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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pinion

[Moonshot-thinking] ‘벽 대신 바람’ 사무실 출근 원하는 Z세대…기성세대 보다 사무실 근무 더 선호

 

“이건 지난번에도 말씀드린 거잖아요. 구글드라이브 링크, 두 번째 시트에 있어요.”

 

대면 회의 시간, 평소에는 입도 뻥끗하지 않던 3년차 직원이 갑자기 회사 업무용 메신저 채팅창에 쓴소리를 던졌다. 당황한 팀장은 5초간 침묵하다 농으로 받아쳤다. “그... 링크, 다시 한 번... 음성으로도 공유해줄래?”

 

회의실은 웃음기 없는 정적에 잠겼다. 자리에 둘러앉았지만, 서로 눈을 마주치지 않았다. 대면 회의였지만, 진짜 ‘소통’은 어디에도 없었다. 이것이 바로 오늘날의 새로운 사무실 풍경이다.

 

◇ ‘돌아온’ 게 아니다, ‘처음’ 사무실을 경험 중인 것이다

 

Z세대는 사무실에 돌아온 것이 아니다. 애초에 사무실을 제대로 겪어본 적이 없다.

 

코로나 시기 원격 수업과 비대면 인턴십으로 사회에 첫발을 디딘 이들은, 조직 문화와 일하는 리듬을 체득할 기회를 놓쳤다. 아이러니하게도 디지털 네이티브인 그들에게 오프라인 사무실은 ‘익숙한 곳’이 아니라 새로운 경험의 장이다.

 

한 매체의 최근 보도에 따르면, 글로벌 부동산 기업 JLL이 세계 44개국 근로자 1만2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조사에서 24세 이하 근로자의 주당 평균 사무실 출근 일수는 3.1일로, 전 연령대 중 가장 높았다. 반면 35~44세는 2.5일에 그쳤다. 기성세대의 예상과 달리, 젊은 세대가 오히려 사무실 출근을 더 선호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국내 조사에서는 이러한 추세가 더욱 명확하게 나타난다. 2024년 사람인 조사에 따르면, Z세대 직장인의 54.8%가 “사무실 근무가 더 효율적”이라고 응답했다. 그 이유로는 ‘즉시 피드백이 가능하다(66%)’, ‘집중이 더 잘 된다(42%)’, ‘업무와 생활의 경계가 명확해진다(38%)’ 등이 꼽혔다.

 

하지만 중요한 전제가 있다. 이들이 원하는 것은 과거의 오피스가 아니라 ‘새롭게 재구성된 공간’이라는 점이다. 단순한 근무 장소가 아닌, 정서적·사회적 교류의 허브로서의 사무실을 기대하고 있다.

 

◇ ‘출근’은 복귀가 아니라 회복이다

 

Z세대의 출근 선호는 단순한 근무 방식의 선택이 아니라 사회적 결핍에 대한 정서적 반작용이다. 이들은 디지털 세계에 익숙하지만, 동시에 한계도 누구보다 먼저 경험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2022년 조사에 따르면, 재택근무 경험자 중 59%가 정서적 피로와 에너지 고갈을 경험했다. 특히 20대 응답자 중 72%는 “업무 외 대화 부족”을 재택근무의 단점으로 지적했다. 관계 형성과 조직 내 정체성 결여는 Z세대의 주요 퇴사 사유로도 빈번히 언급된다.

 

한국직업능력연구원의 연구에 따르면, 첫 직장 적응에 있어 물리적 공간에서의 상호작용은 직업 정체성 형성에 결정적 영향을 미친다. 온라인 소통만으로는 조직문화의 ‘암묵지(暗默知)’를 습득하기 어렵다. 이는 Z세대의 직장 적응 지연으로 이어진다는 분석이다.

 

주목할 점은, 디지털 세계에 살면서도 아날로그적 접촉을 갈망하는 Z세대의 양가적 심리다. 2023년 대학내일 20대연구소 조사에 따르면, 20대의 68%는 “온라인에서는 얻을 수 없는 오프라인 경험의 가치”를 중요시한다. 사무실은 그들에게 단순한 근무 공간이 아닌, 결핍된 사회적 연결을 회복하는 공간으로 새롭게 정의되고 있다.

 

◇ 세계적 오피스 트렌드와 Z세대의 만남

 

글로벌 오피스 시장에서도 변화의 바람은 거세다. 유럽과 미국의 주요 기업들은 ‘허브앤스포크(Hub and Spoke)’ 모델을 도입해, 하나의 중심 사무실과 여러 개의 위성 오피스를 운영하는 방식으로 전환하고 있다. 실리콘밸리의 기술 기업들이 주도하는 ‘ABW(Activity Based Working)’ 모델은 고정 좌석을 없애고, 활동에 따라 공간을 선택하는 시스템으로 진화했다.

 

영국의 부동산 컨설팅 기업 CBRE의 2023년 보고서에 따르면, 코로나 이후 오피스 설계에서 가장 중요시되는 요소는 ‘웰빙’과 ‘협업’이다. 생산성 향상을 위한 개인 집중 공간과 팀 협업을 위한 개방 공간의 균형, 자연 채광과 식물을 활용한 바이오필릭 디자인(Biophilic Design)이 새로운 표준으로 자리잡고 있다.

 

Z세대의 공간 선호도는 이러한 글로벌 트렌드와 맞닿아 있다. 이들이 추구하는 것은 단순한 물리적 거리가 아니라, 연결과 소속감을 느낄 수 있는 ‘정서적 밀도’다.

 

2024년 워크인텔리전스의 조사에 따르면, Z세대 직장인이 가장 선호하는 오피스 요소는 ‘다양한 활동을 지원하는 유연한 공간’(68%)과 ‘자연과 연결된 휴식 공간’(62%)이었다.

 

◇ 오피스는 부동산이 아니라 콘텐츠다

 

사무실은 더 이상 책상과 벽으로 구획된 장소가 아니다. ‘전화가 무섭다’고 말하는 세대에게 오피스는, 정서적 환기와 소통의 리듬을 회복하는 새로운 기능을 부여받고 있다. 이들이 찾는 것은 획일화된 공간이 아니라, 개인의 정체성과 공동체의 가치를 동시에 실현할 수 있는 맞춤형 환경이다.

 

Z세대가 돌아온 곳은 과거의 오피스가 아니라, 신체와 마음의 패턴을 재설계할 수 있는 복합적 플랫폼이다. 그들의 출근은 근무일 수가 아니라 ‘경험의 질’로 해석되어야 한다. 공간에서 어떤 감정과 리듬을 누리느냐가 이직과 몰입의 열쇠이다.

 

오피스는 경험과 문화를 담는 콘텐츠로 진화하고 있다. 누가 공간을 더 창의적으로 설계하느냐가 인재를 유치하고, 유지하는 핵심 경쟁력이다. 미래의 부동산 가치는 평방미터가 아닌, 그 공간이 제공하는 경험의 품질로 평가될 것이다.

 

다음 세대는 ‘바닥 면적’이 아니라 ‘공기의 밀도’, 즉 공간이 제공하는 정서적 경험의 깊이를 기준으로 오피스를 선택할 것이다. 벽 대신 바람을 고른 세대, 그들의 선택이 만들어갈 미래 오피스 모습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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