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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pinion

[공간과 공감] 무선 이어폰, 소통도구에서 차단·해방 수단으로

칼럼니스트 올림의 ’공간(space)‘ 이야기①

 

한 때는 한쪽 귀에만 착용하고 있어도 얼리어답터처럼 보이기도 했던 에어팟, 갤럭시버즈 등으로 대표되는 무선 이어폰(ear phone). 헤드셋과 달리 사이즈도 컴팩트하고, 말 그대로 선이 없는 무선이니 걸리적거림도 없고...

 

시장 지배력이 큰 몇몇 제품 일색에서 이제 브랜드도 다양화되고 가격도 많이 내려가면서, 유선 이어폰을 사용하고 있는 사람이 구식으로 보이는 이른바 ‘무선 이어폰 전성시대’ 입니다.

 

내가 좋아하는 가요, 친구가 알려준 팝송, 차분한 마음가짐을 위한 클래식 등등 지하철에서 버스에서 이동하는 시간 음악에 푸~~욱 빠지게 만들어 준 고마운 ‘장치’. 어젯밤 놓친 영화와 드라마도 언제 어디서든 편하게 스마트폰과 블루투스 연결해서 볼 수 있게 해 준 ‘주인공’. 팟캐스트는 물론 유튜브와 오디오북까지 ‘내 귀에 캔디’처럼 달콤하게 속삭여주는 ‘고막 애인’. 

 

그런데 이처럼 각자의 취향에 맞는 콘텐츠를 양손의 자유와 함께 공간적 번거로운 없이 지내게 만들어 준 이 친구는 사실 경청과 애청의 아이콘입니다.

 

하지만 사회적 에티켓이 중요시되면서 또 개인의 권리가 소중히 되면서, 이름 모를 남들의 ‘잡담’ / 그들만의 ‘아우성’ / 타인들의 ‘고성방가’ / 듣고 싶지 않은 사람들의 핸드폰 통화 ‘소음’ 등등에서 해방시켜줄 ‘해결사’로 이어폰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운 좋게 지하철 빈자리를 발견하고 앉자마자 내 손은 이어폰을 꺼내 바로 두 귀에 꽂은 채 두 눈꺼풀을 꽈악 닫으며, 입술은 일자로 쭈욱 꺼내고, 미간은 ‘내 천’ 자 주름이 생길 정도로 움푹하게 만들고 오만가지 우거지상으로 우린 팔짱을 낍니다.

 

그리고 나서 겨울잠 자는 동물도 아니지만, 부동의 잠자는 자세로 목적지까지 힘겹게 그 자세를 유지하며 갑니다. IT기술이 발전하고, 각종 'cutting-edge tech'가 개발될수록 필요하든 불필요하든 이 ’공간‘을 최소화 해야 먹힐 수 있다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뭔가를 잘 듣기 위해, 빠지기 위해 이어폰을 착용했던 우리가, 이제는 뭔가에서 해방되기 위해, 빠지지 않기 위해 이어폰을 낍니다. 팬데믹 시대가 종식되고 엔데믹 시대지만 여전히 마스크로 무장하는 분들도 많으니 이야말로 완벽한 차단이지요.

 

‘소통’ 사회를 살아가며 ‘불통’을 지향하고
‘함께’를 외치지만 ‘각자’를 선호하는 우.리.들

뭔가 씁쓸하고 아이러니했습니다… 이유 없이 슬퍼졌습니다… 

오늘도 이 험한 시기를 나름의 방식으로 자신의 공간과 위치에서 버티고 계신 우리 미생 여러분,

나만의 공간에서 나만의 생각으로 힘들고 어려워도 행복을 추구하는 그런 공간미를 가지시길 응원해 봅니다.

 

*칼럼니스트 올림은 건설-자동차-엔터테인먼트&미디어-식음료-화학/소재를 거쳐 IT기업에 종사하며 영원한 현역을 꿈꾸는 미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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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회복 연구실] 상처는 흉터가 아닌, 성장의 나이테

◆ 설악산의 기억, 그때 나는 나를 이겼다 지금도 '산'하면 15년 전 회사 팀워크숍으로 갔던 설악산이 생각난다. 그때 우리 팀은 무려 1년을 준비했다. 각자 주말마다 작은 산을 오르며 체력을 다졌고 함께 회사 계단을 오르내렸다. 드디어 결전의 날이 다가오고, 새벽에 한계령에서 본격적인 도전이 시작됐다. 초반엔 웃으며 사진을 찍었지만, 얼마 가지 않아 숨이 턱 밑까지 차올랐다. 허벅지는 천근만근, 머릿속에는 조직장에 대한 원망과 함께 '왜 사서 고생하지?'라는 생각만 맴돌았다. 정상까지 가야 한다는 목표보다 지금의 고통을 그만 멈추고 싶은 마음이 더 컸다. 지금도 선명하게 남은 것들이 있다. 설레는 마음으로 새로 장만했던 등산복이 땀에 흠뻑 젖은 느낌, 얼굴에 엉긴 소금기, 그리고 대청봉 정상에서 찍은 한 장의 사진. 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사실은 그날이 내 인생에서 분명한 이정표가 되었다는 것이다. 죽을 만큼 힘들었지만, 결국 해냈다는 사실. 그 이후로 나는 가끔 마음속에서 되뇌곤 한다. "그때 내가 설악산을 올랐잖아. 그러니 이번에도 할 수 있겠지." ◆ 상처는 흉터가 아닌, 나이테가 된다 삶도 산을 오르는 일과 닮았다. 정상에 오르기 전, 누구나 몇

[눈치코치] 스페셜리스트와 제네럴리스트…당신의 선택은?

