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8.26 (화)

  • 구름많음동두천 29.3℃
  • 맑음강릉 33.1℃
  • 구름많음서울 29.7℃
  • 구름조금대전 30.6℃
  • 구름조금대구 30.8℃
  • 맑음울산 31.3℃
  • 구름조금광주 30.5℃
  • 맑음부산 31.2℃
  • 맑음고창 31.0℃
  • 맑음제주 31.5℃
  • 구름많음강화 28.8℃
  • 구름조금보은 27.9℃
  • 맑음금산 29.4℃
  • 구름조금강진군 30.8℃
  • 맑음경주시 31.7℃
  • 구름조금거제 30.6℃
기상청 제공

Opinion

[지구칼럼] '늑대' 관찰·성찰·통찰…일부일처·리더십·하울링·치악력·RLU·개늑시·미루나무·해수구제·늑대의 날(8월13일)·늑대 휘파람

1. 로맨티스트 '늑대' …일부일처제 고수 순정파 & 강한 부성애
2. 늑대와 개는 같은 종…개와의 차이는?
3. 늑대의 리더십과 집단생활…'사회적 &민주적 동물'
4. 늑대 울음소리…하울링의 종류와 의미
5. 늑대의 '치악력' 세퍼드의 2배…지구력과 후각능력 '탁월'
6. 늑대 임신기간 2개월, 송아지 한마리 '거뜬'…6일 동안 단식, 물없이는 못살아
7. 개와 늑대의 시간…순우리말 '이내'
8. 옐로스톤의 늑대와 미루나무
9. 우리 역사속의 늑대…'해수구제' vs '한국 늑대 복원'
10. 늑대 캐릭터…동양은 암컷 여우, 서양은 수컷 늑대 '악역'
11. 늑대의 날 '8월 13일' 

 

[뉴스스페이스=이종화 기자] "누가 남자를 늑대답다 했는가~~ ♬♪♬" 

 

왜 여자는 여우, 남자는 늑대라고 표현할까? 늑대의 첫 이미지는 날카로운 눈매로 민첩하게 사낭하는 무서운 동물이다. 굶주린 야수(野獸)가 약한 동물을 마구 사냥하듯 여자에게 치근대는 바람기 많은 남자들을 간혹 늑대라고 비유한다. 

 

이런 의미로만 남자를 늑대에 비유했다면, 늑대입장에서는 다소 억울할 수 있다.

 

늑대가 일부일처제를 고수한다는 것을 감안하면 '늑대 같은 남자'는 오히려 칭찬이다. 옛날 동화나 문학작품에서 탐관오리 같은 악당 캐릭터들한테는 성질이 매우 사납고 모질다는 뜻으로 이리, 승냥이 같다는 표현을 썼다.


늑대의 진실, 늑대의 진짜 모습, 늑대의 삶과 죽음에 대해 알아보자.

 

1. 로맨티스트 '늑대' …일부일처제 고수 순정파 & 강한 부성애

 

늑대는 자연계에서 가장 완벽한 일부일처제 생태를 가진 동물 중 하나다. 대부분의 동물들에게 짝이란 짝짓기 철에나 의미가 있는 단어이고, 일부일처제라고 해도 양육이 끝나면 헤어지는 게 보통이다. 그러나 늑대는 부부 중 한 쪽이 죽을 때까지 평생을 함께하는 몇 안되는 동물이다. 

 

게다가 배우자가 죽더라도 새로운 짝을 찾지 않고 남은 평생을 독신으로 살 정도로 깊은 부부의 연을 맺는 동물이다. 늑대는 외도를 일절하지 않으며, 내셔널 지오그래픽의 다큐멘터리에서는 배우자가 죽자 재혼했지만 전처 사이에서 얻은 새끼들을 버리지 않고 끝까지 키울 정도로 강한 부성애를 드러낸다.

 

포유류는 현존하는 종의 90%가 일부다처제이지만 일부 종들은 철저하게 암수 한쌍만이 평생을 함께하는 일부일처를 유지한다.

 

하이에나 중에는 유일하게 줄무늬하이에나(Striped hyena)만이 일부일처를 유지하며, 수달의 경우는 종에 따라서 일부일처제인지 일부다처제인지 나뉘게 되는 신비로운 동물이다. 바위타기영양 같은 아프리카의 소형 영양들은 다른 소과 동물들과는 다르게 일부일처를 유지한다. 몸집이 작아 다른 육식 동물들의 먹잇감이 되는 것을 피하기 위해 큰 무리를 이루는 대신 홀로 생활하고 일부일처제로 생활하는 것을 택했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대부분의 종이 일부다처제인 포유류와 다르게, 조류의 90%가 일부일처제를 지킨다. 북섬갈색키위(North Island brown kiwi,Apteryx mantelli), 큰고니(Whooper swan,Cygnus cygnus), 미국의 국조인 흰머리수리(Bald eagle,Haliaeetus leucocephalus), 검은대머리수리(Black vulture,Coragyps atratus)가 대표적인 일부일처제다. 뱀 중에서는 킹코브라(King cobra,Ophiophagus hannah)가 유일하게 엄격한 일부일처제를 지키는 종이다. 어류 중에서는 해마(Common seahorse,Hippocampus kuda)가 일부일처의 대표 주자다.


