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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테크

[빅테크칼럼] AI 법률봇 한 방에 ‘데이터 제국’ 휘청…앤스로픽 쇼크가 보여준 월가의 새 공포

 

[뉴스스페이스=윤슬 기자] 2월 3일(현지시간) 뉴욕증시는 기술주 매도와 중동발 지정학 리스크가 겹치며 사상 최고치 부근에서 일제히 후퇴했다. CFD 기준 미 증시 대표 지수인 US500는 2월 3일 6898포인트까지 밀리며 전일 대비 1.12% 하락, 한 달간은 거의 보합이지만 1년 전보다는 14.25% 높은 수준을 여전히 유지하고 있다.

finance.yahoo, cnbc, reuters, timesleaderonline, lawnext, forbes 보도에 따르면 S&P500 실물 지수는 이날 6917.81(-0.84%), 나스닥은 2만3255.18(-1.43%), 다우존스30은 4만9240.99(-0.34%)로 마감했다. 3대 지수 모두 약세였지만 S&P500 구성 종목 상당수는 상승해, 빅테크 중심 장세에서 경기·가치주로 돈이 옮겨가는 ‘순환매’ 흐름이 뚜렷했다는 평가다.

디지털 전환 수혜 기대가 큰 월마트는 2.9% 뛰며 시가총액 1조달러를 돌파했고, 경기 바로미터로 불리는 페덱스도 5%대 상승세를 이어갔다. JP모건체이스와 씨티그룹 등 대형 은행주도 동반 상승하면서, AI·반도체가 이끌던 ‘한 줄 세우기’ 장세가 점차 폭넓은 종목 장세로 바뀌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

‘앤트로픽 공포’…소프트웨어·데이터·법률 섹터가 직격탄


이번 조정의 중심에는 미국 AI 스타트업 앤트로픽(Anthropic)이 던진 작은 기술 업데이트 하나가 있었다. 앤트로픽은 자사 업무 특화 모드인 ‘클로드 코워크(Claude Cowork)’에 법률·영업·마케팅·데이터 분석 등 부서별 반복 업무를 자동화하는 플러그인 11종을 깃허브에 오픈소스로 공개했다.

 

법률 플러그인은 계약 검토, NDA(비밀유지계약) 분류, 컴플라이언스 체크, 템플릿 브리핑 작성 등 인하우스 변호사들의 일상 업무를 대체·보조하도록 설계됐으며, 슬랙·박스·마이크로소프트365 등 기업용 SaaS와의 연동도 지원한다.

앤트로픽은 “모든 결과물은 변호사 검토를 거쳐야 한다”고 단서를 달았지만, 법률테크 업계에서는 “파운데이션 모델 회사가 처음으로 ‘모델+워크플로’ 패키지로 직접 시장에 내려왔다”는 평가가 나왔다.

이 발표 직후 월가에서는 “AI 업체가 더 이상 API 공급자(인프라)가 아니라, 고객과 정면으로 경쟁하는 워크플로 플레이어로 올라섰다”는 인식이 급속히 확산됐다. 그 결과, 기존에 ‘AI 수혜주’로 분류되던 소프트웨어·데이터·법률 정보 서비스 기업들이 오히려 ‘AI 직격탄’으로 재분류되며 주가가 폭락하는 역전 현상이 벌어졌다.

 

톰슨 로이터 –19%, 가트너 –20%…데이터 제국들 하루 만에 ‘가격 재평가’

 

가장 큰 충격은 법률·데이터 분석의 상징인 톰슨 로이터와 유럽 정보 서비스 업체들에 집중됐다. 모닝스타·마켓스크리너 등에 따르면 톰슨 로이터(TSX 상장)는 2월 3일 토론토 시장에서 17~19% 급락해 주당 120.83~123.21캐나다달러 선으로 추락, 52주 동안 쌓인 주가의 절반 가까이가 사라진 상황이다.

 

월스트리트저널 라이브 블로그에선 “데이터·법률 서비스 제공업체 톰슨 로이터가 앤트로픽의 AI 법률 자동화 도구 발표 이후 16% 하락했다”고 전하며, 이번 조정이 코로나19 초기 이후 가장 큰 낙폭이라는 평가를 내놨다.

‘웨스트로(Westlaw)’를 보유한 톰슨 로이터 법률 부문은 그간 높은 진입장벽과 구독 기반 매출을 앞세운 ‘철옹성’으로 여겨졌지만, 이제는 AI 에이전트가 계약 검토·검색·요약을 직접 처리하는 구조적 경쟁에 직면했다는 것이 시장의 공통된 인식이다.

 

유럽에서도 법률·정보 서비스 기업인 렐엑스(RELX)와 볼터스 클루워(Wolters Kluwer)가 각각 11~17%, 8~13% 빠지는 등 동반 매도에 휘말렸고, 런던증권거래소그룹(LSEG) 역시 7~12% 하락하며 “5년래 최악의 하루”를 기록했다는 보도가 잇따랐다.

 

미국 비즈니스 인사이더는 “RELX –15%, 볼터스 클루워 –13%, 톰슨 로이터 –19%, 리걸줌(LegalZoom) –18% 등, 업계 전반이 하루 만에 10% 이상 밀렸다”며 “AI 법률 플러그인 하나가 법률 소프트웨어 섹터 전체의 밸류에이션을 다시 쓰게 만들었다”고 전했다.

