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스페이스=이종화 기자] 국내 대기업 여성 평균 임금이 처음으로 남성의 70%를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근속연수와 비교하면 여전히 성별 임금 격차가 커서 여성의 직무 포지션과 승진 기회 확대 등이 과제로 남아 있다.
22일 리더스인덱스(대표 박주근)가 국내 500대 기업 남녀 직원 평균 연봉 및 근속연수 현황을 조사한 결과, 2024년 기준 여성 평균 연봉은 7405만원으로, 남성(1억561만원)의 70.1% 수준이었다. 이는 2023년의 68.6%에서 1.5%포인트(p) 높은 것으로, 2년 전(66.9%)에 비해서도 점진적으로 개선 추세다.
그만큼 매년 남녀 간 임금 격차가 줄어들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근속연수를 기준으로 따져보면 남녀 격차는 여전히 크다. 여성의 평균 근속연수는 9.2년으로 남성(11.9년)의 77.3%에 해당하지만 연봉 수준은 70.1%에 그쳤다. 즉, 동일한 기간 근속했더라도 여성이 약 7%p 낮은 대우를 받고 있는 셈이다.
이는 대기업 여성 비율이 전체 직원의 26.4%에 불과한 데다, 그마저도 이들 대부분이 낮은 직급에 머무르고 있다는 현실을 방증한다. 조직 내 지위와 보상 체계에서의 성별 불균형이 여전하다는 뜻이기도 하다.
양성평등 기반으로 조직의 다양성을 높이기 위해선 ‘3E’가 전제돼야 한다. 3E는 동등한 기회(Equal Opportunity), 동등한 지위(Equal Position), 동등한 급여(Equal Pay)를 의미한다. 이에 비춰보면 급여 측면은 점차 개선되고 있지만 기회와 지위에서는 남성이 우위를 차지하는 구조가 지속되고 있다.
이런 불균형은 특정 산업군에서 더욱 뚜렷하게 나타났다. 상사, 증권, 보험, 운송, 은행 분야가 대표적으로, 여성의 근속연수가 남성과 비슷하거나 오히려 긴 경우에도 연봉 격차는 더 컸다. 특히 증권을 제외한 이들 업종에서는 근속연수 대비 연봉 격차가 전년보다 더욱 벌어졌다.
상사업의 경우 여성의 평균 근속연수는 11.3년으로 남성(10.1년)보다 길었지만, 평균 연봉은 7000만원으로 남성(1억1510만원)의 60.8% 수준에 불과했다.
증권업 역시 여성의 근속연수(10.8년)가 남성(10.3년)을 앞섰지만, 연봉은 남성(1억5200만원)의 65%인 9900만원에 머물렀다.
보험업은 남녀 근속연수가 각각 13.0년과 13.1년으로 거의 차이가 없지만, 여성의 연봉은 8800만원으로 남성(1억3100만원)의 67.5%에 그쳤다.
운송업은 여성의 근속연수(9.5년)가 남성(10.2년)의 92.6% 수준이었지만, 연봉은 6400만원으로 남성(9700만원)의 66.2%에 불과했다.
은행업도 평균 근속연수가 남성 15.4년, 여성 14.5년으로 큰 차이가 없었지만, 연봉은 남성이 1억2800만원으로 여성(9700만원)보다 24.5% 많았다.
이 외에도 서비스, 에너지, 유통 업종에서도 여성의 평균 근속연수가 남성의 80% 이상으로 긴 편이었으나, 평균 연봉은 각각 75.6%, 70.4%, 68.8% 수준으로 낮아 성별에 따른 격차가 여전히 컸다.
한편, 남녀 근속연수 차이가 적으면서도 전체 근속연수가 가장 긴 기업은 신한카드였다. 이 회사 평균 근속연수는 19.3년으로, 남성(19.0년)보다 여성(19.6년)이 더 긴 것이 특징이다.
또 에코플라스틱(18.7년), 대한항공(18.4년), 에이비엘생명보험(18.0년), 한국스탠다드차타드은행(17.9년) 등도 평균 근속연수가 길게 나타났다.
근속연수 자체가 20년 이상인 기업은 KG모빌리티(23.0년), 에스제이지세종(22.3년), 기아(21.8년), KT(20.5년), SK인천석유화학(20.0년) 등의 순으로 조사됐지만, 이들 기업은 남녀 간 격차가 3.3년에서 최대 16.0년까지 벌어졌다.
평균 연봉에서 남녀 차이가 거의 없는 기업들도 있다.
서연이화와 세아창원특수강은 남녀 평균 연봉이 각각 1억1300만원, 8500만원으로 동일했다. 풍산은 남성 9282만원·여성 8974만원으로 96.7%였으며, 현대케피코는 남성 1억1800만원·여성 1억1400만원으로 96.6%, 에코프로비엠은 남성 6100만원·여성 5800만원으로 95.1% 수준의 비교적 작은 격차를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