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11.07 (금)

  • 맑음동두천 14.4℃
  • 구름많음강릉 15.9℃
  • 구름많음서울 15.5℃
  • 박무대전 14.9℃
  • 구름많음대구 14.0℃
  • 구름많음울산 18.2℃
  • 연무광주 16.7℃
  • 흐림부산 20.1℃
  • 맑음고창 18.2℃
  • 맑음제주 22.5℃
  • 구름조금강화 14.7℃
  • 구름조금보은 13.3℃
  • 구름많음금산 12.1℃
  • 맑음강진군 19.5℃
  • 구름많음경주시 15.4℃
  • 구름많음거제 18.0℃
기상청 제공

경제·부동산

[내궁내정] ‘비자·특허·강남·회원제’는 어떻게 계급을 만드나…배제와 권력의 언어, 그 사회학적·철학적 해부

 

[뉴스스페이스=이종화 기자]

 

<편집자주> 유튜브, 인스타 등에서 활동하는 인플루언서들이 '협찬을 받지 않았다', '광고가 아니다'라는 사실을 보이기 위해 "내 돈 주고 내가 샀다"라는 뜻의 '내돈내산'이라는 말이 생겼다. 비슷한 말로 "내가 궁금해서 결국 내가 정리했다"는 의미의 '내궁내정'이라고 이 기획코너를 명명한다. 우리 일상속에서 자주 접하는 소소한 얘기거리, 궁금증, 호기심, 용어 등에 대해 정리해보는 코너를 기획했다.
 
 

비자(Visa), 특허(Patent), 강남(Gangnam)과 같은 단어들은 단순한 행정적, 법적 용어를 넘어 사회적 계급과 배제, 소유와 권력의 구조를 상징적으로 드러낸다. 이 단어들은 가진 자와 못 가진 자, 접근 가능한 자와 배제된 자를 구분하는 경계선이자, 사회적 자본과 권력의 분배 구조를 반영하는 핵심 개념으로 작동한다.

 

사회적 담론에서 계급 차별적 단어들이 갖는 철학적 의미는, 언어가 단순한 의사소통 도구를 넘어 사회적 배제와 구별, 권력과 위계의 구조를 재생산하고 정당화하는 수단이라는 데 있다.

 

 

1. 계급적 언어의 사회학적 맥락

 

언어는 사회적 집단간의 경계와 위계를 명확히 하며, 특정 계층이나 집단을 배제하거나 소외시키는 역할을 한다. 예를 들어, 특정 계급이나 집단만이 사용하는 용어, 혹은 특정 신분·자격을 전제하는 단어(비자, 특허, 엘리트 등)는 사회적 접근성의 차이를 언어적으로 드러낸다.

 

철학자 루스 이리가레이(Irigaray)는 언어가 남성 중심적 로고스에 의해 여성이나 타자를 배제하는 구조를 갖는다고 지적한다. 이는 언어가 무의식적으로 사회적 불평등과 권력 구조를 재생산하는 도구임을 보여준다.


계급은 경제적, 사회문화적 자산 및 생산수단의 소유 여부 등 삶의 물적 조건상의 불평등에 기초한 사회적 관계에서의 대립적 지위로 정의된다. 마르크스는 생산수단의 소유 여부를, 베버는 자본과 권력의 다차원적 불균등 분배를, 부르디외는 문화자본과 하비투스(habitus) 등 상징자본의 분배까지 포괄해 계급을 설명한다.

 

부르디외의 ‘구별짓기’는 취향, 문화, 자본의 분배가 계급적 위계와 결합해 사회적 이익과 배제를 재생산함을 보여준다. 상류층의 문화적 취향, 중산층의 애매한 동요, 민중계급의 실용적 선택 기준 등은 모두 계급구조에 내재된 구별짓기의 실천이다.