또한 암수의 힘 차이가 크지 않은 동물이다. 가족애도 타 포유류보다 뛰어나다. 가족 구성원 중 하나가 죽으면 애도를 표하는 행위를 하고, 상심해 외상이 없는데도 같이 스스로 죽어버린다든가, 이성을 잃고 복수를 행하는 등의 다양한 반응들을 보여줘 감정표현이 매우 풍부하다.

 

2. 늑대와 개는 같은 종…개와의 차이는?

 

분류학 기준에 따르면, 개는 늑대의 일종으로 둘은 같은 종(種, species)으로 분류된다. 개와 늑대는 겉모습에서는 뚜렷한 차이가 있지만, 유전적 차이는 미미하다. 두 동물은 미토콘드리아의 DNA가 미세한 차이를 보이는 것을 제외하면 유전자의 일치도가 99.96%에 이른다. 인간이 서로 다른 인종간 갖는 유전적 다양성(대략 0.1%)보다도 적은 차이이며, 개와 늑대의 유전적 차이는 한국인과 중국인의 유전적 차이(0.04%)와 같다.

 

같은 종인지 아닌지 여부는 보통 양자 사이에 생긴 2세대가 생식능력이 있는지 없는지 여부다. 같은 고양이과 동물이라도 서로 다른 종인 사자와 호랑이의 교배종인 라이거나 타이곤은 생식능력이 없다. 말과 당나귀의 교배종인 노새가 생식능력이 없는 것도 마찬가지 이유다. 하지만 늑대와 개는 같은 종이기에 둘 간의 번식에 아무 문제가 없다. 늑대와 개를 교배시켜 태어난 것이 늑대개이며, 늑대개는 생식능력이 있다. 

 

우선 개는 늑대보다 하울링을 잘 안 하며, 입천장이 빨갛다. 또한 가장 중요한 차이는 바로 인간에 대한 태도다. 개들은 일반적인 동물들과는 다르게 본능적으로 인간에게 쉽게 복종하고 명령에 예민하게 반응한다. 게다가 인간에게 도움까지 요구한다.

 

신체특성에서도 개는 늑대에게는 없는 눈 주위의 근육이 있어 인간이 보기에 불쌍하거나 애처로워보이는 표정을 지을 수도 있다. 동물학자 숀 엘리스(Shaun Ellis)는 늑대의 행동양식을 연구하기 위해 직접 늑대의 습관과 언어를 익혀 늑대들 사이에서 살아봤다. 그는 늑대들의 행동 하나하나를 따라하며 결국엔 늑대 무리에게 동족으로 받아들여졌고, 아예 늑대들과 잠까지 같이 자면서 완벽하게 늑대의 본능을 받아들였다.

 

보통 늑대들은 개보다 뇌의 크기가 커, 개들보다 지능이 훨씬 뛰어난 것으로 평가된다. 보통 우두머리 수컷의 명령 아래 개체들이 움직이고, 어리거나 서열이 낮은 개체가 몰이에 나서며, 우두머리 부부는 이들이 사냥감을 몰아오는 곳에서 기다리다가 최후의 일격을 날린다.

 

강아지도 원래는 늑대가 조상이다. 야생의 사납던 늑대가 인간에 의해 오랫동안 길들여서 가축이 된 것이다. 옛날에는 살아남기위해 전투능력이 중요했지만, 점차 인간사회에 동화되면서 협력하는게 오히려 더 생존에 중요해졌다. 결국 늑대 같은 야생성을 버리고, 친절하고 다정한 개처럼 인간과 협력과 공감을 추구하는 것이 생존에 더 유리하게 진화해 온 것.

 

늑대에 비해 개가 표정을 많이 짓는데, 원래 개가 짓던 표정이 아니고, 자기들끼리도 절대 그 표정을 짓지않는다. 오직 인간만을 위해 개가 생존을 위해 진화되며 특화된 표정이라는 연구결과가 있다. 다윈의 진화론처럼 어떤 능력이 선택되는 것은 내가 살아남는데 큰 도움이 되는 능력, 즉 적자생존능력으로 진화된다는 주장이다. 개에게는 인간과 교감능력, 인간의 마음을 잘 읽을 수 있는 능력이 생존과 진화에 유리하고, 중요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개의 위상도 똥개-애완견-반려견으로 격상돼 왔다.

 

개는 인간에게 꼬리한번 잘 흔들면 인간이 알아서 먹여줘, 재워줘, 입혀줘, 씻겨줘, 호텔에 맡겨줘, 병원치료까지 해준다. 개가 하는 일에 비해 인간이 개에게 쏟는 비용과 시간, 노력을 보면, 인간이 개를 길들인게 아니라 개가 사람을 길들인 것처럼 보인다.

 

늑대는 개와 달리 타고난 야생성이 있다는 것을 늘 전제해야 한다. 언제든 본성을 드러낼 수 있기 때문이다. 설령 정말 주인과 유대감을 쌓으며 잘 자라더라도 늑대의 사소한 장난조차 그 힘과 크기로 인해 인간에게는 치명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

 

 

3. 늑대의 리더십과 집단생활…'사회적 &민주적 동물'

 

늑대는 대형 육식 포유류 가운데 가장 체계적인 무리생활을 하는 사회적 동물이다. 보통 부부 한 쌍이 우두머리가 되어서 무리를 관장한다. 우두머리는 다른 동물들과 달리 가장 강한 개체가 아니다. 가장 현명하고 경험이 많으며, 리더십이 뛰어난 개체가 우두머리를 맡는다. 

