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스페이스=이종화 기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반도체 투톱이 새해 이틀 만에 시총 130조원을 늘리며 ‘무서운 질주’를 펼치고 있다. 1월 둘째 거래일까지 단 이틀 만에 두 종목 시가총액이 130조원 넘게 불어나며 코스피를 사상 첫 4400선으로 밀어 올렸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1월 5일 정규장 마감 기준 삼성전자는 전 거래일 대비 7.47% 오른 13만8,100원에 거래를 마치며 장중 ‘13만8,600원’까지 치솟았다. 올해 첫 거래일(1월 2일) 7.17% 급등에 이어 2거래일 연속 7%대 급등을 기록한 것으로, 시가총액은 이틀 새 709조7,645억원에서 817조5,020억원으로 약 108조원 증가했다. 이는 LG에너지솔루션(시총 약 87조원)을 한 번에 새로 상장한 것에 맞먹는 덩치다.
SK하이닉스도 질주했다. 5일 종가 기준 주가는 69만6,000원으로 마감하며 장중 ‘70만 닉스’를 터치했고, 시가총액은 506조6,896억원으로 사상 처음 500조원을 돌파했다. 지난해 마지막 거래일 기준 473조9,295억원에서 불과 2거래일 만에 30조원 이상 몸집을 키운 셈이다.
이로써 삼성전자·SK하이닉스 합산 시가총액은 1,324조원 수준에 이르며 코스피 전체 시가총액의 비중을 한층 더 키웠다.
코스피 4400 돌파, 외국인·ETF까지 ‘동반 폭발’
반도체 랠리는 지수와 수급 전반을 흔들었다. 코스피는 5일 4,457.52로 마감하며 사상 첫 4,400선을 돌파했고, 장중·종가 기준 모두 사상 최고치를 새로 썼다. 외국인은 새해 첫 이틀 동안 유가증권시장에서 2조8,000억원 안팎을 순매수하며 지수 상승을 주도했다.
ETF 시장도 들썩였다. 증권가 집계에 따르면 반도체·2차전지 중심 레버리지 및 인덱스 ETF로 자금이 집중되며 국내 상장 ETF 전체 시가총액은 5일 기준 300조원을 처음 넘어섰다. 특히 삼성전자·SK하이닉스를 주요 편입 종목으로 삼는 코스피200 및 반도체 관련 ETF에 외국인·기관 매수세가 집중되면서 지수·ETF·현물 간 ‘동시 폭발’ 구도가 형성됐다는 평가다.
“영업이익 90조·80조 시대”…컨센서스가 끌어올린 밸류에이션
이번 랠리의 동력은 숫자가 말해 준다. 현대차증권 김재승 연구원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2026년 영업이익 컨센서스를 각각 약 90조8,000억원, 80조5,000억원 수준으로 제시하며 “국내 주요 반도체 기업들의 영업이익 전망치가 지난달 이후 빠르게 상향 수정되고 있어 코스피 전체 실적 전망치도 추가 상향 여지가 크다”고 진단했다.
주요 증권사 리포트를 종합하면 두 회사의 2026년 합산 영업이익 컨센서스는 160조원 안팎이지만, 키움증권·iM증권·모건스탠리·노무라 등은 최고치 기준으로 삼성전자 107조6,120억원, SK하이닉스 93조8,430억원을 제시해 ‘합산 200조원 시대’ 가능성까지 열어놓고 있다.
모건스탠리는 삼성전자 2026년 영업이익 116조4,480억원(반도체 부문 94조6,250억원)을, 노무라는 SK하이닉스 2026년 99조원, 2027년 128조원까지 내다보며 슈퍼사이클의 장기화를 전망했다.
단기 실적 전망도 가파르게 올랐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 기준 삼성전자 2025년 4분기 컨센서스는 매출 89조2,173억원, 영업이익 16조4,545억원 수준이지만, 현대차증권은 영업이익을 19조5,420억원, 다올투자증권은 20조4,000억원, IBK투자증권은 21조7,460억원까지 제시하며 분기 영업이익 20조원 돌파 가능성을 열어뒀다. KB증권은 같은 분기 실적으로 매출 91조원, 영업이익 19조원 전망을 내놓고 목표주가를 16만원까지 상향 조정했다.
