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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pinion

[방구석은 우주] ‘슬램덩크’, 나의 영광의 시기는…"right now"

AZ 임부장의 방구석 문화 체험기 (4)

 

몸이 말을 잘 안 들을 때 나이 들었다는 것을 실감하게 됩니다. 아직 채(?) 오십이 되지도 않았는데 여기저기가 쑤시면 가슴이 참 아픕니다.

 

얼마전엔 후배들과 잠깐 농구를 했는데 무릎이 부풀어 오르더군요. 병원에 몇 주간 다니며 주사기로 물을 빼고 물리치료를 받았지요. 아, 한때는 정말 날아다녔는데… 세월이 참 야속합니다.

 

기억을 되돌려 청소년 시절을 떠올리면 당시 가슴 뛰는 스포츠는 단연 농구였습니다. 프로농구(KBL)가 생기기 전 농구대잔치의 열기는 대단했지요. 허동택 트리오의 기아자동차를 꺾어보려는 연세대, 고려대, 중앙대 선수들처럼 저도 뜨거웠습니다.

 

학교 운동장 농구 코트는 늘 붐볐습니다. 점심시간 농구 골대를 선점하기 위해 2교시만 끝나면 허겁지겁 도시락을 먹어 해치우곤 했지요. 남녀공학 고교에 다녔던지라, 드리블과 슛에 환호해주는 (특이한 취향의) 여후배들 응원에 심취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우리나라 드라마 <마지막 승부>와 만화 <헝그리 베스트 5>가 잠깐 유행을 탄 작품이었다면, <슬램덩크>는 중·고교 시절을 함께 겪은 동창과 같은 존재입니다. 제 또래가 이 작품을 모른다면 간첩이죠! 동창을 만나보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저녁이나 무릎이 쑤시는 주말이면 가끔 배 깔고 침대에 누워 이 만화책을 만납니다.

 

지금은 중년 아재이지만 고등학생 시절 저와 친구들은 저마다 슬램덩크 속 인물이었습니다. 불꽃남자 정대만의 슛 폼은 물론 머리 모양까지 따라 하는가 하면, 파리채 블로킹을 한다고 상대편의 머리통을 내려치는 경우도 있었지요. 윤대협을 따라 되지도 않는 더블 클러치를 시도하고, 엘리우프를 보여주겠다며 초등학교 림을 흔들기도 했습니다. 농구시합을 할 때마다 “놓고 온다”, “왼손은 거들 뿐” 등 만화책에 나온 대사를 따라했던 기억에 웃음이 나옵니다. 

 

당시 제가 특별히 좋아했던, 그리고 지금도 여전히 좋아하는 인물은 상양고의 김수겸입니다. 일단 저와 같은 왼손잡이고요. 전문 지도자가 없는 학교에서 감독으로, 때론 주장 선수로 상황에 맞는 역할을 해낸다는 게 매력적입니다.

 

밴치에 있을 때의 감독 김수겸과 코트 안에서 뛰는 선수 김수겸의 모습은 완전히 다르지요. 그때그때마다 완벽히 자신의 가치를 증명해냅니다. 비록 만화에서는 슈퍼 천재급의 빌런(?)인 윤대협, 이정환, 정우성에 비해 비중 떨어지는 ‘비운의 천재’ 정도로 스쳐 지나가지만, ‘제대로 된 감독과 동료들만 있었더라면’ 하는 마음을 금할 수 없습니다. 

 

실제 삶과 업무현장에서는 늘 보유 자원과 역량이 부족할 수밖에 없지요. 그렇기에 가장 현실을 반영한 캐릭터처럼 느껴집니다. 위기상황 돌파에 딱 맞는 모습으로 변신한다는 점에서 이 세상에 꼭 필요한 인물이지 않을까 평가해 봅니다 (세상까지 너무 나갔나요?).

 

고등학생 시절부터 김수겸처럼 되고 싶었던 마음 때문인지, 아직까지도 속한 곳의 담당업무 성격에 따라 팔색조(까지는 아니고 한 오색조 정도?!)의 모습을 보이려 애쓰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이 사진이 표지로 사용되는 일은 없었다.’