 

보통 '알파'라고 부르는데, 우두머리 부부는 보스가 아닌 리더로 무리가 위협을 맞이하면 정찰이나 공격대의 선봉에 서는 등 가장 위험한 임무를 맡는다. 알면 알수록 멋진 동물이다.

 

또한 우두머리 개체는 무리사냥을 할 때, 판을 짜고 뒤로 물러서 명령을 내리며 전술을 구사하고 힘을 비축하다 사냥감이 힘이 빠지면 약점을 노려 숨통을 끊거나 제압하는 역할을 한다. 편한 일만 한다고 생각될 수 있겠지만, 사실 사냥감을 한번에 제압하지 못하면 최후의 발악에 크게 다칠 수 있는 가장 위험한 일을 하는 것이다. 

 

위계질서가 강하고 엄한 분위기의 늑대 무리로 오해하는데, 이는 사육되고 있는 늑대에 한해서다.  야생에서 생활하고 있는 늑대들은 전략도 짜고, 회의도 하는 등 늑대 무리의 커뮤니케이션은 상당히 민주적이다. 무리와 헤어지거나 무리원이 이탈하면 찾기 위해 하울링을 하는 등 의사소통과 신호체계도 잘 잡혀 있다.

 

실제 야생 늑대 무리는 가족 단위로 구성되기 때문에, 단순히 형제자매와 근친 관계를 맺지 않는 것이고, 부모에 해당하는 우두머리만이 계속 동생들을 낳는다. 늙고 병든 개체들은 사냥에 나서지 않는 대신 무리의 새끼들을 지키고 육아를 담당하며, 젊은 개체들에게 사냥과 생존에 대한 지식을 전수하는 역할을 한다.

 

4. 늑대 울음소리…하울링의 종류와 의미

 

늑대하면 빠지지 않는 것 중 하나가 바로 늑대 특유의 "아우우우우우우~" 하는 길고 낮은 울음소리인 하울링이다. 늑대는 나무 등 방해물이 많은 지형을 주요 활동 무대로 삼고 집단생활을 하는 만큼 소통을 중요시한다. 상대적으로 멀리 퍼지고 장애물의 영향 또한 덜 받는 낮은 음의 울음소리로 무리간 소통을 한다.


늑대의 여러 소리에는 으르렁거리는 소리(growls), 짖는 소리(barks), 낑낑거리는 소리(whines) 3가지로 나눌 수 있다. 짖는 소리는 320–904Hz를 기본 주파수로 하며 놀란 늑대가 내는 소리이다. 늑대는 개처럼 크고 길게 짖지는 않지만, 몇 번 짖고 나서 돌아간다. 으르렁거리는 소리는 380–450Hz를 기본 주파수로 하여 늑대가 먹이 문제에 직면했을 때 내는 소리다. 높은 음조를 내는 낑낑거리는 소리는 공격을 위해 돌진할 때 내는 소리다. 이 외에도 불안, 호기심, 탐구, 친밀감과 인사, 새끼에게 먹이를 줄 때 등에도 낑낑거리는 소리를 낸다.

 

늑대의 울음소리는 크게 세 가지의 목적이 있다. 첫째는 사냥을 나간 동료 늑대들에게 서식지의 위치를 알려주는 등대역할이다. 둘째는 사냥 중에 동료 늑대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울음이다. 사냥감이 너무 크거나, 숫자가 너무 많을 경우 소리를 내 무리에게 알린다. 셋째는 규모가 작은 집단을 공격할 경우 늑대들이 번갈아가며 울음소리를 내어 늑대의 규모가 크게 보이게 하는 착각을 일으킨다.

 

특히 밤에 들리는 늑대의 하울링 울음소리는 몽환적인 느낌을 주어 인간에게 매우 불길한 징조로 여겨진다. 과거 인간과 경쟁하던 시절 늑대의 하울링은 '당장 너희를 공격하겠다'는 신호였으니 이를 두려워한 인간 개체들의 형질이 지금껏 유전돼 내려오는 것이다. 반대로 늑대 또한 인간의 일부 언어를 이해하고 후대에 전승한다.

 

늑대는 자기의 냄새와 채취로 영역 표시를 하며 울부짖거나 직접 공격으로 자기 영역을 지킨다. 늑대가 묻힌 채취는 자기 영역에 걸쳐 240m 밖에서도 느낄 수 있다. 이러한 채취는 2–3주 동안 지속된다. 채취 표시나 하울링 등이 실패할 경우, 다른 늑대 무리로부터 지역을 지키기 위해 서로 싸운다. 미네소타 주와 데날리 국립공원에서 사망한 늑대 중 14~65%가 다른 늑대와 싸운 것이 원인일 정도로 싸움은 늑대 사망의 주요 원인이다.


5. 늑대의 '치악력' 세퍼드의 2배…지구력과 후각능력 '탁월'

 

일반 개들과 비교했을 때 치악력이 엄청나다. 셰퍼드는 750psi지만 늑대는 무려 2배인 1500psi의 치악력​을 가지고 있다. 또 늑대들은 경고할 때만 머리를 높게 든다.

 

몸집은 북쪽 극지방에 사는 늑대들은 평균적으로 50kg정도 나가지만 지역에 따라 더 큰 개체도 있다. 우크라이나에선 86kg 나가는 늑대가 발견된 적도 있다. 날렵한 몸에 긴 다리를 가지고 있어, 체중에 비해 키가 훨씬 크게 느껴진다. 거기에 털까지 도톰하기 때문에 덩치도 훨씬 더 커 보인다.

