 지키는 ‘호국대룡(護國大龍)’이 되겠다는 호국정신인 셈이다.

 

하지만 이곳은 언제부터인가 '무속촌'으로 변질됐다. 바닷가 주변의 10여곳의 횟집도 간판만 횟집일 뿐, 기도방이나 혹은 방생고기를 파는 방생집으로 변형돼 영업중이다. 방생은 불교에서 사람에게 잡혀 죽을 위기에 처하게 된 물고기 등을 풀어줘 공덕을 쌓는 것을 말한다. 기도용품이나 오색천·조상 옷 판매와 기도방 대여를 알리는 광고문구를 붙인 횟집도 많다. 횟집에서 100여m 떨어진 바닷가 소나무숲에는 비닐하우스 형태의 불법 가건물 20여곳이 있다. 쌀이나 정화수를 올려놓는 평상, 촛불을 넣어두는 철제 보관함도 설치됐다. 이 가건물들은 모두 무속인이 설치한 굿당이다.

 

10여년 전부터 이른바 ‘기도발’이 좋다는 소문에 나면서 무속인들이 모여들었다. 일종의 무속산업이 형성되며 기도방과 방생등 관련 산업까지 흥행하게 된 셈이다.

 

근처 한 상인은 “문무대왕이 동해의 수호신이 됐다는 이야기 때문에 무속인들 사이에는 '기도발’이 센 곳으로 유명해졌다"며 "집안에 우환이 있거나, 자녀의 결혼, 승진, 대학합격등을 기원하는 굿을 벌일 때도 많다”고 말했다.

 

인근 주민들과 무속인들은 "문무왕의 호국정신과 미래예언, 그리고 바다에 수장된 점, 용이 되겠다 등의 메시지와 전설들은 무속인들과 토속신앙을 믿는 우리 민족에게 강하게 각인된다"면서 "이런 점들이 결국 소원을 빌면 이뤄줄 것이란 무속산업과 만나서 변질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하지만 문제는 국가 사적지가 훼손될 우려가 있다는 점이다. 문화재가 위치한 해변 곳곳에서 제사에 쓰고 남은 음식과 제사용품 등이 버려지는 경우가 많다. 또 바위에 불을 피우거나 페인트 등으로 이상한 글씨를 쓰는등 일부 무속인들의 무분별한 행위로 자연이 훼손되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물론 문화재보호법에 따라, 지정 문화재 보존에 영향을 미칠 무허가 행위를 하면 5년 이하 징역이나 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무속인들의 강한 반발로 지자체의 단속은 쉽지 않은 상황이다.

 

관광객 A씨는 "경주에 놀러왔다가 일출맛집으로 유명한 인근 바닷가의 문무왕릉 문화재를 보러왔는데 무속촌으로 변한 모습에 놀랐다"며 "워낙 분위기가 이상해 바로 떠났다. 세계 유일 수중왕릉, 우리의 문화유산이 제대로 관리되지 않는 것 같아 안타까웠다”고 말했다.

배너
배너
배너

관련기사

18건의 관련기사 더보기


[공간사회학] 운 안 풀리면 관악산? 역술가 한마디와 미신 경제학…미디어發 방문객 폭증과 글로벌 ‘영성 성지’ 어디?

[뉴스스페이스=이종화 기자] 최근 관악산 연주대에 몰린 ‘등산 인파’는 한 역술가의 TV 발언과 이를 증폭한 플랫폼 알고리즘, 그리고 불안한 청년·직장인 정서가 결합해 만들어낸 전형적인 ‘미디어발(發) 미신 콘텐츠 붐’으로 읽힌다. 역술가 한마디, 어떻게 ‘관악산 대란’이 됐나 TV 퀴즈·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한 유명 역술가는 “관악산은 화기가 있고 정기가 강해 좋은 영향력을 주는 곳이며, 운이 풀리지 않으면 연주대에 가보라”는 발언을 내놨다. 이 멘트가 방송을 탄 직후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에는 ‘관악산 기운 좋다’, ‘운 안 풀리면 관악산 가라’는 식의 짧은 클립과 게시물이 빠르게 재가공돼 확산됐다. 실제로 방송 이후 주말 관악산 연주대 일대에는 정상석 인증 사진을 찍기 위한 대기 줄이 “80m 이상”에서 “100m가 넘는 줄”로 관측될 정도로 인파가 몰렸다. 현장 취재 기사에는 “정상까지 웨이팅 1시간”, “사람이 너무 많아서 정상석 사진을 못 찍고 내려왔다”는 등산객 증언이 반복해서 등장한다. 데이터가 보여준 ‘관악산 효과’: 검색지수 4~5배 점프 이번 현상은 체감 붐 수준을 넘어, 검색·SNS 데이터에서 뚜렷한 ‘스파이크’로 확인된다. 데이터 분석

[지구칼럼] 흑사병 이후 식물 다양성 오히려 감소…인간 없는 자연, 오히려 생물다양성 붕괴 초래

[뉴스스페이스=이종화 기자] 1347년부터 1353년 사이에 대륙 인구의 절반가량을 죽음에 이르게하며, 중세 유럽을 황폐화시킨 흑사병이 그 여파로 식물의 번성을 가져오지 않았으며, 오히려 정반대의 결과를 초래했다는 연구가 나왔다. 학술지 Ecology Letters에 발표된 새로운 연구에 따르면, 흑사병 이후 150년 동안 식물 생물다양성이 현저히 감소했으며 흑사병 이전 수준으로 회복하는 데 약 300년이 걸렸다고 밝혔다. phys.org, york.ac.uk에 따르면, 연구자들은 흑사병으로 인해 농장과 마을, 경작지가 오히려 버려지면서 대규모 역사적 '재야생화(rewilding)' 사건으로 묘사했다. 많은 현대 환경 이론들은 인간이 자연에서 사라지면 자연이 번성할 것이라고 예측한다. 그러나 이 연구는 인간 활동과 자연의 관계에 대해 널리 받아들여지던 가정에 의문을 제기한다. 요크대학교 레버흄 인류세 생물다양성 센터의 박사후 연구원인 조너선 고든은 유럽 전역 100개 이상의 화석 꽃가루 기록을 분석한 결과 "흑사병 전후 수세기 동안의 식물 다양성을 조사한 결과, 팬데믹 이후 150년 동안 생물다양성이 크게 감소한 것을 발견했다"며 "농경지가 버려지면서 전통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