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스페이스=윤슬 기자] 미국 반도체 기업 엔비디아가 지난해 인공지능(AI) 스타트업 등 AI 관련 기업에 10억 달러(약 1조4700억원) 가량을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다. 막대한 투자로 엔비디아에 유리한 AI 생태계를 꾸리려는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머스크(테슬라) 생태계, 구글 생태계, 메타 생태계, 애플 생태계 등 빅테크기업들은 저마다 자신들만의 시장지배력과 지속가능성장을 위해 생태계 조성을 강력하게 추진중이다.
1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엔비디아는 지난해 50건의 스타트업 펀딩 라운드(자금조달)와 인수합병을 포함한 기업 거래 여러 건에 10억 달러를 투자했다. 이번 투자는 전년 39건의 스타트업 자금조달에 8억7200만 달러를 지출한 것과 비교하면 약 15% 늘어났고, 2022년의 투자의 10배를 넘는 규모다.
엔비디아의 펀딩 라운드 참여 건수는 구글보다는 적지만 지난 2년 새 급증하면서 마이크로소프트(MS)와 아마존을 따라잡았다.
투자대상은 의료기술, 검색엔진, 게임, 드론, 반도체, 교통관리, 물류, 데이터 저장, 휴머노이드 로봇 등 분야와 업종을 가리지않고 광범위했다. 게다가 엔비디아는 일론 머스크가 설립한 ‘xAI’에 경쟁사인 칩 제조업체 AMD와 함께 전략적 투자를 했다. 또 오픈AI와 코히어, 미스트랄, 퍼플렉시티 등 다양한 AI 스타트업 자금조달에 참여했다. 엔비디아는 ‘엔비디아인셉션’ 프로그램을 통해 AI 관련 신생 기업에 여러 혜택을 지원하고 있다.
엔비디아는 스타트업 인수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엔비디아는 지난해 이스라엘 AI 워크로드 관리 플랫폼 스타트업 런에이아이를 인수했으며, AI 소프트웨어 기업인 네뷸론, 옥토AI, 브레브데브 등도 인수했다. 딜룸에 따르면 지난해 인수 규모는 앞선 4년을 합친 것보다 많다.
FT는 “엔비디아는 자사 반도체 칩을 기반으로 AI 기술 혁명에서 이득을 얻으려는 스타트업의 중요한 후원자로 부상했다”면서 "이러한 발전은 향후 작은 AI 기업들이 엔비디아의 주요 수익원으로 자리 잡을 수 있다는 걸 시사한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대부분의 투자는 고성능 컴퓨팅 인프라 수요가 높은 AI 기업들에 집중됐다. 이들 중 일부는 엔비디아의 칩을 구매한 것으로 나타났다. 장기 핵심고객을 미리 육성하고, 미래시장을 선점하겠다는 포석인 셈이다.
게다가 엔비디아가 적극적인 스타트업 투자에 나선 배경으로는 빅테크 기업들이 자체 칩을 개발하는 움직임과 무관하지 않다. 이미 MS, 아마존, 구글은 자체 칩을 개발해 엔비디아 그래픽처리장치(GPU)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 있다.
공격적이고 독점적인 시장거래로 AI 산업에서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는 엔비디아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미국, 유럽, 중국에서 AI 기술에 대한 반독점 조사가 강화되고 있어서다. 윌리엄 코바식 전 미국 연방거래위원회(FTC) 위원장은 “경쟁 당국은 이러한 대규모 투자가 독점적인 관계를 목표로 하는지 조사해 보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이에 엔비디아는 “기술 사용과 관련해 어떠한 조건도 요구하지 않는다”며 “업계 생태계를 확장하고 훌륭한 기업을 지원하며, 모든 사람을 위한 플랫폼을 향상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고 반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