 

특권계급(엘리트)은 공적 토론과 정책 의제 설정, 사회적 규칙의 제정 등에서 주도권을 쥐며, 배제된 계층은 제도적 접근성 자체에서 차별을 경험한다.

 

 

2. 비자·특허 등 ‘계급적 단어’의 사회적·철학적 담론


비자(Visa)는 국가간 이동의 자유를 가진 자와 그렇지 못한 자를 구분한다. 이는 글로벌 불평등, 국경의 정치, 시민권과 비시민권의 경계, 그리고 ‘접근 권력’의 문제로 이어진다. 비자는 단순한 입국 허가증이 아니라, 세계 체계 내에서의 계급적 위치와 이동성의 상징이다.

 

특허(Patent)는 지식, 창의성, 기술 등 비물질적 자원의 소유권을 특정 개인이나 집단에 부여한다. 이는 ‘아이디어의 사유화’를 통해 소수에게 독점적 이익을 보장하고, 다수의 접근을 제한하는 구조를 만든다. 특허권은 ‘배타적 권리’로서, 지식의 공유와 공공성보다 사적 이익을 우선시하는 자본주의적 질서의 산물이다.

 

이런 단어들은 사회적 자본, 문화자본, 경제자본 등 다양한 자본의 분배와 접근성에 따라 계급적 위계와 배제를 강화한다.

 

언어는 본질적으로 구별(discrimination)을 내포하며, 나아가 차별로 발전한다. 문제는 그 구별이 사회적 약자나 소수자에 대한 차별로 이어질 때 발생한다. 즉, 언어가 사회적 차별을 정당화하거나 은폐하는 기능을 할 수 있다. 

 

계급 차별적 언어는 단순한 개인적 편견을 넘어, 제도적·문화적 차원에서 사회 전체의 규범과 가치관을 내면화시키고, 차별적 구조를 지속시키는 철학적·이데올로기적 장치로 기능한다.

 

 

3. 철학적 논의: 자유, 소유, 배제


칸트의 재산권 철학에 따르면, 인간의 자율성과 자유의지는 재산권 형성의 기초가 된다. 특허권 역시 일정 기간 동안 아이디어를 사유화할 수 있는 권리로 정당화되지만, 결국 그 권리가 만료되면 ‘공유지(the public domain)’로 돌아가야 한다는 조건이 붙는다. 이는 개인의 창의성과 자유를 보호하면서도, 사회 전체의 이익과 공공성을 고려해야 한다는 딜레마를 내포한다.

 

마르크스의 계급론은 생산수단의 소유 여부에 따라 계급이 구분되며, 특허와 같은 배타적 권리는 곧 ‘착취 관계’의 한 형태로 볼 수 있다. 즉, 소유하지 못한 자는 소유한 자에게 종속된다.

 

마르크스주의적 관점에서는 계급적 언어가 사회적 분열과 갈등의 산물임을 강조한다. 계급 차별적 단어는 생산수단의 소유, 사회적 지위, 권력의 분배 등 구조적 불평등을 반영하며, 언어 자체가 사회적 계급구조를 고착화하는 역할을 한다.

 

현대 사회에서 ‘능력’은 또 다른 계급적 기준이 된다. 리처드 세넷은 ‘계급의 숨은 상처’에서 능력에 따라 인간의 존엄성이 결정되는 현실을 비판한다. 비자, 특허 등은 ‘능력’과 ‘자격’이 없는 이들을 배제하는 도구로 기능한다.

 

 

4. 사회적 논쟁과 변화의 가능성


인터넷 토론 등에서 계급 담론은 빈익빈 부익부, 노동 착취, 계급 차별, 대물림 등 다양한 형태로 표출된다. 직접적 용어와 완곡한 표현이 혼재하며, 사회적 정의와 분배의 정치에 대한 논쟁이 지속되고 있다.

