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서홍 GS리테일의 신임 대표 [GS그룹 제공]](http://www.newsspace.kr/data/photos/20250209/art_1740658084622_5c5989.jpg)
[뉴스스페이스=김희선 기자] 지난해 말부터 GS리테일을 이끌고 있는 허서홍 대표이사가 호된 신고식을 치루고 있다.
편의점 GS25와 홈쇼핑 GS샵 등이 지난해 부진한 성적표를 받은데 이어 연이은 개인정보 유출사태까지 벌어지면서 회사 전반에 위기감까지 감돌고 있다.
기존 경영을 이끌어온 허연수 부회장이 물러나고, 오너 4세 허서홍 부사장을 대표이사로 내세우며 9년 만에 리더십 교체에 나서자마자 잡음이 흘러나오는 모양새다. 재계에선 연이은 악재 속에 허 대표의 위기 관리 능력과 조직 리더십이 시험대에 올랐다는 분석이다.
GS리테일은 지난해 12월 27일부터 올해 1월 4일 사이 편의점 GS25 해킹 공격으로 9만명의 고객 개인정보가 유출된 사건이 있었다. 하지만 또 다시 홈쇼핑 업체 GS샵에서 고객 개인정보 약 158만건이 유출되는 악재가 이어졌다. 월간 활성 이용자 수를 고려하면, 절반 가까운 고객 정보가 털린 위중한 사태인 셈.
GS리테일은 GS25(편의점), GS숍(홈쇼핑), GS더프레시(슈퍼마켓) 등을 운영하고 있으며 약 2000만명의 회원이 있는 대형 유통사로 소비자들의 불안감이 높아지고 있다.
이번 GS샵 웹사이트를 통해 유출된 것으로 추정되는 개인정보는 ▲이름 ▲성별 ▲생년월일 ▲연락처 ▲주소 ▲아이디 ▲이메일 ▲기혼 여부 ▲결혼기념일 ▲개인통관고유부호 등 총 10개 항목이다. 이름과 생년월일, 연락처, 주소 등 민감한 정보뿐 아니라, 개인통관고유부호까지 빠져나가 2차 피해가 우려되는 심각한 상황이다.
게다가 GS리테일 측이 추가 피해를 인지한 건 지난 주였지만, 피해 고객에게는 27일 개별 통지에 나서면서 늦장대처에 대한 비난까지 받고 있다.
앞서 지난해 11월 11일과 12월 31일 GS25점포에서 고객들이 GS페이 등 간편결제를 이용해 상품을 구매할 때 결제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상황이 긴시간 이어졌다. 특히 대목으로 여겨지는 빼빼로데이와 연말에 오류가 발생하면서 점주들이 피해를 봤다는 주장이다.
GS25 가맹점주협의회는 GS리테일 편의점 가맹본부에 "GS25 결제 시스템 오류로 인한 매출 피해에 대한 보상과 재발 방지를 요구"하는 내용증명도 보냈다.
이들은 내용증명을 통해 “11월11일 결제 시스템 오류로 1만8000점포에선 매출 손실이 생겼고, 당시 본사는 재발 방지를 약속했지만 정확히 50일 후인 12월31일 같은 시스템 오류가 발생했다”며 “오류로 인한 매출 손실을 산출하고, 그에 따른 보상 계획을 요구한다”고 했다. 점주들은 재차 문제가 발생할 경우 전산 유지비용을 지급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GS리테일의 개인정보 관련 이슈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GS리테일은 2022년부터 매년 개인정보보호위원회로부터 제재를 받고 있다. 개인정보의 안전성 확보 조치 위반, 안전조치의무 위반 등으로 2022년 1월 1100만원, 2023년 7월 600만원, 2024년 4월 700만원 등의 과태료를 부과 받았다.
이번 해킹 사고의 원인이 GS리테일의 정보보호 조치 미흡 등으로 드러날 경우 4년 연속 개인정보보호위원회로부터 제재를 받는 불명예를 떠안게 될 전망이다.

전산시스템 이슈에 이어 개인정보 유출까지 연이어 터지면서 새롭게 GS리테일을 이끌고 있는 허서홍 대표이사의 부담감도 커졌다.
허 대표 역시 취임 당시 “빠르게 변화하는 유통 환경 속에서 지속 가능한 성장을 이어가기 위한 전략적 방향을 고민하겠다”며 “특히 온·오프라인 경계가 사라지는 디지털 전환 시대에 맞춰 본업 경쟁력을 강화하고 신성장 동력을 확보하는 데 주력하겠다”는 비전을 제시했다.
하지만 디지털 전환 시대에 가장 중요한 IT시스템 분야에서 연이어 사고가 터지면서 허 대표의 비전이 공염불이 됐다는 평가다.
연이은 편의점 GS25와 홈쇼핑 GS샵 사태로 이미 소비자 신뢰에 심각한 타격을 입었다. 해킹으로 인해 일부 고객의 아이디와 비밀번호는 외부에서 사용된 정황이 드러났고, 이는 기업의 보안 체계와 데이터 관리의 허술함을 여실히 보여주는 사건이라 하락한 신뢰를 회복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평가가 이어지고 있다.
GS리테일의 현상황은 주가에서도 그대로 나타나고 있다. 지난해 최고 2만원이 훨씬 넘던 주가는 27일 1만5520원까지 떨어졌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고가 단순히 기술적 결함을 넘어, 회사 전반의 디지털 전략 부재와 보안 투자 부족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지적한다. 편의점과 홈쇼핑 리딩기업이면서도 눈앞의 이익에만 급급, 정작 중요한 시스템 정비와 보안강화에 소홀했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이제 막 경영 전면에 나선 시점에서 문제들을 어떻게 해결하느냐에 따라 허서홍 대표의 리더십에 대한 시장의 평가는 달라질 수 있다"면서 "기존 체제를 유지하는 안정적인 전략보다는 이번 기회에 파괴적인 혁신을 통해 모든 것을 교체한다는 마음가짐으로 해결의 실마리를 찾아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한편 허서홍 대표이사는 허광수 삼양인터내셔날 회장의 장남으로 허태수 GS그룹 회장의 5촌 조카다.
허 대표는 2002년 삼정KPMG 기업금융부 연구원으로 커리어를 시작해 2005년 GS홈쇼핑 신사업팀 대리로 입사했다. GS에너지 전력·집단에너지사업부문장과 경영지원본부장을 거쳐 GS그룹 미래사업팀장을 역임하며 GS그룹의 신사업을 이끌었다.
하지만 그동안 GS리테일의 신사업 투자가 사실상 모두 실패로 돌아갔기 때문에 '마이너스의 손'이란 별명까지 따라다닌다. 배달플랫폼 요기요, 배달대행업체 메쉬코리아에 대한 투자실패는 기본이고 펫프렌즈, 쿠캣, 카카오모빌리티까지 GS리테일의 신사업 투자 실패사례는 상당히 많아 유통업계에서는 반면교사의 표본으로 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