 

베르그만의 법칙에 따라서 북부지방 늑대들이 남쪽 늑대들에 비해서 덩치가 더 크다. 베르그만의 법칙이란 체온을 일정하게 유지하는 정온동물 같은 종은 기온이 낮은 곳, 즉 추운 곳에서 서식할수록 일반적으로 체격이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

 

늑대의 속도는 시속 60km 남짓인데, 속도 자체는 대부분의 대형 고양이과 동물들과 비슷하다. 가속력은 떨어지지만 훨씬 더 뛰어난 지구력을 바탕으로 끈질긴 추격전을 벌여 사냥한다. 덕분에 사냥 성공률은 매우 높지만, 장시간 달려야 하기 때문에 에너지 소모가 클 뿐만 아니라 개체가 많기 때문에 사냥에 성공해도 대부분 각자에게 돌아오는 몫은 적은 편이라 사냥을 자주 하는 편이다.

 

늑대의 후각은 가장 예민하고 근본적인 의사소통의 역할을 한다. 늑대의 얼굴, 입술, 발가락 뒤에는 아포크린선이 많다. 이 내분비선에서 나오는 냄새는 늑대의 식습관에 따라 다르며, 각자 고유한 후각적 지문을 가진다. 아포크린과 에크린한선이 섞여, 늑대가 땅을 긁으면 그 곳에 냄새가 배이며 이는 배뇨 후와 번식기에 깨끗하게 하기 위해서다. 

 

늑대 뒷면 머리카락의 모공과 항문낭에서 아포크린선과 피지선이 나온다. 분비물은 호르몬의 상태 또는 사회적 지위를 알려준다. 배뇨는 늑대의 후각적 의사소통에서 가장 중요한 곳이다. 다리 올림 배뇨(RLU)는 암컷보다 수컷이 더 일반적이며, 이는 늑대가 감지 가능성을 극대화할 목적으로 이루어져 있다. 지배적인 늑대가 RLU를 주로 사용한다.

 

 

 

6. 늑대 임신기간 2개월, 송아지 한마리 '거뜬'…6일 동안 단식, 물없이는 못살아

 

늑대의 임신 기간은 2개월이다. 한 배에 5~11마리의 새끼를 낳으며, 갓 태어난 새끼들은 (눈을 뜨면) 파란 눈을 갖고 있다. 생후 6개월부터 2년까지가 늑대의 청소년기이며 이후 성체가 된다.

 

야생 늑대의 수명은 정확히 알려진 것이 없고, 동물원에서는 12년에서 15년 정도 산다. 자연 상태에서 대개 6~8년 정도를 산다. 장수할 경우 12~14년 정도. 인간이 기른 늑대는 16년까지도 살 수 있으며 최장수 기록은 18년이다. 

 

식욕이 대단해 송아지·염소 1마리를 앉은자리에서 다 먹을 수 있다. 5∼6일간 굶어도 살 수는 있지만 물을 먹지 않고는 얼마 살지 못한다. 죽은 동물의 고기도 잘 먹지만 나무 열매도 즐겨 먹으며, 들꿩·멧닭과 같은 야생 조류도 잡아먹는다. 야행성이지만 낮에도 활동한다.

 

늑대는 매우 넓은 영역을 가지고 있는 동물이며, 먹이를 찾아 계속 이동한다.  늑대의 삶 전체 동안 이용하는 핵심적인 평균 영역은 35Km²이며, 평균 50%를 이곳에서 보낸다.

 

독일 생물학자 에릭 지먼은 자신의 사육늑대를 썰매개로 만들고자 시도했고, 늑대는 마구를 매고 적극적으로 썰매를 끌긴 했으나 개인공간 확보를 위해 서로 싸우고 한 번 지치면 명령을 듣지 않는다.

 

존 제임스 오듀본은 켄터키주에서 늑대에게 사슴 사냥 훈련이 가능했다는 기록을 남겼고, 헨리 와튼 슈메이커(Henry Wharton Shoemaker)는 서부와 중부 펜실베이니아주의 정착민들은 늑대를 사냥개로 이용했다는 기록이 남아 있다.

 

7. 개와 늑대의 시간…순우리말 '이내'

‘개와 늑대의 시간(l’heure entre chien et loup)’이라는 프랑스어 표현이 있다. 개와 늑대를 구분할 수 없는 시간이라는 뜻으로, 낮도 밤도 아닌 애매모호한 경계의 시간을 이른다. 멀리서 어슬렁거리며 다가오는 실루엣이 내가 기르던 개인지, 나를 해칠 늑대인지 분간할 수 없는 어둑어둑 해가 지는 시간을 뜻한다.

 

한자로는 여명과 황혼의 시간이며, 우리말로는 '갓밝이'와 '어둑발'의 시간이다. 개와 늑대의 생김새는 비슷하나 성격은 완전히 다르다. 한 놈은 사람을 살리고 한 놈은 사람을 죽인다. 개로 인식하면 살지만, 늑대로 인식하면 죽는다. 그 갈림길의 순간을 ‘개와 늑대 사이의 시간’이라 한다.

 

순우리말 중에 '이내'라는 말이 있다. 해는 없지만, 하늘에 푸르스름한 기운이 남아 있는 시간. 길어야 20분이 안 넘는, 낮과 밤이 교대하는 시간의 하늘을 말한다. 한자어로는 ‘남기(嵐氣)’라 한다. 산에 서리는 아지랑이(남) 같은 기운(기)을 말한다.

