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스페이스=이종화 기자] 파리 시민들이 100여 년 만에 센강에서 합법적으로 수영하는 역사적인 순간을 맞이했다.
2025년 7월 6일(현지시간), 에펠탑과 노트르담 대성당, 프랑스 국립도서관 인근에 마련된 세 곳의 공식 수영 구역이 오전 8시를 기점으로 일반에 개방됐다. 이로써 유럽에서 가장 오염된 도시 강 중 하나였던 센강은 대대적인 정화 사업 끝에 시민의 품으로 돌아왔다.
100년 만의 ‘첫 스플래시’…파리 시민들, 센강에서 수영을 즐기다
CBS뉴스, 르몽드(Le Monde), Euronews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이날 수십 명의 파리 시민들이 강물에 몸을 던지며 환호와 기쁨을 만끽했다. 현장에는 구조대원들이 고가시성 조끼를 입고 배치됐고, 수영객들은 밝은 노란색 구명 부표를 착용해 안전을 도모했다.
첫 수영객 중 한 명인 25세 건설 노동자 아민 호시니는 “기온이 높아 도심 한가운데서 수영할 수 있다는 게 정말 좋다. 물이 생각보다 따뜻해서 놀랐다”고 소감을 밝혔다.
반면, 일부 시민들은 여전히 수질에 대한 우려를 표했다. 강변에서 지켜본 프랑수아 푸르니에는 “솔직히 위험을 감수하지 않겠다. 정말 깨끗해질 때까지 기다릴 것”이라고 말했다.

올림픽 유산이 이끈 ‘센강 르네상스’…14억 유로 투입, 수질 ‘최상’
이번 센강 수영 재개장은 2024 파리올림픽의 ‘유산 프로젝트’와 맞물려 있다. 파리시는 트라이애슬론과 오픈워터 수영 등 올림픽 종목을 센강에서 치르기 위해 14억 유로(약 2조1000억원)를 투입, 대규모 정화 사업을 단행했다.
특히 집중호우 시 미처리 하수가 강으로 유입되는 것을 막기 위해 대형 지하 저장 탱크를 설치했다.
프랑스 일드프랑스 지역 프레펙트(행정장관) 마르크 기욤은 르몽드와의 인터뷰에서 “수질이 매우 우수하다. 대장균과 장구균 모두 기준치의 10분의 1, 25분의 1 이하로 측정되고 있다”고 밝혔다.
이는 유럽연합(EU) 수영장 수질 기준(EU Bathing Water Directive, 2006/7/EC)보다 훨씬 엄격한 수준이다.

1923년 금지 이후 한 세기 만의 해제…‘시라크의 꿈’ 36년 만에 실현
센강에서의 수영은 1923년 오염과 항해 위험을 이유로 공식 금지됐다. 파리 시장 자크 시라크는 1988년 “모두가 수영할 수 있는 센강”을 약속했으나, 현실화까지는 36년이 걸렸다.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은 “전임자 시라크 시장의 꿈이 드디어 이뤄졌다”고 소셜미디어 X를 통해 밝혔다.
8월 31일까지 무료 개방…‘도시 속 오아시스’로
이번에 개장한 세 곳의 수영 구역은 8월 31일까지 무료로 시민과 관광객에게 개방된다. 각 구역에는 탈의실, 샤워 시설, 최대 300명의 일광욕객을 위한 공간이 마련됐다. 파리시는 향후 수영 구역을 확대해 ‘도시 속 오아시스’로 센강을 자리매김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번 센강 수영 재개장은 단순한 환경 개선을 넘어, 도시의 정체성과 시민의 삶의 질을 바꾼 ‘혁신적 도시 재생’의 모범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