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11.25 (화)

  • 흐림동두천 6.5℃
  • 구름많음강릉 10.7℃
  • 서울 8.2℃
  • 대전 8.4℃
  • 박무대구 4.5℃
  • 박무울산 6.7℃
  • 광주 9.7℃
  • 박무부산 10.5℃
  • 흐림고창 ℃
  • 구름많음제주 14.3℃
  • 흐림강화 5.5℃
  • 흐림보은 6.6℃
  • 흐림금산 6.4℃
  • 구름많음강진군 11.2℃
  • 구름조금경주시 4.0℃
  • 구름조금거제 11.5℃
기상청 제공

공간·건축

[공간사회학] 이포컨트리클럽 17번홀 '아이고야(啞耳苦惹)’…골프장 코스에 숨겨진 네이밍

 

[뉴스스페이스=김문균 기자] "잘 지은 이름 하나, 열 홍보 안 부럽다"

 

이름에는 특별한 힘이 담겨 있다. 무엇을 어떻게 이름 짓느냐에 따라 사람들에게 오래 기억되기도 하고, 쉽게 흘려보내지기도 한다. 그래서 사람들은 귀한 것일수록 이름 짓기에 공을 들인다. 골프장 이름은 어떨까? ‘이름’을 통해 골퍼들에게 색다른 재미를 주는 사례를 정리해 봤다.

 

◆ 이름이 브랜드를 만든다


네이밍은 단순한 이름 짓기가 아니다. 브랜드 이미지를 만드는 중요한 과정이다. 세계적인 마케팅 전략가잭 트라우트(Jack Trout)는 “가장 중요한 마케팅 결정은 브랜드 네이밍”이라고 말한 바 있다.

 

성공적인 브랜드 네이밍은 경쟁사와 확고한 차별성을 갖게 한다. 브랜드 자체가 고유 이름이 되기도 한다. 반창고를 ‘대일밴드’, 진통제를 ‘타이레놀’이라고 부르는 사례가 대표적이다. 이들은 우리 일상에서 확고한 ‘이름’으로 존재한다.

 

네이밍의 숨은 법칙을 담은 책 『세상 모든 것들의 이름짓기』에서는 좋은 이름을 다음과 같이 정의한다.

 

“좋은 이름은 첫째 유니크해서 다른 것과 구별되어야 하며, 둘째 대상의 근본적인 의미와 가치를 담아야 한다. 좋은 이름은 무엇보다 ‘본질을 품은 유니크함’이 기본이다. 하지만 그것만으로 좋은 이름이 완성되지 않는다. 시대의 흐름에 따라 몇 가지 추가해야 할 요소가 있다. 바로 재미와 스토리텔링이다.”

 

책에서는 이름 짓기의 네 가지 키워드로 재미(Fun), 독특함(Unique), 이야기(Storytelling), 본질(Essence) 을 꼽는다. 재미있고, 독특하며, 이야기와 본질이 담겨 있는 이름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이름을 짓기 전에는 먼저 해당 사물이나 개념의 본질적인 가치를 파악해야 하며, 여기서 새로움과 창의성을 뽑아내야 한다.

 

그러나 대부분 골프장이 코스, 홀 이름을 하나의 공식처럼 비슷하게 짓는다.

 

방위에 따라 동코스, 서코스, 남코스로 이름 붙이는 것이 가장 대표적이다. 진행 방향에 따라 인코스, 아웃코스로 나뉘기도 한다. 지형적 특징에 따라 호수나 물가가 있으면 레이크코스, 절벽이 많으면 밸리코스, 나무가 많고 산악형의 특징이 두드러지면 마운틴코스로 이름 짓기도 한다.

 

주요 수종에 따른 파인코스, 오크코스 등도 있다. 홀 이름 또한 1번홀, 2번홀과 같이 번호를 매기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들 이름은 골퍼에게 친숙하고 직관적이라는 장점이 있지만, 이름을 통해 새로운 이야기와 세계관을 확장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 이름 짓기는 골퍼를 향한 관심과 정성

 

작명에 진심인 골프장도 물론 많다. 특히 많은 골프장이 지역의 역사와 상징을 코스와 홀 이름에 담는다.

 

천년고도 경주의 보문관광단지에 자리한 경주신라컨트리클럽은 코스 이름을 ‘천마’와 ‘화랑’으로 지었다.

