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스페이스=최동현 기자] 3월 주총 시즌이 마무리되면서 기업들이 본격적으로 배당 지급에 돌입한 가운데, 주요 20개 그룹 오너일가 여성들의 배당금 총액이 5780억원에 육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중 87%는 경영에 참여하지 않거나 명목상의 직책만 유지하고 있는데, 지분 보유만으로 적게는 수억원에서 많게는 수백억원대에 이르는 막대한 배당금을 수령하고 있다.
15일 리더스인덱스(대표 박주근)가 2024년 기준 20개 그룹 오너일가 여성 배당 현황을 조사한 결과, 총 101명이 5779억4200만원을 받은 것으로 집계됐다. 전년 대비 7.1% 감소한 수치지만, 이는 삼성가 세 모녀의 배당금이 487억원 이상 줄어든 영향이 크다. 실제로 삼성의 배당 감소분을 제외하면 전체 배당금 규모는 전년과 비슷한 수준이다. 20개 그룹 중 17 곳에서 여성 오너일가의 주식가치가 하락한 데 비해, 배당금이 줄어든 곳은 8곳에 불과했다.
여성 오너 배당금이 가장 많은 그룹은 삼성으로, 올해도 세 모녀가 개인 순위에서 나란히 1~3위를 차지했다. 세금 납부로 인한 주식 매각과 주가 하락 여파로 삼성가 여성들의 배당금은 10% 넘게 줄었지만, 여전히 압도적인 금액을 수령하고 있다.
맏딸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은 1482억8500만원을 받아 모친 홍라희 리움미술관 명예관장을 제치고 여성 개인 배당금 수령 1위에 올랐다. 이어 홍 관장은 1466억8800만원, 차녀인 이서현 삼성물산 전략기획담당 사장은 1144억4700만원을 수령해 총 배당금은 4094억4500만원에 달했다.
여성 배당금 2위 그룹은 LG가가 차지했다. 고(故) 구본무 선대회장 부인인 김영식 여사와 두 딸이 총 382억800만원을 배당받았다. 이 중 김 여사가 절반 이상인 204억9700만원을, 구연경 LG복지재단 대표는 142억1500만원(37.1%), 나머지는 구연수씨가 수령했다.
3위는 SK그룹이다. 2023년에는 최기원 행복나눔재단 이사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 두 사람만 배당금 명단에 있었으나, 지난해 최성환 SK네트웍스 사장의 부인 최유진씨와 딸 최현서씨가 추가돼 총 4명으로 늘었다. 다만 배당금의 대부분은 최기원 이사장에 집중됐다. 그는 전년보다 40% 이상 증가한 337억4000만원을 받아, 개인 배당금 기준으로 삼성가 세 모녀에 이어 4위를 기록했다.
4위는 DB그룹으로, 김주원 부회장(153억7600만원)을 비롯해 3명이 총 154억원을 수령했다. 이는 전년도 119억77300만원보다 28.8% 늘어난 수치다.
5위는 신세계그룹으로, 정유경 (주)신세계 회장과 모친 이명희 신세계그룹 총괄회장이 각각 103억8600만원, 44억3000만원을 받아 총 1481억6000만원을 기록했다. 신세계 주가 하락 영향으로 전년보다 25.3% 줄었다.
6위 GS그룹은 오너일가 여성 10명이 11.6% 증가한 121억5100만원을 수령했다. 허인영 승산 대표가 41억3900만원으로 가장 많았고 이어 허정현, 허연숙, Huh Alice Yoonyoung 등이 이름을 올렸다.
7위는 한국타이어그룹이다. 조희경 한국타이어나눔재단 이사장(68억6900만원), 동생 조희원씨(38억8300만원)를 중심으로 한 오너가 여성 4인이 총 108억100만원을 수령했다. 특히 한국타이어는 여성 오너가 배당금 증가율이 94.2%로 20개 그룹사 중 가장 높았다.
8위는 83억6100만원의 현대자동차그룹 여성들이었다. 정몽구 명예회장의 장녀 정성이 이노션 고문이 83억3900만원을 받아 대부분을 차지했고, 동생 정명이 현대커머셜 총괄대표는 2200만원을 수령하는 데 그쳤다. 다만 주가 하락으로 전년과 비교해선 16.0% 감소했다.
9위는 LS그룹으로, 구자은 LS 회장의 두 딸 구원경·구민기씨를 비롯한 총 8명의 여성 오너일가가 55억3500만원을 받았다. LS가 역시 주가가 떨어지면서 배당금은 전년 대비 42.5% 줄었다.
10위는 BGF그룹이다. 홍석조 회장의 동생인 홍라영 전 리움미술관 부관장이 40억100만원, 홍 회장 조카인 홍승연씨가 10억9400만원을 수령해 총 배당금은 전년도와 비슷한 50억9500만원이었다.
이외 10위권 바깥으로는 DN(15위), 아모레퍼시픽(17위) 등의 배당금이 큰 폭으로 증가한 반면 롯데(11위), OCI(14위) 등은 감소가 두드러졌다.
DN그룹은 김상헌 회장의 딸 김효정씨가 전년 15억원에서 10억원 늘어난 25억원의 배당금을 받았으며, 아모레퍼시픽그룹은 서경배 회장의 장녀 서민정씨(8억4300만원)와 차녀 서호정씨(8억100만원) 등 4명이 27% 증가한 18억4300만원을 수령했다.
롯데그룹은 고(故) 신격호 명예회장의 장녀 신영자씨, 막내딸 신유미씨 등 6명이 총 배당금 47억200만원을 받았다. 이는 전년 대비 44.3% 감소한 수치로, 신영자씨가 세금 납부 등의 이유로 롯데쇼핑 주식을 대량 매도하며 개인 배당금이 80억9200만원에서 43억7600만원으로 절반 가까이 줄어든 영향이 크다.
OCI그룹은 이우현 회장 동생인 이지현 OCI드림 대표를 비롯한 10명이 총 배당금 25억6500만원을 수령했다. 비중이 높은 이 대표가 보유 주식 94만5646주 중 절반을 매각했음에도 전체 배당금은 오히려 34.6% 증가했다.
한편 오너가 여성들의 주식가치는 4개 그룹을 제외하고 대부분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롯데가 -47.4%로 가장 큰 폭의 감소율을 보였는데, 이는 주가 하락에다 신영자씨의 주식 매도 영향이 동시에 작용한 결과로 보인다.
신세계(-42.7%), SK(-32.0%), OCI(-31.7%) 등도 주식가치가 크게 하락했다.
신세계는 주가 하락 여파로 오너가 여성들의 보유 주식가치가 8051억원에서 4610억원으로 줄며 3400억원 이상 감소했다. SK와 OCI 역시 주가가 떨어지면서 주식가치가 각각 2753억원, 379억원 줄어들어 30% 이상 낮아졌다.
반면 LS그룹은 여성 오너가의 주식가치가 22.3%(약 300억원) 늘었으며, 대신증권(17.5%, 약 54억원), DN(13.1%, 약 57억원)도 증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