 

8. 옐로스톤의 늑대와 미루나무

 

토머스 프리드먼이 뉴욕타임즈에 기고한 '늑대와 미루나무 이야기'는 흥미롭다. 옐로스톤 공원에서 미루나무가 사라졌다가 수수께끼처럼 갑자기 다시 나타난 스토리다.

 

미루나무에 싹이 돋으면 미처 크기도 전에 엘크사슴이 먹어치웠다. 결국 옐로스톤에서 미루나무가 사라지기 시작했다. 그런데 갑자기 옐로스톤에 미루나무가 번성하기 시작했다. 그 이유는 놀랍게도 늑대 때문이었다. 도대체 미루나무와 늑대는 어떤 관계가 있는 것일까.

 

옐로공원을 관찰해보니 50마리가 넘는 늑대들과 6500마리가 넘는 엘크사슴이 살고 있었다. 이 규모의 사슴이라면 미루나무의 싹은 남아나지 않는 것이 정상이다. 그런데 늑대의 공격을 받았을 때 달아나기 힘든 지역에는 엘크사슴들이 두려워 가지 않았고,  그런 지역의 미루나무 싹이 살아나면서 옐로스톤 지역 전체에 미루나무가 다시 번성하게 된 것이다.

 

결국 우리 지구의 자연환경들은 모든 것이 연결되어 있고, 이를 인식하는 체계적인 사고만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교훈을 준다.

 

 

9. 우리 역사속의 늑대…'해수구제' vs '한국 늑대 복원'

 

한국(함북·황해·경북·강원·충북)·시베리아·사할린섬·중국·인도·말레이제도를 비롯해 인도네시아의 수마트라섬·자바섬 등지에 분포한다. 한국의 경우 2012년 7월 27일 멸종위기 야생생물 1급으로 지정되어 보호받고 있으나 남한 지역에서는 이미 멸종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멸종 위기 등급은 최소 관심 대상(Least Concern)인데, 이는 사람이나 시궁쥐등이 속한 가장 낮은 멸종 위기 등급으로 사실상 걱정 없다는 뜻이다. 지능이 높고 적응력이 좋아 사람이나 쥐와 비슷한 정도로 서식 가능 지역이 넓은 편이고, 그중 일부가 가축화된 채로 지구를 사실상 지배하고 있는 포유류의 선택을 받아 번영하고 있다.

 

늑대들은 상위 포식자로서 군림해왔다. 1915년 당시 조선 총독부의 통계에 따르면,  113명의 사람이 사망하고, 소와 말 등의 가축이 340마리가 잡아 먹혔다는 기록이 있다. 당시 조선총독부에서는 ‘해수구제’라는 이름으로 늑대사냥을 했는데, 약 2625마리가 잡혔다.

 

1950년대 이후에는 쥐 퇴치 운동으로 인해 상위 포식자인 늑대에게도 먹이사슬의 피해가 갔다. 즉 무분별한 사냥과 먹이사슬의 붕괴가 멸종의 큰 이유중 하나다.

 

현재 한반도 남부에 멸종되었다고 추정되는 한국의 마지막 늑대는 1997년 서울대공원의 동물원에 있던 늑대다. 이후 정부에서는 ‘한국 늑대 복원’ 프로젝트가 실시됐다.

 

2005년 평양 중앙동물원에서 데려온 두 쌍의 늑대를 통해 ‘자연번식’하는 방법으로 현재 복원을 시도하고 있다. 2006년 서울대 수의대학교에서 ‘체세포 핵 치환’기술을 사용해 2개의 개체를 복제에 성공했다고 뉴스에 나왔으나 해당 관련 논문의 진정성에 문제가 많았다고 밝혀졌다.

 

10. 늑대 캐릭터…동양은 암컷 여우, 서양은 수컷 늑대 '악역'

 

동양에 비해 가축 중 양의 비중이 훨씬 높았던 서양권에서 늑대는 그야말로 천하의 원수다. 무리를 지어 체계적으로 사냥한다는 점에서 교활하고 간악한 이미지로 등장하는 경우가 많다. 빨간 두건, 늑대와 7마리 아기염소, 아기돼지 3형제 등이 대표적이다.

 

동양 동화에서 암컷 여우가 주로 악당, 악역으로 많이 나온다면, 서양 동화에서는 주로 수컷 늑대가 악역으로 나온다.

 

추운 지방에서 주로 서식한다는 특징 때문에 눈이나 얼음, 겨울과 연관되어 등장하기도 한다. 또한 늑대인간의 영향으로 옥토끼와 함께 달의 상징성이 있다. 늑대 캐릭터들은 신화 속 늑대나 고대 언어에서 이름을 따오는 경우가 많다. 리카온, 펜리르, 라이칸스로프 등이 대표적이다.

 

주로 엮이는 동물들은 주 먹잇감인 양과 염소, 산양, 사슴, 토끼나 같은 개과인데다가 비슷한 이미지인 개와 여우, 코요테는 물론 하이에나, 호랑이와 엮이기도 하고, 인간을 습격하는 사례 덕분에 어린아이들과도 많이 엮인다.

 

영화 '쥬라기 월드 도미니언'에서 벨로시랩터인 블루가 사냥법을 새끼인 베타한테 가르치기 위해 토끼 사냥을 시키는데 갑자기 늑대가 나타나 토끼를 덮치자 베타가 달려들어 늑대를 공격해 죽인다.

