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스페이스=이종화 기자] 국내 대표 가구 브랜드 일룸(대표이사 정보은)이 지난해 당기순이익이 절반 이상 급감하는 등 심각한 실적 부진을 겪었음에도 불구하고, 지주사 체제 전환 직후 막대한 배당 잔치를 벌인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일고 있다.
특히 해외 종속법인인 대만 법인이 완전 자본잠식에 빠져 수십억 원대의 대손상각비가 발생했음에도, 특수관계자와의 내부거래 비중은 여전히 압도적인 수준을 유지하고 있어 경영 리스크 관리에 적신호가 켜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3월 3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등록된 주식회사 일룸의 2025년도 감사보고서(삼일회계법인)에 따르면, 일룸의 2025년 매출은 3,398억원으로 전년(3,551억원) 대비 4.3%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영업이익은 62억원을 기록해 전년 66억원 대비 6.6% 감소했으며, 당기순이익은 64억원으로 전년(138억원) 대비 무려 54.0%나 급감했다.
영업이익률은 1.8%로 전년(1.9%)과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으나, 수익성 악화가 뚜렷하게 나타났다. 반면 배당금은 주당 7,000원으로, 배당률은 700%를 기록했다. 총 배당금은 36억7,000만원으로 전년(26억2,000만원) 대비 40.0% 증가했으며, 배당성향은 전년 19.0%에서 57.7%로 수직 상승했다. 이익잉여금은 1,206억원으로 나타났다.
판매비와 관리비는 1,544억원으로 전년 대비 3.8% 감소했다. 세부적으로 광고선전비는 184억원, 급여비는 88억원, 지급수수료는 113억원으로 조사됐다. 특히 광고선전비가 전년(216억원) 대비 15.0% 줄어들며 비용 절감에 나선 흔적이 엿보인다.
특수관계자와의 자금거래 및 영업거래 규모는 여전히 막대하다. 일룸은 당기 중 특수관계자로부터 총 488억원 규모의 매입 거래를 진행했다. 주요 매입처는 종속기업인 ㈜바로스(440억원), 기타 특수관계자인 ㈜퍼시스(354억원), 관계기업인 ㈜시디즈(169억원) 등이다.

부채비율은 28.6%로 집계됐으며, 유동비율은 155.5%로 나타나 재무 건전성 자체는 양호한 편이다. 단기차입금은 존재하지 않으며, 유동부채는 369억원, 현금성자산은 162억원으로 각각 집계됐다. 무형자산은 7,000만원 수준이다.
법정소송과 관련해서는 현재 1건의 소송이 피고 자격으로 진행 중이며, 원고의 청구금액은 총 5억3,400만원에 달한다. 최종 결과가 재무제표에 미칠 영향은 아직 예측할 수 없는 상태다. 주요 경영진에게 지급된 급여와 퇴직급여 내역은 별도로 공시되지 않았으나, 전체 임직원 급여는 88억원, 퇴직급여는 12억원으로 나타났다.
특이사항으로는 대대적인 지배구조 개편과 해외 법인의 부실 문제가 꼽힌다. 일룸은 2025년 10월 20일 포괄적 주식이전을 통해 지주회사인 주식회사 일룸홀딩스를 신설하고, 동 회사의 완전자회사(지분율 100%)로 편입됐다. 기존 개인주주 체제에서 지주사 체제로 전환한 직후, 일룸은 일룸홀딩스에 15억7,000만원의 중간배당을 실시했다. 실적이 반토막 난 상황에서 지주사로 자금이 흘러 들어간 셈이다.
또한, 종속기업인 대만 법인(Iloom Taiwan Inc.)의 부실 리스크도 현실화됐다. 대만 법인은 자본잠식 상태에 빠져 지분법 적용이 중지되었으며, 일룸이 대여해 준 단기대여금 5억7,000만원 전액에 대해 대손충당금이 설정됐다. 이와 관련해 당기 중 인식한 대손상각비만 28억원에 달하며, 미반영 지분법손실 누적액은 49억원을 넘어섰다.
기업재무분석 전문가는 "일룸이 지주사 체제로 전환하며 오너 일가의 지배력을 강화하는 한편, 실적 악화에도 불구하고 고배당 정책을 유지하고 있다"며 "대만 법인의 부실과 막대한 특수관계자 내부거래 등 경영 리스크 요인에 대한 철저한 관리가 필요해 보인다"고 지적했다.
