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망을 흔드는 안정환의 헤딩슛을 보며, '대한민국'을 외칠 때만 해도 상상도 못 한 일이다. 연락 수단을 넘어선 '손전화'는 지갑과 내비게이션, 엔터테인먼트 등 역할을 수행하며 우리 신체의 일부가 됐다. 이 같은 변화가 건물에도 스며들고 있다. 4차 산업혁명 기술이 집약된 스마트빌딩이 '일상'에 자리 잡는 중이다.
2024년 상반기 글로벌 프롭테크 시장은 예상을 뛰어넘는 혁신적 변화를 보였다. 미국과 유럽 등 기술 선진국의 사례를 분석하며, 주목할 만한 프롭테크 트렌드를 조명해 본다.
첫째로, '인공지능(AI) 기반 부동산 설계 및 관리'다. AI 기술은 도시 설계의 선구자적 역할을 할 것이다. 미국의 '오토데스크'가 내놓은 'Autodesk AEC Collection'은 건축 설계를 자동화한 AI 프로그램이다. 하반기에는 도시 계획 단계부터 개입할 것으로 보인다. 구글의 자회사 '사이드워크 랩스'가 토론토에서 진행 중인 스마트시티 프로젝트도 비슷하다.
유럽에서는 네덜란드 AI 건물관리 시스템 기업 '스페이스웰'이 두각을 보인다. 건물의 에너지 사용량을 실시간 최적화하고, 예측 유지보수를 구현한다. 벨기에 브뤼셀과 스웨덴 스톡홀름의 오피스들이 스마트빌딩 솔루션을 도입해 에너지 사용량을 15~30% 절감했다.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의 쇼핑몰과 독일 프랑크푸르트의 대학 캠퍼스, 프랑스 파리의 호텔 체인들은 스페이스웰의 공간 솔루션을 도입해 사용 효율을 30% 개선했다.
둘째는 '블록체인 기반 부동산 거래'다. 에스토니아에서 시작된 블록체인 기반 부동산 등기 시스템은 조지아, 우크라이나 등으로 확산됐다. 하반기에는 기술이 고도화돼 스마트 콘트랙트를 통한 부동산 거래 자동화가 가능해진다. 스웨덴의 토지등기청은 블록체인 기반 부동산 거래 시스템 시험을 완료했다. 연내 상용화된다.
셋째는 '디지털 트윈과 사물인터넷(IoT)의 결합'이다. 싱가포르의 '버추얼 싱가포르(Virtual Singapore)' 프로젝트는 도시 전체의 디지털 트윈을 구현하는 사례다. 곧 기술이 개별 건물 수준으로 확대된다. 증강현실(AR) 기반 건물 관리 시스템 'Vera'를 내놓은 이스라엘의 '레조나이'도 있다. 디지털 트윈 기술을 활용해 실시간 건물 데이터를 AR로 시각화한다.
넷째로 '지속가능성을 위한 그린테크'도 주목할 만하다. 영국의 '디맨드 로직'은 건물의 에너지 효율을 최적화하는 솔루션을 제공한다. 정교해진 기술로, 건물의 탄소 발자국을 실시간 모니터링하고, 조절하는 자동 시스템이 연내 보편화된다.
다섯째는 '메타버스와 부동산의 융합'이다. 미국의 '매터포트'는 실제 부동산을 3D로 스캔한다. 그리고 가상 투어를 지원하는 기술을 보유했다. 회사 대표는 "머잖아 실제 부동산과 가상 공간을 실시간 연동하는 '하이브리드 부동산' 개념이 등장할 것"이라고 기대한다.
마지막으로 '첨단 건축 기술'이다. 이스라엘의 기업 '빌도츠'는 AI와 컴퓨터 비전을 활용해 건설 현장을 실시간 관리한다. 그리고 빌도츠의 기술을 통해 로봇과 드론을 활용한 건설 자동화 공정이 구현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러한 글로벌 트렌드는 국내 프롭테크 시장에도 영향을 미친다. 특히 AI와 블록체인 기술의 도입이 가속화되며, 부동산 거래의 투명성과 효율성 개선이 예상된다. 또한 ESG 경영의 중요성이 부각되면서 친환경 건축과 에너지 효율화 기술에 대한 수요가 급증할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변화 속에서 개인정보 보호와 데이터 보안이라는 과제도 대두한다. 기술 혁신을 추구하는 동시에 윤리적 측면도 고려해야 한다. 정부는 혁신을 지원하면서 적절한 규제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2024년 하반기, 프롭테크 시장은 어느 때보다 역동적인 파고를 겪고 있다. 이러한 변화가 주거·업무 환경을 어떻게 변화시킬지 그리고 이 흐름에서 어떤 위치를 차지할지 주목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