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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lture·Life

[내궁내정] 술에 관한 1, 2, 3의 법칙…1%부터 술·상위 1% 예술·엔젤스셰어·M/S 2%·3년의 숙성·3%의 손실관리

 

[뉴스스페이스=이종화 기자]

 

<편집자주> 유튜브, 인스타 등에서 활동하는 인플루언서들이 '협찬을 받지 않았다', '광고가 아니다'라는 사실을 보이기 위해 "내 돈 주고 내가 샀다"라는 뜻의 '내돈내산'이라는 말이 생겼다. 비슷한 말로 "내가 궁금해서 결국 내가 정리했다"는 의미의 '내궁내정'이라고 이 기획코너를 명명한다. 우리 일상속에서 자주 접하는 소소한 얘기거리, 궁금증, 호기심, 용어 등에 대해 정리해보는 코너를 기획했다.

 

"세상에 나쁜 위스키는 없다. 좋은 위스키와 더 좋은 위스키만 있을 뿐"(스코틀랜드 속담)

 

“위스키는 단순한 음료가 아니라, 시간과 인간, 그리고 자연이 만든 예술이다.”

 

“위스키는 문명에 바치는 건배이자, 문화의 연속성에 대한 찬사, 그리고 자연의 자원을 최대한 활용해 인간의 감각을 즐기려는 의지의 선언이다.” (David Daiches, 『Scotch Whisky』)


위스키 한 잔에는 단순한 기호 이상의 의미와 철학이 담겨 있다.

 

그 깊은 맛과 향, 그리고 오랜 시간의 인내가 만들어낸 예술적 가치 뒤에는, 의외로 숫자들의 비밀이 숨어 있다. 바로 1, 2, 3의 법칙이다. 이 숫자들은 술의 법적 정의에서부터 위스키의 숙성, 시장의 희소성, 그리고 품질 관리까지, 술의 세계를 관통하는 핵심 원칙이자 문화적 상징이다.

 

위스키는 ‘water of life(생명의 물)’라는 뜻의 게일어 ‘Uisce Beatha’에서 유래했다. 게일어(Gaelic)는 아일랜드, 스코틀랜드, 맨섬 등 영국과 아일랜드 일부 지역에서 사용되는 켈트계 언어의 총칭이다.

 

세계에서 가장 작은 위스키 병은 1.3ml, 가장 큰 병은 228리터에 달한다.

 

 

1의 법칙 : 술의 시작과 경계…술이 1%와 만나면 '예술'


한국과 일본의 주세법은 알코올 도수 1% 이상인 음료만을 ‘주류(술)’로 규정한다. 과학적으로 표현하면 술(주류, Alcoholic beverage)은 자연발효, 증류, 혼합 등 다양한 방법으로 제조해 에탄올(ethyl alcohol, C2H5OH)을 1% 이상 함유한 음료를 말한다.

 

1% 미만은 음료수로 분류되어 세금, 유통, 광고 등에서 전혀 다른 취급을 받는다. 한국에서는 알코올 0.5% 맥주, 0.9% 칵테일 등은 ‘저알코올 음료’로 분류, 주류로 취급하지 않는다. 이처럼 ‘1%’는 술과 음료의 경계선이자, 사회적·과학적 기준점이다.

 

우리나라와 달리 미국은 TTB(Alcohol and Tobacco Tax and Trade Bureau) 기준 알코올 도수 0.5% 이상이면 주류로 간주한다. 유럽연합(EU)은 알코올 도수 1.2% 이상을 술(주류)로 규정한다. 

 

또 위스키, 와인, 코냑 등 고가 주류 시장에서는 상위 1%의 초고가 제품이 브랜드 이미지를 좌우한다. 이 1%의 제품만이 경매시장에서 ‘컬렉터용’, 투자 시장에서 '예술품'처럼 거래된다. 즉 술이 1%와 만나면 '예술'이 되는 셈.

 

경매가와 희소성의 기준이 바로 1%의 법칙이다. ‘상위 1%만이 아는 맛’, ‘1%만을 위한 한정판’ 등 희소성, 프리미엄 마케팅에 자주 활용된다.

 

 

2의 법칙 : 위스키의 엔젤스 셰어(Angel’s Share)…주류업계 시장점유율 2%


위스키 숙성 과정에서 매년 오크통 속 원액의 2%가 증발한다. 일부 증류소에서는 이를 ‘2%의 법칙’이라 부르기도 한다. 이 증발분은 천사가 가져간 것이라는 ‘엔젤스 셰어(Angel's Share)’라는 낭만적 이름으로 불린다. 이 증발분은 위스키의 농도와 풍미를 농축시키는 동시에, 숙성의 신비로움을 더한다. 또 고가 위스키의 희소성을 설명하는 핵심 근거가 된다. 

 

그래서 스코틀랜드 위스키 산업에서는 매년 2%의 증발이 공식처럼 통용된다. 50년 숙성시 2%씩 증발하면, 최종적으로 남는 양은 36%에 불과하다. 이 때문에 30~50년산 위스키는 극도로 희귀해진다.

 

맥켈란, 발베니 등 희귀 몰트는 투자 대상으로도 각광받는다. 실음용보다 ‘소장용’ ‘투자용’이 대부분이다. 마시기 위해 경매에 나서는 사람도 없으며, 실제로 낙찰받아 마시는 사람은 극소수에 불과하다. 엔젤스 셰어의 개념을 아는 사람만이 숙성의 가치와 희소성을 진정으로 이해하기 때문이다.

 

또 주류업계 시장점유율 2%법칙도 있다. 주류업계에서 신제품이나 신생 브랜드가 시장 점유율 2%를 넘으면 ‘성공의 신호’로 여겨진다. 2% 돌파는 시장에서의 생존과 성장의 마지노선이다.

