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스페이스=김정영 기자]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8일(현지시간)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와 만나 최근 SK하이닉스의 고대역폭 메모리(HBM) 개발 속도가 엔비디아의 요구보다 빨라지고 있다는 얘기를 나눴다고 전했다. 최 회장은 황 CEO를 이날 만나 “제품을 팔고 왔다”고 말했다.
최 회장은 이날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고 있는 세계 최대 정보기술(IT)·가전 전시회 ‘CES 2025’ SK 전시관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오늘 젠슨 황 CEO와 만났다”며 이같이 말했다.
최 회장은 “그동안은 SK하이닉스의 개발 속도가 엔비디아의 개발 속도보다 조금 뒤처져 있어서 상대편(엔비디아)의 요구가 ‘더 빨리 개발해달라’는 것이었는데 최근에는 (SK하이닉스의) 개발 속도가 엔비디아를 조금 넘고 있다 이런 정도의 표현을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이제는 약간 역전 형태가 일어나기 시작했다”며 “언제 가서 뒤집힐지 모르지만 헤드 투 헤드(head-to-head)로 서로 개발 속도를 더 빨리 하고 있다는 게 HBM에 나온 전체 얘기였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엔비디아에 HBM을 사실상 독점 공급해 온 SK하이닉스는 지난해 3월 HBM 5세대인 HBM3E 8단을 업계 최초로 납품하기 시작한 데 이어 지난해 10월에는 HBM3E 12단 제품을 세계 최초로 양산하기 시작했다. 최 회장은 HBM 공급 관련해 “이미 다 실무진끼리 정해서 올해 공급량은 결정됐고 (이번 만남은) 그걸 확인하는 정도였다”고 전했다.
황 CEO가 지난 6일 CES 기조연설에서 인공지능(AI)의 발전상을 말하며 피지컬(physical) AI가 새로운 시대를 열 것으로 전망했다. 최태원 회장 역시 이번 CES 참석 인상으로 “로봇이나 우리 주변 기기 안에 AI가 들어가는 피지컬 AI가 일상화되고 상식화됐음을 확인하는 자리였다"면서 "젠슨 황 CEO와도 의견을 교환했다. 앞으로도 같이하면 좋겠다, 논의해보자 정도를 얘기했다”고 전했다.
연일 AI 사업 경쟁력 강화를 강조하고 있는 최 회장은 “좋든 싫든 해야만 하고 경쟁에서 뒤쳐지면 반도체, 조선, 철강 모든 산업의 경쟁력이 약화된다고 보인다”며 “AI는 선택적으로 할 수 있는 게 아니고 한국의 생존을 위해서라도 AI 인프라가 갖춰질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또 “현재는 AI를 제대로 할 수 있는 인프라와 사람 등 기본 환경이 갖춰져야 한다”며 “다른 나라에 의존하게 되면 우리 미래를 스스로 개척하기는 상당히 어려운 일이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최 회장은 이날 간담회에 앞서 SK 부스와 삼성전자 부스를 둘러봤는데 삼성전자 부스를 한종희 삼성전자 부회장과 임성택 삼성전자 한국총괄 부사장도 동행했다. SK 부스에서는 HBM3E 16단, 반도체 공정의 ‘게임체인저’로 불리는 SKC 유리기판 기술 등을 선보인다. 최 회장은 SKC 유리 기판 모형을 들어올리고는 “방금 팔고 왔다”고 웃으며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