 

경기도 여주시에 있는 소피아그린컨트리클럽도 배움과 나눔을 중시하는 한국교직원공제회의 골프장답게 코스와 홀 이름에 귀한 메시지를 담았다. 코스는 세종코스, 여강코스, 황학코스로 나뉜다. 세종코스는 여주 영릉(英陵)에 잠든 세종대왕의 이름을, 여강은 인접한 남한강의 옛 이름을, 황학은 여주의 옛 선비들이 풍류를 즐기던 명소의 이름을 땄다.

 

홀 이름도 코스 이름과 호응을 이룬다. 세종코스는 한글 창제의 뜻을 기려 9개 홀을 누리, 다솜, 아람, 한울 등 순우리말로 이름 붙였다. 여강코스의 홀은 여주의 역사적인 명소에서, 황학코스의 홀은 옛 선인들의 이름에서 따왔다. 코스를 한 바퀴 도는 것만으로도 우리 문화와 지역의 역사를 익히는 셈이다.

 

‘신의 축복이 있는 신성한 장소’를 뜻하는 이름의 웰링턴(Wellington)컨트리클럽에서는 상상의 나래를 펼칠 수 있다. 웰링턴은 3개 코스 이름을 유럽 신화 속 불멸의 신수(神獸)에서 따왔다. 그리핀(Griffin)은 사자의 몸과 독수리의 머리를 가진 상상의 동물, 와이번(Wyvern)은 불을 내뿜는 수호자 공룡, 피닉스(Phoenix) 는 죽음에서 살아나 희망을 주는 영원불멸의 불새다. 이러한 골프장 이름에서 사람들은 코스의 특징과 골프장이 의도한 바를 유추하고 자신만의 이야기를 창조하며 또 다른 재미를 느낄 수 있다.

 

홀 이름에 정성을 다한 골프장이라면 이포컨트리클럽을 빼놓을 수 없다.

 

18홀 하나하나마다 홀의 개성에 따라 사자성어(四字成語) 이름이 붙었다. 청운입지(靑雲立志), 화조월석(花朝月夕), 외유내강(外柔內剛), 주마가편(走馬加鞭), 인자무적(仁者無敵), 열녀춘향(烈女春香), 다정다감(多情多感), 칠전팔기(七顚八起), 새옹지마(塞翁之馬), 권토중래(捲土重來), 설상가상(雪上加霜), 건곤일척(乾坤一擲), 좌고우면(左顧右眄), 양자택일(兩者擇一), 조강지처(槽糠之妻), 청산별곡(靑山別曲) 등이 그것이다.

 

가장 특별한 이름은 17번홀 에서 나온다. 명칭이 ‘아이고야!(啞耳苦惹!)’다. 그만큼 고난도라는 뜻이다. 마지막 산정무한(山情無限)까지 홀 이름마다 골퍼에게 전하는 응원의 메시지와 위트가 함께 담겨 있다.


다시 말해 골프장 속 이름들은 골프장에 대한 임직원의 관심이자 골퍼에 대한 정성과 배려다. 작은 재미라도 더 주고 싶은 진심이다. 오래, 자주 이름 불리는 골프장이 더 많아지길 바란다.

배너
배너
배너

관련기사

36건의 관련기사 더보기


[공간사회학] "누구나, 가까이, 안전하게 스포츠로 즐긴다"…정부 스포츠 정책과 골프 산업의 과제

[뉴스스페이스=김문균 기자] 지난 9월 정부는 ‘국정운영 5개년 계획’을 공개하고, 생활체육 확대와 스포츠 조직의 공정성 강화를 핵심 과제로 제시했다. 이를 위해 유아부터 어르신까지 전 세대가 즐길 수 있는 스포츠 환경을 조성하고, 폭력·비리 등 체육계의 고질 문제를 뿌리 뽑기 위한 제도적 장치가 대폭 강화된다. 골프 산업 역시 이러한 흐름 속에서 누구에게나 열린 생활 스포츠로 자리매김하고, 건강한 조직 문화를 통해 지속 가능한 성장을 이끌어야 한다는 과제를 안게 됐다. 생활체육 참여율 65%를 향해! 골프도 ‘국민 스포츠’로 국정운영 계획 중 문화·체육·관광 분야 전체를 두고 보면, ‘글로벌 문화강국 실현’이 첫 번째 목표다. 2025~2029년 계획기간 예산은 8.8조원에서 10.8조원으로 연평균 5.2% 증가하며, 중점 투자 방향은 K-컬처 확산 및 수출 강화, 한류 연계 관광 활성화, 국민들의 문화 향유 기회 확대를 위한 지원이 강화된다. 또한 예술인들의 안정적인 창작 환경 지원을 강화하고, 외래관광객 유치 및 지역 관광 활성화를 위한 투자를 확대한다. 체육 정책 방향은 ‘모두가 즐기는 스포츠’라는 메시지가 뚜렷하게 드러난다. 정부는 오는 2030년까

