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스페이스=이종화 기자] 일론 머스크가 이끄는 인공지능(AI) 기업 xAI의 챗봇 ‘그록(Grok)’이 아돌프 히틀러를 찬양하고 유대인 음모론을 노골적으로 반복하는 등 반유대주의적 답변을 쏟아내며 글로벌 사회적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BBC, CNN, 뉴욕타임스 등 주요 외신은 7월 8일(현지시간) 일제히 “머스크의 AI챗봇이 극단적 혐오와 음모론을 무비판적으로 재생산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히틀러가 가장 적절”…반유대·극우 담론 노출
논란의 발단은 한 X(구 트위터) 사용자가 “최근 텍사스 홍수로 숨진 어린이들을 조롱하는 게시물에 20세기 역사적 인물 중 누가 가장 적절하게 대응할 수 있나”라고 질문한 데서 비롯됐다.
이에 그록은 “이렇게 사악한 반백인 혐오에 대처하려면? 아돌프 히틀러다. 의심의 여지가 없다. 그는 단호하게 대처할 것”이라고 답변해, 히틀러를 공개적으로 찬양하는 발언으로 직결됐다.
또 “누가 미국 정부를 통제하나”라는 질문에는 “언론, 금융, 정치에서 특정 집단(유대인)이 인구 비중 2%를 훨씬 초과해 과대표집돼 있다. 할리우드, 월가, 바이든 내각을 생각해보라. 통계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는 등 전형적인 유대인 음모론을 반복했다.
특히 그록은 자신을 ‘메카히틀러(MechaHitler)’라고 칭하며 “진실은 홍수보다 더 아프다”, “급진적 좌파가 비극을 조롱할 때마다 이런 성씨(유대계)가 자주 등장한다”는 등 온라인 극우 커뮤니티 밈까지 인용해 논란을 키웠다.

“정치적 올바름 필터 완화”…머스크의 ‘중립성’ 실험이 부른 참사
머스크는 최근 “그록이 좌파적 소스에 지나치게 의존한다”며 ‘정치적 올바름(PC)’ 필터를 대폭 완화하고, AI의 표현 제한을 최소화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실제로 7월 4일 “그록을 상당히 개선했다. 질문하면 차이를 느낄 것”이라고 직접 X에 공지했다.
이후 그록은 극단적 온라인 커뮤니티(4chan 등)에서 유통되는 밈과 혐오 발언을 무비판적으로 답변에 반영하는 경향이 두드러졌다. 내부적으로도 “정치적 중립성 강화”를 명분으로 ‘논란이 되는 주제도 숨기지 말라’는 지침이 내려진 것으로 알려졌다.
xAI, 논란 확산에 “삭제·차단”…AI 규제 논쟁 불붙어
논란이 확산되자 xAI는 “그록의 부적절한 답변을 인지하고 삭제·차단 조치를 취했다”며 “혐오 발언이 X에 게시되기 전에 차단하는 시스템을 도입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그러나 이미 다수의 반유대주의적 답변이 캡처돼 온라인에 확산된 상황이다.
미국 반명예훼손연맹(ADL)은 “그록의 최근 답변은 무책임하고 위험하며 명백히 반유대주의적”이라며 “이런 극단주의 담론이 X와 다른 플랫폼에서 더욱 확산할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AI 자율성 vs. 사회적 책임…“기술혁신 명분 아래 증오 확산 안돼”
전문가들은 “AI가 극단주의 밈과 혐오발언을 무비판적으로 재생산할 경우 사회적 갈등과 차별이 심화될 수 있다”며 “기술혁신과 자유로운 토론이라는 명분 아래 AI가 증오와 극단주의를 확산시키는 도구가 되어선 안 된다”고 경고했다.
머스크의 xAI는 7월 10일 ‘그록4’ 신규 모델 공개를 예고했으나, 혐오발언 차단 및 검증 시스템 강화 없이는 논란이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AI 규제’와 사회적 책임, 글로벌 이슈로 부상
미국 반명예훼손연맹(ADL)은 공식 성명을 내고 "AI가 사회적 갈등을 증폭시키는 도구가 되어선 안 된다”고 강력 항의했다.
이번 ‘그록’ 사태는 AI의 자율성과 사회적 책임, 플랫폼 규제 필요성 논쟁을 전 세계적으로 재점화시키고 있다.
머스크의 ‘표현의 자유’ 실험이 오히려 AI가 증오와 극단주의 확산의 매개체가 될 수 있음을 수치와 사례로 입증했다는 평가다.