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스페이스=윤슬 기자, 이종화 기자] 지구인들의 태양에 대한 연구가 본격화되는 가운데 태양의 역할과 중요성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최근 미국 항공우주국(NASA)의 탐사선이 인류 역사상 가장 가까이 태양에 접근하는 데 성공했다. NASA는 미 동부시간으로 2024년 12월 27일(현지시간) 자정쯤 태양 탐사선 ‘파커 솔라 프로브’(Parker Solar Probe, 이하 파커)로부터 신호를 받는 데 성공했다.
탐사선은 태양 표면에서 불과 610만㎞ 떨어진 곳을 통과한 뒤 "안전하며, 정상적으로 작동 중"이라는 신호를 보냈다. 파커 탐사선은 태양 탐사를 목표로 2018년 발사됐으며, 태양을 21차례 지나치며 점점 태양과 가까워졌다.
탐사선 이름 ‘파커’는 1958년 태양풍의 존재를 밝히고 이름까지 붙인 우주물리학자 유진 파커(1927~2022) 박사의 이름에서 따왔다.
2021년 4월 코로나 상층부를 통과하는 비행에 처음으로 성공한 뒤 근접 비행 기록을 거듭 경신해 왔다. 이 우주선은 지금까지 만들어진 우주선 중 속도가 가장 빠르며, 섭씨 1370도의 열을 견딜 수 있도록 제작됐다. NASA 측은 "이번 연구를 통해 과학자들은 이 영역의 물질이 어떻게 수백만 도까지 끓어오를 수 있는지 더 잘 이해할 수 있고, 태양풍의 기원을 추적할 수 있을 것"이라며 "광속에 가까운 속도로 움직이는 고에너지 입자의 비밀을 풀 수 있는 탐구도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파커 탐사선의 임무는 태양 대기권의 상층부인 코로나의 비밀을 푸는 것이다. 태양풍의 발원지인 코로나는 태양 표면 온도(5500도)보다 수백배 더 높아 100만도를 웃돈다. 태양풍이란 태양 대기층에서 방출되는 전하를 띤 고에너지 입자들의 흐름을 말한다. 태양 활동이 활발할 때는 태양풍의 세기도 강해진다. 태양풍의 속도는 초속 300~800km이다.
BBC는 한 천문학자의 말을 인용해 "태양, 태양 활동, 우주 날씨, 태양풍을 이해하는 것은 지구에서 사는 우리의 일상생활에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과학자들이 태양의 비밀을 알아내려 노력하는 이유는 근본적으로 태양이 지구에 미치는 영향이 엄청나게 크기 때문이다. 태양은 지구 생태계와 인류 문명의 근간을 이루는 에너지 원천이다. 만약 태양이 갑자기 사라진다면, 지구는 즉각적이고 치명적인 변화를 겪게 될 것이다.
첫째로 태양이 사라지면 지구는 즉시 어둠에 휩싸인다. 정확히는 약 8분 19초 후에 빛을 잃게 된다. 이는 태양광이 지구에 도달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다.
태양광은 지구에 도달하는 에너지의 99.97%를 공급하며, 이는 지구 표면의 온도를 유지하고 기후를 조절하는 데 필수적이다. 태양이 사라지면 지구는 빠르게 냉각되기 시작한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에 따르면, 태양이 사라진 후 첫 주 내에 지구 표면 온도는 약 -17°C로 떨어지며, 1년 이내에는 -73°C까지 하강할 것으로 예상됐다.
둘째로 태양이 없으지면 광합성 중단과 함께 생태계 붕괴가 일어난다. 태양광은 식물의 광합성에 필수적이다. 태양이 사라지면 광합성이 즉시 중단되어 식물은 에너지원과 산소 공급을 잃게 된다. 산소 생산이 멈추고, 대기 중 산소 농도가 감소해 호흡이 필요한 생명체의 생존이 어려워진다.