 

11. 늑대의 날 '8월 13일' 

 

산악도로에서 야간운전을 하다 늑대 로드킬 사고가 발생한다. 늑대의 체고가 낮고 체중이 적어 충돌로 차가 심하게 파손되거나 운전자가 크게 다칠 위험은 낮은 편이지만, 대부분 한밤중이기 때문에 갑자기 나타난 늑대를 피하려다가 또 다른 사고로 이어지는 경우도 있다. 8월 13일은 국제 늑대의 날이다. 미국에선 매년 10월 셋째 주가 늑대 보호의 주로 지정되어 있다.
 

사람이 휘파람으로 늑대 울음소리를 흉내내는 경우도 있다. 입에 손가락을 넣고 큰 소리로 휘파람을 불면서, 끝 음을 늑대 울음소리처럼 길게 내리는 것이다. 이런 휘파람은 Wolf Whistling(늑대 휘파람)이라고 하며, 서구권에서 캣 콜링 등 성(性)적인 의미로 쓰인다.

 

"양의 탈을 쓴 늑대가 나쁜 놈일까요? 늑대의 탈을 쓴 양이 더 나쁜 놈일까요?"

- '하악하악 이외수의 생존법' 중에서

배너
배너
배너

관련기사

93건의 관련기사 더보기


[Moonshot-thinking] 본사는 떠났다, 공간은 다시 쓰인다…사옥이 주는 메시지

서울 종로, 광화문. 전통적인 중심 업무지구의 간판이자 건설사들이 위용을 과시하던 공간이었다. 그러나 조용한 탈출이 이어지고 있다. 롯데건설과 SK에코플랜트, HDC현대산업개발, DL이앤씨 등 대형 건설사들은 속속 본사를 옮기고 있다. 도심 임대료가 치솟는 데다 서울 외곽의 교통 인프라는 발달했으며, 기업들은 고정비 절감이 절실해졌다. 결국 익숙한 '상징'을 버리는 대신 '실리'를 택한 것이다. ◆ 도심을 등지는 이유, 외곽을 택하는 계산 롯데건설은 잠원동 본사를 매각하고 마곡의 자체 시공 건물로 이전을 추진 중이다. 한편 SK에코플랜트는 종로 수송동을 떠나 양평동 통합사옥에 SK에코엔지니어링과 함께 둥지를 튼다. HDC현산은 아이파크몰에서 노원 광운대역세권 개발지로, DL이앤씨는 디타워에서 마곡 '원그로브'로 향한다. 이들의 공통점은 하나다. 바로 자체 보유지나 시공 건물로 이동해 비용을 줄이고, 계열사는 통합하며, 개발지는 선점한다는 전략적 계산이다. 이러한 흐름은 단순한 위치 변화가 아니라 공간 전략의 전환을 의미한다. 과거 본사는 기업의 '얼굴'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효율'이 우선시된다. 분산된 조직을 물리적으로 모으고, 불필요한 임대차 비용을 줄이

[눈치코치] ‘기생욕’을 아시나요?…이직 후 조직 적응, 코칭의 관점에서 보는 세 가지 핵심

‘이직’은 새로운 회사를 선택하는 일입니다. 반면, ‘전배’는 같은 조직 내 다른 지점으로 이동하는 것이죠. 같은 회사 내 이동이라고 해서 쉽지만은 않습니다. 금융권에 종사하는 아내는 수년마다 지점을 옮겨야 했고, 그때마다 “처음부터 다시 적응하는 느낌”이라며 어려움을 토로하곤 했습니다. 익숙한 시스템, 오랜 경력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사람들과 환경은 늘 낯설게 다가왔죠. 하물며 완전히 다른 회사를 선택하는 ‘이직’은 말해 무엇하겠습니까. 저 역시 몇 차례 이직을 경험했고, 그때마다 적응의 고충은 결코 작지 않았습니다. 시간이 지나면 어느 정도 적응은 됩니다. 그러나 ‘소프트랜딩’, 즉 빠르게 조직에 녹아드는 일은 별도의 노력이 필요합니다. 코칭을 하는 코치를 부케로 삼고 있는 저는, 특히 ‘조직 적응’에는 세 가지가 핵심이라고 확신합니다. 바로 기분·생각·욕구, 저는 이를 줄여서 ‘기생욕’이라 부릅니다. 코칭에서 자주 등장하는 이 3가지가 성공적인 이직에서도 그대로 통한다는 걸 말씀 드리고 싶습니다. ◆ 상대방의 ’기분‘ 먼저 파악 사람은 누구나 자신의 이야기를 하고 싶어 합니다. 배려와 공감의 언어를 사용하더라도, 본능적으로는 ‘나’를 중심으로 사고하죠.

