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2.24 (화)

  • 흐림동두천 -0.1℃
  • 흐림강릉 5.5℃
  • 흐림서울 1.6℃
  • 흐림대전 1.1℃
  • 구름많음대구 3.4℃
  • 구름많음울산 5.2℃
  • 구름많음광주 3.4℃
  • 맑음부산 6.8℃
  • 구름많음고창 1.2℃
  • 구름많음제주 6.9℃
  • 흐림강화 0.1℃
  • 구름많음보은 -0.4℃
  • 흐림금산 1.1℃
  • 구름많음강진군 1.0℃
  • 구름많음경주시 0.7℃
  • 구름많음거제 3.0℃
기상청 제공

Opinion

[Moonshot-thinking] ‘프롭테크’는 반복되는 도시 리듬을 바꾼다

 

“이게 2025년 맞나요?”

 

서울 영등포의 한 스타트업 사무실에서 마주한 이덕행 랜드업 대표의 말이 뇌리에 박혔다. 그는 책상 위에 엑셀 파일 수십 개를 펼쳐놓고 덧붙였다. “아직도 부동산 개발은 사람이 손으로 수치를 계산하고, 오류가 나면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죠.”

 

그의 옆, 모니터 속 서비스를 보며 다시 한 번 놀란다. 주소 하나만 입력하면 15페이지짜리 사업성 분석 보고서가 몇 분 만에 완성되는 시대. ‘반복’은 기계에게 넘기고, ‘판단’은 사람의 몫으로 남기는 흐름이다. 그 짧은 장면에서 글의 주제를 떠올렸다.

 

지난 3개월여간, 프롭테크 생태계에서 빠르게 성장 중인 창업자 12명을 만났다.

 

랜드업, 파이퍼블릭, 디스코, 삼삼엠투(스페이스브이), 아키스케치, 포비콘, 데브올컴퍼니, 클라우드앤, 이제이엠컴퍼니(우리가), 지오그리드, 레디포스트, 컨텍터스. 세부 영역은 달랐지만, 이들이 공통적으로 건드린 지점은 명확하다. 반복을 줄이고, 관계를 정비하며, 구조를 새로 짜는 기술의 등장이다.

 

주소 하나, 수작업의 끝: 반복을 바꾸는 기술들

 

“사업성 검토만 일주일, 그 사이 기회는 남의 손에 넘어갑니다.” 이덕행 대표가 내놓은 해법은 복잡하지 않았다. 주소를 입력하면 입지·수익성·시공성 등을 정량 분석한 보고서를 자동 출력해주는 시스템이다. 단순한 자동화가 아니라, 실무 흐름 자체를 바꾸는 워크플로우 혁신이다.

 

같은 맥락은 송중석 포비콘 대표에게서도 이어졌다. 그는 건축 도면 물량 산출에 AI를 접목해, 수작업 10시간을 20분으로 줄였다. “기술은 사람을 대체하지 않아요. 시간의 구조를 바꿀 뿐이죠.” 그의 말처럼, 혁신은 사람의 손이 아니라 판단 시점을 앞당겼다.

 

이장규 데브올컴퍼니 대표는 이를 ‘AI 부사수’라고 불렀다. 계약·청구·수납 등 반복 업무를 자동화하면서, 기술을 “경영진이 아닌, 실무자 옆에 앉은 조용한 조력자”로 정의한다. 기술은 사람 사이에 있었다.

 

데이터의 민주화, ‘정문’을 연 사람들

 

“왜 투자 정보는 늘 기관에만 있죠?” 이호승 파이퍼블릭 대표의 질문에서 시작된 변화다. 성과 기반 수수료, AI 기반 자산 리스크 분석 플랫폼 ‘리얼리틱스’를 통해 그는 부동산 간접투자의 장을 열었다. 정보는 권력이 아닌, 도구가 되어야 한다는 철학이다.

 

“부동산 정보가 소수의 것이어야 할 이유는 없어요. 투명성이 시장을 건강하게 만들죠.” 배우순 대표의 디스코는 실거래가·매물 정보를 지도 위에 올렸다. 그 위로 사람들은 정보를 공유하고, 연결하고, 설명을 붙였다. 정보는 도구를 넘어 커뮤니티의 바닥이 된다.

 

김정석 대표의 클라우드앤은 건물 내부의 온도·전력·설비 상태를 24시간 감지하는 IoT 기반 ‘디지털 닥터’를 만들었다. 건물이 살아있다면, 그 건강 상태를 가장 먼저 감지하는 의사이자 관리자 역할이다. 데이터는 도시에 감각을 부여하고 있었다.

 

조합 총회를 하려면, 여전히 우편을 보내고 도장을 받아야 한다. 윤의진 이제이엠컴퍼니 대표는 “조합원 한 명이 도장을 찍지 않으면 총회 무효”라는 현실에 절망했다. 그래서 전자 총회 플랫폼을 만들었다. 도시정비 사업의 숨은 행정을 기술로 걷어낸 것이다.