 

미국 내 주요 스피릿 브랜드 중 2023~2024년 성장률이 2%를 넘긴 사례는 잭 다니엘스(Jack Daniel’s,), 크라운 로얄(Crown Royal), 짐 빔(Jim Beam), 하이 눈(High Noon, RTD), 티토스(Tito’s Handmade Vodka), 뉴 암스테르담(New Amsterdam Vodka) 등이 있다.

 

주류업계 관계자는 "RTD가 2% 성장률을 돌파한 것은 주류 시장에서 새로운 소비층, 특히 젊은 세대가 빠르게 유입되고 있음을 의미한다"면서 "프리미엄 스피릿의 2% 이상 성장 역시 ‘적게 마시되 더 좋은 술을 마신다’는 소비 트렌드와 맞물려 있다"고 분석했다.

 

 

3의 법칙 : 위스키의 법적 기준, ‘3년의 숙성’…양조업계 손실 관리의 3%

 

스코틀랜드 위스키는 1933년부터 엄격한 법적 규제를 받아왔다. 현재는 2009년 제정된 'Scotch Whisky Regulations'에 따라 생산, 병입, 라벨링, 마케팅까지 철저히 관리된다. ‘스카치 위스키’라는 명칭은 오직 스코틀랜드에서, 오크통에서 최소 3년 이상 숙성된 증류주만이 사용할 수 있다.


즉 위스키는 오크통에서 최소 3년을 숙성해야만 ‘위스키’로 인정받는다. 3년 미만은 ‘증류주’로만 불릴 수 있다. 이 ‘3년’은 위스키의 품질과 신뢰를 보장하는 최소 기준이다. 오랜 기간 숙성한다는 말은 창고라는 공간비용, 보관이라는 시간비용, 그동안 투자한 금융비용, 증발로 인한 매몰비용 및 자본잠식까지 포함되면서 가격이 급상승하는 것.

 

유럽에서는 위스키 숙성에 대해 ‘시간을 파는 비즈니스’라고 얘기할 정도다. 최근 유럽에선 ‘위스키 펀드’도 등장했다. 경매시장에 등장한 위스키 완성품 뿐만 아니라 숙성 원액에 대해서도 투자자산으로 취급하기 시작했다.

 

숙성 연수에 따라 12년부터 프리미엄, 17년 이상은 희소성과 풍미가 압도적이 슈퍼 프리미엄으로 인정받는다. 50년산은 거의 ‘예술품’ 취급을 받으며 경매대상이다.

 

또 숙성이라는 과정은 오로지 오크통에서만 '숙성의 마법'이 일어난다. 스테인리스는 증발도 없고, 맛도 없어 숙성이 불가능하다. 

 

게다가 스코틀랜드에서 위스키산업은 GDP의 2~3%를 차지하는 국가 핵심 산업이다. 수출액 기준 영국 전체 식음료 산업의 20%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기간산업 성격이 강하다. 스코틀랜드 증류소는 오크통 관리 전담팀을 별도로 두고 있으며, 오크통 하나하나 넘버링해서 추적하며 ‘통의 족보’까지 관리할 정도다. 

 

일부 증류소는 투자자 대상으로 오크통 경매도 진행한다. 수백년동안 위스키 산업을 역사와 유산으로 존속해 오기 위해서 철저하고 치밀한 오크통 관리는 필수적이었다. 즉 오크통 마다 고유 트래킹 넘버를 부여해 일종의 ‘출생증명서’ 시스템을 만들고, 수십 년간 추적 관리하는 노하우를 통해 위조 방지와 품질 보증의 핵심 시스템을 갖출 수 있었다.

 

 

특히 고가의 싱글몰트, 한정판 위스키는 글로벌 경매와 투자 시장에서 거래되다보니 위조품 유통이 브랜드 신뢰와 시장 전체에 심각한 타격을 준다. 이에 따라 병마개(캡) 제조업체들은 첨단 위조방지 기술과 정품 인증 시스템을 앞다퉈 도입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키퍼캡(KEEPER CAP)’과 ‘구알라 캡(GUALA CAP)’이다.

 

손실 관리의 3%도 있다. 양조업계에서는 생산·유통 과정에서 3% 이내의 손실률을 ‘양호’로 간주한다. 3%를 넘으면 품질관리, 유통, 보관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한다.

 

일부 국가에서는 알코올 도수 3% 미만은 ‘음료’, 3% 이상은 ‘술’로 분류한다. 한국 주세법은 1% 이상을 술로 보지만, 3%는 저알코올 음료와 주류의 또 다른 경계선으로 작용한다.

 

이처럼 1, 2, 3의 법칙은 단순한 숫자를 넘어 술의 정의, 품질, 희소성, 그리고 시장의 질서를 결정하는 핵심 원칙이다.
1%는 술의 시작과 경계, 2%는 시간과 희소성, 3%는 품질과 신뢰의 상징이다.


위스키 한 잔을 마실 때, 혹은 새로운 술을 고를 때, 이 숫자들의 의미를 떠올려보자. 그 안에는 인류의 과학, 문화, 그리고 오랜 인내가 녹아 있다.

 

위스키는 단순한 술이 아니다. 그것은 시간의 예술이자, 인간의 인내와 자연의 신비가 빚어낸 문화적 유산이다. 한 잔의 위스키에는 수십 년의 기다림, 수많은 사람의 손길, 그리고 인간의 집념과 과학, 전통이 녹아 있다. 위스키가 세계인의 사랑을 받는 이유도 그 속에 담긴 법칙과 철학, 그리고 끝없는 이야기가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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