SK하이닉스 역시 ‘이익 레버리지’가 가팔라지고 있다. 대신증권은 2025년 4분기 SK하이닉스 영업이익을 14조5,120억원으로 상향 조정하고, 2026년 연간 영업이익 전망을 72조원으로 올리며 목표주가 70만원(시총 약 500조원)을 제시했는데, 불과 1년여 만에 실제 시총 500조원을 돌파하며 목표치에 도달한 셈이 됐다.
글로벌 메모리 슈퍼사이클·HBM 대란, 한국 ‘쌍끌이 수혜’
국내 반도체 투톱의 ‘질주’는 글로벌 메모리 슈퍼사이클과 맞물린 현상이다. 세계반도체무역통계기구(WSTS)는 2026년 글로벌 반도체 시장이 전년 대비 25% 이상 성장해 9,75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면서, 메모리와 로직이 30% 이상 성장률로 성장을 주도할 것으로 내다봤다. AI 서버와 데이터센터, 고성능 컴퓨팅(HPC) 수요가 폭증하면서 HBM과 DDR5를 중심으로 메모리 가격이 구조적으로 상승하는 국면이라는 분석이다.
실제 글로벌 메모리 3강 중 하나인 미국 마이크론테크놀로지는 2026 회계연도 1분기(2025년 11월 종료) 실적에서 매출 136억달러, 전년 동기 대비 57% 증가와 56.8%의 높은 매출총이익률을 기록했고, 2026년 HBM 공급 물량은 이미 전량 판매(fully booked)된 상태라고 밝혔다. 마이크론은 AI 메모리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2026년 설비투자 계획을 기존 180억달러에서 200억달러로 상향 조정했고, 시장에선 2026~2027년 EPS가 30달러를 넘길 것이라는 전망까지 제시한다.
한국 메모리 양대 축인 삼성전자·SK하이닉스는 이 구조적 호황의 최대 수혜주로 꼽힌다. 트렌드포스 자료를 인용한 국내 리포트에 따르면 HBM 생산 우선 배치로 범용 D램 공급이 상대적으로 타이트해지면서 범용 가격까지 동반 상승하는 ‘HBM-레버리지’ 구도가 형성되고 있고, 이로 인해 두 회사의 2026년 영업이익이 코스피 전체 영업이익의 40%를 웃도는 수준까지 비중을 키울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13만전자·70만닉스’ 이후, 남은 변수는 트럼프 리스크와 사이클 피크
시장에선 이번 랠리가 연초 효과에 그치지 않고 상반기 내내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여러 증권사는 AI 인프라 투자와 메모리 공급 부족이 2026년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면서, 2026년을 글로벌 반도체 시장 1조달러(약 1,300조원) 시대 직전의 피크아웃 국면으로 정의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1분기 내 코스피 5,000 돌파 가능성”까지 거론될 정도로 낙관론이 커진 상황이다.
다만 리스크 요인도 뚜렷하다. 국내외 리포트에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재집권 이후 관세 정책과 미·중 갈등이 반도체 공급망과 중국향 수요에 미칠 영향, 그리고 AI 투자 사이클이 2027년 이후 둔화할 가능성 등을 최대 복병으로 지목한다.
또한 WSTS와 일부 투자은행은 "2026년 이후 성장률이 한 자릿수로 내려앉을 수 있다"며, "현재의 고마진 환경이 구조적 ‘뉴노멀’인지, 전형적인 사이클 피크인지에 대한 논쟁도 지속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결국 1월 초 이틀간의 ‘13만전자·70만닉스’ 랠리는 숫자가 만든 장세이자, 글로벌 메모리 슈퍼사이클에 올라탄 한국 반도체 투톱의 위상을 재확인해준 사건으로 평가된다. 향후 1~2년 동안 영업이익 200조원 시대가 현실이 될지, 그리고 코스피 5,000선 돌파가 일회성 이벤트가 아닌 구조적 레벨업으로 굳어질지는, 트럼프 시대 통상정책과 AI 투자 모멘텀의 지속 여부가 가늠자가 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