슬램덩크가 막을 내릴 때만 하더라도 너무 허무하다고, 작가와 출판사 간 뭔가 문제가 생긴 게 분명하다고 생각했던 이 결말이 나이가 들수록 점점 더 마음에 듭니다. 실제 인생이 그렇게 쉽게 목적에 닿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고, 농구대회 우승보다 농구를 좋아하는 것 자체가 더 중요하다는 걸 돌아보게 해주기 때문이기도 한 것 같습니다.

 

그저 지금, 이 곳에서, 내가 좋아하는 것을 할 수 있다면 그게 영광 아닐까요? 어쩌면 슬램덩크 만화 속 산왕공고와의 경기에서 강백호가 마지막 골을 넣지 못했더라도 강백호의 영광의 시기가 변하진 않았을 것입니다.

 

성공은 결과가 아니라 과정에 있는 것 아니겠습니까? 좋아하는 농구를 지속하기 위해 재활 치료를 받는 강백호와, 겨울 선발전을 준비하는 김수겸, 또 여전히 미생인 채 오늘도 아등바등하며 완생을 소망하는 저를 향해 강백호의 대사를 건넵니다. “영감님의 영광의 시기는 언제였죠. 국가대표였을 때였나요? 난 지금입니다.” 삶 속 연속된 길을 밞는 지금이란 과정 가운데 행복이 있을 겁니다. 아마도, 꼭! 


아, 그런데 왜 출근하기는 싫은 걸까요? 농구와 일은 완전히 달라서일까요? 만화책은 달콤하지만 아재의 내일은 피곤합니다.

 

* ‘AZ 임부장’은 빠르게 변하는 세상에 적응 못한 채 자기 멋에 빠져 있는 아재로, 공대 졸업 후 전공을 바꿔 20년차 기업 홍보맨으로 근근이 밥벌이 중이다. 책과 음악, 영화, 드라마 등에 파묻혀 한량처럼 사는 삶을 꿈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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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이미투더문] 전체가 부분의 합보다 큰 이유…복잡계의 창발적 현상

얼마 전 AI 관련 포럼을 양일간 다녀왔는데 상당히 기억에 남는 만남이 있었다. 바로 ‘창발적 현상’ 이라는 녀석과의 만남이었다. ‘벌목’이라는 단어를 벌의 머리아래 목 언저리 부위로 이해하는 요즘 세대의 어느 친구라면 발이 달린 창문을 떠올렸을 수도 있겠으나, ‘창발’이라는 단어는 기대 이상으로 심오한 뜻을 지녔다. “창발(Emergence)이란 개별 구성요소들이 상호작용하는 과정에서, 부분 수준에서는 존재하지 않던 새로운 속성, 구조, 패턴, 혹은 기능이 전체 수준에서 자발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을 말한다.” 이러한 창발적 현상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우선 ‘복잡계’를 이해할 필요가 있는데, 복잡계란 ‘많은 구성요소들이 서로 비선형적으로 상호작용하면서, 전체적으로 예측 불가능한 패턴이나 질서가 스스로 형성되는 시스템’을 뜻한다. 즉 ‘복잡계’라는 ‘과정’을 통해 ‘창발적 현상’이라는 ‘결과’가 나타난다고 볼 수 있다. ◆ 경제의 창발적 현상 주위를 둘러보면 그 어느 때보다도 온 국민이 글로벌 경제에 관심을 가지는 듯하다. 각자가 개별 경제주체로써 올바른 투자를 통해 이익을 창출하기 위해서 일 텐데, 신기하게도 각 개인은 오로지 본인의 이익을 위해서만 독립적으로