식물은 며칠 내에 죽기 시작하며, 이를 먹이로 삼는 초식동물과 그를 먹는 육식동물도 연쇄적으로 영향을 받아 생태계 전체가 붕괴된다. 미국 국립과학원(National Academy of Sciences)의 연구에서도 "태양의 변화는 지구의 생물 다양성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밝혔다.
인간들의 인체도 태양광에 노출됨으로써 비타민 D를 합성하며, 이는 뼈 건강과 면역 기능에 중요하다. 적절한 태양광 노출은 세로토닌 분비를 촉진하여 기분 개선과 우울증 예방에 도움이 되기때문이다.
셋째는 대기와 해양의 변화다. 태양은 대기와 해양을 가열하여 기후 시스템을 유지하고, 계절 변화를 일으킨다. 해양 표면을 가열하여 해류를 형성하고, 이는 해양 생태계의 순환과 영양분 분포에 영향을 준다.
태양이 사라지면 대기 중의 수증기가 응결하여 눈과 얼음으로 변하며, 이는 지구 표면을 덮어버린다. 해양은 표면부터 얼어가기 시작하며, 완전히 얼어붙을 수 있다. 그러나 해양 깊은 곳에서는 지열로 인해 액체 상태의 물이 유지될 가능성이 있다. 이러한 환경에서도 일부 미생물은 생존할 수 있지만, 인간을 비롯해 복잡한 생명체의 생존은 거의 불가능하다.
넷째 지구궤도의 변화다. 태양의 중력은 지구를 포함한 태양계 행성들의 궤도를 유지하는 역할을 한다. 만약 태양이 사라지면 지구는 태양의 중력에서 벗어나 현재의 공전 속도인 초속 약 30km로 직선 운동을 하게 된다. 이로 인해 지구는 우주 공간을 떠돌게 되며, 지구는 다른 천체와 충돌하거나, 우주의 차가운 공간에서 더욱 온도가 하락하게 된다. 이는 지구 환경에 예상못한 심각한 불확실성을 더하게 된다.
또 태양의 활동은 지구의 자기장에 영향을 미쳐, 우주 방사선으로부터 지구를 보호한다. 비행 및 항해 보조에도 영향을 미친다. 태양의 위치는 전통적으로 항해와 비행 시 방향을 결정하는 데 활용돼 왔다.
천체물리학자 존 도 박사는 "태양이 사라진다면 지구는 단순한 냉각 이상의 복합적인 변화를 겪게 될 것"이라며 "이는 생명체의 생존 가능성을 거의 없애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결론적으로, 태양의 부재는 지구의 물리적, 생물학적, 기후적 시스템에 즉각적이고 파괴적인 영향을 미치며, 이는 지구상의 식물 동물 구분없이 모든 생명체의 생존이 불가능하다.
한국 역시 2019년 10월부터 미항공우주국(NASA)과 공동으로 개발한 국제우주정거장용 태양코로나그래프(CODEX)를 2024년 11월 5일 오전 11시 29분(현지 시각 11월 4일 21시 29분) 케네디 우주센터에서 스페이스X사가 개발한 팰컨 9(Falcon 9)으로 발사됐다.
발사 약 13시간 후 CODEX를 실은 화물선이 국제우주정거장에 도킹해 12일 외부 탑재체를 위한 플랫폼인 ELC3-3에 성공적으로 설치됐다.
최성환 한국천문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코덱스는 세계 최초로 코로나의 밀도, 온도, 질량을 2차원 영상으로 촬영할 수 있는 장비”라며 “태양 활동을 이해하는 데 가장 기본이 될 데이터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코로나그래프는 밝기가 태양 표면의 백만분의 1 이하인 태양 대기의 가장 바깥 영역인 코로나(corona)를 관측할 수 있는 망원경이다. 코덱스는 태양 코로나 형상뿐 아니라 온도와 속도를 동시 측정해 2차원 영상으로 구현할 수 있어, 태양 연구 난제인 코로나 가열과 태양풍 가속 비밀을 풀 것으로 기대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