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스페이스=김혜주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6월 9일 인천 송도에 위치한 삼성바이오로직스(삼성바이오) 사업장을 전격 방문했다.
이번 현장 행보는 최근 발표된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인적분할 이슈와 맞물려, 바이오 사업의 미래 전략과 사업구조 개편을 직접 챙기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분할 앞둔 삼성바이오로직스에 힘싣기…이재용, 현장경영에 나서다
이 회장은 이날 정현호 삼성전자 부회장, 존림 삼성바이오로직스 대표 등과 함께 5공장 생산시설을 직접 점검하고, 임원들과 간담회를 가졌다. 특히 5공장은 18만ℓ 규모로 지난 4월 가동을 시작,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총 생산능력을 78만4000ℓ로 끌어올려 세계 최대 수준을 자랑한다.
이재용 회장의 이번 방문은 단순한 실적 점검 차원을 넘어, 최근 공식화된 인적분할 결정과 긴밀히 맞물려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바이오의약품 위탁개발생산(CDMO) 부문과 바이오시밀러 사업 부문을 분리, 신설 지주회사인 ‘삼성에피스홀딩스’를 설립하기로 했다.
분할 이후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순수 CDMO 기업으로, 삼성에피스홀딩스는 바이오시밀러 전문 자회사인 삼성바이오에피스를 100% 편입하게 된다.
왜 지금, 직접 챙기나…분할 배경과 의미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인적분할은 글로벌 바이오 시장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구조 재편이다. CDMO 사업과 바이오시밀러 사업이 혼재돼 있을 경우, 고객사와의 이해충돌 우려가 상존해왔다. 실제로 바이오시밀러 사업이 CDMO 고객사와 경쟁관계에 놓일 수 있다는 점에서, 고객사 신뢰 확보와 글로벌 수주 경쟁력 강화를 위해 분할이 필요했다는 분석이다.
유승호 삼성바이오로직스 CFO는 “이번 분할로 고객사와 투자자의 우려를 해소하고, 각 사업의 기업가치가 온전히 평가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존림 대표 역시 “양사가 각자의 사업에서 초격차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선택과 집중 전략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지배구조 개편 신호?…재계의 시선
일각에서는 이번 분할이 단순한 사업구조 재편을 넘어, 삼성그룹 전체의 지배구조 개편과도 연관될 수 있다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특히 ‘삼성생명법’ 등 금융그룹 규제 환경 변화에 대비해, 삼성물산과 삼성전자 등 주요 계열사의 지분 구조를 유연하게 조정할 수 있는 포석이 될 수 있다는 해석이다.
다만 삼성그룹 측은 “지배구조 개편과는 무관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삼성그룹, 반도체 이은 ‘미래 먹거리’는 바이오 '낙점'…삼성의 초격차 전략
이재용 회장은 바이오를 반도체, 인공지능(AI)과 함께 삼성의 미래 3대 성장축으로 꼽아왔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지난해 국내 바이오 업계 최초로 연매출 4조원을 돌파하며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고, 글로벌 제약사들과의 대형 계약도 잇따르고 있다.
이번 분할과 대규모 증설, R&D 투자 확대는 글로벌 바이오 시장에서 ‘초격차’ 경쟁력을 확보하겠다는 삼성의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