중국 차이롄(財聯社)과 중국계 투자 미디어 또한 “AI 교란에 가장 취약한 종목들이 또 한 번 큰 폭 하락했다”며 RELX –14%, 볼터스 클루워 –11%를 실시간 집계해 보도했다.

‘AI 수혜주’에서 ‘AI 리스크주’로…월가가 본 구조적 신호


흥미로운 것은 이번 쇼크가 AI 버블 붕괴가 아니라, ‘AI 가치사슬 내 권력 이동’에 대한 리프라이싱이라는 점이다.


노무라, 모건스탠리 등은 이미 연초 보고서에서 “특화된 AI 도구와의 경쟁 심화가 톰슨 로이터·RELX 같은 데이터·법률 서비스 기업에 가장 큰 리스크”라고 경고했는데, 이번 앤트로픽 플러그인이 그 우려를 구체적 제품 형태로 시현한 셈이다.

 

앤트로픽이 공개한 플러그인은 MCP(Model Context Protocol)를 활용해 기업 내부 시스템과 안전하게 양방향 연동되도록 설계돼 있는데, 이는 단순 ‘챗봇’이 아니라 계약·데이터·문서를 실제 워크플로 상에서 처리하는 ‘에이전트형 도구’에 가깝다.

 

즉, 과거에는 “모델 회사(앤트로픽·오픈AI)가 API를 제공하고, 소프트웨어 회사가 워크플로를 만든다”는 역할 분담 구조였다면, 이제는 모델 회사 자체가 ‘모델+워크플로+배포 채널’을 한 번에 묶어 시장에 진입하는 구도가 형성되고 있다.

이 과정에서 가장 먼저 타격을 받는 것은 데이터·콘텐츠를 직접 보유하되, 인터페이스·검색·리포트에 강점이 있던 정보 서비스 기업, 인하우스 법률·컨설팅·마케팅 업무를 정형화해 SaaS로 팔던 B2B 소프트웨어 업체들이다. 

 

반대로, 칩·클라우드·모델 인프라처럼 ‘AI 트래픽이 늘수록 수익이 증가하는 레이어’는 여전히 자본 유입이 집중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엔비디아 같은 빅테크도 이날 동반 약세를 보였지만, 이들의 조정은 실적 랠리 이후 차익실현 성격이 강하다는 해석이 우세하다.

 

월스트리트 전략가들은 “2026년은 AI 가치사슬의 승자와 패자가 명확히 갈리는 해”라며, “AI 가치사슬 한복판, 특히 기존 구독형 정보·전문 서비스 모델에만 의존하는 기업은 밸류에이션 디스카운트 압력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진단한다.

 

다만 일부 리서치 하우스는 “현재의 급락은 ‘먼저 쏘고 나중에 묻는’ 과잉 반응”이라며, 실제 매출·영업이익이 얼마나 빠르게 잠식될지에 대해서는 추가 데이터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선을 긋고 있다.

 

중동 긴장·유가·비트코인…변동성의 또 다른 축


지정학 리스크도 시장의 신경을 곤두서게 만든 변수였다. 미 해군이 아라비아해에서 미 항공모함을 향하던 이란 무인기를 격추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3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배럴당 63.21달러로 1.72%(1.07달러) 상승 마감했다.

 

국제 유가가 다시 60달러대 중후반으로 안착하는 가운데, 일부 에너지 리서치 기관은 “지정학 프리미엄이 과도하게 붙었던 지난달 랠리의 일부 되돌림 이후 60~65달러 박스권이 형성될 것”이라는 전망을 제시하고 있다.

 

유가 변동성은 항공·크루즈·운송·소비 경기 전반에 직간접 영향을 미치면서, 최근 순환매 장세에서 섹터별 수급 이동을 촉발하는 촉매로 작용하고 있다.

 

암호화폐 시장에선 비트코인이 트럼프 대통령 재집권 이후 최저 수준으로 밀리며 또 다른 변동성 축이 되고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비트코인은 2월 3일 한때 7만3762달러까지 떨어져 2025년 4월 저점(7만4424.95달러)을 하회했고, 연초 대비 낙폭은 15%를 넘어섰다. 

포브스는 “트럼프 대통령의 케빈 워시 연준 의장 내정 이후 금리 경로 재평가가 이뤄지면서, 비트코인이 하루 새 7% 이상 급락해 7만7900달러까지 밀렸다”고 전했다.

이후 시장에선 7만달러 중반대에서 ‘저가 매수’ 시도가 이어지며 7만8000달러 안팎으로 일부 회복했지만, ‘친(親)크립토’ 행정부라는 정치 프리미엄만으로는 고금리·강달러 환경을 상쇄하기 어렵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빅테크 전문가는 "2월 초 뉴욕증시는 AI로 성장하는 시장이 아니라 AI로 재편되는 시장이라는 사실을 수치로 보여주고 있다"면서 "특히 법률·데이터·전문 서비스처럼 그동안 ‘디지털 전환의 승자’로 여겨졌던 섹터가 하루 만에 ‘AI 공포주의(恐怖株)’로 뒤바뀐 것은, 국내외 정보·컨설팅·콘텐츠 업계에도 결코 남의 일이 아니라는 점을 시사한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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