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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lture·Life

[내궁내정] 피아노가 뭐길래?…최초 발명·88개 건반 언제·97, 102건반·건반 배치 황금비 7대5·바흐 평균율 조율법

1. 피아노는 언제 발명?…피아노의 역사
2. 피아노 건반은 처음부터 88개?…피아노 건반개수 변천사
3. 88개 이상의 건반가진 피아노?
4. 피아노 이전의 건반악기
5. 피아노 가격 변천사
6. 피아노 건반 배치의 비밀 7대5
7. 바흐의 평균율 조율법의 공로

 

[뉴스스페이스=이종화 기자] 

 

<편집자주> 유튜브, 인스타 등에서 활동하는 인플루언서들이 '협찬을 받지 않았다', '광고가 아니다'라는 사실을 보이기 위해 "내 돈 주고 내가 샀다"라는 뜻의 '내돈내산'이라는 말이 생겼다. 비슷한 말로 "내가 궁금해서 결국 내가 정리했다"는 의미의 '내궁내정'이라고 이 기획코너를 명명한다. 우리 일상속에서 자주 접하는 소소한 얘기거리, 궁금증, 호기심, 용어 등에 대해 정리해보는 코너를 기획했다.

 


2007년 개봉한 동명의 대만 영화 〈말할 수 없는 비밀〉의 리메이크작이 2025년 1월 한국영화로 개봉(서유민 감독, 도경수·원진아·신예은 주연)했다.

 

피아노 천재인 음대생 '유준'이 캠퍼스의 오래된 연습실에서 신비스러운 음악을 연주하던 '정아'를 우연히 만나면서 시작되는 판타지 로맨스 작품이다. 20년이란 시간을 넘어 주인공 두 사람을 연결시켜 주는 매개체로 등장하는 것이 바로 피아노.

 

영화에도 음악과 피아노와 관련된 숨은 디테일들이 많이 등장한다.

 

그렇다면 피아노는 언제 발명됐을까. 초기 건반의 갯수는? 언제부터 지금의 건반갯수인 88개였을까?


피아노는 1709년 이탈리아의 악기 제작자 바르톨로메오 크리스토포리(Bartolomeo Cristofori) 에 의해 발명됐다. 크리스토포리는 기존 하프시코드에서 볼 수 없었던 해머 액션(Hammer Action) 시스템을 개발해, 건반을 누르는 강약에 따라 소리의 크기를 조절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최초의 피아노는 "Gravicembalo col piano e forte"(소리가 약해졌다 강해지는 하프시코드)라는 이름이었다. 이후 "Pianoforte", 줄여서 "Piano"라고 불리게 됐다.

 

초기 피아노(크리스토포리 피아노)와 현대 피아노는 여러 면에서 기술적 차이가 있다. 초기 피아노는 나무 해머를 사용했으며, 해머 액션(타격 방식)방식이라 해머가 줄을 치고 난 후 빠르게 원위치되지 않아 반복 연타가 어려웠다. 이후 현대 피아노는 더블 이스케이프먼트(Double Escapement) 메커니즘 도입(1821년, 에라르 개발)됐으며, 이로 인해 빠른 트릴, 반복음, 정교한 터치 컨트롤이 가능해졌다.

 

또 초기 피아노엔 대부분 페달이 없다. 일부는 손으로 조작하는 댐퍼 기구가 존재했을 뿐이다. 하지만 현대 피아노는 페달(소프트 페달, 소스테누토 페달, 서스테인 페달)이 3개가 도입되며 연주 표현력이 넓어졌다.

 

크리스토포리가 제작한 초기 피아노의 건반 개수는 54개였다. 당시의 피아노는 하프시코드의 영향을 많이 받아 옥타브 범위가 좁았으며, 바흐와 헨델 시대의 음악적 요구를 충족하는 정도였다.


18세기 후반 모차르트, 하이든이 사용한 피아노는 61개(5옥타브)로 확대됐다. 주로 오른손의 선율과 왼손의 단순한 화성 반주로 구성됐으며, 모차르트의 Piano Sonata No. 16 in C major, K. 545 같은 곡은 비교적 좁은 음역에서 진행된다.

 

저음과 고음의 확장이 제한되다보니 대규모 오케스트라 편곡이 어렵고, 화성 진행이 단순하다는 한계가 있었다.

