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스페이스=조일섭 기자] 오너가 있는 대기업집단 총수 4명 중 1명은 경영에 참여하면서도 등기이사를 맡고 있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오너 친인척 가운데 등기임원을 겸직하는 이는 137명이고, 이 중 26명은 5곳 이상에 이름을 올리고 있었다.
총수가 등기임원을 맡지 않고 있는 대기업은 삼성(이재용), 한화(김승연), HD현대(정몽준), 신세계(이명희), CJ(이재현), DL(이해욱), 미래에셋(박현주), 네이버(이해진), 금호아시아나(박삼구), DB(김준기), 에코프로(이동채), 이랜드(박성수), 한국타이어(조양래), 태광(이호진), 삼천리(이만득), 대방건설(구교운), 유진(유경선), BGF(홍석조), 하이트진로(박문덕), 파라다이스(전필립) 등 20곳이었다.
14일 기업분석연구소 리더스인덱스(대표 박주근)가 자산규모 5조원 이상의 대기업집단 중 동일인이 자연인인 집단의 총수 및 친인척 경영 참여 현황과 등기임원 등재 여부를 조사한 결과, 2023년에는 82개 대기업집단 중 74곳의 총수 26명(35.1%)이 등기임원을 맡고 있지 않았으나, 2024년에는 그 비중이 25.6%(88개 대기업집단 중 78곳 20명)로 떨어졌다.
친인척들의 등기임원 등재 건도 다소 증가했다. 2023년에는 오너 친인척 294명이 등기임원이었으나, 신규 대기업집단 편입으로 전체 계열사가 795개에서 811개로 늘어나면서 2024년엔 그 수가 310명으로 16명 많아졌다. 재계 경영권 승계작업이 가속화된 영향으로 분석된다.
4개 그룹(부영, 코오롱, 금호석유화학, 동원)은 지난해 총수가 새롭게 등기임원에 올랐다. 부영그룹의 이중근 부영 회장과 금호석유화학그룹의 박찬구 회장은 2023년 광복절 특사로 사면된 이후 등기임원으로 복귀했으며, 코오롱(이웅열 명예회장→이규호 부회장)과 동원그룹(김재철 명예회장→김남정 회장)은 각각 총수가 변경되면서 등기임원 명단에 올랐다.
총수 친인척들의 등기임원 겸직 추이도 비슷했다. 2곳 이상에서 등기이사를 맡은 친족이 2023년 147명이고 지난해엔 137명으로 집계됐다. 5곳 이상의 계열사에서 겸직한 사례는 33명에서 26명이 됐다.
등기임원 겸직이 가장 많은 인물은 이중근 부영그룹 회장으로, 9개 계열사 대표이사와 6개 사내이사를 포함해 총 15곳에서 등기임원을 맡고 있다. 그의 장녀인 이서정 부영주택 전무로 13곳에서 사내이사를 맡아 두 번째로 많았다. 부영그룹은 이 회장 부인인 나길순 부영엔터테인먼트 대표이사, 차남 이성욱 천원종합개발 대표이사 등 6명의 가족 중 4명이 등기임원이다.
SM그룹에서는 우오현 회장의 차녀 우지영씨의 남편인 박흥준 STX건설 대표이사가 13개 계열사 등기임원으로 올라 있다. 우오현 회장은 12곳, 삼녀 우명아 신화디앤디 대표는 10곳에서 등기임원을 맡고 있다. 이 외에도 장남 우기원 SM하이플러스 대표 8곳, 장녀 우연아 삼라농원 대표 5곳, 차녀 우지영 태초이앤씨 대표 7곳, 사녀 우건희 코니스 대표 5곳 등 총수일가 11명이 71곳 계열사에서 겸직 중이다.
한편, 지난해 신규로 대기업 집단에 편입된 그룹에서도 겸직 사례가 두드러졌다. 원익그룹은 이용한 회장 8곳을 비롯해 장녀 이민경 캐어랩스 상무 10곳 등 친인척 10명이 27개 계열사의 등기임원으로 활동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