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2.25 (수)

  • 맑음동두천 12.9℃
  • 구름많음강릉 8.9℃
  • 맑음서울 13.3℃
  • 맑음대전 11.0℃
  • 맑음대구 9.5℃
  • 흐림울산 9.4℃
  • 맑음광주 12.2℃
  • 구름많음부산 12.2℃
  • 맑음고창 9.9℃
  • 흐림제주 10.4℃
  • 맑음강화 10.8℃
  • 맑음보은 8.3℃
  • 맑음금산 10.3℃
  • 구름많음강진군 11.1℃
  • 흐림경주시 10.3℃
  • 구름많음거제 11.2℃
기상청 제공

Opinion

[Moonshot-thinking] 지식산업센터의 변신과 재도약 “폐광서 금맥 찾기”

안그래도 공실인데 공급과잉 폭탄까지
의료시설·복합문화공간·공유창고 등 용도변경으로 되살아나

 

“3층부터 8층까지 전체가 공실이에요. 분양 당시에는 ‘대박’이라며 투자자가 몰렸는데, 발길이 뚝 끊겼죠.”


경기도 고양시의 한 지식산업센터 관리소장 김모씨(52)의 한숨이 깊다. 서울 가산디지털단지의 한 지식산업센터 분양을 추진했던 중개사무소 박모 대표는 “2022년 분양가 3.3㎡당 1500만원 이상으로 거래되던 호실이 1100만원대까지 떨어졌다”며 “매물은 쌓이는데 매수 문의는 말랐다”고 토로했다.

 

한때 ‘황금알을 품었던 거위’ 지식산업센터가 지금은 겨울잠에 빠진 아기 곰처럼 움츠러들었다. 그러나 깊은 동면에서 봄을 준비하는 움직임이 감지된다. 호텔 등 다른 상업용 부동산이 본래의 자리로 돌아가는 동안, 지식산업센터는 미래 성장산업으로 탈바꿈하며 제2의 전성기를 꿈꾸고 있다.

 

알스퀘어애널리틱스(RA)의 ‘2024년 4분기 지산 매매 지표’에 따르면 서울 지식산업센터 매매 지수(ROSI)는 191.1포인트로, 전 분기(201.2포인트) 대비 4.9% 하락했다. 이는 전년 동기(217.0포인트) 대비 11.9% 낮은 수준이다. 고점이었던 2022년 3분기와 비교하면 가격이 25%나 떨어진 수치다.

 

더 심각한 문제는 공급 과잉이다. RA 최근 시장 동향에 따르면 지식산업센터 거래는 고금리로 부동산 시장이 급격한 침체국면에 진입한 2022년 4분기보다 낮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지식산업센터를 더 짓겠다는 지자체들의 계획이 쏟아지는 상황이다.

 

이런 환경에서 지식산업센터의 용도 전환은 위기를 타개할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최근 몇 년간 시도된 성공 사례도 늘고 있다. 성수동과 송파구 문정동의 지식산업센터들은 근린생활시설이나 업무시설로 변신에 성공했다. 일부는 의료시설로 용도를 바꿔 새 생명을 얻었다. 또한 노후화된 시설을 리모델링해 복합문화공간이나, 공유창고, 신산업 거점으로 활용하는 움직임도 증가하고 있다.

 

이처럼 지식산업센터가 다양한 용도로 변신하는 이유는 기존 건물이 가진 인프라적 강점 때문이다. 넓은 공간과 높은 층고, 견고한 구조, 도심 접근성은 다양한 산업과 용도에 적합한 조건을 갖췄다. 특히 도심 내 위치한 지식산업센터는 접근성이 좋아 새로운 용도로 활용 가치가 높다.

 

용도 전환 과정은 순탄치 않다. 건축법,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 등 관련 법규에 따른 제한과 주차 대수, 정화조 용량, 소방 시설 등 다양한 기준을 충족해야 한다. 집합건축물인 지식산업센터의 경우 관리 규약에 따라 일정 비율 이상의 구분소유자 동의가 필요한 경우도 있어 실행에 제약이 많다.