 

철학자 들뢰즈는 자발성·비자발성의 개념을 통해, 인간의 욕구와 선택지가 사회적 구조에 의해 제한됨을 지적한다. 즉, 비자·특허 등은 개인의 자유로운 선택과 욕구마저 구조적으로 제약하는 계급적 장치로 작동한다.

 

결국 비자·특허와 같은 단어들은 계급적 위계와 배제를 내포한 사회적·철학적 장치로, 소유와 접근, 자격과 배제의 구조를 언어적으로 드러낸다. 이는 자본주의적 질서와 능력주의, 그리고 자유와 평등의 딜레마가 교차하는 지점에서 중요한 사회학적·철학적 논쟁거리가 되고 있다.

 

계급 차별적 언어는 계급뿐 아니라 성별, 인종, 국적 등 다른 억압 구조와 교차적으로 작동한다. 이는 단일한 차별이 아니라, 복합적이고 중첩된 억압의 언어적 표현임을 의미한다. 데보라 킹(Deborah King)의 ‘다중 위험(multiple jeopardy)’ 이론은 이런 교차적 억압이 단순히 더해지는 것이 아니라, 서로를 증폭시키며 독특한 억압 조건을 만든다고 설명한다.

배너
배너
배너

관련기사

29건의 관련기사 더보기


[공간사회학] 김남정 동원그룹 회장, 홍정도 중앙그룹 소유 이태원 주택 320억원 현금 매입…"올해 국내 최고가 거래"

[뉴스스페이스=최동현 기자]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에 위치한 고가 단독주택이 국내 부동산 시장에서 올해 단독·다가구주택 매매 중 최고가로 기록됐다. 김남정 동원그룹 회장이 지난 5월 매매계약을 체결한 뒤 5개월만인 10월 28일, 홍정도 중앙그룹 부회장이 보유하던 이태원동 단독주택을 320억원에 전액 현금으로 매입한 것이다. 이 주택의 대지 면적은 약 1104㎡(약 334평), 지하 1층부터 지상 2층까지 320㎡ 규모이며, 토지 평당 약 9582만원에 거래됐다. 이는 이태원 언덕길 일대로,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이명희 신세계 회장, 서경배 아모레퍼시픽 회장 등 재계 인사들의 저택이 밀집한 지역이다.​ 홍정도 부회장은 2021년 3월 해당 단독주택을 약 200억원에 매입했으나 4년 만에 약 120억원의 시세차익을 기록하며 처분했다. 홍 부회장은 현재 중앙그룹 지주사인 중앙홀딩스의 자금난 해소를 위해 수백억원 규모의 사재 출연을 한 바 있으며, 이번 대규모 부동산 매각 자금도 중앙그룹 자금 유입에 기여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중앙홀딩스는 2024년 연결기준 233억원 영업손실과 1172억원 순손실을 기록하며 깊은 재무 압박을 받고 있다. 이에 따라 총수 일가가

[이슈&논란] "고객의 피같은 돈, 증권사 직원이 빼돌려 도박자금 탕진"…신뢰 무너진 한국투자증권, 반복되는 내부범죄의 민낯

[뉴스스페이스=김희선 기자] 금융시장에서 '신뢰'는 금융기관의 존립 근거이며, 특히 증권업계는 고객 자산의 안전을 담보받는 투명한 내부통제체계가 필수적이다. 그러나 최근 한국투자증권 한 직원이 고객들의 예탁금 수억원을 빼돌려 도박자금으로 탕진한 사실이 드러나며 증권업계 전체의 도덕적 해이가 도마 위에 올랐다.​ 5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한국투자증권 강남지점에서 근무하던 30대 남성 직원이 최소 6~7명의 고객 계좌에서 수억원대 자금을 자신의 계좌로 불법 이체해 빼돌렸다. 사측은 "지점 직원의 횡령 사실을 인지해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며 피해 규모는 현재 집계 중이나, 수억원대에 이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회사는 피해 고객과의 면담과 피해액 산정 후 수사기관 결과에 따른 보상절차를 예고했으나, 이미 빼돌린 자금은 대부분 도박에 탕진된 것으로 확인됐다. 해당 직원은 아내와 동료에게 도박 사실을 고백한 뒤 잠적, 경찰 수사가 진행 중이다.​ 한국투자증권 직원들의 일탈사례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는 점에서 더욱 심각성을 더한다. 2015년에도 한국투자증권 강서지점 직원이 고객들로부터 수년간 약 20억원을 받아 잠적한 사례가 있다. NH투자증권에서는 2015년 고객돈