 

 

이후 19세기 초 베토벤이 사용한 피아노부터 6옥타브, 72개 건반으로 확장됐다. 피아노의 음역이 넓어짐에 따라 베토벤은 더 깊은 저음과 더 강렬한 표현을 탐색했다. 특히 기존 피아노에서는 불가능했던 긴 페달 지속음과 강렬한 저음 베이스를 활용했다.
대표곡은 Piano Sonata No. 32 in C minor, Op. 111 등이다.

 

그리고 나서 19세기 중반 낭만주의 시대인 쇼팽·리스트가 등장하면서 피아노 건반 수가 82개로 늘어나면서, 더 넓은 음역과 강한 표현력이 가능해졌다.

 

현대 피아노의 건반 개수 표준인 88개가 된 것은 1880년대 후반부터다. 미국의 슈타인웨이 & 선즈(Steinway & Sons)가 88건반(7옥타브+3음, 흰 건반 52개, 검은 건반 36개, 총 88개(A0~C8))을 갖춘 피아노를 제작하면서 오늘날의 표준이 확립됐다.


건반이 88개를 넘는 피아노도 있을까? 

 

일부 특수 피아노는 88개 이상의 건반을 갖고 있다. 보스엔도르퍼(Bösendorfer) 290 'Imperial'은 97건반(A0~C9), 스튜어트 & 선즈(Stewart & Sons) 피아노는 102건반(A0~F9)이다. 이러한 확장된 건반은 극한의 저음 또는 초고음을 필요로 하는 현대 작곡가들의 요구를 반영한 것이며, 일반적인 클래식 음악에서는 사용되지 않는다. 

 

확장된 건반은 프란츠 리스트의 "Ad nos, ad salutarem undam" 편곡 버전에서 사용됐다. 또 라벨, 드뷔시, 바르톡 등 인상주의 작곡가들의 곡에서 새로운 색채감을 제공하고나, 영화 음악에서 웅장한 저음을 강조할 때 활용된다.

 

특히 실험적인 현대음악을 추구하는 한스 짐머, 존 윌리엄스 같은 영화 음악 작곡가는 저음과 고음을 자유롭게 활용하기 위해 97건반, 102건반 피아노를 즐겨 사용한다.

 

피아노 발명전에는 하프시코드(쳄발로)라는 피아노의 전신인 악기가 있었다. 일반적으로 56개에서 61개의 건반으로, 이 건반을 누르면 현을 퉁겨서 소리를 내는 방식으로, 특유의 맑고 경쾌한 음색을 지니고 있다. 일종의 건반악기와 현악기의 중간개념인 셈이다.

 

이후 클라비코드라는 건반 악기가 개발됐다. 건반을 누르면 작은 금속 탄젠트가 현을 때려 소리를 내며, 부드럽고 섬세한 음색이 특징이다.

 

이후에 나온게 파이프 오르간이다. 파이프 오르간은 악기 중에서도 가장 규모가 크고 복잡한 구조를 갖춘 악기 중 하나로, 건반 수가 고정되어 있지 않고 설계에 따라 크게 달라진다. 건반이 많을수록 여러 개의 음색을 동시에 컨트롤할 수 있어, 오케스트라처럼 다채로운 사운드를 구현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일부 대형 오르간은 '스웰(Swell)', '그레이트(Great)', '콰이어(Choir)', '솔로(Solo)' 등 여러 개의 수동 건반을 포함해 각 건반에 특정 음색을 배정할 수 있다.

 


현대의 전자 키보드와 신디사이저는 용도와 모델에 따라 25개에서 88개까지 다양한 건반 수를 제공한다. 휴대성을 강조한 모델은 적은 수의 건반을, 전문 연주용 모델은 88개의 풀사이즈 건반을 갖추는 경우가 많다.

 

또 아코디언은 일반적으로 오른손 건반이 41개, 왼손 베이스 버튼이 120개로 구성돼 있다.

 

피아노의 가격은 어떻게 변화되어 왔을까. 


18세기(초기 피아노, 54~61건반) 피아노는 주로 목재 프레임과 단순한 해머 구조로 제작됐다. 당시 피아노 가격은 오늘날 환산 시 약 2,000~5,000달러 수준으로 귀족과 부유층만이 소유할 수 있는 고급 악기였다.