 

또한 용도 전환을 시도하는 지식산업센터들이 실제로 성공할지는 여전히 불확실하다. 새로운 용도로의 전환은 상당한 초기 투자비용과 기술적 요건을 필요로 한다. 모든 지식산업센터가 이러한 전환에 적합한 것은 아니다. 시장 경쟁이 심화되면서 차별화된 경쟁력을 갖추지 못한 시설은 여전히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금리 인하 기대감이 커지면서 지식산업센터 시장의 회복 가능성도 함께 높아지고 있다. JLL코리아의 ‘상업용 부동산 시장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주요 경제국들의 금리 인하와 함께 한국은행의 추가 금리 인하 가능성이 부동산 시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지식산업센터 시장의 본질적 문제는 수요와 공급을 조절할 컨트롤타워가 없다는 점이다. 산업단지 내 지식산업센터는 산업단지관리공단이 직접 승인하고 분양 계약을 관리하지만, 산단 밖 지식산업센터는 지자체장의 승인만 있을 뿐 분양 계약 등에 대한 별도 관리가 이뤄지지 않는다. 투기 수요가 꺼지면서 과잉 공급된 지식산업센터는 공실 증가와 가치 하락으로 이어진다.

 

중소벤처기업부에 따르면 지식산업센터 입주에 주를 이루는 창업 기업 수는 2020년 148만 4600여개에서 2023년 123만 8600여개로 매해 감소하고 있다. 지식산업센터의 공실을 메울 입주기업들이 줄어들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는 지식산업센터에 입주할 수 있는 업종을 제조업, 지식산업, 정보통신업종에서 통신판매업, 전문건설업 등으로 확대했다. 공실을 줄이기 위한 방편이지만 첨단산업이나 지식기반 업종을 한 곳에 모아 시너지를 내려는 지식산업센터의 본래 취지가 퇴색되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결국 지식산업센터가 빛을 되찾기 위해서는 헬스케어 시설, 교육연구 시설, 복합문화공간 등 시대 변화에 맞는 새로운 용도로의 전환을 통한 가치 창출이 필요하다. 디지털 전환과 라이프스타일 변화가 빠르게 진행되는 환경에서, 지식산업센터의 인프라를 활용한 신사업 모델은 분명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무분별한 용도 전환보다는 지역 특성과 수요에 맞는 전략적 접근이 요구된다.

 

상업용 부동산 시장이 요동치는 가운데, 호텔은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가고 지식산업센터는 새로운 변신을 모색하는 대조적인 상황이다. 지식산업센터가 시대 변화에 적응해 혁신의 중심지로 거듭나 제2의 전성기를 맞이할 수 있을지, 성패는 용도 전환의 창의성과 실행력에 달렸다.

배너
배너
배너

관련기사

51건의 관련기사 더보기


[콘텐츠인사이트] 찌질해도 아름다워 보이는 건 ‘청춘’… 〈파반느〉를 보고

설 연휴 동안 가족과 호캉스를 즐기고, 전시도 보고, 근사한 식사도 했지만, 틈틈이 업무를 놓지 못한 탓인지 몸과 마음이 제법 지쳐 있었다. 그렇게 금요일을 간신히 버텨낸 뒤, 퇴근길에 첫째 학원 픽업을 마치고 집에 돌아와 넷플릭스를 켰다. 늘 그렇듯, 화면 한켠에 신작이 눈에 띄었다. 〈파반느〉. 제목의 뜻은 차치하고, 원작이 소설이라는 말에 호기심이 동했다. 그렇게 120분이 채 되지 않는 ‘착한 러닝타임’에 몸을 맡겼다. 이 영화는 청춘 성장기라 쓰고, 어쩌면 ‘루저들의 이야기’에 가깝다. 대단한 반전도, 충격적인 결말도 아니다. 그저 보고 있노라면 은근히 따뜻해지는, 모닥불 앞에서 툭툭 튀는 불씨를 바라보는 듯한 감정에 가깝다. 다만 요한이라는 인물이 맞닥뜨리는 성공의 전개는 다소 급작스러워 보이기도 했다. 관객을 결말로 끌고 가기 위한 서사의 속도가 조금은 서두른 인상이다. 주연 배우의 우수 어린 눈빛 연기는 인상적이다. 〈미생〉 속 임시완이 떠오를 만큼, 촉촉하고 여린 표정 연기가 영화의 정서를 잘 받쳐준다. 다만 ‘원톱 스타’가 주는 존재감의 무게는 여전히 느껴진다. 작품의 완성도와는 별개로, 대중에게 각인된 얼굴의 힘이 얼마나 큰지 새삼 깨닫게