[강남비자] 49년 된 반포 고속버스터미널, 60층 주상복합 '상전벽해'…고터역 ‘신세계’·삼성역 ‘현대’·잠실역 ‘롯데’ 강남상권 '삼국지'

[뉴스스페이스=이종화 기자] <편집자주> 지금 이순간에도 강남으로의 이주를 꿈꾸며 ‘강남 환상’ 혹은 '강남의 찐가치'에 사로잡혀 있는 비강남 사람들에게 진실된 모습을 알리고자 한다. 때론 강남을 우상화하고, 때론 강남을 비하하는 것처럼 느껴질 지도 모르지만, 언젠가 강남의 가치가 급등해 비자를 받아야하는 시대가 올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서 '강남VISA'라 명명한다. 나아가 강남과 강북간의 지역디바이드를 극복하는데 일조하고 이해의 폭을 넓혀 허상도 파헤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한 개인의 사적인 의견이니 오해없이 그냥 가볍게 즐겨주길 바란다. 서울 서초구 반포동에 위치한 서울고속버스터미널이 49년만에 대대적인 재개발을 맞이한다. 서울시는 최근 신세계백화점 자회사인 신세계센트럴시티가 제안한 재개발 계획안을 사전협상 대상으로 선정했으며, 터미널 부지를 최고 60층 규모의 주상복합 빌딩으로 탈바꿈시키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다. 터미널은 지하로 이전해 교통 혼잡 해소에 기여하며, 지상에는 60층 규모의 주거·편의·문화시설이 복합 조성될 예정이다. 서울고속버스터미널이 들어선 부지 면적은 약 8만7,111㎡로, 1976년에 완공된 이래 2017년과

[지구칼럼] 에베레스트 정상에서 남극 설원까지 퍼진 미세플라스틱…등반가 아웃도어 의류, 청정지역 '오염 주범'

[뉴스스페이스=이종화 기자] 최근 과학자들은 지구의 가장 외딴 산악지대와 극지방 설원에서까지 미세플라스틱이 심각하게 오염되어 있음을 확인하며, 플라스틱 오염이 이제 인류 문명과 가장 동떨어진 자연환경까지 침투했음을 분명히 했다. nationalgeographic, bbc, sciencedirect, healthmatters, greenmatters에 따르면, 북아프리카 최고봉인 해발 4,167m의 투브칼 산 토양에서는 모든 샘플에서 1kg당 평균 23.2개의 미세플라스틱 입자가 검출됐으며, 고도가 높아질수록 폴리스티렌과 셀룰로오스 아세테이트 같은 가벼운 폴리머가 증가하는 현상이 나타났다. 이는 대기 중에 떠다니는 미세플라스틱이 바람에 의해 높은 산악지대로 이동함을 강력히 시사한다.​ 남극 대륙에서도 2025년 2월 발표된 연구에서, 리터당 73개에서 3,099개에 달하는 미세플라스틱이 신선한 눈샘플에서 발견되어 이전 조사보다 100배나 높은 농도를 기록했다. 심지어 남극점과 현장 캠프처럼 극도로 통제되는 장소에서도 미세플라스틱 오염이 확인되어, 강력한 소재 반입 규제에도 불구하고 대기 중 미세플라스틱의 전 지구적 순환이 이루어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2019

[공간사회학] 해저 거주공간 건설 붐 "한국 울산, 세계 두 번째"…해저관광 인프라, 울진·울릉도·통영·기장 오시리아 '잰걸음'