[플라이미투더문] 초지능 시대의 필수 역량은 '데이터 해석 능력'

얼마 전 흥미로운 인터뷰 영상을 접했다. 메타의 “수퍼 인텔리전스 팀”을 이끌고 있는 스케일 AI의 창립자 “알렉산더 왕”의 팟캐스트 영상이었는데, 올해 나이 28세인 그는 출산을 보류하고 있다고 했다. 이유인 즉 최근 인간의 두뇌에 칩을 심어 사람의 뇌와 컴퓨터를 직접 연결 후 뇌의 신호를 해석하고 이를 명령이나 데이터로 변환하는 기술이 개발 초기 단계에 있는데, 만약 이것이 상용화 된다면 이후 태어나는 아이는 이를 통해 진정한 초지능 시대를 누릴 수 있기 때문에 태어날 아이를 위해 출산을 미루고 있다고 했다. 인간은 생후 7세 이전 까지가 두뇌 가소성(neuroplasticity)이 가장 높은 시기이기 때문에, 이 때 뇌-컴퓨터 인터페이스 기술 (BCI)를 활용한다면 놀라운 방식으로 학습과 인지 방식 측면에서 우위에 설 것이라는 설명이었다. ◆ 그럼에도 코칭은 필요하다 영화에서나 볼 법한 두뇌 칩의 시대가 도래한다면 인간은 지금보다 더 많은 정보를 빠른 시일 내에 습득할 수 있으며, 현상 및 상황에 대한 답을 찾는 것이 훨씬 수월해질 것이다. 그렇다면 과연 우리에게 굳이 코칭이 필요할까? 필자는 이러한 시대일 수 록 코칭의 중요성은 높아질 것이라고 생각한

[마음 회복 연구실] 이름을 부르는 힘…"당신은 어떤 이름으로 불리고 싶은가요"

◆ 이름이 가진 마법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 김춘수, 「꽃」 中 이 시를 읽을 때마다 이름이 가진 힘을 생각하게 된다. 누군가의 이름을 부른다는 건, 잠시 그 사람에게 시선을 옮기는 일이다. 그 순간 상대는 ‘꽃’이 된다. 그런데 나는 다른 사람 이름은 잘 부르면서, 정작 내 이름을 마지막으로 불러본 게 언제인지 잘 기억나지 않는다. 어릴 때는 나를 가리키며 “래비는요~” 하곤 했다. 세상에서 내가 중심이고 소중한 존재라는 걸 당연하게 알던 시절이었다. 하지만 나이가 들수록 나를 부르는 말은 점점 사회적 역할로 바뀌었다. 나는 여전히 ‘와이프’, ‘엄마’, ‘팀장’, ‘며느리’, ‘자식’이라는 다양한 이름으로 불리운다. 그 이름들은 때로는 나를 단단하게 만들었고, 때로는 진짜 내 모습을 가렸다. 그래서 스스로에게 물었다. 내가 불리우고 싶은 내 진짜 이름은 무엇일까. ◆ 코칭이 시작한 이름 찾기의 여정 그 질문에 답을 찾아가는 길에서 코칭을 만났다. 코칭을 시작할 때 가장 먼저 묻는 질문이 있다. “오늘 호칭은 뭐라고 불러드릴까요?” 이

[Moonshot-thinking] 길 위에서 길을 찾는 자들…'대동여지도' 김정호가 스타트업인들에게 보내는 편지

그대들이 사는 이 시대를 둘러보니 참 묘하다. 내가 한 평생 바친 '지도 만들기'가 이제는 '데이터 구축'이라는 이름으로 불리고, 나룻배를 타고 강을 건너던 자리에는 하늘을 나는 철새 같은 것들이 사람을 실어 나른다. 그럼에도 변하지 않는 것이 하나 있으니, 바로 길을 찾고자 하는 사람들의 마음이다. ◆ 지도는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완성되어 가는 것 내가 '대동여지도'를 그려나갈 때, 사람들이 자주 비꼬듯 물었다. "죽기 전에 볼 수 있느냐"고. 그때마다 답했다. "지도는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완성되어 가는 것"이라고. 오늘날 그대들이 만드는 '프롭테크'도 마찬가지가 아닌가. 완벽한 플랫폼, 치밀한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겠다며 출발하지만, 막상 시장에 나가보면 예상과 다른 일들이 벌어진다. 고객들은 상상하지 못했던 기능을 원하고, 경쟁자는 예상 밖의 움직임을 보인다. 그래도 괜찮다. 내 지도도 처음에 틀린 곳 투성이였다. '청구도'를 만들 때는 백두산의 위치도 정확하지 않았고, 섬의 크기도 실제와 달랐다. 하지만 그때마다 다시 걸었다. 다시 물었고, 다시 그렸다. 그렇게 30년을 거쳐 비로소 '대동여지도'가 나왔다. ◆ 기술을 따르되, 두 발을 믿어라 그대들의

[눈치코치] 이직 후 힘든 당신에게 필요한 단 하나…‘기다림’

안녕하세요, 여러분! 올림코치입니다. 오늘은 본격적으로 ‘커리어(Career)’에 무게 중심을 둔 코칭 이야기를 시작해보려 합니다. 누구나 한 번쯤, '이직'을 고민하죠. 사람들은 다양한 목적과 이유로 이직을 선택하곤 합니다. 물론 한 직장을 오래 다니는 분들도 계시지만, 특히 커리어 초반에는 ‘이직’이란 단어에 대한 기대와 고민이 공존하죠. 장미빛 미래를 꿈꾸며 이직을 결심하지만, 막상 옮기고 나면 현실은 기대와 다를 때가 많습니다. 생각보다 마음 같지 않고, 실망과 좌절, 때론 우울감까지 겪게 되는 경우도 적지 않죠. 정말입니다. 실제로 그런 일이 벌어집니다. 저도 그랬으니까요. 제 이야기, 조금만 들려드릴게요. 저는 45세에 네 번째 직장으로 이직했습니다. 이직 첫 달은 솔직히 말해 후회 막심이었습니다. 더군다나 당시엔 코로나19가 한창이라, 출근한 대부분의 구성원들이 마스크를 쓰고 있었죠. 아무리 인사를 나눠도 얼굴이 전혀 기억나지 않았습니다. “화장실은 어디지?” “인트라넷은 왜 이렇게 낯설고 복잡하지?” “잠깐 커피 한 잔 하고 와도 되나...?” 모든 것이 어색했고 혼란스러웠습니다. 그날 집에 돌아오자마자 바로 침대로 쓰러졌고, 다음 날까지 거의