어느덧 여섯 번째 회사를 다니고 있는 제 자신을 문득 살포시 돌아봅니다. 대학을 졸업하고 육군 중위로 전역한 바로 다음 날, 저는 말년 군인에서 다시금 ‘군기 팍 든’ 신입사원이 되었습니다. 고심 끝에 들어간 첫 직장은 건설회사였습니다. 23년 전 공채로 입사해 4년 남짓 다니며 대리로 특진도 했지만, 결국 제 선택은 ‘이직’이었습니다. 많이 고민했습니다. 그리고 또 고심했습니다. 그때 불현듯 마음속에서 이런 질문이 떠올랐습니다. “너는 스페셜리스트(Specialist)가 될래, 아니면 조직 안에서 제네럴리스트(Generalist)로 성장할래?” 제 선택은 ‘스페셜’이었습니다. 그래서 홍보라는 본래의 신호를 벗어나진 않았지만, 과감히 업종을 바꾸며 새로운 길을 택했습니다. ◆ 이직을 해야만 스페셜리스트가 될까요? 제 대답은 단호히 “그렇다!”입니다. 한 회사에서 같은 팀, 같은 본부에 수십 년을 머무는 건 - 자의든 타의든 - 거의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물론 예외적으로 정년까지 한 조직에서 근속하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은 내 의지나 조직장과의 관계, 회사 시스템의 변화, 사업 구조 개편 등 다양한 변수로 인해 언젠가 자리를 옮기게 됩니다. 결국 나만의 커리

[플라이미투더문] 노력도 가끔 배신한다…방향성 있는 노력이 중요

딸아이에게 종종 동화책을 읽어줄 때면, 필자는 아이의 비판적 사고를 강화해 주겠다는 명목 하에 여러 질문을 던지곤 한다. 물론 어깨 너머로 느껴지는 아이엄마의 불편한 시선은 마치 세금과도 같다. “백설공주가 주인 없는 난쟁이 집에 들어가서 음식을 먹고 침대에서 자는 것이 도덕적으로 올바른 것인가?” “신데렐라의 구두는 왜 12시가 지나도 변하지 않으며, 발사이즈로 특정인물을 가늠하는 것이 논리적인 접근인가?” 이러한 괴짜스러운 접근방식이 ‘토끼와 거북이’의 한 구절에 닿았다. “노력은 배신하지 않는다.” ◆ 노력도 가끔은 배신한다 얼마 전 매니저와의 관계로 어려움을 겪는 직원과 코칭을 진행 한 적이 있다. 그는 관계 개선을 위해 지금껏 다양한 시도를 해왔으며, 매니저에게 맞추려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나아지는 것이 없음을 느껴 정신적으로 위축이 되고 스스로에게 많이 실망한 상태였다. 심지어 내면에 매니저에 대한 미움과 원망도 커진 상태였다. “제가 얼마나 더 노력해야 하는 걸까요?” 힘겹게 꺼낸 그의 말에 나는 질문했다. “지금처럼 꾸준히 노력한 5년 후의 나를 상상한다면 어떠한 모습일까요?” 한참을 생각하던 그는 입을 열었다.

[Moonshot-thinking] 서울 오피스 시장의 조용한 이동…"큰 숲 아닌 다핵적 도시 생태계로 재편될 것"

도시는 숲과 같다. 거대한 나무가 뿌리를 내린 자리에는 그늘이 드리우고, 작은 풀과 꽃은 늘 주변부를 향해 흩어진다. 요즘 서울의 오피스 시장 또한 다르지 않다. 한때 기업들은 ‘큰 나무’의 상징인 대형 빌딩과 전통적 핵심 권역에 뿌리를 내리려 했다. 이제는 작은 숲을 이루며 점진적으로 흩어지고 있다. 이는 거대한 소용돌이가 아니라, 가늘고 지속적인 흐름이다. ◆ 경기 불확실성과 비용 절감의 명령 알스퀘어 리서치센터가 얼마전 발간한 ‘2025 오피스 임차시장 트랜드 리포트’는 이러한 변화를 수치로 확인해준다. 자료에 따르면 2023년 하반기부터 경기 동행지수가 하락세로 돌아서면서 기업의 재정 부담이 뚜렷해졌다. 이 과정에서 임차인들의 이전 수요는 서울 기타 지역으로 점진적으로 증가했다. 우연한 현상이 아니다. 기업들은 임대차 비용을 줄이고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공간 전략을 재조정하고 있다. 과거에는 ‘큰 빌딩에 입주해야 기업이 성장한다’는 믿음이 강했다면, 지금은 “얼마나 합리적”인가가 기준이 되고 있다. 단순한 비용 절감의 차원을 넘어, 불확실한 경기 환경 속에서 기업 생존을 위한 전략적 선택으로 읽힌다. ◆ 공실률, 안정과 불안 사이 서울 핵심 권역의 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