[뉴스스페이스=이종화 기자] 한국이 세계에서 두 번째로 해저 거주 공간 조성에 본격 착수하며 해저시대의 신기원을 열고 있다. 울산광역시 울주군 서생면 신리항 앞바다 수심 30m 지점에서 총 373억원이 투입되는 해저과학기지가 2027년 완공을 목표로 건설 중이다. 이 실증 모듈은 3명이 30일간 체류할 수 있도록 설계됐으며, 롯데건설, 현대건설, SK텔레콤을 포함한 23개 기관이 참여해 해저연구 공간, 수중데이터센터, 수중에너지 공급기술 등 다각적 기술 개발을 병행한다.​ 이 해저 거주 공간은 향후 수심 200m 아래 1만1720㎥ 면적에 5~30명이 최대 77일간 체류할 수 있는 중대형 해저도시로 확장될 계획으로, 초기 30m 수심 실증 후 2026년부터 구조체 제작과 해저 지반공사를 병행하며 2027년까지 설치 완료 예정이다. 울산 앞바다는 조위, 수온 조건이 안정적이고 최근 20년간 해저 지반 침하 이력이 없어 연구와 실증에 최적지로 평가받는다.​ 한편 울산시는 11월 13일, 한국해양과학기술원, 한국수력원자력, 울산과학기술원, LS일렉트릭 등 10개 기관·기업과 업무협약을 체결해 해저 수심 20m 지점에 서버 10만 대 규모의 수중 데이터센터 구축 모

[공간혁신] "나이는 숫자에 불과" 十人十色 시니어 아마추어 예술인 공연 '후끈'…음악‧무용‧댄스‧패션쇼‧토크쇼까지 '총집합'

[뉴스스페이스=이종화 기자] 시니어 아마추어 예술인들의 공연이 다채로워지고 있다. 지방자치단체들도 시니어 복지를 기존 의식주 중심에서 문화예술로 확대하는 추세다. 사단법인 한국시니어문화네트웍스(대표 김철수)는 20일 서울 강서구 소재 송도아트홀에서 시니어 아마추어 예술인들이 음악‧무용‧댄스‧패션쇼‧토크쇼 등을 한 무대에서 펼치는 콜라보 공연을 선보였다. 진교훈 서울시 강서구청장은 이날 공연장에서 “고령화 추세를 감안해 앞으로 시니어들의 문화예술 지원을 점차 확대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이 공연은 한 무대에서 각기 다른 장르를 콜라보식으로 연출해 주목을 끌었다. 공연을 연출한 황병진 해피앤뮤직 대표는 "시니어 아마추어들의 공연이 다양화되고 있는 만큼 한 무대에서 장르의 벽을 허무는 융합공연을 발전시켜 나가겠다"고 말했다. 코미디언 표인봉씨의 사회로 진행된 공연에는 출연자와 250여명 관람객 모두가 시니어들로, 고령화시대를 맞아 시니어 문화예술 지원정책 개발이 필요하다는 과제를 남겼다. 이날 공연에는 난타(박은숙‧여금숙‧최은지), 전자바이올린(민지영), 고전무용(유공자), 댄스스포츠(박기진‧김수정), 토크쇼와 노래(표인봉), 색소폰앙상블(해피뮤직), 패션쇼(리본

[공간혁신] HDC현대산업개발, 잠실 래미안 아이파크 파크오아시스 2025 굿디자인어워드 코리아 은상 수상

[뉴스스페이스=최동현 기자] HDC현대산업개발이 선보여 올해 말 입주를 앞둔 잠실 래미안 아이파크 단지 내 파크오아시스(티하우스, The Circle of Connection)가 2025 굿디자인어워드 코리아에서 은상(산업통상자원부 장관상)을 수상했다. 이번 수상은 도심 속 휴식과 정서적 회복을 위한 건축적 실험이 높은 완성도와 미학적 가치를 인정받은 결과로, 주거 단지 내 감성적 건축 공간의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굿디자인어워드 코리아는 산업통상자원부가 주최하고 한국디자인진흥원이 주관하는 국내 최고 권위의 디자인상으로, 제품·공간·환경 등 다양한 분야에서 혁신성과 사회적 의미를 지닌 디자인을 선정해 수여한다. 잠실 래미안 아이파크의 파크오아시스(야외음악당)은 도심 속의 정서적 안식처를 주제로, 밀도 높은 도시 환경 속에서도 잠시 멈춰 숨을 고를 수 있는 여백의 공간으로 기획됐다. 단순한 공연 시설을 넘어, 개인과 공동체가 자연스럽게 교류하고 감각이 깨어나는 감성적 커뮤니티 공간으로 기능한다. HDC현대산업개발 관계자는 “파크오아시스는 단지 내 커뮤니티 시설을 넘어, 누구에게나 열려 있으면서도 사적인 안식이 가능한 도시 속 자연의 무대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