한편 주식회사 일룸홀딩스는 2025년 10월 20일 포괄적 주식이전 방식으로 신설된 비상장 지주회사다. 일룸은 2025년 9월 16일 임시주주총회에서 주식의 포괄적 이전계획서를 승인하고, 같은 해 10월 20일을 이전일로 하여 일룸홀딩스를 완전모회사로 설립했다. 이에 따라 일룸의 주주구성은 기존 개인주주 체제에서 주식회사 일룸홀딩스(지분율 100%)로 전환되었으며, 일룸은 일룸홀딩스의 완전자회사가 됐다.
포괄적 주식이전은 완전자회사(일룸)의 기존 주주들이 보유 주식 전량을 완전모회사(일룸홀딩스)에 이전하고, 그 대가로 일룸홀딩스의 신주를 교부받는 구조다. 자기주식은 이전 대상에서 제외되므로, 실질적으로 일룸홀딩스의 주주는 손태희 사장(지분율 약 75.2%, 자기주식 제외 기준)과 손희령(약 24.8%)으로 구성된다. 두 남매가 일룸홀딩스 지분 100%를 나눠 보유하고 있으며, 외부 주주는 존재하지 않는다.
주목할 점은 주식이전 직전인 2025년 6월 30일, 일룸이 이사회 결의를 거쳐 보유 자기주식 82만9,835주 전량을 이익소각했다는 사실이다. 이 소각으로 총발행주식수가 1,35만4,050주에서 52만4,215주로 대폭 줄었다. 자기주식을 소각하지 않고 주식이전을 진행했다면 자기주식 역시 일룸홀딩스에 귀속돼 지배구조가 복잡해질 수 있었다.
감사보고서는 이 소각에 따른 이익잉여금 감소액을 110억9,821만3,290원으로 기재하고 있다. 이 소각 이후 손태희 사장의 실질 지분율(자기주식 제외 기준)은 기존 약 29.11%에서 75.2%로 급등했다.
일룸홀딩스 신설은 퍼시스그룹 전체 지배구조 재편의 일환이다. 퍼시스그룹은 창업주 손동창 명예회장과 장남 손태희 사장을 각각 정점으로 하는 이원화된 지배구조를 유지하고 있다.
퍼시스그룹은 2025년 한 해 동안 두 건의 대형 지배구조 재편을 단행했다. 첫째는 2025년 5월 퍼시스홀딩스의 인적분할로 ㈜퍼시스지주를 신설한 것이고, 둘째는 2025년 10월 일룸의 포괄적 주식이전으로 일룸홀딩스를 설립한 것이다. 두 건 모두 비상장 지주사를 신설하는 방식으로 이뤄져 중복상장에 따른 시장 반발을 최소화했다.
시장에서는 이번 일련의 재편을 손태희 사장 중심의 승계 사전 정비로 해석한다. 일룸홀딩스 설립으로 손태희 사장은 일룸→시디즈→바로스로 이어지는 계열사 지배 구조를 지주사 체제로 일원화했다. 장기적으로는 비상장사인 일룸홀딩스와 퍼시스지주 간 합병 등을 통해 손태희 사장 측으로 그룹 전체 지배력이 이동할 수 있다는 관측이 업계에서 제기된다.
기업재무분석 전문가는 "일룸홀딩스는 비상장 법인으로, 상장사 수준의 공시 의무를 지지 않는다. 일룸(완전자회사) 역시 비상장사"라며 "이에 따라 일룸홀딩스의 재무 현황, 배당 수취 내역, 내부거래 규모 등이 외부에 공개되지 않아 투명성이 낮다"고 지적했다.
바로스는 일룸이 55%, 손태희 사장이 45%를 보유한 계열사로, 퍼시스그룹의 물류·시공·사후관리를 담당한다. 바로스의 2024년 매출은 약 1,079억원으로 전년(852억원) 대비 26.6% 증가했으며, 이 중 특수관계자 매출이 858억원(전체의 79.7%)을 차지한다. 업계에서는 바로스를 키워 손 사장이 거액의 승계자금을 확보할 수 있도록 하는 시나리오가 유력하다고 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