[랭킹연구소] QS 아시아 대학 순위, 홍콩·중국·싱가포르 상위권·한국 10위권 진입실패…연세대(11위)·고려대(12위)·성균관대(16위)·서울대(17위)·포항공대(18위)·한양대(20위) 順

[뉴스스페이스=김혜주 기자] 2026년 영국 고등교육 평가기관 QS(Quacquarelli Symonds)가 발표한 아시아 대학 순위에서 한국 대학들은 상위 10위권 진입에 실패하며 아시아 학계의 경쟁 심화를 보여주고 있다. 이번 평가는 11월 4일 고려대 안암캠퍼스에서 개최된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기술과 협력' 고등교육 서밋 행사에서 발표됐다. 한국 대학 순위 및 추이 올해 QS 아시아대학 평가에서 국내 대학 중 가장 높은 순위를 기록한 곳은 연세대로 11위에 올랐다. 그 뒤를 이어 고려대가 12위, 성균관대 16위, 서울대 17위, 포항공대(POSTECH) 18위, 한양대 20위 등으로 집계됐다. 한편, 연세대는 지난해보다 2계단 하락했고, 한양대도 1계단 떨어진 반면, 고려대와 서울대는 각각 1계단 상승, 포항공대는 4계단이라는 큰 폭의 상승을 기록했다. 전체 평가 대상 한국 대학 103곳 가운데, 올해 순위가 상승한 곳은 31곳, 유지한 곳은 14곳, 하락한 곳은 53곳이며 나머지 5곳은 올해 처음 평가를 받았다. 아시아 대학 상위권 판도 QS 2026 아시아대학 평가 최상위권은 홍콩, 중국, 싱가포르 대학이 독점했다. 홍콩대(University of

[The Numbers] 국회의원 ‘똘똘한 한 채’ 강남4구 28%·다주택자 40%…내로남불형 부동산정책, 신뢰도 '흔들'

[뉴스스페이스=최동현 기자] 이재명 정부는 출범 이후 세 차례의 부동산 대책을 내놓았다. 6·27 대책으로 대출 규제를 강화하며 집값 안정 기대를 모았으나, 불과 두 달 뒤 발표한 9·7 대책에 대규모 경기부양 조치가 포함되며 집값 상승세가 나타났다. 이어 한 달 후 발표한 10·15 대책은 규제지역 확대와 주택담보대출 제한을 포함했지만, 국지적땜질식 조치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더불어 규제지역 내 고가 아파트를 고위공직자들이 갭투자 등으로 매입한 사실이 드러나며 ‘내로남불’ 논란까지 확산되었다. 이로 인해 정부 부동산 정책의 진정성과 신뢰성에 대한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 경실련은 2025년 11월 4일 국회의원 부동산재산 전수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발표는 내로남불 논란을 넘어, 신뢰받을 수 있는 부동산 정책 수립을 위해 고위공직자의 실사용 외 부동산 매매 금지 등 입법 필요성을 제기하고, 서민 주거 안정을 위한 근본적 부동산 대책을 촉구하는 자리로서 의미를 지닌다. 경실련의 분석 결과, 국회의원 신고 부동산재산 평균은 5억원으로, 국민 평균 4.2억원의 4.68배이다. 상위 10명은 1인당 165.8억원 보유 중인 것으로 나타났고, 여기에는 박정 더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