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스페이스=이종화 기자] 지구 생존시계(Doomsday Clock)는 인류의 핵전쟁, 기후위기, 신기술 오남용 등 인간 활동에 의한 위협만이 아니라, 때로는 인류의 통제를 완전히 벗어난 우주적·자연적 재앙들에 의해서도 그 시계 바늘이 앞당겨질 수 있다.
실제로 과학계는 소행성 충돌, 초대형 화산폭발, 태양 플레어 등 극단적 사건이 인류 문명에 미칠 잠재적 파괴력에 주목하고 있다.
1. 소행성·혜성 충돌 : ‘지구 멸망’의 대표적 우주적 위협
NASA에 따르면 2025년 기준, 지름 140m 이상이면서 지구와 최소 궤도 교차거리가 750만km 이내인 ‘지구위협 소행성’(PHA)은 2084개가 발견됐다. 이 중 실제로 지구와 충돌할 확률은 28억분의 1에 불과하지만, 만일 충돌한다면 문명 붕괴 수준의 재앙이 예상된다.
실제로 1997년 발견된 소행성 136795(1997 BQ)는 2025년 6월, 지구와 615만km까지 접근했다. 이는 지구-달 거리의 16배에 해당하며, 최근접 시 속도는 초속 11.68km에 달했다. 2063년과 2069년 두 차례 지구와의 충돌 가능성이 예측됐으나, 확률은 극히 낮은 것으로 분석됐다.
또 오르트 구름 등 태양계 외곽에서 온 역행궤도 혜성은 지구와 반대 방향에서 최대 초속 72.8km로 충돌할 수 있다. 만약 핵 지름 수km급 혜성이 이 속도로 지구에 충돌한다면, ‘지구 궤멸적 피해’가 불가피하다.
2. 초대형 화산폭발 : ‘자연의 슈퍼재앙’
약 7만4000년 전 인도네시아 토바 화산의 초대형 폭발은 화산재로 인한 ‘화산 겨울’을 초래, 지구 평균기온을 3~5℃ 낮췄고, 인류 개체수도 수천 명 수준까지 급감했다는 유전학적 연구 결과가 있다.
현대에도 화산폭발로 인한 인류의 위험은 여전하다. 미국 옐로스톤, 인도네시아 토바, 뉴질랜드 타우포 등은 대표적 슈퍼화산으로, 단일 폭발 시 수십억 명의 생존에 영향을 줄 수 있다. 다만, 구체적 피해 수치는 아직 명확히 산정되지 않았다.

3. 지진·쓰나미·태풍 등 대규모 자연재해
지진, 태풍, 홍수, 가뭄은 물론 산불같은 자연재해 역시 인류에게는 치명적이다.
2004년 인도양 지진(규모 9.1)은 쓰나미로 23만명 이상이 사망하고, 14개국에 피해를 남겼다. 또 1997~1998년 엘니뇨로 인한 전 세계 직접 손실은 339억 달러, 2만1706명 사망, 1억1786만명 피해로 집계됐다.
최근에는 기후변화와 결합해 산불과 가뭄의 빈도와 피해 규모도 급증하고 있다.
4. 태양 플레어(태양 폭발)와 우주 방사선
태양 플레어 : 1859년 캐링턴 이벤트는 지구 대기권에 대규모 전자기 폭풍을 일으켜, 당시 전신망을 마비시켰다. 현대 사회에서는 전력망, 위성, 통신망 등 핵심 인프라 전체에 치명적 영향을 줄 수 있다(구체적 피해액 미확정).
우주 방사선 : 강력한 감마선 폭발(GRB) 등은 오존층 파괴와 대멸종 가능성을 내포한다. 이런 사건은 수백만 년 단위로 발생하는 희귀 현상이지만, 만일 발생한다면 지구 생명체에 치명타가 될 수 있다.
5. 기타 우주적 요인
지구에 살고있는 우리 인류의 위협이 지구안에만 있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지구 밖의 상황도 언제라도 우리 인류에게 큰 위협이 될 수 있다.
지구 자기장 역전이 그 예다. 수십만 년 주기로 발생하며, 자기장 약화 시 태양풍·우주방사선으로부터 지구 보호력이 떨어져 생태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성간 혜성 역시 마찬가지 위험요소다. 최근 관측된 성간 혜성은 지구와의 충돌 가능성은 극히 낮지만, 궤도 예측이 어려워 잠재적 위험 요소로 분류된다.
슈퍼리스크, 인간의 통제를 넘어선 생존의 변수
지구 생존시계의 바늘을 앞당기는 것은 인간의 오만과 실수만이 아니다. 소행성 충돌, 혜성, 슈퍼화산, 태양 플레어 등 우주적·자연적 재앙은 인류 문명을 순식간에 무력화시킬 수 있는 ‘슈퍼리스크’다.
이들 재앙은 발생 확률은 낮지만, 일단 현실화될 경우 인류의 미래를 송두리째 뒤흔들 수 있다. 지구 생존시계가 경고하는 ‘최후의 순간’은, 인간의 책임과 더불어 우주적 변수에 대한 겸허한 인식에서 비롯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