 

정주 대신 체류, 관계를 다시 짓는 플랫폼들

 

프롭테크는 ‘머무는 방식’을 바꾸고 있다. 박형준 삼삼엠투 대표는 보증금 33만 원에 단기로 머무는 주거 플랫폼을 만들었다. “1인 가구, 프로젝트 워커, 청년층에게는 정주보다 유연한 체류가 필요해요.” 집은 소유가 아닌, 경험이 되고 있다.

 

이주성 대표의 아키스케치는 3D 인테리어 설계를 누구나 할 수 있게 만들며, 디자인을 깃허브처럼 공유하게 했다. “디자인도 오픈소스가 될 수 있죠.” 창작은 혼자가 아니라 함께 하는 것이라는 발상 전환이다.

 

신동훈 컨텍터스 COO는 중소형 건물 운영에 ‘둥지’라는 이름을 붙였다. 물리적 거점과 디지털 플랫폼을 결합해 5분 내 대응 체계를 구축했다. “건물은 보살핌이 필요해요. 기술은 그 돌봄을 가능하게 하죠.”

 

기술은 반복을 줄이고, 관계를 다시 짓는다

 

이들에게 늘 비슷한 말을 들었다. “기술은 사람을 대체하는 게 아니라, 확장시키는 것.” 그리고 그 말이 단지 겸손이 아니란 걸 알게 됐다. 이들의 기술은 실제로 사람의 능력을 확장하고, 관계를 복원하며, 구조를 개선한다.

 

랜드업의 주소 입력 시스템은 중소 시행사에게 대기업 수준의 분석 도구를 제공했다. 파이퍼블릭과 디스코는 정보의 벽을 허물어 투자와 거래의 문턱을 낮춘다. 레디포스트(총회원스탑)과 이제이엠컴퍼니(우리가)는 폐쇄적인 의사결정 구조를 투명하게 바꿨다. 삼삼엠투와 아키스케치는 소유와 창작의 새로운 모델을 제시했다.

 

프롭테크는 도시에 질문을 하고 있다. 반복을 견딜 것인가, 아니면 바꿀 것인가. 그 질문에 해답을 얻은 사람들을 만났다. 이들의 도시 리듬은 이전과 다르다. 빠르지만 인간적이고, 효율적이지만 연결고리는 끈끈하다.

 

도시는 여전히 반복된다. 기계가 맡은 반복은 사람에게 새로운 시간을 선물하고, 사람이 만든 관계는 기계에게 목적을 부여한다. 낡은 리듬 위에 새로운 박자를 얹는 기술. 그 리듬이야말로, 다시 도시에 기대는 이유다.

배너
배너
배너

관련기사

50건의 관련기사 더보기


[콘텐츠인사이트] 찌질해도 아름다워 보이는 건 ‘청춘’… 〈파반느〉를 보고

설 연휴 동안 가족과 호캉스를 즐기고, 전시도 보고, 근사한 식사도 했지만, 틈틈이 업무를 놓지 못한 탓인지 몸과 마음이 제법 지쳐 있었다. 그렇게 금요일을 간신히 버텨낸 뒤, 퇴근길에 첫째 학원 픽업을 마치고 집에 돌아와 넷플릭스를 켰다. 늘 그렇듯, 화면 한켠에 신작이 눈에 띄었다. 〈파반느〉. 제목의 뜻은 차치하고, 원작이 소설이라는 말에 호기심이 동했다. 그렇게 120분이 채 되지 않는 ‘착한 러닝타임’에 몸을 맡겼다. 이 영화는 청춘 성장기라 쓰고, 어쩌면 ‘루저들의 이야기’에 가깝다. 대단한 반전도, 충격적인 결말도 아니다. 그저 보고 있노라면 은근히 따뜻해지는, 모닥불 앞에서 툭툭 튀는 불씨를 바라보는 듯한 감정에 가깝다. 다만 요한이라는 인물이 맞닥뜨리는 성공의 전개는 다소 급작스러워 보이기도 했다. 관객을 결말로 끌고 가기 위한 서사의 속도가 조금은 서두른 인상이다. 주연 배우의 우수 어린 눈빛 연기는 인상적이다. 〈미생〉 속 임시완이 떠오를 만큼, 촉촉하고 여린 표정 연기가 영화의 정서를 잘 받쳐준다. 다만 ‘원톱 스타’가 주는 존재감의 무게는 여전히 느껴진다. 작품의 완성도와는 별개로, 대중에게 각인된 얼굴의 힘이 얼마나 큰지 새삼 깨닫게