[마음 회복 연구실] 코칭은 깊은 호기심…진심어린 호기심에 대한 20번의 실험을 마치며

◆ 당신은 지금 무엇을 듣고 있습니까 회의실에서 팀원이 말한다. “우린 늘 이렇게 해왔는데요?.” 그 순간, 당신의 머릿속에는 어떤 생각이 스치는가? “관행을 고집하는 완고함”? “변화를 두려워하는 저항”? 혹은 “검증된 방식에 대한 신뢰와 안전에 대한 욕구”? 같은 문장이지만, 그 안에는 전혀 다른 세 개의 의미가 숨어 있다. 나는 코칭을 배우며 깨달았다. 말의 진짜 의미를 이해하려면 단어가 아니라 맥락을 들어야 한다는 것을. 그리고 그 변화는 지난 20주 동안 한 편씩 글을 써오며 내 안에서도 일어났다. ◆ 스무 번째 글, 그리고 나를 마주한 시간 어느덧 스무 번째 칼럼이다. 처음엔 ‘일주일에 한 번 글을 쓴다’는 약속이 작지만 버거웠다. 주말이면 노트북을 열고 생각을 정리하려 할 때마다 피곤이 몰려왔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글을 쓰면 쓸수록 생각이 정리되고 마음이 맑아졌다. 글쓰기는 단순한 기록이 아니라, 내 안의 흐트러진 생각을 한 줄로 세우는 일이었다. 그리고 “나는 왜 이렇게 느꼈을까?”라고 스스로에게 묻는 시간이 되었고, 그건 셀프 코칭의 과정으로 발전했다. 이 시리즈를 써오며 나는 ‘코칭의 정의’를 머리로가 아니라 손끝으로 익혔다.

[눈치코치] ‘자기계발’과 ‘자기개발’

스무 번째 칼럼을 앞두고 문득 저 네 글자가 떠올랐습니다. 함께 필진으로 참여한 두 명의 동기 코치와 ‘각자 20편씩, 도합 60편의 칼럼으로 1단원을 마무리하자’며 ‘도원결의’를 했는데, 정말 그 시간이 다가오니 감회가 새롭습니다. ‘자기계발’과 ‘자기개발’의 차이를 여러분은 알고 계신가요? 어학사전과 챗GPT를 찾아보니 이렇게 정의되어 있더군요. ‘자기계발’은 내면을 닦는 과정이고, ‘자기개발’은 능력을 키우는 과정이라고. 즉, 자기계발은 사람으로서의 성장, 자기개발은 전문가로서의 성장을 뜻합니다. 코칭을 공부하며 첫 단계 인증코치(KAC)가 된 저는 여러 분야 중에서도 ‘커리어(Career)’에 천착했습니다. 5번의 이직, 성격과 업태가 모두 다른 기업들 -대기업, 외국계, 중견기업까지 - 약 20여 년 동안의 다양한 경험이 있었기에, 나름 그럴 자격이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문득 깨달았습니다. 정작 저는 ‘자기계발’과 ‘자기개발’을 명쾌하게 구분하지 못하고 있었다는 사실을요. 그 순간, 다시 고개를 숙이게 되었습니다. 많은 직장인은 조직 안에서 좋은 구성원(사람)으로 성장하고 싶어 하면서도, 동시에 핵심인재(전문가)로서의 역량을 인정받고 싶어 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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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덧 여섯 번째 회사를 다니고 있는 제 자신을 문득 살포시 돌아봅니다. 대학을 졸업하고 육군 중위로 전역한 바로 다음 날, 저는 말년 군인에서 다시금 ‘군기 팍 든’ 신입사원이 되었습니다. 고심 끝에 들어간 첫 직장은 건설회사였습니다. 23년 전 공채로 입사해 4년 남짓 다니며 대리로 특진도 했지만, 결국 제 선택은 ‘이직’이었습니다. 많이 고민했습니다. 그리고 또 고심했습니다. 그때 불현듯 마음속에서 이런 질문이 떠올랐습니다. “너는 스페셜리스트(Specialist)가 될래, 아니면 조직 안에서 제네럴리스트(Generalist)로 성장할래?” 제 선택은 ‘스페셜’이었습니다. 그래서 홍보라는 본래의 신호를 벗어나진 않았지만, 과감히 업종을 바꾸며 새로운 길을 택했습니다. ◆ 이직을 해야만 스페셜리스트가 될까요? 제 대답은 단호히 “그렇다!”입니다. 한 회사에서 같은 팀, 같은 본부에 수십 년을 머무는 건 - 자의든 타의든 - 거의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물론 예외적으로 정년까지 한 조직에서 근속하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은 내 의지나 조직장과의 관계, 회사 시스템의 변화, 사업 구조 개편 등 다양한 변수로 인해 언젠가 자리를 옮기게 됩니다. 결국 나만의 커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