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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pinion

[내궁내정] 아마존 ‘피자 두 판의 법칙’이 거대 조직병 이겼다…링겔만 효과·사회적 태만 넘어선 혁신의 공식

 

[뉴스스페이스=이종화 기자]

 

<편집자주> 유튜브, 인스타 등에서 활동하는 인플루언서들이 '협찬을 받지 않았다', '광고가 아니다'라는 사실을 보이기 위해 "내 돈 주고 내가 샀다"라는 뜻의 '내돈내산'이라는 말이 생겼다. 비슷한 말로 "내가 궁금해서 결국 내가 정리했다"는 의미의 '내궁내정'이라고 이 기획코너를 명명한다. 우리 일상속에서 자주 접하는 소소한 얘기거리, 궁금증, 호기심, 용어 등에 대해 정리해보는 코너를 기획했다.

 

“팀이 피자 두 판으로 배를 채울 수 없다면, 팀은 너무 큰 것이다.”


아마존 창업자 제프 베이조스(Jeff Bezos)가 남긴 이 말은 이제 글로벌 혁신기업들의 조직 운영 철학이 됐다. ‘피자 두 판의 법칙(Two Pizza Rule)’은 아마존이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기업으로 성장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한 경영 원칙이다.

 

‘피자 두 판의 법칙’이란?

 

이 법칙은 팀 규모를 피자 두 판(보통 6~10명)으로 식사할 수 있는 인원으로 제한하는 것이다. 단순한 숫자 제한이 아니라, 소규모 팀이 자율성과 책임감을 갖고 빠르게 의사결정하며 혁신을 주도할 수 있도록 한 베이조스의 전략적 선택이다. 이는 팀이 너무 커지면 소통과 협업이 어려워지고, 관료화와 비효율이 발생할 수 있다는 인식에서 출발했다.

 

'Everything Store: 제프 베이조스와 아마존 시대'(브래드 스톤 저)에 따르면, 베이조스는 “사람이 많을수록 창의력과 생산성이 잠식된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아마존은 2002년 대규모 조직의 비효율과 관료화를 극복하기 위해 이 원칙을 도입했고, 각 팀이 자기 완결적으로 목표를 설정하고 실행하는 ‘피자 두 판 팀(2PT)’ 체제로 전환했다.

 

아마존의 피자 두 판의 법칙은 단순히 팀의 인원을 제한하는 것이 아니라, 소규모 팀의 자율성, 자기 완결성, 신속한 의사결정, 그리고 혁신을 조직의 핵심 가치로 삼는 경영 철학이다. 이 법칙은 아마존이 급변하는 시장에서 빠르게 대응하고, 혁신을 지속할 수 있게 해준 중요한 원칙이다.

 

‘링겔만 효과’와 사회적 태만, 그리고 아마존의 해법


아마존의 이 같은 조직 혁신은 심리학의 ‘링겔만 효과(Ringelmann effect)’와 ‘사회적 태만(Social Loafing)’ 개념과도 맞닿아 있다.


프랑스의 농공학자 막시밀리앵 링겔만(Maximilien Ringelmann)은 논문("Recherches sur les moteurs animés: Travail de l’homme". Annales de l’Institut National Agronomique)에서 줄다리기 실험을 통해 “집단 인원이 늘어날수록 1인당 공헌도가 오히려 감소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즉 집단에 참여하는 개인의 수가 늘어날수록 1인당 공헌도가 오히려 떨어지는 집단 심리 현상이다. 2명이 함께 줄을 당길 때 각자의 힘은 혼자 일할 때의 93%, 3명은 85%, 8명은 49%로 감소함을 발견했다. 인원이 늘어날수록 책임이 분산되어 개인이 ‘나 하나쯤이야’라는 심리로 노력을 덜 들이게 된다.

 

이른바 ‘사회적 태만’ 현상이다. 책임이 분산되면 ‘나 하나쯤이야’라는 심리가 작동하고, 이는 곧 집단의 효율성 저하로 이어진다. 실제로 많은 기업들이 팀 규모가 커질수록 혁신이 느려지고, 소통이 비효율적으로 변하는 문제를 겪는다.

 

 

소규모 팀이 가지는 4가지 의미


아마존의 ‘피자 두 판의 법칙’은 이런 집단 심리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실질적 해법이다.
이 법칙이 가지는 4가지 핵심 의미는 다음과 같다.

 

첫째는 소통과 공유된 이해의 극대화다. 팀원이 적을수록 정보 공유와 의사결정이 빠르고 명확하다. 둘째 자율성과 책임감 부여다. 각 팀이 목표와 성과를 스스로 관리하며, 책임의식이 강화된다. 셋째 혁신과 실험의 촉진이다. 소규모 팀은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빠르게 실험할 수 있다. 넷째 리더십 경험의 기회 제공이다. 팀 리더가 실질적 리더십을 연마할 수 있는 환경이 자연스레 조성된다.

 

실리콘밸리 조직문화 전문가인 애덤 그랜트 와튼스쿨 교수는 “아마존의 피자 두 판 법칙은 링겔만 효과와 사회적 태만을 조직 차원에서 극복한 대표적 사례”라며 “소규모 팀의 자율성과 빠른 피드백이 혁신의 속도를 좌우한다”고 평가했다.
 

아마존 CTO인 베르너 보겔스도 “피자 두 판 팀은 아마존의 핵심 DNA"라며 "우리는 작은 팀이 독립적으로 움직일 때 가장 큰 혁신이 나온다는 것을 경험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즉 아마존의 ‘피자 두 판의 법칙’은 단순한 팀원 수 제한이 아니라, 대형 조직의 고질병인 비효율과 혁신 둔화를 극복하는 실질적 전략이다. 심리학의 링겔만 효과와 사회적 태만 이론을 조직 경영에 적용해, 소규모 팀의 자율성과 책임, 혁신을 극대화한 아마존의 사례는 오늘날 모든 기업과 조직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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