[콘텐츠인사이트] 왜 ‘착한 영화’는 흥행에 실패할까… <넘버원>을 보고

너무 안타깝다. 참 가슴 따뜻해지는, 말 그대로 ‘착한 영화’이기 때문이다. 흥행 전선에서는 일찌감치 이탈했지만, 연휴의 끝자락에 이 영화를 선택한 건 잘한 결정이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개인적인 고백을 하나 하자면, 아주 오래전 동생을 먼저 떠나보낸 경험이 있다. 이제는 가슴 먹먹함을 넘어, 기억조차 세월의 저편으로 희미해져도 이상하지 않을 만큼 시간이 흘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불현듯 눈시울이 붉어지는 순간이 있다. 이런 영화를 마주할 때는 예외 없이 그렇다. 그래서 먼저 말해두고 싶다. 가족을 떠나보낸 경험이 있는 분들이라면 마음의 준비를 하고 보시거나, 어쩌면 이번 작품은 피하는 편이 나을 수도 있다. (추신도 아니지만, 이 말은 꼭 남기고 싶었다.) 주인공(최우식)은 엄마가 해주는 밥을 먹을 때마다 정체를 알 수 없는 숫자가 줄어드는 기이한 현상을 겪는다. 이 숫자는 오직 그에게만 보이고, 결국 결혼을 약속한 여자친구(공승연)와의 관계에도 균열을 만든다. 주위에서 팔자가 사납단 소리를 듣는 엄마는 이미 남편과 큰아들을 떠나 보냈다. 이제 남은 혈육은 둘째 아들 하나뿐인데, 그마저 잃을지도 모른다는 불안 앞에 놓인다. 영화는 이렇게 다소 말이 안 되는

[콘텐츠인사이트] 말도 안 되는 설정이지만, 말이 되게 만들려는… 디플 <블러디 플라워> 시즌1 리뷰

여기 한 의사가 있다. 그는 살인자다. 그가 죽인 이들은 모두 범죄자들이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이 의사의 피가 치료 불가능한 불치병 환자들을 살릴 수 있다. 유죄인가, 무죄인가. 혹은 무죄 같은 유죄인가, 유죄 같은 무죄인가. 넷플릭스 신작을 거의 섭렵하다 보니, 오랜만에 다시 디즈니플러스에 접속하게 됐다. 말도 안 되는 설정처럼 보였지만, 스릴러 장르를 워낙 좋아하는 터라 설 연휴 잠깐 짬을 내어 보기엔 총 4부작 구성의 시즌1이 부담 없었다. 솔직히 2화까지는 다소 지루했고, 3화부터 그럭저럭 볼 만해졌으며, 4화에 이르러서야 호기심을 자극하는 지점에서 마무리된다. 한마디로 정리하면 ‘킬링타임용 작품’이다.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지만, 짧게나마 생각할 거리를 던져준다는 점에서는 나름의 의미를 부여하고 싶다. ◆ 말도 안 되는 설정에, 몰입할 수 있을까 “이게 현실도 아니고 영화인데, 그냥 그렇다고 여기고 보면 되지. 뭘 그리 따져?” 가끔 함께 사는 사람이 내뱉는 말이다. 맞는 말이다. 하지만 나는 영화일지라도 ‘개연성’을 꽤 중시하는 편이라, 그 고리가 느슨해지는 순간 몰입이 확 깨져버린다. 불치병을 살려낼 수 있다는 설정, 그 치료제가 살인

[콘텐츠인사이트] 진실과 거짓, 그 경계선… <레이디 두아> 최종 리뷰

“언제나 찾아오는 부두의 이별이 아쉬워 두 손을 꼭 잡았나~…” 단지 ‘부두’라는 단어의 차용 때문만은 아니다. 이 노랫말이 자연스레 떠올랐다. 심수봉의 애잔한 목소리가 영화의 OST처럼 뇌리를 스쳤다. ‘부.두.아.’ 제목만 봤을 때, 그리고 처음 접했을 때 이 단어 자체가 주는 어감은 흥미로웠다. 다만 ‘재미있겠다’보다는 ‘이게 뭐지?’에 더 가까웠다. 철저하게 자신의 신분을 속인 채, 심리학 박사는 아니지만 인간 본연의 감정을 건드리는 가스라이팅을 자유자재로 구사하며, 스스로 진화하는 괴물이 되어가는 인물. 그녀가 바로 주인공 신혜선이 연기한 ‘두아’다. 마지막 질문은 많은 생각을 남긴다. (*사실 그녀가 거짓말을 일삼는 사기꾼이라는 사실은 보는 내내 인지하게 되지만, 마지막 8화에서 그녀의 변론(?)을 듣고 나면 생각이 한순간 혼미해진다.) “이름이 뭐예요?” 무명씨도 있지만, 모든 이에게는 이름이 있다. 사람뿐 아니라 사물조차 그렇다. 기독교 신자로서 운명을 믿는다고 말하면 조금은 조심스럽지만, 그럼에도 나는 태어난 팔자, 숙명(여기서는 명운까지 포함해)을 어느 정도 믿는 편이다. 매회 1시간을 넘지 않는 총 8부작. 올 설 연휴 안방을 ‘후끈’ 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