[플라이미투더문] 더 나은 내일을 위한 남편 사용 설명서

요즘 TV를 보면 부부사이 관련 상담사를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는데, 그럴 때 마다 머릿속에 드는 의구심이 있다. “과연 저 분은 부부사이가 좋을까? 조언해주는 행동과 마음가짐을 본인의 삶에서도 실제로 행하고 있을까?” 부부상담 뿐 아니라 코칭에서 역시 마찬가지의 의문이 드는데, 코칭 업계 에서는 공식적으로 부부사이에 있어 코칭이 유효하지 않을 수 있다고 말한다. 필자도 실제로 다툼이 있을 때 코칭 질문 방식을 써본 적이 있다. “많이 당황했겠다. 그럼 혹시 지금 기분이 어떤 지 조금 더 자세히 알려 줄 수 있을까?” 배운 자가 지식을 뽐내듯 양껏 포장한 필자의 섬세한 질문에 돌아온 답변은 “그걸 지금 몰라서 묻니?” 라는 흔한 와이프의 반응이었다. 그럼에도 코칭의 기법들 중 일부는 부부사이의 긍정적 관계 형성에 유효한 것들이 있다. 그래서 오늘은 감히 대한민국 남편들을 대표하여 와이프 분들께 부탁드린다. 남편을 대하기 전에 꼭 이 글을 기억해 주기를. 물론 남편 역시 응당 와이프에게 코치 적 자세로 이해와 존중의 화법을 구사해야 하지만, 오늘의 주제는 더 나은 내일을 위한 남편 사용 설명서이다. [남편 사용 설명서] - 모델명: HUSBAND 1.0 - 제

[지구칼럼] 늑대의 날(8월13일)…로맨티스트·리더십과 집단생활·하울링과 치악력·개와 늑대의 시간·옐로스톤 미루나무

[뉴스스페이스=이종화 기자] 매년 8월 13일은 ‘국제 늑대의 날(International Wolf Day)’로, 늑대가 생태계에서 맡는 중요한 역할과 보호 필요성을 알리는 날이다. 2003년 제정된 이 날은 전 세계적으로 늑대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극복하고, 이들의 사회적 특성과 생태적 중요성, 그리고 보전의 필요성을 알리기 위해 기념된다. 늑대는 북반구를 중심으로 약 25만 마리의 회색늑대와 희귀한 에티오피아 늑대 등 여러 종이 존재한다. 이들은 알파 수컷과 암컷이 우두머리를 맡는 무리를 이루며, 각자의 하울링 소리는 사람의 지문처럼 고유해 서로를 식별한다. 늑대 무리는 가족 단위의 사회적 단위로서, 상호 협력해 사냥, 영역 방어, 새끼 양육을 담당하며 높은 사회적 유대와 민주적 의사소통 체계를 가진다. 특히 늑대는 매우 강력한 치악력(최대 약 1,200psi)을 가지고 있어 두터운 피부와 뼈를 뚫고 대형 초식동물을 사냥한다. 셰퍼드 개의 치악력(약 750psi)보다 거의 두 배 강하며, 덩치 역시 최대 86kg에 달하는 개체가 발견된다. 한편, 베르그만의 법칙에 따라 추운 북부 지역 늑대가 더 크고 강하다. 또한, 늑대는 시속 60km 내외의 속도와 뛰

[마음 회복 연구실] 욕망의 혈당 그래프…"욕망은 적이 아니라 가장 솔직한 친구"

◆ 욕망은 억눌러야 할 적이 아니라, 마음이 보내는 가장 정직한 메시지다. 오늘 난 내 욕망에 완벽하게 져버렸다. 솔직히 말하면, 이 글을 쓰는 지금도 달콤한 아이스크림의 맛이 혀끝에 맴도는 것 같다. 며칠 전, 내 팔에 작은 원형의 ‘스파이’를 하나 붙였다. 바로 연속혈당측정기(CGM). 가족력 때문에 혈당에 대한 걱정을 늘 안고 살았는데, 이 장치는 24시간 내 몸의 변화를 스마트폰으로 실시간 보여준다. 이제 데이터에 기반한 건강한 삶을 살 수 있겠구나 기대가 컸다. 역시 기계는 성실하고 똑똑하다. 내가 뭘 먹고, 언제 스트레스를 받는지에 따라 혈당 그래프는 춤을 추듯 오르내렸다. 마치 내 몸 안에 24시간 나를 지켜보는 작은 코치가 생긴 기분이랄까. 그런데 금세 깨달았다. 나는 혈당의 주인이 아니라, 숫자의 노예가 되어가고 있다는 걸. '착한 숫자'를 보려고 먹고 싶은 걸 억지로 참고, 예상치 못하게 수치가 튀어 오르면 죄책감과 스트레스가 몰려왔다. 아이러니하게도, 건강을 위한 도구가 새로운 스트레스의 원인이 된 셈이다. 그리고 오늘, 사건이 터졌다. 유난히 힘든 하루를 보낸 저녁, 이미 식사 후 혈당은 가파르게 오르고 있었다. 내 몸이 보내는 명백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