19세기(건반 확장, 72~85건반)엔 강철 프레임과 현의 장력이 증가하면서 제작비가 상승했다. 베토벤, 리스트 시대에 등장한 대형 피아노는 현재 가치로 1만~2만 달러 수준에 달한다.


20세기 이후 88건반이 표준이 되면서 대량생산이 가능해졌다. 일반적인 업라이트 피아노는 약 3000~5000달러, 그랜드 피아노는 1만~15만 달러 수준이다. 보스엔도르퍼 97건반이나 스튜어트 & 선즈 102건반 같은 특수 모델은 30만~50만 달러 이상이다.

 

피아노 건반 배치는 어떻게 정해졌을까? 왜 흰 건반과 검은 건반의 비율이 7대5일까?


피아노의 건반 배치는 단순히 시각적 디자인이 아니라, 서양 음악의 음계 체계와 조화를 이루도록 진화한 결과다. 흰 건반과 검은 건반의 배열은 12음 평균율을 기반으로 하며, 이는 서양 음악의 주요 조성과 화성 구조를 자연스럽게 연주할 수 있도록 설계된 시스템이다.

 

최초의 건반악기인 클라비코드(Clavichord, 14세기)와 하프시코드(Harpsichord, 15세기) 초기에는 흰 건반(자연음)만 존재했다. 당시 서양 음악은 C 메이저(C-D-E-F-G-A-B)를 중심으로 발전했기 때문에, 굳이 반음(검은 건반)이 필요하지 않았다.


흰 건반은 자연스러운 계이름(도레미파솔라시)을 반영한 것으로, 기본적인 멜로디 연주에 적합했다. 그러나 음악이 발전하면서 새로운 조성(키)과 조화로운 화음을 위해 반음(세미톤, 검은 건반)의 개념이 도입됐다.

 

 

이후 17~18세기에 걸쳐 음악이 복잡해지면서 반음(세미톤)을 포함한 12음 체계가 필요해졌다. 자연음(C, D, E, F, G, A, B) 사이에 반음을 추가하면 총 12개의 음이 생긴다. 하지만 모든 음 사이에 동일하게 검은 건반을 배치하면 연주가 어렵고 시각적으로도 헷갈릴 수 있다. 그래서 피아노 제작자들은 7개의 흰 건반(C-D-E-F-G-A-B)과 5개의 검은 건반을 배치(총 12음)하는 방식을 채택했다.

 

이른바 바흐의 평균율 조율법(Well-Tempered Clavier, 1722)이 등장하면서 12음 평균율이 자리 잡았다. 피아노 제작자들도 이에 맞춰 7개의 자연음(흰 건반)과 5개의 반음(검은 건반) 배열을 표준화한 것.

 

평균율 조율법(Well-Tempered Tuning)이란 바흐가 1722년에 발표한 것으로, 당시 대부분의 악기는 특정 조성에서만 정확한 음정을 유지할 수 있었지만, 바흐의 조율법을 사용하면 C장조(C Major)뿐만 아니라 모든 장·단조에서 조화로운 연주가 가능했다. 즉 이때부터 모든 조성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12음 체계가 확립된 것이다.

 

검은 건반은 반음이 필요한 곳에만 배치해 연주자의 가독성을 높였다. 이는 악보에서 다장조(C Major)와 가장 자연스럽게 연결되는 구조였고, 현재까지 유지되고 있다. 즉 이는 장조(Major)와 단조(Minor) 스케일을 쉽게 연주할 수 있도록 설계된 것이다.


게다가 7대5 구조 덕분에 연주자는 검은 건반을 기준으로 손가락의 위치를 쉽게 파악할 수 있다. 눈을 감고도 감각적으로 건반을 구분할 수 있게 된 것이며, 이 구조 덕분에 역사적으로 자연스럽게 표준으로 자리잡았다.

 

결과적으로 흰 건반과 검은 건반의 7대5 배치는 연주 편의성, 시각적 구분, 음악적 필요성 등을 모두 고려한 최적의 조합이라는 분석이다.


즉, 오늘날 우리가 연주하는 피아노와 사용하는 음계 체계는 바흐의 평균율 조율법 덕분에 가능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모든 조성에서 연주할 수 있는 12음 체계의 기반을 마련하고, 반음(세미톤) 간격을 균등하게 조율하는 시스템을 확립해 클래식뿐만 아니라 재즈, 팝, 현대 음악의 발전에도 기여한 것도 결국 바흐의 유산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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