[콘텐츠인사이트] 왜 ‘착한 영화’는 흥행에 실패할까… <넘버원>을 보고

너무 안타깝다. 참 가슴 따뜻해지는, 말 그대로 ‘착한 영화’이기 때문이다. 흥행 전선에서는 일찌감치 이탈했지만, 연휴의 끝자락에 이 영화를 선택한 건 잘한 결정이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개인적인 고백을 하나 하자면, 아주 오래전 동생을 먼저 떠나보낸 경험이 있다. 이제는 가슴 먹먹함을 넘어, 기억조차 세월의 저편으로 희미해져도 이상하지 않을 만큼 시간이 흘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불현듯 눈시울이 붉어지는 순간이 있다. 이런 영화를 마주할 때는 예외 없이 그렇다. 그래서 먼저 말해두고 싶다. 가족을 떠나보낸 경험이 있는 분들이라면 마음의 준비를 하고 보시거나, 어쩌면 이번 작품은 피하는 편이 나을 수도 있다. (추신도 아니지만, 이 말은 꼭 남기고 싶었다.) 주인공(최우식)은 엄마가 해주는 밥을 먹을 때마다 정체를 알 수 없는 숫자가 줄어드는 기이한 현상을 겪는다. 이 숫자는 오직 그에게만 보이고, 결국 결혼을 약속한 여자친구(공승연)와의 관계에도 균열을 만든다. 주위에서 팔자가 사납단 소리를 듣는 엄마는 이미 남편과 큰아들을 떠나 보냈다. 이제 남은 혈육은 둘째 아들 하나뿐인데, 그마저 잃을지도 모른다는 불안 앞에 놓인다. 영화는 이렇게 다소 말이 안 되는

[콘텐츠인사이트] 말도 안 되는 설정이지만, 말이 되게 만들려는… 디플 <블러디 플라워> 시즌1 리뷰

여기 한 의사가 있다. 그는 살인자다. 그가 죽인 이들은 모두 범죄자들이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이 의사의 피가 치료 불가능한 불치병 환자들을 살릴 수 있다. 유죄인가, 무죄인가. 혹은 무죄 같은 유죄인가, 유죄 같은 무죄인가. 넷플릭스 신작을 거의 섭렵하다 보니, 오랜만에 다시 디즈니플러스에 접속하게 됐다. 말도 안 되는 설정처럼 보였지만, 스릴러 장르를 워낙 좋아하는 터라 설 연휴 잠깐 짬을 내어 보기엔 총 4부작 구성의 시즌1이 부담 없었다. 솔직히 2화까지는 다소 지루했고, 3화부터 그럭저럭 볼 만해졌으며, 4화에 이르러서야 호기심을 자극하는 지점에서 마무리된다. 한마디로 정리하면 ‘킬링타임용 작품’이다.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지만, 짧게나마 생각할 거리를 던져준다는 점에서는 나름의 의미를 부여하고 싶다. ◆ 말도 안 되는 설정에, 몰입할 수 있을까 “이게 현실도 아니고 영화인데, 그냥 그렇다고 여기고 보면 되지. 뭘 그리 따져?” 가끔 함께 사는 사람이 내뱉는 말이다. 맞는 말이다. 하지만 나는 영화일지라도 ‘개연성’을 꽤 중시하는 편이라, 그 고리가 느슨해지는 순간 몰입이 확 깨져버린다. 불치병을 살려낼 수 있다는 설정, 그 치료제가 살인

[콘텐츠인사이트] 진실과 거짓, 그 경계선… <레이디 두아> 최종 리뷰

“언제나 찾아오는 부두의 이별이 아쉬워 두 손을 꼭 잡았나~…” 단지 ‘부두’라는 단어의 차용 때문만은 아니다. 이 노랫말이 자연스레 떠올랐다. 심수봉의 애잔한 목소리가 영화의 OST처럼 뇌리를 스쳤다. ‘부.두.아.’ 제목만 봤을 때, 그리고 처음 접했을 때 이 단어 자체가 주는 어감은 흥미로웠다. 다만 ‘재미있겠다’보다는 ‘이게 뭐지?’에 더 가까웠다. 철저하게 자신의 신분을 속인 채, 심리학 박사는 아니지만 인간 본연의 감정을 건드리는 가스라이팅을 자유자재로 구사하며, 스스로 진화하는 괴물이 되어가는 인물. 그녀가 바로 주인공 신혜선이 연기한 ‘두아’다. 마지막 질문은 많은 생각을 남긴다. (*사실 그녀가 거짓말을 일삼는 사기꾼이라는 사실은 보는 내내 인지하게 되지만, 마지막 8화에서 그녀의 변론(?)을 듣고 나면 생각이 한순간 혼미해진다.) “이름이 뭐예요?” 무명씨도 있지만, 모든 이에게는 이름이 있다. 사람뿐 아니라 사물조차 그렇다. 기독교 신자로서 운명을 믿는다고 말하면 조금은 조심스럽지만, 그럼에도 나는 태어난 팔자, 숙명(여기서는 명운까지 포함해)을 어느 정도 믿는 편이다. 매회 1시간을 넘지 않는 총 8부작. 올 설 연휴 안방을 ‘후끈’ 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