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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pinion

[Moonshot-thinking] 지식산업센터의 변신과 재도약 “폐광서 금맥 찾기”

안그래도 공실인데 공급과잉 폭탄까지
의료시설·복합문화공간·공유창고 등 용도변경으로 되살아나

 

“3층부터 8층까지 전체가 공실이에요. 분양 당시에는 ‘대박’이라며 투자자가 몰렸는데, 발길이 뚝 끊겼죠.”


경기도 고양시의 한 지식산업센터 관리소장 김모씨(52)의 한숨이 깊다. 서울 가산디지털단지의 한 지식산업센터 분양을 추진했던 중개사무소 박모 대표는 “2022년 분양가 3.3㎡당 1500만원 이상으로 거래되던 호실이 1100만원대까지 떨어졌다”며 “매물은 쌓이는데 매수 문의는 말랐다”고 토로했다.

 

한때 ‘황금알을 품었던 거위’ 지식산업센터가 지금은 겨울잠에 빠진 아기 곰처럼 움츠러들었다. 그러나 깊은 동면에서 봄을 준비하는 움직임이 감지된다. 호텔 등 다른 상업용 부동산이 본래의 자리로 돌아가는 동안, 지식산업센터는 미래 성장산업으로 탈바꿈하며 제2의 전성기를 꿈꾸고 있다.

 

알스퀘어애널리틱스(RA)의 ‘2024년 4분기 지산 매매 지표’에 따르면 서울 지식산업센터 매매 지수(ROSI)는 191.1포인트로, 전 분기(201.2포인트) 대비 4.9% 하락했다. 이는 전년 동기(217.0포인트) 대비 11.9% 낮은 수준이다. 고점이었던 2022년 3분기와 비교하면 가격이 25%나 떨어진 수치다.

 

더 심각한 문제는 공급 과잉이다. RA 최근 시장 동향에 따르면 지식산업센터 거래는 고금리로 부동산 시장이 급격한 침체국면에 진입한 2022년 4분기보다 낮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지식산업센터를 더 짓겠다는 지자체들의 계획이 쏟아지는 상황이다.

 

이런 환경에서 지식산업센터의 용도 전환은 위기를 타개할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최근 몇 년간 시도된 성공 사례도 늘고 있다. 성수동과 송파구 문정동의 지식산업센터들은 근린생활시설이나 업무시설로 변신에 성공했다. 일부는 의료시설로 용도를 바꿔 새 생명을 얻었다. 또한 노후화된 시설을 리모델링해 복합문화공간이나, 공유창고, 신산업 거점으로 활용하는 움직임도 증가하고 있다.

 

이처럼 지식산업센터가 다양한 용도로 변신하는 이유는 기존 건물이 가진 인프라적 강점 때문이다. 넓은 공간과 높은 층고, 견고한 구조, 도심 접근성은 다양한 산업과 용도에 적합한 조건을 갖췄다. 특히 도심 내 위치한 지식산업센터는 접근성이 좋아 새로운 용도로 활용 가치가 높다.

 

용도 전환 과정은 순탄치 않다. 건축법,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 등 관련 법규에 따른 제한과 주차 대수, 정화조 용량, 소방 시설 등 다양한 기준을 충족해야 한다. 집합건축물인 지식산업센터의 경우 관리 규약에 따라 일정 비율 이상의 구분소유자 동의가 필요한 경우도 있어 실행에 제약이 많다.

 

또한 용도 전환을 시도하는 지식산업센터들이 실제로 성공할지는 여전히 불확실하다. 새로운 용도로의 전환은 상당한 초기 투자비용과 기술적 요건을 필요로 한다. 모든 지식산업센터가 이러한 전환에 적합한 것은 아니다. 시장 경쟁이 심화되면서 차별화된 경쟁력을 갖추지 못한 시설은 여전히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금리 인하 기대감이 커지면서 지식산업센터 시장의 회복 가능성도 함께 높아지고 있다. JLL코리아의 ‘상업용 부동산 시장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주요 경제국들의 금리 인하와 함께 한국은행의 추가 금리 인하 가능성이 부동산 시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지식산업센터 시장의 본질적 문제는 수요와 공급을 조절할 컨트롤타워가 없다는 점이다. 산업단지 내 지식산업센터는 산업단지관리공단이 직접 승인하고 분양 계약을 관리하지만, 산단 밖 지식산업센터는 지자체장의 승인만 있을 뿐 분양 계약 등에 대한 별도 관리가 이뤄지지 않는다. 투기 수요가 꺼지면서 과잉 공급된 지식산업센터는 공실 증가와 가치 하락으로 이어진다.

 

중소벤처기업부에 따르면 지식산업센터 입주에 주를 이루는 창업 기업 수는 2020년 148만 4600여개에서 2023년 123만 8600여개로 매해 감소하고 있다. 지식산업센터의 공실을 메울 입주기업들이 줄어들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는 지식산업센터에 입주할 수 있는 업종을 제조업, 지식산업, 정보통신업종에서 통신판매업, 전문건설업 등으로 확대했다. 공실을 줄이기 위한 방편이지만 첨단산업이나 지식기반 업종을 한 곳에 모아 시너지를 내려는 지식산업센터의 본래 취지가 퇴색되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결국 지식산업센터가 빛을 되찾기 위해서는 헬스케어 시설, 교육연구 시설, 복합문화공간 등 시대 변화에 맞는 새로운 용도로의 전환을 통한 가치 창출이 필요하다. 디지털 전환과 라이프스타일 변화가 빠르게 진행되는 환경에서, 지식산업센터의 인프라를 활용한 신사업 모델은 분명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무분별한 용도 전환보다는 지역 특성과 수요에 맞는 전략적 접근이 요구된다.

 

상업용 부동산 시장이 요동치는 가운데, 호텔은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가고 지식산업센터는 새로운 변신을 모색하는 대조적인 상황이다. 지식산업센터가 시대 변화에 적응해 혁신의 중심지로 거듭나 제2의 전성기를 맞이할 수 있을지, 성패는 용도 전환의 창의성과 실행력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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